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나는 문에 6103이라 적혀있는 병실의 문을 천천히 열었다.


나는 천천히 걸어서 왼쪽의 가장 안쪽 자리,창가 자리를 향해 걷는다.


그리곤 커튼을 열었다.


그곳에 있던 건 햇빛이 비치며 빛나는 아름다운 은빛 머리카락과 푸른눈을 가진 소녀,

2년전 갑자기 연락이 끊겼던 친구인 라미였다.


라미는 책을 읽느라 아직 이쪽이 왔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고있었다.


"라미야!"

나는 반가운 나머지 참지못하고 바로 라미의 이름을 불렀다.


책을 읽던 라미는 깜짝놀라서 보고있던 책을 덮어놓곤 이쪽을 바라본다.


"유이? 여긴 어떻게.."

드디어 라미가 이쪽을 바라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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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우리는 오랜만에 반가운 나머지

창문밖 빌딩숲에 노을이 내려앉을 무렵까지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노을이 질 무렵 라미는 무언가 결심할듯한 표정을 짓곤

천천히 입술을 때기 시작했다.


"내 병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들은거지?"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텐데 어쨰서 온거야?"

라미는 조금 원망하듯이 내게 말했다.


라미의 말이 맞다

라미에게 나는 단지 스쳐가는 반 친구 중 하나였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곳에 갇혀있기엔 라미가 너무 안쓰러웠다.


라미는 모르겠지만 라미는 내게 많은걸 줬다.


중학교때 전학오며 친구 하나 없던 내게 처음 다가와주었던 것도 라미였고

어두웠던 내 성격을 귀여움으로 치유해주었던 것도 라미였다.


동정심뿐만아니라 이렇게 받은걸 라미에게 갚고자하는 마음이었기에 나는 라미를 찾아냈다.


"나와 같이 여기서 나가자"


"내가 나가봤자 뭘 할 수 있는데!

앞으로 겨우 1달이라고!"


라미는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말했다.


"네게 남은시간은 고작 한달일지 몰라

근데 나는 너와 그런 한달이라도 좋으니까 함께 보내고싶어"


나는 라미를 안아주며 그렇게 말했다.


"..좋아"


라미는 간단히 승낙해주었다.


이미 밖은 노을이 지고있어 무언가 하기 애매했기에 나는 라미의 침대옆 간이침대에서 

하룻밤 자고가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해가 밝으며 나와 라미는 퇴원수속을 밟으로 갔고


그렇게 나와 라미의 잊을 수 없는 1달이 시작되었다.


라미네 부모님께는 라미를 만나기 전 이미 허락을 받아놓고 관련 서류를 준비해와 라미의 퇴원은 순조로웠고 라미의 병은

신체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병이 아니었기에 퇴원허가는 금새 떨어졌다.


"어제는 화낸거 미안해"

병원을 뒤로 하며 라미는 내게 조용히 사과했다.


나와 라미는 차에 탄다음 나는 라미에게 고등학교 시절의 교복을 꺼내주었다.


"입어"


"이건 우리학교 교복이잖아?

이걸 입으라고?"


나는 눈을 감고 미소를 지으며 "입어"라고했다.


내 말에 라미는 뭔가 할 말 많아보이는 표정으로 커튼으로 창문을 가린 차안에서 교복을 갈아입었다. 


내가 라미를 데리고 처음으로 간 곳은 우리가 다녔던 학교였다.


"우와 우리학교도 많이 바뀌었네"


"너가 학교그만두고 여름방학되지마자 공사시작하더라"


"우리학교맞아? 일처리가 우리학교답지 않게 너무빠른데?"


라미가 다니던 시절과는 조금 바뀌어버린 학교앞에서 우리는 오랜만에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었고

폴라로이드필름에 인화된 사진 속의 우리들은 마치 2년전 그때로 돌아간 거 같았다.


"다음은 어디갈래?"


"이번엔 분식집 어때? 우리 둘이 자주 갔잖아"


"맞아,거기 아주머니가 단골이라고 서비스도 많이 주셨잖아"


우리는 학교에서 나와 손을 잡고 교문앞 신호등을 건넜다.


신호등 건너편엔 주말임에도 여전히 열려있는 떡볶이집과 문방고가 보였다.


"유이랑 라미니?"


"오랜만이에요 아주머니"


"오랜만에 교복입고 추억여행이라도 온거니?"


"네,비슷해요"


"자,많이 먹으렴"


역시 아주머니는 통이 크시다.

분명 1000원짜리 떡볶이였음에도 일회용그릇 하나를 다 채울 정도였다.


콜록콜록


옆에서 매운걸 먹은 라미가 기침하기 시작한다.


맞다 얘 매운거 진짜 못먹었지


나는 재빨리 아주머니께 "쿨피스 하나 추가할게요"라고 말한 뒤 냉장고에서 

쿨피스 한 개를 빼와 우유곽을 열고 라미에게 건내줬다.


"고마워"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쿨피스를 마시는 라미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나는 재빨리 스마트폰을 꺼내서 그런 라미의 모습을 찍었다.


"뭐..뭐야 찍지마"


"이런게 다 추억이 되는거지"


"추억이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무언가 씁쓸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기왕 추억얘기나와서 말인데 우리 해외안갈래?"


"해외?"


