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딸들을 잘 구분하지 못했다. 미츠키에게 무언가 시키려고 할 때에는 무심코 미나미를 불렀고, 미나미가 나를 부르면 '미츠키' 라고 대답하고는 했다.


내가 이런 고민을 토로할 때마다 '자기 배에서 나온 딸도 못 알아보는 어머니' 라면서 은근히 나를 비웃는 사람들도, 직접 딸들을 본 뒤에는 구강에 염증이라도 생긴 듯 입을 닫기 마련이었다. 원래 쌍둥이란 닮기 마련이라지만 둘은 '닮게' 가 아니라 '똑같이' 생겨서, 나조차도 사실 둘은 같은 사람이 남긴 잔상이 아닐까 가끔 의심이 들 정도다. 애아빠도 사고로 죽기 전까지 결국 둘을 구분하지 못했다. 


그래도 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누가 누구인지 알아챌 수 있다. 성격도 차이가 많이나고, 취향도 서로 다르다. 느긋하지만 붙임성 있는 미나미, 조용하고 냉정한 편인 미츠키. 카레를 먹을 때 당근을 빼는 쪽은 미나미, 먹는 쪽은 미츠키. 예방 진단 차례를 기다리며 얌전히 앉아있는 쪽은 미나미, 다리를 떠는 쪽은 미츠키.


그래, 나는 겉모습만으로는 두 딸을 분간하지 못한다. 이 점은 어쩌면 어머니로서 결격사유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두 사람이 '어떤 인간' 인지 묻는 질문에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더 잘 답할 자신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나는 꽤나 괜찮은 어머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


"엄마..."



- 지금 내 허리 위에 올라타 애달픈 목소리를 내는 이 아이가 미츠키인지, 아니면 미나미인지는 도무지 모르겠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곰곰이 돌이켜봐도 이런 일이 일어날 기미는 전혀 없었단 말이다. 회사에서 돌아와 애들에게 밥을 해주고, 잠자리에 들 작정으로 방에 들어가 누웠다. 잠을 자려니 괜스레 목이 뻐근하고 베개가 불편해 제대로 잠들지 못하기야 했지만, 이런 일이야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자주 겪는 일이니 딱히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수 차례 자세를 바꾸어 겨우 수마가 찾아왔을 즈음, 급작스럽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집에는 아이들 밖에 없으니 딱히 수상한 사람은 아니겠지, 싶어 무시하고 잠을 자려는데, 잠시 후 팔에 무언가가 가볍게 부딪히는 감촉이 들었다. 무언가가 툭툭 건드는 감각. 팔과 손 언저리에서 수차례 반복되던 이 감각은 점차 몸 전체를 훑더니 입술에 엄습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꽤나 둔감한 사람이다. 일을 하는 도중 옆에 파리나 모기가 날아와도 눈을 돌리는 일이 없다. 그러기는 커녕 그런 존재가 날아다니는 사실을 인지조차 못해 옆에 있던 동료가 기겁하며 벌레를 내쫓기 십상이다. 특히 잠을 잘 때에는 알람 소리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평소라면 이러한 감촉도 절대 인지하지 못했겠지만, 이 날은 잠이 옅었기 때문에 이러한 감각을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참다참다 짜증이 나 날벌레를 쫓기 위해 한 손을 가볍게 휘두르니 이게 왠걸, 작은 비명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나는 이상함을 느껴 슬쩍 실눈을 떠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았다.


얼굴을 붉힌 채로 입술을 틀어막은 딸의 모습이 흐릿하게 일렁거렸다. 


입술? 왜 입술에 손을 올리고 있지? 정말로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멍하니 고민하다가, 그제서야 벌레라고 생각했던 무언가가 사실 딸의 살결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나는 고개를 살짝 내렸다. 딸은 내 허리 위에 올라탄 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불을 걷어낸 모양인지 나는 배꼽을 드러내고 있었다. 잠시 생각이 멈췄다. 그럼에도 딸이 나에게 어떤 행위를 하였는지 바로 이해하였다. 모든 정황이 명백히 한 가지 의혹을 가리켰다.


- 딸이 잠자는 나를 덮치려고 했다. 어느 쪽인지 모를 딸이.


"자고 있지?"


딸이 반신반의하는 말투로 말했다. 나는 답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눈을 떠서 훈계를 해야 한다는 의무심이 머리를 흔들었지만, 그와 동시에 지금 입을 열었다가는 아이가 부끄러워 울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딸아이에게 입술을 빼앗긴 상황에서 이런 고민을 하다니, 다른 사람이 본다면 나를 참 태평한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상황 자체가 현실성이 없기 때문에 도무지 현실적인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애시당초 딸을 그다지 책망하고 싶지 않았다. 세상 자식을 아끼는 어머니들은 다 딸이나 아들이 저지른 잘못을 눈 감고 싶어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런 관계없는 누군가에게 이유 없이 폐를 끼치지 않는 이상은 눈을 감아주고 싶다. 사실 생각해보면 딸이 부모 곁에서 잠을 자거나 가벼운 스킨쉽을 하는 행위가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 싶기도 하다. 특히 아버지가 없이 자랐으니 더 가족에게 온기를 요구하더라도 이상하지는 않다.


그래, 밤에 어머니를 덮치려고 했겠어. 분명 내가 이상한 억측을 했을 뿐이리라. 그냥 잠을 자다가 외로워져서 같이 자려고 했을 뿐이겠지.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둔한 머리로 답을 내기 전에 딸이 먼저 몸을 움직였다. 가슴팍에 무언가 닿는 감촉이 들더니, 이윽고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공기를 들이마시는 소리가 날 때마다, 복부에 가슴이 부풀어오르는 감각이 느껴졌다.


