足縣[]

저족현(猪足縣)[오사회()라고도 한다.]

闌峴縣[ ]

저란현현(猪闌峴縣)[오생파의() 또는 저수()라고도 한다.]

猪䢘穴縣[]

저수혈현(穴縣)[오사압()이라고도 한다.]

- 삼국사기 지리지 4권


위 기록에서는 猪가 烏生, 烏斯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을 고대 한국어로 읽는다면 *osɛ일 테지만, 이는 '돝'과 음운상 괴리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烏를 鳥의 오자로 보고 *tosɛ로 재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tosɛ의 *s와 '돝'의 ㅌ은 여전히 관련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임시방편으로 烏生, 烏斯를 "돼지"가 아니라 "오소리"를 뜻하는 *osɛr의 표기로 보고자 합니다.(참고: 중세 한국어 '오ᅀᆞ리' > 현대 한국어 '오소리')



본론은 지금부터입니다. 사실 요즘 "돼지"를 뜻하는 '돝'을 고대 한국어 *tɔtɛkɛ로 재구할 수 있지 않나 생각 중입니다. 아래 삼국사기 기록도 *tɔtɛkɛ를 의도한 듯합니다.


狶嶺縣 本高句麗猪守峴縣 景德王改名 今未詳

희령현(狶嶺縣)은 원래 고구려의 저수현현(猪守峴縣)이었던 것을 경덕왕이 개칭한 것이다. 지금은 위치가 분명치 않다.

豢猳縣 本高句麗猪䢘穴縣 景德王改名 今因之

환가현(豢猳縣)은 원래 고구려의 저수혈현(猪䢘穴縣)이었던 것을 경덕왕이 개칭한 것이다. 지금도 그대로 부른다.

- 삼국사기 지리지 2권


개칭 전후 지명이 모두 가축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서로 비슷합니다. 그래서 개칭 이전 지명인 저수현현(猪守峴縣)와 저수혈현(猪䢘穴縣)의 猪守와 猪䢘 모두 "돼지"를 뜻하는 *tɔtɛkɛ를 나타낸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부분 猪는 "돼지"를 뜻합니다. 그리고 守와 䢘는 "지키다"를 의미하며 고대 한국어로는 *sɔ로 발음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요리조리 생각해도 *sɔ가 '돝'과 연관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여기서 䢘가 평범한 글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䢘는 한국 고유 한자로, 신라의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목간에서도 발견됩니다. 해당 목간에서는 門과 䢘가 위아래로 배치되어 마치 합자를 이룬 듯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현대 한국어 '문지기'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한편 '문지기'는 *문디기로 올라갈 것으로 강하게 의심되는데, 이는 중세 한국어 '딕희다( > 지키다)'의 존재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근 *딕을 생각할 수 있고, 이는 고대 한국어 *tik( ?< *tɛkɛ)로 올라갈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한국 고유 한자 䢘로 나타냈을 것입니다. 결국 猪䢘는 "돼지"를 뜻하는 *tɔtɛkɛ를 표기한 것으로, 䢘의 훈인 *tik( ?< *tɛkɛ)("지키다")으로 음을 받쳐 적은 것입니다. 한편 아래의 사례를 통해 재미있는 대응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守城郡 本高句麗䢘城郡 景德王改名 今杆城縣

수성군(守城郡)은 원래 고구려의 수성군(䢘城郡)이었던 것을 경덕왕이 개칭한 것이다. 지금의 간성현(杆城縣)이다.

- 삼국사기 지리지 2권

闌峴縣[ ]

저란현현(猪闌峴縣)[오생파의() 또는 저수()라고도 한다.]

- 삼국사기 지리지 4권


위의 내용만으로도 守 = 䢘 = 杆 = 闌의 대응이 관찰됩니다. 여기서 杆과 闌의 쓰임이 주목할 만한데, 그것은 이들이 '난간(欄杆)'을 구성하는 한자이기 때문입니다. '난간(欄杆)'에 대응하는 고유어로 중세 한국어 '딕누리(https://opendict.korean.go.kr/dictionary/view?sense_no=135123&viewType=confirm)'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울타리'의 비규범 어휘 '누리(https://opendict.korean.go.kr/dictionary/view?sense_no=117660&viewType=confirm)'가 존재하므로 '딕누리'에서 *딕을 추출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 보입니다. 따라서 '딕누리'의 *딕 역시 어근이라고 보면, 守 = 䢘 = 杆 = 闌 = *tik( ?< *tɛkɛ)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䢘가 한국 고유 한자라면, 이것이 守와는 무슨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이건식(2013)에서 한국 고유 한자에서 보이는 辶은 邊이 생획된 것으로, 邊의 의미를 지님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를 따른다면 䢘는 경계를 지키는 것을 의미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중세 한국어 '딕누리'가 '난간(欄杆)'을 의미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럴듯합니다. '난간(欄杆)'은 가장자리에 세우는 구조물을 뜻해서 邊과 의미적으로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종합적으로 고려할 대, 䢘는 가장자리를 지키는 것을 의미하는 고대 한국어 *tik( ?< *tɛkɛ)를 나타냈을 것입니다.



오늘은 '돝'의 ㅌ을 힌트로 삼아 䢘의 훈을 *tik( ?< *tɛkɛ)으로 재구해 봤습니다. 그리고 사실 "돼지"를 의미하는 *tɔtɛkɛ의 비어두 음절의 모음에 대해서는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돝'에 대한 추가적인 얘기는 다음 기회로 넘기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