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덜컹 덜컹덜컹
텅빈 지하철 맨끝칸.

 그곳에는 오늘도 회사 야근 때문에 지칠때로 지쳐버린 20대 여자 회사원인 내가 있었다.


"에휴...무슨일이 그렇게 많은지....."


 늘 야근에 찌들어살다보니 이제는 이런말이 입에 붙을정도였다.

 회사는 또 어떻고? 복지도 개판, 상사는 인성 개차반에 성추행을 일삼는 아저씨, 이것 말고도 수백개를 더 말할수있을정도로 개판 오분 전이었다.

그래도 이런 나를 힐링시켜주는 게임이 있었으니...

바로 블루아카이브.

  줄여서 블아라고 많이 부르는 서브컬쳐 게임. 이게임의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미소녀 학생들과 선생님의 우당탕탕' 모험 정도 되겠다.

   나는 요즘 이게임에 빠져서 살고있다.사실 서버 초창기에는 얼마하지도 않았지만, 최근 미소녀에 빠진 나에게 블아는 최상의 경험을 시켜주었다.

 원래라면 이어폰을 끼고 하겠지만, 어차피 아무도 없는 지하철. 그냥 플레이하기로 했다.


"블루~아카이브!"


 일이 너무 많은날에는 이렇게 '블루~아카이브!' 라고 하는 메인메뉴 소리만 들어도 행복해진다.

 지금이 딱그때고 말이야.

 내가 게임에 처음으로 들어가서 하는건 바로 메모리얼 로비 쓰다듬기다. 내 최애들을 쓰다듬으면 하루의 피로가 다 날아가는 느낌이 든다.


"하아... 내가 선생님이었으면 좋았을텐데..."


 블아에 스토리를 보고있으면 이 '선생님'이라는 캐릭터가 질투가 날때도 있다.

 나도 저렇게 미소녀들이랑 같이 있으면 "'야근? 한 백번도 할수있겠네!"

 라는게 내 생각이다. 헛소리 라는거 안다. 하지만... 특히 이런 피곤한 날에는 더더욱 이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부러워진다.


"그럴리가 없겠지만...."


 그렇게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게임을 한창 하고있던 그때였다.


"......저기...."


 응? 분명 게임에서 나는 소리는 아니었다. 근데 이목소리는...

 핸드폰에서 눈을 떼고 그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시작ㅎ...

....?

 어...어..? 분명 내가 탄건 지하철 인데 왜 저녁노을이 보이지? 아니아니 이미 늦은 밤에 탔는데... 노을은 무슨...

 하지만, 내 눈앞에 있는 한소녀 때문에 지하철에서 지상철로 바뀐 괴현상은 내 머릿속에서 지워져버렸다.


"저기...? 저를 알아보시겠어요?"


조금 슬픈듯한 파란 눈동자, 겉은 하늘색이지만 속은 분홍색인 머리카락, 피가 묻어서 번져있는 하얀색 제복.

내 기억상으로는 이런 소녀는 한명밖에 없었다고.


"총학...생...회장....?"


 총학생회장. 그녀밖에 없었다.


"네.... 저에요. 총학생회장."


?????


 아마 이게 만화였으면 내 대사칸에는 물음표가 한 100개는 있을거다.

그만큼 혼란스러운, 차마 말로는 표현할수는 없는 일이 지금 나한테 일어난거다.


"다행이네요... 당신을 드디어 만났어요.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저희 선생님이 되어주세요."


 아니 씨발 이게 무슨 고양이 한테 간택 당하는 집사도 아니고... 총학생회장 한테 간택(?) 당해서 선생님이 되냐고.


"왜... 왜 나를... 어째서..?"
"저희의 세계. 이곳에 키보토스는... 선생님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즉 이대로라면 모든 비극이 예정대로 일어날거에요...."


아....

 씨발 난 저 '비극'이 뭔지 안다. 옛날에 PV에서 봤었지, 봤을때는 정말 충격이었는데... 학생들이 전부 비극적인 최후 맞......

 씨발!!! 안돼! 안돼!! 절대로... 절대로... 다시 생각해봐도 그 비극이 일어나서는 절대로 안된다. 이게 꿈이든 아니면 몰래카메라든지 간에 상관없이 난 선생님이 되겠다고 할거다.


"할게! 하면 되지?"
"예....? 네 해주시면 고맙겠지만... 생각도 안하시고..?"
 "생각할 시간이 어딨어! 게임에서는 나도 선생님 이었어. 학생들을 구해야지... 그게 선생님이니까."


 우욱... 방금건 아무리봐도 토 나올정도로 진심 존나 오글거렸다. 하지만 그건 그만큼 내가 블아에 진심이었다는 방증이 되기도 한다.

 후회할지도 모른다. 사실 이건 꿈이었고, 나혼자 이지랄하던걸수도 있다.

 그럼 존나 쪽팔리는거에서 끝나는거겠지.... 적어도 비극이니 뭐니 하는 참사 수준은 아니라는거다.


 "그러면 선생님. 준비되셨나요..?"
"으...응!"


 씨발 사실 안됬다. 키보토스 가면 뭐부터 해야할지 감도 안잡히고, 또 어디로 떨어질지도 모르는데...

 그럼 그냥 허세 아니냐고? 맞다. 허세 부린거 총학생회장 앞이라고 허세를 안부릴수도 없으니까...

"그럼 선생님... 저희 키보토스를 학생들을 부탁드려요."
"어."

털석.

 이말을 끝으로 나는 깊은 잠에 빠져들어버렸다.

.....


 시발.... 설마 꿈을 아니었겠지? 제발 아니어라 제발....

 잠들고나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의식은 돌아왔다. 몸상태가 영메롱해서 그렇지 특별히 아픈곳이 있지도 않았다.


