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카레를 했다. 여동생인 아이하가 도쿄에 있는 내 자취방으로 이사를 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카레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첫번째. 팬에 버터를 두른 다음 일정 크기로 자른 양파를 잔뜩 담고 짙은 갈색이 될 때 까지 볶는다. 두번째. 양파에서 달콤한 냄새가 올라올 쯤에 다른 야채들과 버섯을 넣고 볶는다. 세번째. 야채들을 전부 빼내고 믹서기에 넣어 간다. 네번째. 냄비에 고기를 담아 볶고 치킨스톡으로 만든 육수를 준비한다. 다섯번째. 간 야채들, 치킨스톡으로 만든 육수, 고체 형태로 된 카레 가루, 우유를 고기를 볶던 냄비에 넣고 약불에서 졸이며 간을 한다. 마지막. 카레가 걸쭉해질 때 쯤 버터를 넣고 녹인다. 




이런 방식으로 카레를 완성하는 데에는 기나긴 인내심이 필요하다. 양파를 익히는 데에만 약 30분이 걸리고, 카레에 점성이 생기는 데에는 더 긴 시간이 걸린다. 아이하는 이런 방식으로 카레를 만드는 내 옆에서 "언니, 언제 다 되는 겨?" 하고 칭얼거리고는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하의 보드라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했다. 




"곧!" 




내가 이런 식으로 말하면, 아이하는 "만지지 말어." 라고 말하며 내 손을 툭치면서 몸을 뒤로 내뺐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이하는 내가 만드는 카레를 좋아했다. 직접 말로 한 적은 없어도 행동으로 알 수 있었다. 말없이 숟가락을 접시에 집어넣어 한 스푼 뜨고, 구름 너머 초승달처럼 어렴풋이 웃는 모습을 드러내는 아이하. 그 모습이 좋았다. 그 때문에 어린 나이부터 칼질을 하고 뜨거운 불을 견디는 것에 익숙해졌다. 엄마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신랑 걱정은 없겠네." 하고 말하고는 했다. 칭찬처럼 들리지만 사실 '그래서 연인은 있겠지?' 라고 반쯤 핀잔을 주는 의도가 섞여있다. 




교토하고 도쿄는 같은 일본이라고 해도 꽤나 차이가 있다. 교토는 뭔가 음습하달까, 본심을 이상하리만큼 돌려 말하는 문화가 있으니까. 아이하하고 나는 어릴 때부터 그런 문화가 싫었다. 속내를 알 수 없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사람이란 무서운 법인데, 칭찬으로 들리는 말조차 의심해야 한다는 건 얼마나 무서운가? 그래도 일부러 도쿄에 있는 명문 여고에 입시를 넣었다. 장차 가고 싶은 대학도 어차피 마치에서 도쿄대 사이였으니까. 먼 국립에 가는 게 아니면 어차피 도쿄에 있는 학교에 다니게 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입시 시험을 보고 몇달 후 합격 통보가 왔다. 




내가 고등학교 입시에 합격해 교토에서 도쿄로 자취를 하러 가기 이틀 전, 마지막으로 아이하와 함께 먹은 음식도 카레였다. 잠시 이별을 하는 거니 그 날은 특별히 비싼 재료를 써서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 치킨 카레를 하고 싶어 닭다리가 든 팩을 사서 요거트에 재워두고, 요리책에서 본 레시피를 따라하기 위해 우유가 아닌 코코넛 밀크를 구해서 넣었다. 완성된 카레는 굉장히 맛있었지만, 아이하는 얼마 먹지 않고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맛없어?" 




아이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나는 아이하의 접시에 있는 카레를 내 수저로 한 입 먹었다. 그 카레도 내 접시에 담긴 카레랑 별 다를 바 없이 맛있었다. 그럼에도 아이하는 좀처럼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는 카레를 남겼다. 




다음 날 나는 도쿄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카레를 하는 건 그 날 이후로 처음이다. 그 이후로 아이하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처음에는 가족 없는 생활이 어색했지만, 시간이 갈 수록 익숙해졌다. 이제는 가족이 근처에 없는 게 당연한 사실이 됐다. 그래서 아이하가 이 자취방에 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리움을 느끼기 보다는 당황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3년이나 혼자 살았는데 이제와서? 동생이기야 하지만 이제 얼굴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모르고 과거의 이미지 밖에 없어서 솔직히 가까운 가족이라기 보다는 먼 친척과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들은 기분이었다. 






전화를 받고 나서 우선은 자취방 안을 정리했다. 나는 사물을 아무렇게나 던져두고 그 때 그 때 필요할 때마다 물건을 찾는 성격이지만, 아이하는 굉장히 정숙하고 델리케이트한 성격이니 이쪽도 나름 배려를 해야했다. 




