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어요, 아니스."

언제나처럼 단정하고 우아한, 세상 누구보다 자신을 아껴주고 이해해주는 따뜻한 사람의 목소리에, 아니스는 입가를 누그러트렸다.

아니스는 최대한 밝게 힘을 실어 화답했다.

"수고했어, 유피."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목소리에 유필리아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몇가지 서류만 마치면 유피랑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리라. 그러나 그 기대 탓에 아니스는 작은 실수를 했다.

서류 위를 바쁘게 움직이는 아니스의 눈.
유필리아는 자신이 들어왔음에도 의젓하게 일을 해나가는 모습에 고생하고 있구나 생각했지만, 이내 서류가 몇장 안남았음을 발견했다.

그럼 그렇지, 서류가 산더미처럼 남았으면 진작 미뤄버렸겠지

눈길한번 돌리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에, 유필리아는 장난기가 발동했다.
완벽하게 소리를 죽이고 사뿐사뿐 아니스 뒤로 다가가, 몸을 굽혀 그녀가 읽고 있는 서류들을 살폈다.
부드러운 은색 실만이 소리 없이 흘렀다.
유피는 흐르는 머리를 귀 뒤로 넘기곤, 조심스레 아니스의 귀에 입술을 가까이 했다.
숨결이 닿을 거리에서, 직접 닿을 거리까지.
아니스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웃음이 나올것 같다.
유필리아는 작게 속삭였다.

"...아.니.스."

흐익,하고 놀란 아니스는 전기라도 통한 듯 몸을 바르르 떨고는, 팔을 감싸며 몸을 움추렸다.

"너무해 유피.."

볼멘소리로 항의하는 귀여운 왕녀님.
유필리아는 의자에서 미끄러져 내려갈듯한 아니스를 안아올리며 볼멘소리로 대답했다.

"돌아왔는데 아니스님이 눈길도 주지 않은 잘못이에요."

웃음이 나올것만 같다.
아니스는 힐끗 고개를 돌려 남은 서류를 보고는 고개를 살짝 젓고 유필리아를 올려다보았다.

"미안해 유피. 오늘 하루는 어땠어?"

너무나 귀엽고 기특하고 따뜻한 인사, 유필리아는 애써 올라가는 입꼬리를 내리며 퉁명스레 말했다.

"화나요, 아주 많이요."

유피의 표현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깨닫곤 의기소침해진 아니스는 꼼지락거리며 거듭 사과해왔다.

"미안해... 서류 작업을 얼른 끝내고 유피랑 마음 편하게 놀고 싶었어..."

유피는 사과같은건 진작부터 필요하지 않았기에,
유피는 대답대신 아니스의 귀끝을 살짝 물었다.

"유피..?!"

놀란 아니스가 몸을 뺐지만, 유피는 도망가지 못하게 팔을 감쌌다.

잘근잘근 보드라운 귀를 물다가, 키스하듯 쪽 빨면
아니스는 눈을 질끈 감으며 몸을 떨었다.

"...벌이에요."

유피가 귓가에 속삭이면, 아니스는 몸을 바르르 떨 뿐,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

"...나머진 침대로 가서 해요."

여기서 뚝 끊고 다음날인 편이 좋다고?
난 이해할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