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내가 돈 꼬박꼬박 갖고 오랬지."  1-A반의 일진인 양희진이 쿡쿡 건들며 겁을 주기 시작했다.

매달마다 10만원씩 상납하기로 거의 협박에 가까운 약속을 못 지켰기 때문이다.

"미안해, 희진아... 오늘은 돈 못 구했어. 어떻게든 받아올 테니까 시간을..."

그 순간 주먹이 날아와 하은의 배에 꽃혔다.

"하은아, 내가 뭐라고 했지? 안갚으면 한대씩 맞는다고 그랬지?"

"우웩..." 하은은 배를 움켜쥐고 헛구역질을 했다.

"초능력도 못쓰는 주제에.....어딜 주제넘게 기어오르려고 해?"

희진은 쓰러져있는 하은을 내려다보며 마구 비웃었다.


'.......'

하은은 너무 분하고 억울했지만 아무런 짓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은 무개성자인 F-급이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나따위가 덤벼봤자 뭔 소용이 있겠어? 그냥 조용히 졸업이나 하면 그만이지 뭐...'

하지만 그런 그녀를 눈여겨 보고 있던 한명이 있었으니.... 바로 SSS+급 초능력자인 세린이었다.

세린은 반에서 유일하게 가장 높은 등급의 초능력을 갖고 있었기에 아무도 쉽게 건드리지 못했다.

'이름이 이하은이라고 했던가?  유일하게 반에서 무개성이고 말야.... 흥미로워지기 시작했어.'

3교시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 그녀는 하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하은아, 이따 수업 끝나고 시간되니? 잠깐 나랑 얘기 좀 하자."

 "무..... 무슨 얘긴데..?"  "글쎄? 지금 말하면 재미없잖아."

하은은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어째서 최강의 초능력을 가진 그녀가 왜 자신에게 접근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보나마나 양희진처럼 날 이용하려는 거겠지.'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길, 세린이가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 하은아, 이제 나오는구나?" ".... 너, 아까 나한테 할말 있다고 했었지?" 

"응." "나 알바가야해서 바쁘니까 용건만 말해."

"난 너한테 제안할려고 왔어." "뭐...?"

"너 줄곧 무개성이라는 이유로 왕따당하고 있지? 그거 더 이상 안당하게 해줄게."

"네가? 어떻게..."  "다 방법이 있지. 알고 싶어?"

하은은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그녀의 말에 솔깃해졌다.

"알려줘... 어떻게 하면 되는데? 뭐든지 다 할테니까 제발..."

"워워, 진정해. 내가 제안할려는건 이번주 금요일에 있을 초능력대회에서 내 파트너가 되달라는 거야."

"하지만 난 F-급인데... 오히려 너한테 짐만 될걸?"

세린은 고개를 젓고는 미소를 지으며 하은에게 네가 아니면 안된다고 말했다.

"네가 아닌 다른 애들은 싫어, 하은아..." "난 초능력도 없는데 무슨 수로?"  

 "그 초능력이란 거 내가 각성시켜줄게. 내 부탁 들어준다면 말야."

"정말? 그렇다면 네 파트너가 되어줄게. 어떻게 초능력을 각성시킨다는 거야?"

"음... 근데 너 알바 있다고 하지 않았어?"

"헉...!!" "내가 알바하는 데서 기다리고 있을게."

하은은 편의점에서 저녁시간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7시부터 새벽 12시까지 5시간동안 하는 것인데 손님을 계산 도와드리거나 물건 정리하다보면 금새 시간이 다 간다.
세린은 편의점 안에서 방금 산 커피를 마시면서 하은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꽤나 바쁘게 사는구나. 알바는 어쩌다 시작한거야?"

"음... 그냥 돈이라도 벌어볼려고." 

'대단하네... 벌써부터 아르바이트하고...'

알바가 끝나고 나서 하은이는 세린에게 어떻게 초능력을 각성시켜줄 건지 물어보았다.

그 순간 세린은 주머니에서 커터칼을 꺼내고는 자신의 손목을 그었다.

붉은피가 흘러나와 바닥을 적셨다.

"꺄악?! 너 뭐하는 거야..?!" "많이 놀랐지? 내 피를 먹으면 돼. 그럼 각성할 수 있어."

"무슨....." 세린은 종이컵에 자신의 피를 흘려담고는 하은에게 건네줬다.

"자, 마셔 하은아."  "으, 으으으...." 

하은이는 덜떨리는 손으로 잡고는 눈을 질끈 감고 바로 단번에 들이켰다.

세린이의 피 맛은 살짝 단 맛이 났다. 

"도대체 왜 나한테 네 피를 먹인 거야..? 너 진짜 이상해....." 

"아, 무섭게 해서 미안해. 근데 혹시 너 로스트 칠드런이라고 들어봤어?"

"로스트 칠드런? 그거 도시전설이잖아. 신에 필적할 힘을 가졌다는 초능력자 말야."

"그거 도시전설 아냐. 오래전부터 존재했었지만 극소수이니까 아무도 모르고 있는 것 뿐이지.

내가 너한테 내 피를 먹인 이유도 바로 이거 때문이야."

"그렇다면 설마... 네가..?!"

"응, 내가 그 로스트 칠드런이야. 너한테만 알려주는 거니까 다른사람한테는 말하지 마, 알겠지?"

"그, 그래.... 알겠어." 그렇게 하은에게는 특별한 친구(?)가 생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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