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마을은 평범한 농촌 마을이에요.


저는 그런 특색없는 농촌마을의 전교생이 2명뿐인 작은학교에 다니고있어요.


원래라면 올해 폐교됬어야했지만 전교생인 2명이 올해 졸업하기 때문에 폐교는 내년으로 미뤄졌다고해요.


내년이면 저도 먼저 졸업한 언니들처럼 읍내에 있는 학교에 다니게되는걸까요?


벌써 8년동안 다닌 학교라 그런지 폐교된다니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러가지 생각에 잠겨있다보니 시계는 등교 첫날 1교시의 끝을 가리키고 있었어요.


현재 반에 있는건 저 그리고 방학 기간동안 이사온 릴리라고하는 아이와 선생님뿐이였습니다.


쉬는시간엔 계속 책을 읽고있어 다가갈 틈이 없지만 이따가 점심시간엔 분명 말할 기회가 있을거에요.


어느새 3교시가 끝나갈 무렵이였어요.


갑자기 교실에 있는 스피커와 가지고있던 휴대폰에서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어요.


이 사이렌은 분명 공습경보였어요.


저는 순간 새하얗게 질렸어요.


저희 마을은 국경마을인데 공습경보라면 이쪽으로도 미사일이 날라오고 군인들이 쳐들어올지도 몰라요.


제 옆에 앉아있던 아이도 깜짝 놀란건지 읽고있던 책을 떨어뜨렸어요.


그때 당황해서 아무것도 하지못하던 우리 둘을 이끌어주신 건 수업을 하고계시던 선생님이셨어요.


선생님은 우선 저희를 데리고 빠르게 방공호로 데려가셨어요.


어릴때부터 민방위훈련때마다 내려갔던 그 방공호였어요.


선생님은 저희 둘을 방공호에 들어가있게한 후 빠르게 마을로 달려갔어요.


아마 마을 어르신들을 대피시러가신 거겠죠


릴리는 아직도 떨고있었어요.


저는 릴리를 진정시키기위해 말을 걸었어요.

"괜찮을거야 선생님도 금방 오실거야"


그러나 릴리의 대답은 돌아오지않았어요.


릴리는 계속 떨고있어서 저는 릴리를 안아주었어요.


릴리는 계속 발버둥을 쳤어요.


저는 릴리를 놓지않고 "괜찮아,괜찮아"라고 말해주었어요.


얼마나 지났을까요


릴리는 어느정도 안정이 된 모양인지 곤히 잠들어있었어요.


저는 릴리를 침대에 눕히고 방공호 내부를 살펴보기 시작했어요.


방공호엔 침대가 4개있었고 고양이도 지나다니기 힘들 정도로 작은 환풍구 한 개가 있었어요.


식량은 통조림 4박스가 있었고 물은 2L짜리 물병 12개가 있었어요.


이 정도라면 30일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몇시쯤 됬는지 모르겠지만 점점 졸려오기 시작했어요.


저는 일단 릴리옆에 있는 침대에서 잠들었어요.


밖은 어떻게됬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선생님이 저희를 데리러오실거에요.


1일째

잠이 들었던 저는 방공호문에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에 잠에서 깼어요.


저는 일단 방공호문을 열려고 해봤지만 열리지않았어요.


저는 일단 릴리에게 가서 릴리를 깨웠어요.


릴리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어요.


"벌써 아침이야?"


릴리는 눈을 비비며 그렇게 말했어요.


저는 일어난 릴리에게 통조림을 까서 일회용 수저와 함께 건넸어요.


"이건?"


"통조림이야 방공호에 있었어."


"결국 선생님은 오시지않았구나"

릴리는 잠시 고개를 돌려 양옆을 바라보곤 그렇게 말했어요.


저는 "곧 돌아오실거야 그렇게 믿자"


이렇게 릴리에게 말해주었어요.


 "어제 읽던 책은 무슨 책이야?"

저는 가라앉은 분위기를 풀기위해 릴리가 좋아할거 같은 화제를 꺼냈어요.


릴리는 무척 신나보이는듯 어제 읽고있던 책의 줄거리랑 등장인물에 대해서 설명해주었어요.


릴리의 설명에 의하면 그 책의 주인공은 나이가 저와 릴리하고 비슷한데

둘이서 케텐크라프트라는 차를 타고다니며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도시를 여행한다는 내용이었어요.


둘밖에 안남았다는 점이 무언가 우리 둘이랑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저와 릴리는 방공호를 둘러보던 도중 보드게임을 발견했어요.


아마 방공호는 그동안 창고로 쓰인 모양인지 가위,풀,노트등의 물건이 이것저것 남아있었어요.


