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우마무스메 2차창작 소설로 게임 스토리와의 상관관계는 일절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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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 출처:https://www.pixiv.net/artworks/90923748



트레센 학원의 운동장 나는 오늘도 달리다 지쳐 하늘을 보며 정갈한 잔디밭 위로 쓰러진다. 쌀쌀한 것 같으면서도 시원한 바람과 적당히 따뜻한 햇살이 지친 내 몸을 치유한다. 고향을 떠올릴 수 있는 좋은 바람이었다.



"언제까지 누워있을거니? 하루카제"



"......트레이너..."



고압적인 시선으로 쉬고 있는 나를 내려다 보는 이 사람은 내 담당 트레이너 '히키아키 하루나'씨다.


"타향살이가 쉽지는 않겠지만 트레센에 들어온 이상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거...알고 있었잖니?"



"네...알고 있어요...하하하..."



나는 바람으로 식은 몸을 일으키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문득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다. 회색 머리털에 푸른 눈동자가 인상깊은 우마무스메였다. 눈이 마주친 그녀는 낙천적으로 웃으며 나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나는 마치 홀린듯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춉이 날아든다.



"아얏!?"



"얘는...멍하니 있을 시간 없어 빨리 뛰어!"



"네에...그런데 트레이너 저기 저 사람은 누구에요?"



"응? 아...세이운 스카이야 황금세대라고...아 타국출신인 너는 모르려나? 일본에서는 유명하거든"



"세이운 스카이..."



"그것보다 뛰어 슬슬 점심시간이니까 한바퀴만 더 뛰자!"



.



""세이운 선배?""



같이 밥을 먹던 키타산과 사토노가 나를 바라본다.



"응! 혹시 유명한 우마무스메야?"



"음...글쎄? 나는 그런데에 관심이 없어서 헤헤..."



별로 관심이 없어보이는 키타산



"나름 유명하시지? 그도 그럴게 그 학년의 5대장이라고 불릴정도니까?"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토노



"흐음..."



생각중인 나를 보며 키타산과 사토노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인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기숙사에서 잠시 나와 운동장 언덕 위에 앉아 별을 구경한다.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자신의 신세에 한탄하는 우마무스메는 나 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암울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태어난 나라는 우마무스메의 레이스 산업이 그렇게 대중적이지 않은 곳이었다. G1레이스 라고 해봐야 수도권에 있는 5레이스가 전부이고 레이스를 뛰는 우마무스메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안 좋아서 대부분의 실력있는 우마무스메들은 해외로 유학을 가서 그곳에 아예 정착하는게 대세가 되었다. 물론 저런 사소한 걸 제쳐두더라도 남성과 우마무스메를 징병하는 주제에 군인 대우마저 개같이 하면서 조금이라도 혜택을 주면 인마차별이라는 골빈 마혐주의자들이 정치판에서 설쳐대는 꼬라지를 보고 있자면 이민을 심히 고려하게 된다. 아니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여자 아닌가? 갑자기 욕 나오려 하네...



-탁탁탁



"응?"



아직 누군가 운동장을 뛰고 있나 싶은 나는 발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본다. 아까 낮에 봤던 세이운 스카이 선배가 아직도 운동장을 뛰고 있었다. 확실히 일본 황금세대라고 불리는 우마무스메답게 실력이 상당했다. 우물안 개구리였던 내가 다 부끄러워질 정도로...



"하아아아...일본 우마무스메들이 다리가 짧아 잘 못 뛴다는 건 어떤년 입에서 나온거야?"



하여간에 그놈의 까내리기식 민족주의는 어떤놈이 뿌리내린거야?...아 우리조상이지?



그렇게 얼마나 누워있었을까? 세이운 선배가 나에게 다가온다.



"욥! 또 만나네 우리?"



특유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건내는 선배를 나는 급하게 일어나며 인사를 한다.



"우왓!?"



"아..안녕하세요. 선배님!"



"아~아 편하게 불러~후배님"



"제가 어떻게 그런..."



세이운 선배가 내 어깨를 붙잡고 얼굴을 가까이한다. 푸른눈동자는 안에 박힌듯한 붉은 빛이 인상적이고 매력적이었으며 보이시한 생김새와는 반대로 속눈썹도 꽤 길었지만...이것도 매력포인트였다.



'나는 지극히 노멀일텐데...뭐지???'



"으음? 후훗...혹시 후배님은 내 팬이려나?"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세이운 선배는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내가 반응이 없자 이내 내 머리를 쓰다듬고는 기숙사로 걸어간다.



