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호주의 울룰루 산을 연상시키는 이 풍경은


사실 "테리콘" 이라고 하는 인공산임


프랑스와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 이 '테리콘'들은 다양한 크기와 높이를 가짐




(높이 200m의 테리콘)

이 인공산의 정체는 다름아닌 폐 석탄 더미임



약 70년간 우크라이나를 지배한 소련은 

마르크스-레닌주의, 통칭 스탈린주의 국가였음


갑자기 왠 정치얘기냐 할수 있는데

중요한건 이 사상이 "중공업 발전"을 신봉했다는거임


중공업은 철을 다루는 산업이고




철을 만들고 다루기 위해서는 석탄이 필요함


마침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는 대량의 석탄이 묻혀있었고


돈바스 지역은 소련 공산당에 의해 '위대한 광부도시'로 개발됐음





돈바스 지역에는 거대한 규모의 철도망, 탄광, 제철소, 중공업 공장이 건설됐고


지역 산업에는 막대한 보조금과 혜택을 지급했음




광부들은 공산주의 연방으로부터 모범적인 인민으로 제시됐고

많은 혜택과 좋은 대우를 받았음




다시 테리콘으로 돌아와서

석탄을 캐고, 석탄을 가공해 다양한 용도로 쓰는건 좋단 말야?


문제는 석탄을 캐든, 가공하든, 태우든

뭐가 계속 나온다는거임




마인크래프트랑 다르게, 석탄을 태운다고 싸그리 수증기로 증발하지는 않음


철광석을 화로에 넣으면

철만 나오는게 아니라 "슬래그"라는게 같이 튀어나오고

석탄을 가공할때도 부산물이 튀어나옴



그리고 '공산당'(+신자유주의)과 '뒷일 생각하기'는 거리가 아주아주 먼 단어임


느그나라는 대부분의 슬래그를 도로 포장에 재활용하는식으로 짬처리 했지만


소련은 대충 돈바스 공터 아무곳에다가 슬래그들을 버리는걸로 해결함





그리고 소련은 20세기의 절반을 중공업 테크 찍는데 써버렸음


당연히 어마어마한 슬래그가 나왔고


전부 모아서 '암석 처리장'(더 정확한 용어는 '근처 어딘가')에 쌓아놓고보니...





이런 기괴한 결과물이 나왔음





놀라운 사실은 이 인공산들이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다는거임


이들은 자본주의 사치품도, 소비재도 없었고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없던 시기임


즐길거리라고는 열심히 노동해서 화려한 칭호를 수여받거나

라디오와 TV에서 공산당의 진부한 선전을 듣는게 전부였음



그런 사내들에게 집 근처 거대한 인공산을 등반하거나, 그위에서 풍경을 감상하는건 아주 매력적인 제안이였음


당연히 남자애들이 테리콘을 오르다가 다치거나 실종되는 일이 많았고


돈바스 지역의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혼내며 "테리콘에서 나타나는 귀신" 이라든지, "테리콘에서 빠져 죽은 아이"의 이야기를 했음


실제로 아이들이 "실종"되는 일은 물론


소련 조종사 견습생이 테리콘에 비행기를 박았는데, 그후 영영 비행기의 흔적이나 시체를 찾지 못했다는 무시무시한 실화도 있음



하지만 소련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는 테리콘을 향한 일종의 경외감과 도전욕을 부르기도 한 모양임




하지만 테리콘을 등반하는건 물론

그 근처에 사는것조차 꽤 위험했음





앞서 말했듯 테리콘을 구성하는건 일종의 석탄

연비가 나쁠 뿐 불을 붙이면 활활 타오름


하지만 굳이 불을 피울 필요조차 없는데



테리콘은 웬만한 산보다 훨씬 큼

우크라이나에서 이것보다 큰 "진짜 산"을 찾으려면 국토 반대쪽 카르파티아로 가야함


뒤집어말하면, 테리콘 밑바닥은 엄청난 압력이 가해진다는거고

고압은 고열을 의미하고, 고열은 연소로 이어짐


그래서 테리콘 내부 온도는 아무일 없어도 100~200도고

테리콘 내부의 상시 발화상태와 자연발화는 막을 방법이 없음. 물리적으로 불가능함



그래서 이 "활화산"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색이 변함


검은색은 비교적 젋은 테리콘이고, 다 타서 휴화산?이 된 늙은 테리콘은 붉게 변색됨



당연히 이렇게 불타서 나온 연기를 들이마시면 몸에 좋을리 없음


100미터 높이로 석탄 쌓고 태워서 나온 연기를 마시면 당연히 죽지


2016년 우크라이나에서 테리콘 화재로 인근 주민 몇명이 질식사 했지만


소방관조차 "두달쯤 지나면 꺼질꺼에요" 라는 말밖에 못했음. 높이가 100미터 라니까?



우크라이나가 마침내 독립하고, EU 국가로 개조되는 과정에서


이 테리콘중 몇개도 녹화사업을 했음. 의외로 저 유독물질 위에서도 생태계가 생기긴 함


소련 붕괴후 새로 쌓은 테리콘들은 토양등을 섞어서 층층히 쌓는식이라

꽤 자연산 같고? 대기오염이랑 환경문제도 덜하다고 함




그리고 슬래그 자체도 나름 광물이고 석탄이라


건축 자제, 비료, 도로 포장등으로 재활용 할수 있고


종종 인근 주민들이 테리콘에서 슬래그를 가져와 땔깜으로 쓰기도 함





* 이 밑부터 좀 벗어나는 후일담임. 관심 없으면 넘겨줘



돈바스 주민들이 열심히 캔 석탄은 근처 제철소에서 강철을 만드는데 쓰였지만


소련은 이 강철로 무기를 만드는데 심취했고

그렇게 소련 인민은 평생을 낭비해버렸음




나날히 늘어나는 군비지출에 경제는 망가지기 시작했고

1991년, 내전 직전 상태의 소련이 공중분해됨


연방 구성국들이 신생 독립국으로 독립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군대를 가진 이 나라들은 도저히 그 부담을 떠앉을수 없었음


세상은 탈냉전 군축 시대였고, 아무도 무기를 원하지 않았으니


결국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만대의 탱크를 빈 공터에 슬래그처럼 버린다음 잊어버리기로 했음


두 나라에게는 그걸 폐기할 돈조차 없었으니까



 소련 인민의 평생 위업이 헛된 노력이라는게 드러난 시간이였음





참으로 잔인한 역설은, 이 허무감을 극복하지 못한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켰을때


우크라이나를 지킨게 바로 그 버려진 소련 무기들이였음

탱크만 4천대 있었다고 함




돈바스 지역 곳곳에 있는 거대한 테리콘은


평야뿐인 이곳의 유일한 고지대로써, 처절한 고지전이 벌여졌고


테리콘 근처의 제철소와 야금공장, 석탄 가공 공장은 우크라이나군의 요새로 쓰였음



괴상하면서도 아름다운 테리콘들의 사진들로 끝내겠음


더 많은 사진을 보고싶으면 Терикон 라고 검색해도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