정리를 마친 다음 이왕 동생이 오는 거니 같이 뭐라도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까, 그래도 외식은 알바비 아직 안 들어왔으니까 돈이 애매하고. 하고 고민하다가 불현듯 옛날에 아이하가 카레를 좋아했다는 게 떠올라서 카레를 하게 된 것이다. 물론 못 본 사이에 음식 취향이 바뀌었을지도 모르지만, 카레는 워낙 대중적이니 전처럼 좋아하지는 않아도 적어도 싫어하게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요리를 하니 미숙한 부분이 많았다. 어렸을 때 워낙 많이 해서 레시피를 잊어버리지는 않았지만, 요리를 정성들여서 하는 것 자체가 3년 만이다 보니까 전보다 칼질이 서툴러졌다. 야채야 어차피 나중에 갈아버리니 상관 없을지도 모르지만, 고기가 균등하게 썰리지 않은 건 좀 신경쓰였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사소한 부분이라 맛에는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실제로 끓이면서 맛을 보니 나름 괜찮아서 그냥 그대로 카레가 걸쭉해질 때까지 젓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카레가 완성되었을 즈음에 초인종이 울렸다. 택배를 시킨 건 없으니 아이하일 게 확실했다. 




"네, 나가요." 




내가 인덕션의 불을 끄고 문을 연 순간- 




눈 앞이 저녁녘 하늘 같은 금색으로 물들었다. 기억 속에 있는 아이하하고 얼굴형은 비슷하지만 머리카락 색이 확연하게 다른 - 복장도 전혀 정숙하지 않고 사이즈가 큰 스웨터 소매로 손을 가리도록 입은 - 소녀가 문 앞에 서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오랜만이야, 언니." 




외형 때문에 혹시나 했지만, 목소리를 듣자 나는 눈 앞에 있는 소녀가 아이하라는 사실을 확신했다. 익숙한 목소리가 낯선 외형인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건 참 이상한 느낌이다. 이탈리아 사람이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보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어딘가 호러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기도 했다. 변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던 사람이나 개념이 돌연 완전히 다른 것으로 대체되었다는 크나큰 괴리감. 그 괴리감을 형언할 수 없다. 




나는 아이하에게 인사를 하고 들어오라고 했다. 아이하는 고개를 가볍게 숙이고 자취방 안으로 들어왔다. 






카레가 냄비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다. 나는 아이하가 가져온 캐리어 속 짐을 풀었다. 옷이나 화장품 정도만 있지 그다지 짐이 많지 않았다. 짐을 푼 다음, 우리는 바닥에 앉아 서로를 마주봤다. 생각보다 아이하가 너무 많이 변해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물론 3년이나 지났으니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그, 아이하지?" 




"응." 




확인차 물으니, 아이하는 뭐 그렇게 당연한 말을 하냐는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 아, 그렇구나. 미안. 하고 나는 입을 다물었다. 아이하는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처음에는 불만이 있는 것 처럼 보였는데 보다보니 이상하게 기뻐보이기도 하다. 마치 내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표정에 담긴 감정이 달라지는 것 같았다. 




"염색했구나?" 




"했어."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어. 상상도 못했으니까..." 




“그래." 




어색하다. 




"교토벤, 이제 안 쓰네?" 




"여긴 도쿄니까.” 




아이하는 냉정한 말투로 말했다. 




“언니도 교토벤 안 쓰잖아.” 




“나야 뭐, 아이하보다 훨씬 더 일찍 도쿄에 왔으니까. 도쿄 얼리 어답터라고 해야하나.” 


“그래.” 




말이 끊겼다. 카레가 끓는다. 나는 주방으로 가서 가스 불을 껐다. 용암 끓듯 보글보글거리던 카레가 잠잠해졌다. 




“일단 밥이라도 먹을래?” 




“지금 배 안 고파.” 




“아, 그래.” 




다시 말이 끊겼다. 대화가 좀처럼 이어지지 않는다. 흥미없어하는 태도 일변도인 아이하에게, 나는 별 말을 할 수 없었다. 어떤 화제를 꺼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옛날에 집에서 함께 지냈을 때는 어떤 식으로 대화를 했더라? 떠올리려고 노력해보지만 잘 떠오르지 않는다. 분명 피가 이어진 사이인데도 친구보다 어색하고 불편하다. 앞으로 당분간은 함께 살아야 하는데 이러면 곤란하다. 




