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아시카가 호소카를 영원교단에 데리고 들어온 사이라고 했어요. 집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나이가 조금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서 아시카가 더 어렸을 때부터 친해졌는데, 우연한 기회에 영원교단을 알게 된 아시카가 호소카에게 교단을 소개해준 거라고 했죠. 이올레와 라네비아에게도 별로 수상한 이야기가 아니었는지, 호소카의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사뭇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어요.

그 상태에서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다시 한 번 호소카의 입이 열렸어요. 기껏 저희가 일부러 호소카를 찾았다가 의미 없는 정적이 흐르는 것이 조금 어색했나 보네요.


"다른 이야기는 조금 더 안에 들어가서 하시겠어요?"

"그럴까..."

"저는 상관없어요. 이올레는요?"

"뭐, 나도 당장은 괜찮아."


호소카는 저희 셋을 어느 방에 데려다 놓고, 잠시 후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다른 사제 한 명과 함께 들어왔어요.


"라키라라고 합니다. 당신이 남쪽에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는 알키데스의 이올레 싱 성주군요. 저희도 가끔 이야기를 들었답니다."

"저희도 반가워요."


이올레와 라키라 사제는 부드러운 악수로 인사를 나누고, 그간 서로가 지내 온 일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주고받았어요. 이올레의 이야기가 저를 만났을 때부터 시작되었기에, 제 이름이 맨 처음 입방아에 올랐을 때에는 얼굴이 살짝 뜨거워지는 것 같기도 했죠. 처음에는 오만 고생을 해야 했던 기억뿐이었기에, 그것을 남의 입에서 듣기만 해도 몸이 절로 반응하더라고요. 그래도 그 대목이 끝나고 난 뒤부터는 승승장구한 이야기가 이어져서, 옆에서 한 번 더 이야기를 듣는 라네비아도 저와 함께 흥겨운 미소를 지었죠.

저희 둘의 이야기가 끝난 다음, 라키라와 호소카는 잠시 숨을 고르면서 라네비아를 돌아보았어요. 그 때만 해도 저는 두 사람이 라네비아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았는데, 왠지 라키라 사제가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한숨을 쉬었죠. 호소카도 라키라가 대놓고 그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는지, 다소 당황한 표정으로 양쪽을 번갈아 돌아보았죠. 그래도 라키라의 표정이 그리 나쁘기만 하지는 않아서, 호소카도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귀를 기울였죠.

다행히도 라키라는 라네비아에게 안 좋은 감정을 품은 게 아니었답니다.


"사실은 저희도 태양기사단의 이야기는 알 만큼 다 알고 있어서 말이에요. 그래서 생존자 본인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해도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할 것 같네요. 미안하군요."

"아, 그런가요..."


다소 실망스러운 답이 라네비아의 입에서 흘러나왔어요. 하지만 오히려 후련한 안도감을 느낀 듯, 다음 말은 한결 밝아진 목소리로 꺼냈죠.


"그런 것 가지고 미안해 하시지 않아도 돼요. 저도 정작 제 입으로 말해 달라고 하면 종종 머뭇거리는 일들이라서 말이죠."

"그렇군요. 그래서 일부러 이야기를 피하려고 했답니다. 괜찮겠죠?"

"그럼요."


그렇게 기분이 풀리자, 라네비아는 한 반 숨을 크게 들이쉬었어요. 무언가 다른, 아직 우리에게도 들려주지 않은 이야기라도 꺼내려는 건가 싶어서, 저와 이올레의 시선도 라네비아에게 쏠렸죠. 그 반응은 라네비아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라네비아의 얼굴이 살짝 펴졌어요.


"아까 잠깐 호소카 님이랑 이야기했던 서쪽 사제 분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것 같던데요."

"네. 이 도시에도 여러 번 이야기가 들려왔었죠. 뭔가 고향을 등질 만한 사정이 생겨서, 이번에는 제법 오랫동안 동쪽 대륙을 유람할 예정이라고 하던 것 같은데..."


호소카가 말을 흐리자, 이올레의 눈빛이 다소 어두워졌어요. 무언가 직감한 걸까요?


"누가 그랬죠?"

"어제 셀레네에서 온 무역상한테 들은 이야기라고 하더라고요. 자세한 이야기는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