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당신은 아마 입주를 완료하셨을 것입니다.


저희 한나리 오피스텔은 입주자 분들의 안전하고 평화로운 일상생활을 위해 이하의 수칙에 의거하여 활동할 것을 권장합니다.

다소 불편하시더라도 이에 따라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수칙서 내용의 외부 발설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1. 이곳 한나리 오피스텔은 여성 전용 오피스텔로서, 관리하고 있는 경비원도 여성분을 고용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간혹 여성 경비원의 존재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세입자 분들도 계시지만, 그녀는 우리의 생각보다도 훨씬 강한 분이며 이를 증명하듯 이곳 오피스텔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는 경우는 전혀 없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남성 외부인의 출입은 엄금이며, 만약 해당 행위가 시도되었을 경우 즉각 계약 파기 및 퇴실 조치가 이루어집니다.

이는 저희 오피스텔을 이용하시는 세입자 분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니 부디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2. 저희 오피스텔은 오후 11시부터 익일 오전 5시까지(하절기 기준. 동절기는 7시) 세입자 분들의 내외부 출입을 제한합니다.


혹여 아르바이트나 직장 등의 이유로 해당 시간에 출입을 해야할 경우, 경비실에 미리 언질을 드리십시오.

갑작스러운 야근으로 밤늦은 퇴근이 예상될 경우 또한 통금 제한 시간 20분 전까지 경비원님께 연락하십시오.

그리고 건물 진입 전 마중나오신 경비원님께서 주시는 별모양의 금색 뱃지를 수령하십시오.

굳이 착용할 필요는 없고, 그저 소지하시다 익일 아침에 경비실에 반납하시면 됩니다.

단, 중앙현관에서부터 집 현관이 닫히는 소리가 들릴때까지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형체에 귀기울이지 마시고 관심도 주지 마십시오.



3. 저희 오피스텔의 경비원님은 검은색 스트레이트 롱 해어에 푸른색 눈을 가진 아름다운 여성 한 분이십니다.


그리고 세입자 분들께 다정하고 온유한 태도로 대하시니, 기본적인 예의를 차리신다면 여러 편의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경비원님의 눈이 붉게 물들거나, 표정이 굳어있고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으실 경우, 그럴 일은 적지만 명백하게 다른 외모의 여성분이 경비원 복장을 하고 말을 걸어올 경우 적당히 말을 얼버무리며 즉시 귀가하십시오.

2시간 뒤 인터폰으로 경비실에 연락하여, 해당 사건에 대해 보고하십시오. 경비원님이 사과하시면서 해당 부분에 대한 조치를 취해주실 것입니다.



4. 지하1층의 주차장으로 통하는 문 맞은편의 문, 그리고 그 아래로 향하는 계단으로의 출입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곳에서 상처투성이의 어린 여자아이가 쪼그려 앉아있어도, 누군가가 그곳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내려가거나 출입하더라도, 어떤 방법으로든 출입을 종용할 경우라도 무시하십시오.

동시에 그곳에서 일면식이 있는 다른 입주자 여성의 신음소리와 도움을 청하는 소리를 들어도 무시하십시오.

그분들은 둘만의 시간을 방해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설령 당신이 완력에 자신아 있는 분이라 하더라도, 그분들 앞에선 희생자의 옆에 눕혀저 같이 헐떡이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을 것입니다.



5. 만약 해당 사건 경험 이후, 혹은 오랜만에 만난 이웃의 분위기가 달라졌다하더라도 의구심을 가지지 마십시오.


그녀는 단순히 그분들께 간택받았을 뿐, 당신이 알고 있는 그녀가 맞습니다.

다만, 상술한 통금 시간에 그 여성분의 원룸을 방문하거나 머무르는 것은 지양하십시오. 그렇지 않는다면 당신도 그 여성분의 주인에게 간택받게 될 것입니다.



6. 당신이 만약 그분들 중 하나의 간택을 받았다면, 마음쓰실 것이 없습니다.


그분은 당신을 항해 호의를 가지고 그런 일을 하신 것이며 당신이 할 일은 그분에게 마음을 주고, 몸을 맡기는 것 뿐입니다.



7. 해당 일을 겪고 주변이나 경찰 등에 도움을 청하지 마십시오.


그저 착각이나 장난전화로 치부될 뿐이며, 설령 이를 가볍지 않게 생각한 몇몇 여경들이 방문한다 해도 그들 또한 같은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8. 저희 한나리 오피스텔은 세입자 분들의 사생활을 절대적으로 존중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일몰시간 이후로는 노출이 많은 옷을 입고 건물을 드나드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노출이 많고 화려한 옷은 그분들의 관심을 끌기 쉽습니다.

혹여 그것을 노리고 있다면 저희는 더 이상 말리지 않겠습니다.


또한 수음은 되도록 조용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소리를 그분들이 듣게 된다면 더 참지 못하실 겁니다.



9. 오피스텔 내에 운행되는 엘레베이터는 총 3대이며, 운행 층은 지하 1층부터 8층까지 입니다.


만약 이 이외의 층 버튼이 목격될 경우 무시하십시오.

만약에 멋대로 버튼에 불이 들어와 그 층에 가게 될 경우, 내리지만 않는다면 안전하니 문이 닫힐 때까지 잠시 대기해 주십시오. 만약 닫히지 않는다면 경비실로 연결되는 버튼을 눌러 상황을 설명하십시오.

약 1분 내에 문이 닫히고 원하는 층에 도착할 것입니다.


만약 10대 초반~30대 초반 사이의 여성이 엘레베이터 문 앞에 서서 당신에게 내리기를 종용해도 무시하십시오.

하지만 들어와 당신을 붙잡는다면, 더 이상의 구제방법은 없습니다.

당신은 간택받으셨습니다.



10. 상기 말씀드렸던 통금시간에 울리는 초인종 및 노크소리, 문을 열어달라는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는 무시하십시오.


두번 반복 후에 그들은 물러갈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그분들 중 하나의 관심을 끌었다는 뜻이니 간택을 받아들이시거나, 아니면 끝까지 무시하십시오.



11. 경비원님께 간택에 대해 도움을 청하지 마십시오.


그분은 그것에 대해 당신들의 편에서 조언을 해주실 입장이 아닙니다.



12. 간택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당신은 영원히 당신을 간택하신 분의 것입니다.







처음 입주했을 때, 신발장에서 발견한 그 수칙서.


이곳에서 2년 차 자취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천유나는 오랜만에 본 수칙서를 보고 오묘한 표정이 되었다.



지금은 밤 11시 반.


띵동-


초인종이 울렸다


유나는 입고있던 잠옷을 벗었다.


귀여운 느낌의 흰색 속옷만을 걸친 반라의 몸으로


유나는 문을 열었다.


문 앞에 서 있는 건 흰색 캐미솔 원피스를 입은 10대 초의 귀여운 여자아이.


아무말 없이 여자아이를 들여보낸 문은 이내 닫히고


다음날 동이 터오기 전까지 그 방에선 유나의 열기를 품은 교성이 희미하게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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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백갤에도 올린 나폴리탄 규칙서 괴담의 백합 버전. 


좋은건 같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