이 집 안에 고등학생이 좋아할 만한게 있던가? 고민하던 나는 서랍장 안에 넣어두었던 닌텐도 스위치를 떠올렸다. 분명 친구가 올 때를 대비해서 컨트롤러를 하나 더 사두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 나하고 대화하는 건 싫어하더라도 게임이라면 좋아하지 않을까. 




“아, 그럼 게임이라도 할래?” 




나는 그런 기대감을 품고, 아이하에게 말을 걸었다. 




“게임?” 




“왜, 스위치를 사둬서. 소프트도 많아. 마리오 파티도 있고…” 




“어디에 있는데?” 




“분명 저 서랍에 있을텐데?” 




내가 서랍을 가리키자, 아이하는 그 쪽을 향해 네 발로 기어가 서랍을 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새삼 아이하가 이렇게나 자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떠났을 때에는 키도 나보다 한 뼘은 작았고 엉덩이나 가슴도 볼록해지기 전이었는데, 지금은 도리어 언니인 나보다 성숙해보인다. 하기사 성장기에 들어 선 아이는 몇달만 만나지 않아도 확 변하는 법이라고 하는데, 아이하하고 만나지 않은 것도 3년 정도는 되니 이 정도는 변해도 이상하지 않다. 






분명 몸이 성장함에 따라 정신도 성장한 거겠지. 나도 본가에서 떠나 사는 삶에 부쩍 익숙해져서 지금 아이하에게 모종의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언제까지나 가족에 연연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그다지 없는 법일지도 모른다. 가족끼리의 정이란 의외로 전 연인과 쌓아올린 추억이랑 상당히 비슷해서, 서로 조금만 떨어져 있어도 과거의 추억으로 돌변해 희미한 관념만 남아버리는 게 아닐까. 그래서 막상 직접 만났을 때는 반가움 보다는 불편함만 느껴지는 존재가 된다. 좋았던 순간이라고 해도 과거에 불과하고, 사람은 현실을 살아가는 데에도 바쁘니까. 우리를 낳은 어머니나 아버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낳아진 입장인 나로서는 그런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니 씁쓸한 기분이 든다. 아이하에게 있어서도 나는 지금 불편한 사람일 테니까. 




“-저기, 언니.” 




묘한 감상을 품고 있던 나를 향해, 아이하가 말을 걸었다. 나는 정신을 현실로 돌렸다. 




“응?” 




“이거…” 




아이하는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손에 든 물건을 내보인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얼굴이 화악 붉어졌다. 




- 작은 손 안에 담긴 건, 핑크색 알약같이 생긴 작은 플라스틱 성인 용품이었다. 더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여성용 자위기구였다. 분명 몇달 전 구매해서 몇번 사용했다가 방치해놓은 물건인데, 어디에 있는지도 까먹었던 물건인데. 아이하는 서랍장 안에서 그걸 찾아낸 것이다. 






사용 용도를 모른다면 좋겠다고 마음 속으로 빌었다. 그러나 아이하는 조용히, 어딘가 책망하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노려보고 있다. 아이하도 좋은 나이니 이게 뭔지 모를 리가 없다. 






"한 적 있어?" 




예상한 대로 바로 당혹스러운 질문이 날아왔다. 




이런 질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답해야 할까? 나는 당황했다. 아이하는 변한 모습을 보니 분명 한 적이 있겠지. 뭐 나쁜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점잖았던 여자애가 이렇게까지 파격적으로 변한다면 그 이유는 뻔하지 않겠는가. 솔직히 나는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 난감했다. 이 나이에 부끄럽지만, 연애를 하면 십중팔구 제대로 3주를 채 가지 못하고 차버렸기 때문에- 여자라도 남자라도 - 인간 관계를 맺은 적은 꽤 있지만 그런 성적인 관계를 맺어본 적은 없다. 




이 사실을 밝혔다가는 눈 앞에 있는 고등학생 동생이 나를 바보 취급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물론 자위 기구를 발각 당한 시점에서 이미 꽤나 바보 취급을 당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적어도 이 이상 무시당하고 싶지 않다. 




진지한 표정을 지은 아이하에게서 눈을 돌린다. 




"있지." 




"누구랑?" 




"아이하는 알 필요 없잖아. 그만 두자, 이런 민감한 질문.” 






아이하는 더 이상 묻지 않겠다는 듯 자위기구를 서랍 안에 넣었다. 




그 이후로 잠을 잘 때까지 우리는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저녁이 되어 식은 카레를 먹으면서도 말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 아이하에게 있어 내 자위 기구를 발견한 건 어머니의 자위 기구를 발견한 것과 비슷한 느낌일 테고, 나에게 있어 아이하가 내 자위 기구를 발견한 건 수년간 만나지 않은 친구가 자위 기구를 발견한 것과 비슷한 느낌일 테니까. 게임을 즐기기는 커녕 대화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서로 눈치를 보면서 대놓고 짜증을 내지도 마음을 토로하지도 못하고 곪아간다. 