“샴푸 냄새, 씻었구나."


딸은 이어 말했다.


"씻지 않았으면 했는데. 냄새가 옅어졌어.”


그리고 다시 입을 닫았다. 엄마. 엄마 냄새 좋아. 날숨과 석인 목소리가 옷깃을 스쳤다. 축축한 숨결은 가슴을 훑더니 겨드랑이로 이동했다.



...꽤나 예상을 벗어난 상황이다. 딸이 어머니의 품에 안겨 체취를 음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은 굳이 유망한 철학자나 심리학자가 아니더라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래서야 딸에게 이상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도저히 부정할 수 없다. 결코 그러한 의도는 없으리라고 자기 최면을 건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진다. 

어쩌지. 이제는 


- 또 한 번,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몸을 눌렀던 무게감이 사라졌다. 가늘게 실눈을 떠 무슨 상황인지 몰래 보았다. 누구인지 모를 또 다른 딸이 문에 몸을 기댄채로, 내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내 위에서 체취를 탐하던 딸은, 천천히 문을 향해 상반신을 다음 다리를 살짝 벌렸다. 그 다음 입을 열었다.


"언니는 어제 했잖아. 가."


뭐?


"...너도 내가 하는 중간에 몰래 들어오잖아."


"그건 언니가 봐줘야지. 엄마도 말하잖아? 언니가 양보하라고. 연상이면서 연하도 못 챙겨?"


"시끄러워."


이럴 수가. 아무래도 범인은 한 사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러기야? 나도 참고 있다고. 양보하기 싫은데, 정말 싫은데...... 언니니까 그나마 엄마랑 같이 있는 걸 참아주는 거야, 알잖아?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알겠어? 빨리 가."


"알겠어. 그렇게 안달내지마. 깨니..."



미츠키는 돌연 말을 끊었다.


"아니, 잠시만."


"뭐?"


"확인할 게 있어."


두 사람이 다 범인이었다는 충격을 지워낼 틈도 없이, 미츠키가 나에게로 다가온다. 들킨건가?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조마조마한 심정이다. 어렸을 적 첫 맛선을 했을 때나 느껴본 긴장감이 몸을 찍어눌렀다. 나는 냉큼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자고 있는 척 일부러 입을 슬쩍 벌려 숨을 내쉬기도 했다. 어린 아이처럼 유치한 행동이었지만, 이 방법 외에는 상황을 무마할 수 있는 방법이 제대로 떠오르지 않았다.


미츠키도, 미나미도 조용하다.


소리가 들릴 전조는 없다.

커다란 숨소리가 긴장을 깨부셨다.

큰 소리. 숨을 참는 소리와 함께 입술에 축축한 감촉이 닿았다. 이빨 사이로 침투한 혀가 국수 면발을 강하게 빨아들인 듯 입 안에서 날뛰었다. 방금 전 미나미처럼 은밀히 몸을 움직이려는 노력은 전혀 없다. 30년을 넘게 살아온 나조차도 해본 적 없는 격정적인 키스. 이 아이는 어디서 이런 행위를 배웠을까? 위험하다. 코로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다. 두 아이의 어머니인데도 숫처녀처럼 몸을 움직이고 만다.


“잠, 언니, 무슨-”


“-깨있어.”


기나긴 키스를 끝내며, 미츠키가 중얼거렸다.


“뭐?"


“깨있지, 엄마? 키스 때문이 아니야. 처음부터 깨어있었지...?”



숨을 내뱉는다. 시야가 환하다. 지금까지 흐릿한 상으로 보였던 두 사람이 명백한 형체를 띄었다. 똑같은 두 얼굴이 서로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 미츠키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그윽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어딘가 요염한 인상이다. 입에서 불규칙하게 내뿜는 가는 한숨이 내 얼굴을 간지럽혔다. 반면 미나미는 경악한 듯한 모습이다.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입술 위에 벌벌 떨리는 손가락을 올린 채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나는 뒤로 몸을 내빼려고 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딱딱한 옷장이 갈 곳을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어쩌지. 어쩌지. 변명거리를 떠올리기 위하여 머리를 굴리던 찰나 학창시절 때부터 만화를 그리는 친구가 알려줬던 말이 떠올랐다.


'나는 로맨스 만화에서 이런 전개가 되는 걸 좋아해. 아, 미치요는 일반인이니까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왜 그런 거 있잖아. 히로인을 좋아하는 두 사람이 마주쳐서, 히로인이-'


"나 때문에 싸우지 말아...줘?"



그 말을 내뱉은 순간, 두 딸의 눈빛은 살벌하게 변했다.





옛날부터 딸들을 잘 구분하지 못했다. 미츠키에게 무언가 시키려고 할 때에는 무심코 미나미를 불렀고, 미나미가 나를 부르면 '미츠키' 라고 대답하고는 했다. 두 아이는 날이 갈 수록 성숙해지고 아름다워졌다. 나는 두 딸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도, 항상 마음 한 켠으로는 '이런 부족한 내가 어머니여도 괜찮을까' 하는 불안을 느껴왔다.


오늘도 두 딸을 헷갈렸다. 미츠키를 부르려는 셈이었는데 미나미를, 미나미의 품에 안긴 채로 미츠키를 불렀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연신 틀린 이름을 불렀다. 내가 이름을 틀릴 때마다 두 사람은 경쟁하듯 격하게 몸을 움직였다.



아아, 역시 나는 형편없는 엄마다.


























웹소설식 가벼운 문체를 연구할 때 적었던 습작...중 하나


나는 글을 못 적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접었던 기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