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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었다
누구나 으래 그러하듯이

어둠은 나아갈 길을 가리고
두려움은 두 발을 붙잡아
발자국은 망설임을 벗어내지 못한다

갈 길을 비추어 줄 가슴 속 이정표는 빛을 잃었고
번민과 고뇌는 나를 놓아주지 않는데
지친 몸을 기댈 이조차 없구나

나와 함께 난 고독이 이 작은 마음을 집어삼키고
위태로운 용기는 바람 앞 등불 처럼 사라져간다

나에게는 이 고난을 이겨낼 힘이 없소
육신은 지쳐 쓰러질 것만 같고
옥죄오는 업보가 가녀린 영혼을 짓누르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도 이제는 모르겠소

나는 어디에서 와서
나는 어디에 있느냐

메아리는 답을 들려주지 않는다

나는 지금 이 곳에서
나는 어디로 가느냐

메아리는 답을 들려주지 않는다

희망은 백기를 들었고
어리석음은 내 무릎을 꿇렸다

그럼에도 두 손으로 부여잡은 실낱같은 꿈 한 자락
푸른 봄의 꿈을 아직 나는 잊지 못했으니
이는 나의 모든 것이라

굽이진 삶의 골목길 그 모퉁이마다
바람결에 제 향기를 실어 나르는 꽃 한 송이 한 송이
나의 마음 속 살아 숨쉬는 그 기억들이
하나 둘 모여 든 그 모든 사랑들이
주섬주섬 모아 든 그 고운 꽃의 씨앗들이

나의 젊음 위에 한바탕 피워낸 꿈

가슴이 애리도록 푸르른 봄의 꿈

연약한 푸른 봄의 꿈이여
손가락을 스치고 사라져 가는 환상이여
부디 거짓이 아니라 내게 말해다오
나의 망가진 심신을 일으켜 이끌어다오
저 먼 곳으로 나를 데려다주어

그 푸른 봄의 꿈은 결국 꿈이 아니었다 말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