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treason "배신" (현대 영어에서는 주로 국가에 대한 배신, 즉 반란죄나 여적죄 등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함)과 tradition "전통"은 모두 라틴어 trāditiō에서 유래하는 단어이다. 라틴어의 후예 언어들 가운데 하나인 프랑스어가 라틴어로부터 구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계승한 단어에서는 접미사 -(ā)tiō가 -(ai)son이 되고, 라틴어 문어로부터 인위적으로 받아들인 단어에서는 -(ā)tiō가 -(a)tion이 되는데, treason (현대 프랑스어 trahison)과 tradition 역시 그러한 경우에 속한다 (영어는 프랑스어로부터의 차용). 또다른 예를 들면 영어 reason (현대 프랑스어 raison)과 rational의 앞부분 ration은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라틴어 ratiō가 각각 다르게 프랑스어에 반영된 것을 영어가 차용한 것이다. 심지어 영어는 라틴어 형태를 직접 차용하여 ratio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라틴어 구어 → (음운 변화) 프랑스어 → (차용) 영어', '라틴어 문어 → (차용) 프랑스어 → (차용) 영어', '라틴어 문어 → (차용) 영어'라는 세 가지 경로로 같은 단어가 서로 다른 세 가지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아무튼 다시 treason (현대 프랑스어 trahison)과 tradition 얘기로 돌아가자. 이들의 공통 어원인 라틴어 trāditiō는 "넘겨주다"를 뜻하는 동사 trādō의 명사화된 형태인데, 이쯤에서 눈치채셨을지 모르지만 trādō는 영어 trade "거래하다"의 어원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 "넘겨주다"의 명사형은 "조상이 후손들에게 넘겨준 것 (전통)"이라는 의미가 되기도 하고 "같은 편을 적에게 넘겨주는 것 (배신)"이라는 의미가 되기도 한 것이다. 이와 같이 다양한 문맥에서 쓰이는 동사의 명사형은 굉장히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데, 이런 것은 어원을 공부하는 것을 매우 즐겁게 해주는 요소이다.


영어의 treason이나 프랑스어 trahison을 보면 trāditiō가 원래 가졌던 자음 d가 사라져 있는데, 라틴어의 모음 사이 유성 자음은 프랑스어에서 탈락하는 강력한 경향이 있다. 이런 사실을 안다면 영어의 ray "광선"과 radius "반지름"이 같은 어원 (라틴어 radius "바퀴살")을 가지는 것을 이해하기 쉽다. 잠깐, ad가 ay가 되기도 한다고? 이쯤에서 treason과 어원을 공유하는 또다른 영어 단어의 존재에 눈치를 채신 분도 있을 것이다. 바로 betray "배신하다" (뒷부분 tray가 trādō에서 유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