그 후로 2주동안 저와 릴리는 질리지않고 여러가지 게임을 하며 놀았어요.


보드게임이 질리면 노트를 잘라서 종이접기도 해봤고 소설이어쓰기도 했어요.




2주째

어느새 시간은 2주나 지났지만 아무도 이곳에 오지않았어요.


문은 여전히 움직이지않았고


릴리와 저의 마음속엔 감춰두었던 불안이 조금씩 기어나오고있었어요.


"있잖아 유리 사실 밖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은거아닐까?"

릴리는 불안한듯 말을 꺼냈어요.


저는 그런 릴리를 첫 날처럼 안아주었어요.


"자...잠깐만 뭐하는거야 난 얘가 아니라고."


릴리는 당황했어요.


"그래도 계속 기다려보자 내가 계속 옆에 있잖아."


저는 계속해서 릴리를 안심시켰어요.


"근데 뭔가 이러고있으니까 연인같다."


릴리의 그 말에 저는 방금한 말이 떠올라 볼을 붉혀버렸어요.


"뭐야 유리,부끄러운거야?"


"아..아니야"


저는 무심코 고개를 돌려버렸어요.


내가 릴리하고 연인?


저는 무심코 둘이 침대에서 그렇고 그런 짓을 하는걸 상상해버렸어요.


여자끼리 그런 짓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에요.


-3주째


3주째에 접어들었지만 상황은 평소와 똑같았습니다.


여전히 열리지않는 문과 줄어드는 식량과 물


상황은 점점 절망적으로 바뀌어가고있었어요.

방공호에 들어온지 24일째쯤 된 날 밤 릴리는 제게 할 말이 있다고했어요.


"유리 너를 좋아하고있어"


릴리의 한마디에 저는 순간적으로 생각이 멈췄어요


"미안,지금 말하지않으면 평생 후회할거같았어"


"자...잠깐만 좋아한다는게 그 친구로서 좋아한다는게 아니라 연인으로서 좋아한다는거지?"


"맞아"

그 순간이 제가 살면서 처음으로 고백을 받은 순간이었어요.


저는 릴리를 거절할 수 없었어요.


제 마음속엔 어느순간 릴리에 대한 사랑이 싹텄던 모양이에요.


계속 릴리만 보면 심장이 뛰었어요.


그런데 저는 계속 여자끼린 안돼라며 그 마음을 감추고있었어요.


저는 그대로 릴리를 끌어안고 "나도"라고 외쳤어요.


그때부터 우리 둘 사이를 가로막던 '여자끼리'라는 금기의 벽은 사라졌어요.


저는 그대로 릴리에게 키스를 하고 그녀를 안았어요.


그리곤 어느 순간 정신을 잃었어요.


어젯밤의 일에 대해 떠올릴 수 있었던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않은 제 몸과 흥건하게 젖은 침대시트를 보고나서였어요.


"유리야 잘잤어? 어젯밤은 정말 격렬했지"

저는 부끄러워서 이불로 얼굴을 가렸어요.

"..."

저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어요.


"자 여기 스프"


옷을 입고 침대를 옮긴 뒤에 저는 릴리가 주는 스프를 받았어요.


"우리 오늘부터 1일인가?"


"2일이야 바보야"

저는 반쯤 장난으로 그렇게 대답해주었어요.


설마 제가 당하는 쪽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31일째

방공호에 갇힌지 어느덧 한 달 가량이 지났어요.


그동안 저와 릴리는...


도저히 말할 수가 없어요.


릴리와 저는 마지막 남은 통조림을 반씩 나눠먹었어요.


남은 물은 마지막 1병


어느새 저희의 이야기도 끝인가봐요


죽는순간만큼은 릴리와 함께이고싶어 저는 첫날 저희가 방공호에 처음 들었왔을때처럼

계속 릴리를 안고있었어요.


릴리는 첫 날과 다르게 거부하지않고 이번엔 저를 안아주었어요.



갑자기 어느센가 방공호 문쪽에 무언가 소리가 들렸어요.


"유리,릴리 들리니!"


분명 선생님의 목소리였어요.


마침내 선생님이 오신거에요.


"릴리 드디어 살았어! 

선생님이 드디어 우리를 구하러오셨어!"


릴리는 무언가 아쉬운듯한 표정을 짓고있었어요.


"괜찮아 여기서 나가도 항상 릴리뿐이니까"


"..정말로?"


"정말로"


저는 릴리의 손을 잡고 방공호 문으로 갔고 문이 열렸고

선생님이 보였어요.


저와 릴리는 선생님,도와주러오신 군인아저씨들과 함께 방공호를 나서

폐허가 된 학교 위를 걸어 떠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