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나 마을 한가운데의 토쇼 여관.


“안녕히 가세요!”


산뜻한 인상의 점원 라이라가 한 무리의 손님에게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보내고, 점장 아키카의 옆으로 돌아가 나란히 서서 함께 기지개를 켰다. 이제 당장은 여관 방에 묵는 손님이 남아 있지 않은 데다 나그네들이 아침 식사를 하기에는 조금 늦은 시간이기도 해서, 조금은 마음을 놓고 쉴 시간이 생긴 셈이었다.

그래서 라이라는 짧은 한숨을 쉬며, 한 가지 기대를 품고 점장을 돌아보았다.


“잠깐 바람이라도 쐴까요?”


점장은 라이라의 말을 듣고 잠시 그쪽을 돌아보았다. 라이라가 이쪽을 바라보는 눈빛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어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한다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점장은 침착하게, 그리고 한눈에 보아도 피로하다는 기색을 읽어낼 수 있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나도 그러고는 싶지. 그런데 언제 손님이 들어올지 모르잖아? 그러니까 나가고 싶으면 라이라 혼자 나가야 할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아?”

“어… 하지만 점장도 한 번쯤 바깥 바람을 쐬어야 하지 않아요? 언제까지고 여기에 박혀 있을 수는 없을 텐데요…”


하지만 점장은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역시 자신은 이 탁자 뒤를 지키고 있어야 할 것 같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두 번이나 동행을 거절당했기에, 결국 라이라는 마음을 접고 혼자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잠시 시간을 들여 몸가짐과 마음을 고르고 밖으로 나오니, 라이라의 머리 위로 상큼하고 따스한 햇살이 쏟아졌다. 그 빛은 가만히 거리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눈꺼풀이 절로 내려올 만큼 따스해서, 라이라의 기분도 절로 따뜻하게 물들었다. 점장이 옆에 없다는 건 여전히 아쉽게 느껴지지만, 한 번 따스한 햇살을 쬐기 시작하니 아쉬운 마음은 금방 녹아내렸다.


“흥, 흐흥…”


그 온기가 절로 콧노래를 자아내는 듯하여, 라이라는 짧은 노랫소리를 흥얼거리며 가볍게 대로를 두리번거렸다. 요즘 들어 이런저런 소문들에 홀린 모험가나 용병들이 곳곳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런 뾰족하고 따가운 시선들도 반갑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몇 걸음 가지 않아, 라이라의 그런 기분을 조금 짓누르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하아…”


차가운 숨소리를 내뱉는 떠돌이 한 명이 라이라의 눈에 밟혔다. 낡고 두꺼운 천으로 온몸을 가리고 있었지만, 키나 체구를 가만히 보니 언젠가 본 적이 있었던 기억이 흐릿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젯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모험가 여섯 명이 ‘신의 샘’ 사원에 볼일이 있다며 토쇼 여관을 찾았는데, 그들 중 유난히 사근사근한 인상이 마음에 들던 여성이었다.

하지만 지금 라이라의 시야에 들어온 그 떠돌이는 어째선지 어딘가 이질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음침해 보였다. 게다가 어딘가 불편하기라도 한 것처럼 비틀거리며 걷고 있다는 것도 라이라의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저, 저기…”


첫인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그 모습에 이래저래 신경이 쓰여서, 라이라는 자신도 모르게 그 떠돌이에게 손을 뻗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그 사람을 불렀다.


“저…요?”

“네. 괜찮…”


그래도 누군가가 자신을 의식하고 던진 말에 답할 기력은 있었던 모양인지, 그 떠돌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며 라이라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게 남아 있던 힘의 전부였던 듯, 떠돌이의 몸이 옆으로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저, 저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