LGBT+ 채널

어릴 적부터 머스마처럼 굴지 말라는 소리 좀 들었고

공상을 펼치다 보면 어느 샌가 남자 둘이 엮이는 걸 내가 보고 있거나, 아예 내가 남자인 채 남자랑 엮이는 모습이었고

(참고로 '엮인다'는 섹스 혹은 연애, 아니면 가족처럼 평안하게 지낸다는 의미임)

교복 치마는 매일 입었지만 솔직히 바지가 더 편해서 평상복은 바지만 입고 다녔고

어느 순간부터 오빠 언니 하는 게 꺼림칙해서 친한 사람들은 형 누나 하면서 부르고

인터넷에서 성별 밝히면 사람들이 않이 님 여자였음? 하고

그 반응 보면서 즐기고 그러는데


나는 대체 누구인 걸까

예전에는 주변 어른들이 보수적이다, BL을 너무 일찍 봐서 그런 거다, 허벅지가 굵어서 치마가 안 어울린다, 내 말투가 그렇게 남성적인가

하면서 넘겼는데

요새 취업난에 새벽까지 깨있는 놈팽이 생활 하면서 스트레스 받고 살아서 그런가

내가 젠더퀴어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자 취급 받아오면서 딱히 큰 불편함이나 스트레스 받은 적도 없고 (대신 여자애란 이유로 잔소리 들을 땐 스트레스가 컸음)

머리카락은 단발로 자를지언정 절대로 스포츠머리같은 거 할 생각도 없고

가죽자켓 + 파란색 꽃무늬 원피스 + 레깅스가 내 최애 패션인데

그냥 잠 못이루는 스트레스에 정신이 맛이 간 건지

아니면 진짜로 디스포리아를 겪기 시작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수술이나 HRT같은 건 관심이 있긴 한데 그렇다고 내 몸에 그러는 건 싫고

실제로도 내가 남자로 살아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자주 들고

친구가 나보고 무성애자 아니냐면서 넌저시 물어보기도 하고...

(최근 몇 년 동안 시각적인 자극보다는 공상으로 성욕을 때우는 게 많아졌음)


하여간 내가 물어보고 싶은 건 세 가지임

1. 나는 퀴어인가 그냥 톰보이일까

2. 여기 말고도 다른 곳 가서도 물어봐야할까

3. 일단 푹 자고 천천히 고민해보는 게 맞을까


성소챈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말 그대로 잠을 안 잔 상태에서 쓴 거라 글 상태가 나쁘다는 점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