"여기서 계속 있으면 사감님께 혼날지도? 빨리 들어가~"



"......이상한 사람..."



그 다음날부터 묘하게 세이운 스카이 선배의 모습이 눈에 밟혔다. 쉬는 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는 모습이라던가, 점심시간에 나무 그늘 아래서 자고 있는 모습이라던가, 트레이닝 시간에 땡땡이 쳐서 어디 한적한 곳에 숨어 자고 있는 모습이라던가......너무 잠만 자는 거 아닌가?



그렇게 평범하게(?) 세이운 선배의 행동을 관찰하는 나날이다 보니 어느샌가 선배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 거기 자네"



"네? 저요? 무슨일이죠?"



이 사람은 분명...세이운 선배의 담당 트레이너였던가? 무슨 일로 날 찾은 거지? 혹시 내가 세이운 선배의 뒤를 쫓아다니는 걸 알아버린건가?



"세이운이 어디갔는지 알고있니?"



"아...네...방금 저기 나무그늘에서 자고 있는 걸 봤어요..."



"그래 고맙다!"



다급하게 내가 알려준 장소로 뛰어가는 선배의 담당 트레이너...다행이다. 퇴학당할 일은 없어서...



'그런데 무슨일이지? 저렇게 다급히...무슨 일이라도 있나?'



세이운 선배에게 무슨일이 일어날만한 낌새는 없었다. 아무래도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나는 곧장 선배가 있는 나무로 향했다.



나무 아래서 누군가 혼내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벽 뒤에 숨어 상황을 지켜본다. 시든 꽃처럼 쳐져 있는 선배의 귀와 푹 숙여진 고개 선배를 손가락질 하며 뭐라뭐라 막 소리치는 담당 트레이너를 보며 대충 상황을 파악한다. 대충 너무 땡땡이를 치는 바람에 선배의 성적이 조금 저조해졌다고 생각해 선배를 야단치러 온 것, 하긴 트레이너도 자신의 담당 우마무스메가 좋은 성적을 내야 밥벌이가 되니 이건 정당한 꾸짖음이다. 하지만...



'세이운 선배는 항상 필요할 때 밤에 혼자서 훈련을 하셨어...물론 트레이닝 시간에 항상 땡땡이를 치니 그렇겠지만 저렇게 까지 말할 필요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즈음 소리가 조용해졌다. 고개를 슬쩍 내밀어 보니 트레이너는 어디론가 갔는지 안보였고 세이운 선배는 가만히 서 있었다. 하지만 평소랑 다른점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만히 떨고 있었다는 것...



평소의 천진난만한 선배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심장이 이상할 정도로 빠르게 뛰었다. 선배를 위로해야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지금 선배에게 다가가면 선배와 더 가까워짐과 동시에 선배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불순한 감정이 뒤얽힌 채 나는 발을 옮긴다.



한걸음...한걸음...선배와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지만 머리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차가웠다. 그리고 그덕에 걱정하는 후배다운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세이운 선배도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알았는지 고개를 든다.



" "............" "



서로의 눈이 마주치며 영겁의 시간같은 찰나의 침묵이 이어졌다. 선배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녀의 눈에 맺힌 눈물에 시선이 옮겨졌다. 선배의 눈에 맺힌 눈물은 그늘사이에 비치는 햇빛에 의해 아름답게 비쳤다.



"어...선배...괜찮으세요?"



나는 방금 우연히 이 상황을 목격한 척 선배에게 손수건을 내민다. 세이운 선배는 당황한듯이 황급히 눈물을 닦고 아무렇지 않다는 것처럼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아, 안녕 후배님! 이야 이거 못 볼 모습을 보여줬네~부끄러워라..."



하지만 귀는 축 쳐져 있다는 것을 세이운 선배는 알까? 나는 그녀의 머리를 가슴에 품으며 쓰다듬어 준다.



"괜찮아요 선배...아무말도 안하셔도...그저 쉴 곳이 필요한거죠?"



"..................."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가만히 내 품에 안긴 그녀는 잠시뒤 조용히 나를 끌어안는다. 그녀의 어깨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어리광부리는 아이처럼 자신의 얼굴을 내 가슴에 파묻었다.



..........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학원 종례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고 세이운 선배는 그제야 내 품에서 나와 얼굴이 붉게 물들인 채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황급히 기숙사 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조용히 선배의 뒷 모습을 지켜본다.





그 선배 1편(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