".....님"


아...


 이 날카로운 목소리.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것같았다.


"....선생님. 일어나십시오."


알았어. 알았다구... 린. 일어날게.


"나루미 선생님!"


으으악!

내...내 닉네임이자나... 설마 여기에 적용된거냐?

가까스로 눈을 뜬 내앞에 있는...

와 가ㅅ..

크흠흠.

 제복을 입은 린이 내앞에 있었다. 늘게임에서만 보던 그녀가 내 앞에있으니 볼륨감이 어휴...

 뾰족한 귀, 청색의 머리카락, 미모 봉인구 안경 까지 내가 알던 그 린이었다.

 그러고보니 게임에서는 일일 숙제 할때 꽤 많이본 얼굴이라 익숙.... 하지는 않고 그냥 딱 아는 사람 이정도다.


"잠깐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는데, 피곤하셨나 봅니다. 깨우기가 곤란할 정도로 숙면을 취하고 계실줄은."


 존나 피곤하긴 했지... 니네 총학생회장 때문에 다 날아가버리는긴 했지만.


".....꿈이라도 꾸신 모양이구요. 잠에서 깨시고 집중해주시길."


 그래 나도 집중 좀 해야겠다. 이미 진행을 다알지만 혹시 모르니까.

탁탁!
 나는 내 뺨을 약하게 몇번 때리고 나서야 정신을 조금 차릴수있었다.


"지금 상황을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나나가미 린, 학원도시 <키보토스>의 총학생회 소속 간부입니다."


 뭐 이건 다알고있던 얘기고..


"그리고 당신은 우리가 이곳에 불러낸 선생님.... 인 모양입니다만."


'모양입니다.' 라니.
사실 선생님... 은 아니지만, 뭐 총학생회장 간택(?)을 받았으니 됬겠지..? 아마도.


".....아아. 가정형으로 말한 건 저도 선생님이 여기에 오게 된 경위를 자세히 못해서요.."


 어어 여기부터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사실 초창기는 스토리에 관심없었으니까.


"...."
"저... 그래서 전 뭘 하면 되나요?"


 뭘 해야되는지 이미 알고있긴한데...


"혼란스러우시겠죠.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를 따라와주십시오."
"선생님이 반드시 해주셔야만 할 일이 있습니다."


 음음... 이게 그 상황인가? 어차피 다 알긴하지만, 예의상 모르는척 하는게 낫겠지...?


"그 일...이란 뭔가요? 린."
"학원도시의 운명을 건 중요한 일.... 이라고 해두죠."


 그리고 린은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고, 나는 일어나서 그녀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통유리로 된 창문, 나무로 된 c자 책상 위에 컴퓨들, 벽에 걸린 그림들.

 게임에서 배경으로만 봤었던곳을 실제로 걷고있다는게 되게 신기했다.

띵.
 린은 익숙하게 엘리베이터를 작동시켰고, 도착하자마자 나와 함께 탔다.

"와아....."

 키보토스가 한눈에 보이는 엘리베이터뷰(?)에 나는 탄성을 멈출수가없었다.

 높게 솟아있는 건물들. 그사이로 보이는 여러 학생들. 강과 다리 등등

 내가 알던 그 키보토스였다. 물론 내가 본건 데이터 쪼가리고 이건 진짜라는 차이점이 있지만 말이야.

위이이이이잉

"<키보토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선생님."
"고마워..."
"키보토스는 수천개의 학원들이 모여 있는 거대한 학원도시 입니다. 앞으로 선생님이 일하게되는 곳이죠."

이미 다 아는데... 열심히 설명하는 린을 위해서라도 도저히 말할수가 없다. 사실 이미 표정관리는 실패한듯 했다.


"아마 선생님이 계시던곳과는 많은것들이 달라서, 처음에는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을수도 있겠지만...."


으아아... 뭔가 되게 지루해졌다. 원래라면, 경청해야겠지만, 난 회귀자처럼 미래를 아니까...


"그래도 선생님 이라면,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응... 믿어줘서 고마워. 린."
"별... 별말씀을..."


 조금 애교 랄까... 그런 비슷한걸 했을뿐인데...

 어? 린 귀가 조금 빨개진것 같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얼굴도..음.. 나중에 내 얼굴을 한번 봐야하겠는데... 뭔짓을 해놨길래?

다시 말하지만 난 예쁜편이 아니다.


"....이,이다음은 나중에 설명하는걸로 하고..."


땡.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린은 다시 나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일단 내리시죠.."

아직도 빨간 그녀와 함께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웅성웅성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리봐도 이거 꽤 피곤해지겠는데...

'잠깐! 대행! 찾았다! 기다리고 있었어! 총학생회장을 불러줘!"


앗 유우카다. 몸매 좋기로는 2번째가는 유우카 여기도 볼륨감이.

어우

2성때 부터 5성까지 키운 탱거라서 꽤 정도 붙었는데, 여기서 보니 반갑다. 진짜로.

파란색 머리카락, 손에 들고있는 smg, 학생증, 하얀색 외투. 예쁘다. 예뻐.


근데 이러면 너무 할머니.... 인가?


"....응? 옆의 어른은 누구?"
"수석 행정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총학생회장을 만나러왔어요. 선도부장님은 지금 상황에 대해서 납득할만한 해답을 요구하고 계십니다."


으아아... 하스미, 치나츠까지...


크흑. 이러다... 나 행복사 할거 같다.

최애까지는 아니어도 미소녀가 3명, 아닌 4명 이 얼마나 행복한가!

린은 별로 안행복해보이지만...





크흠... 요즘 글이 너무 안써짐..
그래도 블아라서 좀 써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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