점점 이러한 분위기에 싫증이 났다. 




나는 방에 매트릭스를 깔았다. 지금껏 혼자 살아왔기 때문에 당연히 일인용 밖에 없다. 그 다음 얇은 이불을 꺼내 그와 멀찍이 떨어진 곳에 깔았다. 




“뭐 하는거야?” 




아이하가 물었다. 




“자야지. 오늘은 아이하가 매트릭스 위에서 자.” 




“언니는?” 




“나는 여기.” 




내가 얇은 이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아이하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같이 자. 붙으면 둘 다 들어갈 크기잖아.” 




“싫어. 답답할 거 아니야? 그리고 아이하도 고등학생인데 언니하고 붙어 자는 건 싫잖아.” 




성인 용품도 발견한 차인데. 




“신경 안 써.” 




“어차피 다른 매트릭스 또 시킬거야.” 




“그럼 더 오늘은 같이 자도 되는 거 아니야?” 




“내가 싫어!” 




나는 장난치는 말투로 아이하의 말을 잘라내며, 전등 불을 껐다. 그리고 그대로 이불 위에 누워 벽을 바라보며 누웠다. 머지 않아 옆에서 시트 결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머지않아 멀리서 고요한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앞으로도 며칠 간은 이렇게 어색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뭔가 염증이 났다. 잘 해 주려고 노력을 해도 도통 잘 풀리지 않으니 조금 지친다. 더 어렸을 때라면 바뀐 아이하를 견뎌낼 정도로 인내심이 많았을 법도 하지만, 지금의 내게는 그럴 관용이 없다. 아이하가 변한 것처럼 나도 변했다. 대학 과제를 하는 것도 피곤하다. 예전처럼 밖에서 수십분간 전력질주를 하고서 다음 날 멀쩡하게 일어날 수 있는 체력도 없다. 시간이 없으니 음식도 페스트 푸드나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데에 익숙해져 카레도 전처럼 끓이지 못한다. 예컨대 전에 비해서 여유가 없다. 




그런 내게 있어서 새로운 아이하에게 적응하는 건 너무 힘들다. 이 생활은 언제가 되어야 익숙해지는걸까. 또 변할 수 있기야 한 걸까. 




생각에 잠겨있으려니 돌연 옆에서 몸을 뒤척이는 소리가 들린다. 




“저기, 언니.” 




“……” 




“자?” 




대답을 하지 않고 잠자코 있자 다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동시에 멀리서 들리던 숨소리가 대번에 귓가를 향해 가까워졌다. 끈적이는 풀을 헤집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 아마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겠지. 




호흡. 아이하가 공기를 들이 마시고 내쉴 때마다 삶의 온기로 가득찬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스친다. 나는 가슴과 등에 보드라운 무언가가 닿는 감촉을 느꼈다. 서로 다른 감촉이다. 가슴을 보니 가느다란 손가락이 주름을 남기고 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아이하의 손을 가볍게 떼어놓았다. 




“왜에.” 




아이하는 말없이 다시 내 가슴에 손을 올렸다. 




어째서 집요하게 이런 장난을 치는 건지 모르겠다. 방금 전까지 보여주었던 모습하고 도저히 일치되지 않아 난감할 따름이다. 이렇게 달라붙을 거면 왔을 때 조금 더 살갑게 굴 것이지, 왜 이제 와서야 이렇게 장난을 치는 걸까? 그러한 점이 왠지 짜증난다. 나는 방금 전보다도 더 확실히, 아이하의 손을 떼어내었다. 




그러자 아이하는 가만히 있는다. 옆에서 들리는 호흡이 조금 거칠어 진 듯 하다. 




"왜 떼는 거야? 다른 사람하고는 했으면서." 




아이하가 속삭인다. 




"뭘?" 




"섹스." 




"농담도 적당히 해. 동생하고 할 리가 없잖아, 할 리가." 




"다른 사람하고는 했으면서." 




"문제될 거 없잖아? 나를 나쁜 사람인 것처럼 만들지 말아줘." 




"나쁜 사람이잖아. 한 번도 연락 안 한 주제에." 




배에 손가락이 닿는다. 




"네가 먼저 연락을 했으면 됐잖아?" 




"나는 언니가 먼저 해주기를 바랬어. 그런데 도쿄에 가고 나서는 단 한 번도 전화 안 했잖아." 




