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단단히 잠긴 입구를 제외하면 빛이 들어올 구멍이 하나도 없어 어두컴컴하기 그지없는 천막 안.


“그렇게 답하는 게 최선이었을까요?”


케스티가 이올레의 옆에서 담요가 깔리지 않아 한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침대에 앉아 한숨을 쉬었다. 조금 전 이올레가 역시 크시아의 목숨을 거두는 건 잠깐이나마 한 지붕 아래 살았던 사람으로서 못 봐주겠다고 선언한 바람에, 언제라도 쫓겨날 수 있는 변두리 천막으로 보내진 것이었다.

그나마 이 작은 천막에서 하룻밤을 지낼 수 있게 해준 것도 자신들이 부탁한 대로 ‘물건’을 여기까지 무사히 가져와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왜 라네비아는 굳이 둘과 따로 떼어 놓았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괜찮아. 우리도 여기서 뭘 할지 듣고 계약한 건 아니니까. 게다가 라네비아도 붙게 해줬으니, 정말로 해치겠어?”

“그건 저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긴 한데요…”


케스티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 누웠다. 이런 상황에서 억지로 머리를 굴려 봤자, 당장 밖의 용병들에게 조용히 연락을 보낼 수도 없는 상황에서는 괜히 힘만 빼는 꼴인 까닭이었다. 그러고는 이올레도 같은 생각인가 싶어 천천히 고개를 드니, 아직 그 정도 힘은 있는 듯 어둠 속에서도 빙긋 웃고 있었다.


“그래도 성주는 기운이 꽤 남은 모양이네요?”

“그러게. 왠지 대판 싸울 것 같았는데, 오늘은 아니어서 그런가?”

“에?”


기대감이 다소 섞인 이올레의 목소리가 케스티의 등에 땀방울을 맺었다. 사지에 제 발로 걸어들어온 상황에서도 호승심을 드러내는 것은 평소의 이올레라면 하지 않을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물론 용병들까지 제대로 준비시킨 만전의 상태를 생각하고 말한 것이라면 그럴 법하긴 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올레가 다음에 꺼낸 말까지 들어보니, 정말로 한 판 붙고 싶었다는 의도로 한 말은 아니어서 안심할 수 있었다.


“뭐, 덕분에 내일은 무슨 일이 생겨도 별로 힘들진 않을 것 같네.”

“저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이올레는 케스티의 말끝이 조금 올라간 것에 담긴 속뜻을 놓치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 분명히 잘 되게 할 거니까.”


두 사람은 밤이 깊어감에 따라 눈꺼풀도 천천히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나란히 침대에 누웠다.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어서 조금만 몸을 움찔거려도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단둘이서 나란히 한 침대에 누워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케스티가 잠에 빠지려 할 때마다 이올레의 손길이 그런 케스티를 깨웠다. 이올레도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고민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해서 몸을 뒤척이느라 그런 것 같았다.


“좀 어때요?”


케스티는 그런 이올레가 약간은 걱정이 되어서, 몸을 이올레 쪽으로 돌리며 가볍게 한 마디 던졌다. 그러면서 눈을 천천히 떠 이올레의 얼굴을 바라보니, 조금만 주의를 덜 기울였다면 바로 입술이 맞닿았을 정도로 가까이서 케스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는 이올레의 눈빛이 반짝거리는 것을 보니, 정말로 그럴 기색을 보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왜, 케스티가 보기에도 그렇게 많이 걱정스러워 보여?”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그걸 대뜸 표출하기는 부담스러운지, 이올레는 가볍게 말을 돌렸다.


“성주 자신이 걱정된다기보다는 라네비아 씨 쪽을 걱정하는 것 같아서요.”

“라네비아네? 라네비아만이라면 걱정할 게 없긴 한데…”


이올레는 라네비아는 어디까지나 이쪽의 손님일 뿐이니 큰 해를 입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며, 그 라네비아가 옆에 붙어 있을 크시아 쪽으로 생각을 돌렸다. 하지만 그쪽은 정말로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없어서, 당장 눈앞에 있는 케스티에게 마음이 쏠렸다.


“뭐, 그런 건 내일 생각하자고.”
“그래야겠죠?”
“응.”


이올레는 말대답은 짧게 하고, 나머지 대답은 고개를 앞으로 기울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케스티의 푹신한 살결과 부드러운 옷을 베개 삼아 푹 잠들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