"그래,해외 예전에 고등학교 다닐떄 물어봤는데 못가봤다했잖아 그동안은 입원해있느라 무리였을거고"


"돈은?"


"알바해서 잔뜩 모아놨지"


그렇게 말하며 내 통장을 보여준다.


통장에 찍혀있는 금액은 맨 앞에 5한 개에 0이 7개 자그마치 5000만원이었다.


"이걸 다 알바하면서 모았다고?"


"사실 비트코인 조금했어"


"뭐야"

라미는 어이없는듯 작게 웃었다.


"어디가고싶어?"


"진짜 내가 돈안내도될까?"


"어차피 쉽게 번 돈이고 내가 너한테 얻어먹은게 얼만데

이 정도야 안아깝지"


"그럼 스위스

알프스 산을 한 번 실제로 보고싶어"


"이제 시내만 좀 더 둘러보고 바로 공항으로 가자"


"오늘?"


"당연하지 1달밖에 안남았는데 시간을 제대로 안쓰면 아깝잖아"


"그러네"


우리는 아주머니께 떡볶이 값을 내고 차를 세워놓았던 근처 주차장으로 갔다.


다행히 라미를 퇴원시키며 가져온 짐을 담은 캐리어가 2개나 있어 캐리어는 사거나 할 필요는 없을거 같았다.


우리는 시내로 가서 상점가를 둘러보며 예전처럼 둘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여행에 필요한걸 이것저것 샀다.


우리는 시내에서 산걸 캐리어에 담았고

공항을 향해 네비를 찍고 출발했다.


우리가 공항에 도착한건 해가 지고있을 무렵이었고 공항에 내리자 쌀쌀한 겨울 밤공기에 손이 시려왔다.


나는 내 주머니에 있던 핫팩을 라미의 손에 올려줬고 

갑작스런 자극에 라미는 몸을 움찔거렸다.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적당히 현금을 인출한 다음 스위스 프랑으로 환전하고

공항티켓을 끊으러갔지만 가는 여행사마다 모두 이코노미석이 매진이라 원래가격에 4-5배인 비즈니스석을 끊을 수 밖에 없었다.


짐을 맡기고나서 찾아온 입국심사의 시간


"잠깐만 나 여권 만든적이 없어"

라미는 굉장히 당황해했지만


"걱정마 이미 라미네 부모님께 부탁드려서 저번달에 만들어놨어"


나는 라미의 부모님께 부탁드려 라미가 주민등록증을 만들때 썼던 사진으로 라미의 여권을 발급받아왔다.


그리고 나는 그 여권을 라미에게 건내주었다.


"이건 내이름에 내 사진? 어느틈에 이런거까지..."


우리는 입국심사장을 통과한 뒤 비행기가 보이는 탑승구 앞에 앉아 비행기 탑승시간을 기다리기로 했다.


우리는 둘이서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고 탑승시간은 순식간에 다가왔다.


"첫 해외여행 기대된다."


"그러네"


첫 번째 여행을 라미와 떠날 수 있어 다행히라 생각하며 나와 라미는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비행기 2층에 위치한 비즈니스석으로 갔다.

비행기 좌석은 이번이 첫 비행이라 일반좌석보다 편한진 알 수 없지만 돈값을 할거라 믿으며 라미에게 창가자리를 양보하고 옆에 앉았다.


잠시후 비행기는 기장의 안내와 함께 점점 앞을 향해서 움직이더니 점점 빨라지다 약간의 충격과 함께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우와!"

라미는 그렇게 말하며 신기한듯 창밖을 계속 바라보고있었다.


옆에서 고개를 들고 바라본 창밖에는 도시에 여기저기 솟아있는 빌딩들이 점점 작아지고있었고 

얼마안가 점처럼 보이게되었다.


"문득 드는 생각인데 내가 저 수많은 불빛속에서 너랑 만날 수 있던건 큰 행운아닐까?"


"뭐야 그게 중2병같아"


"진심인데 중2병같다니 상처받았어"


"장난이야 장난"


내 장난에 라미는 당황해서 허둥지둥댔다.


너무 귀여워서 나는 재빠르게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었다.


그리곤 라미에게 보여줬다.


"지워 지우란 말이야"


라미의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내 컬렉션은 한 개 더 늘어났다.


비행기가 계속해서 구름위를 나는 사이 나와 라미는 내 노트북을 통해서 그 동안 못봤던 영화들을 보기 시작했다.


본 영화 중 가장 재밌었던건 라미와 예전에 같이 영화관에서 봤던 영화의 속편이었다.


전작보다 더 발전한 영화의 연출에 우리는 몰입해서 보았고 그 영화는 주인공이 모두를 위해서 희생하는걸로 

막을 내렸다.


옆을 보니 라미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있었고 라미가 입고있던 흰색 원피스는 어느새 눈물에 의해서 얼룩이 져있었다.


나는 손수건을 꺼내 라미의 눈물을 닦아주었고 라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민망한지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내가 준비해온 영화가 모두 끝나갈 무렵

기장의 안내방송과 함께 비행기는 서서히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드디어 도착이네"


"그러네"


창문 밖에서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눈이 덮인 알프스산맥의 모습이 보였고

푸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그저 푸르기만했다.


잠시 후 비행기는 점점 하강해 덜컹하는 충격과 함께 활주로에 착륙했고

그렇게 우리는 스위스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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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생각나서 급하게 써본건데 어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