"귀찮은 소리 하지 말아줘." 




나는 다시 아이하를 떼어놓으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이하도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내 배가 아파올 정도로 손에 힘을 넣었다. 그 상태로 내 허리 위에 한쪽 다리를 올려 무게를 실었다. 그 행동이 무서웠다. 불편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 지 알 수가 없어서, 이 행동의 동기를 알 수 없어서. 




"왜 전화 안 했어? 그리고 적어도 방학 때는 돌아올 수 있었잖아.” 




"나도 바빴으니까." 




"그래. 바빠서. 나도 언니가 바쁜 것 같아서 방해하기 싫었으니까 연락 안 했어. 연락을 하면 방해를 하게 될 지도 모르니까. 그래도 계속 기다리면 한가해졌을 때 단 한 번이라도 전화를 할 줄 알았단 말이야. 그런데도 언니는 전혀 하지 않았어. 다른 사람하고 섹스할 시간은 있었으면서... 그런 언니가 나한테 나쁘다고 말할 수 있어?" 




"지금 하고 있는 건 나쁘다고 말할 수 있겠지." 




"그렇다면 나를 이렇게 만든 건 언니야. 나를 이렇게 만든 언니가 나빠." 



옷 너머로 침입하려고하는 손가락을 낚아챈다. 몸을 누르는 다리를 떼어내려 필사적으로 발버둥친다. 이 이상 저항하지 않으면 정말로 무언가 보복을 당할 것 같았다. 이 이상 달라붙는 걸 견딜 수 없었다. 아이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아이하는 사방팔방으로 움직이는 내 다리를 꽉 누르고, 몸을 계속 밀어붙였다. 손가락과 유두가 스친다. 부드러운 가슴이 파도를 유랑하는 배처럼 출렁거린다. 귀와 목을 강간하듯 달라붙는 숨결. 턱을 타고 흐르는 땀. 우리는 손과 손을 부딪쳐가며 대치 상태를 유지했다. 




“떨어져!” 




나는 저항을 계속하며 말했다. 




“시끄러워, 닥쳐.” 




“이게. 너, 언니한테 그게…” 




"닥쳐, 닥쳐." 




우리는 몸을 굴렸다. 뒤척이고, 서로 엮이고, 밀어내었다. 그 끝에 우리는 서로 마주보았다. 그제서야 




- 창문 너머로 어스름히 들어온 달빛이 아이하의 눈동자를 적셨다. 




“외로웠어, 외로웠다구....." 




"......" 




"떨어지고 싶지 않았는데, 그런데, 가버려서. 엄마는 좋은 신랑이라도 얻어오는 거, 아니냐고." 




손등이 뜨거워진다. 




"싫어... 그런거, 싫어...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내꺼야, 나도 할거야..." 




아이하는 내 가슴에 달라붙어 먹먹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가버린겨, 왜……?” 




맛있는 카레를 만드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린다. 양파가 완전히 갈색으로 변할 때까지, 카레에 점성이 생길 때까지. 오랜 시간을 걸려 만든 카레에서는 진한 맛이 난다. 하지만 내가 오랜 시간을 들여 천천히 카레를 만든 데에는 어딘가 다른 이유가 있다. 나는 아이하가 맛있는 음식을 먹어주기를 바랬다. 그녀가 음식을 먹을 때마다 지어내는 행복한 표정이 좋았다. 직접 말할 필요 없이 전해졌던 감정이, 따스한 감각이. 그 표정을 잃고 싶지 않아서 요리에 항상 공을 들였다. 혹시 실수한다면 그 미소를 잃지 않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오랜 시간동안 조리한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아이하를 좋아한 것처럼, 아이하도 자신을 위해 음식에 정성을 들이는 내 모습을 좋아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천천히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돌연 헤어지고 말았다. 




끈끈해질 때까지 가열된 감정이 돌연 고독하게 방치되었을 때- 아이하는 대체 어떤 기분이었을까? 




나는 그녀를 안았다. 그 상태로 그녀가 흐느끼는 걸 멈출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창문 너머로 봄바람이 들어온다. 서늘한 봄바람이. 이 바람은 언제쯤 봄에 걸맞은 온기를 찾을까. 







"-그거, 거짓말인데." 


"거짓말. 믿을 수 없어. 그야 언니인걸. 분명 인기 많은 걸. 도쿄에는 야리망하고 야리친 밖에 없다고 그러는 걸." 


"그러면 말이야-" 


속삭인다. 






















































오랜만에 자매 백합 단편 


이후 엉망진창 보지 비비기 섹스했지만 저는 여아쟝이라 적을 수가 없는 거시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