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 및 1.5까지의 모든 스토리 스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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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에 관심 있는 이들은 다들 잘 알겠지만 

리버스1999 스토리의 저변에는

인간과 마도학자들 사이의 

종족적 차별과 갈등이 기저에 깔려 있다.



프롤로그 이후 나오는 최초의 전투부터가 

멋모르는 악동들의 마도학자 차별에서 시작하며



주인공이 속해 있는 성 파블로프 재단은 

마도학자와 인간, 두 종족의 공존을 위해 설립된 반면



이에 대립하는 조직인 재건의 손은 

마도학자의 부흥과 복수를 추구한다.





애초에 제목에서부터 스토리 내내 꾸준히 강조하는 

타임슬립과 이를 일으키는 '폭풍우'부터가 

마도학자와 인간을 차별/선별하고 있다.



'폭풍우 증후군'은 인간에게만 발생하고,



버틴의 여행가방은 마도학자만 살릴 수 있다.



4장으로 끝난 1.0버전 이후에 나오는 모든 스토리에서도 

마도학자와 인간 사이의 차별/갈등은

꾸준히 큰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1.1버전의 쥘 리메 컵 도난 사건의 배경은


상상력과 즉흥성에 지나치게 치중한 마도학자와 그의 경비회사가

과학력과 규범화에 지나치게 몰두한 한 사람과

그에게 동조한 인간들의 계략에 당해버린 이후의 이야기였다.



1.2버전 이벤트 스토리에서도

인간과 어울리려는 마도학자를 향한 

인간 사회 속 마도학자 차별이 보인다


"난리 치는 꼴이 딱 마도학자 같거든"


인간과 어울리는 '남다른 마도학자'도

위급할 때는 '괴물' 취급

(물론 급할 때 마도학자의 도움은 받음)


함께 어우러지기는 하지만

마도학자를 향한 차별은 만연한 사회



다만 이러한 배경은 이벤트 스토리에선 곁가지 수준으로만 나온다.

블로니가 자신을 부정하고 다른 사람 눈치에 맞춰 살게 된 이유 정도?


인간이 주류인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마도학자의 시선에 

맞춰서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니 

흔하디 흔한 인간 혐오 클리셰처럼 보이고,




'내가 차별주의자는 아닌데 마도학자들은 대부분 좀ㅋㅋ'

'아, 님 얘기는 아님ㅎㅎ'


'논리적인 척하려고는 하는데 결국엔 마도학자라 미친 짓은 못 참는구나?'


투스 페어리 개인 스토리에서도 얼핏 그렇게 보이긴 하지만...


마도학자 사이에서 인간과 어울리면 바보 취급


인간 사이에서 마도학자는 괴물 취급


투스 페어리: 인간이나 마도학자나 똑같이 좆 같고

나이 처먹으면 성격은 더 더러워지면서 배배 꼬이기만 함

(의역 포함)


그냥 종족이랑 무관하게 

쌍방으로 차별과 혐오가 일상인 세계관이다



이를 증명하듯 

마도학자 주류의 사회가 

바로 다음 버전에서 나오는데




운석 맞기 싫으면 피하라는 인간

(마도학자들 사이에서 배척 받는 인간, 마도학자 아이들을 자진해서 보호하며 

시간 날 때마다 글자도 가르치는 봉사자) 


'인간 새끼들 암튼 입만 벌리면 그짓말이 자동으로 나와'

안 꺼져? 

설득(물리) 시도


칸지라: 살려주려고 해도 인간이라면서 생까는데 걍 자연사하게 냅두죠?

(의역 포함)



마도학자의 능력 차별과 

인간의 마도학자 차별을 

둘 다 겪은 결과

결국 흑화한 한 마도학자는 말했다

쿠마르: 아오 '성간 먼지'시치 

뭣도 없는 새끼들끼리 꼴값떤다




인간을 배척하는 마도학자들만의 섬이 나오는 5장과 그 특별편에서도


'고결한 수학으로 탄도나 계산하는 인간 수듄ㅋㅋ'

(훗날 마도학자들 계산 실수로 사망)

두 종족의 차이와 갈등은 여전히 드러난다



그리고 나온 1.5버전

서론이 길었으니 바로 들어가자면,

부활! 울루루 대회에서도 

인간-마도학자 차별과 갈등은 여전하다...만,

조연/배경 캐릭터의 입을 빌리거나

낡은 율법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온다.



(스파 차별 1스택)


(에즈라 차?별 1스택)

'흑인이라서 운동을 잘한다, 동양인이라서 수학을 잘한다'처럼

개인의 장점을 천성으로 치부하는 것은 

그걸 들은 사람이 기분 좋은지 어떤지와는 별개로

차별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세계관 내에서 마도학자는 인간보다도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부분이 발달한 걸 

객관적인 사실처럼 여기는데  

편견에 따른 차?별, 생물학적인 구?분



(에즈라 차?별 2스택)

마도학자가 감정적이라는 에즈라의 발언은 차별이라기엔 

세계관 내에서 거듭 사실로 언급한 

인간과 마도학자 사이의 생물학적인 차이이기도 하고

실제로 데저트 플란넬은 (인간 기준으론) 히스테리 상태였음


(스파 차별 2스택)

근데 인간이면 마도학자에 대해 모른다는 건 그냥 편견 맞는 듯


이어지는 대사를 보면

주변 사람, 혹은 스파토데아 본인이 

인간의 마도학자 차별에 당한 경험이 있기에

색안경을 쓰고 인간을 보게 되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 차별 발언이 아니라 생물학적인 차이를 설명한 것뿐이다.

나도 마도학자 좋아한다. 연구 대상으로는.


스파토데아에게 호감 쌓는 발언을 하는 에즈라


한편 마도학자답게 병원을 불태우는 불을 진압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하는 스파토데아

???



그래도 이후 사태가 진정되고,

윤회자가 된 스파토데아가 

울루루 대회를 부활시키겠다고 말하자


자진해서 도우려는 에즈라


그리고 이에 감사를 표현하는 스파토데아.



인간과 마도학자 사이의 차별과 편견을 넘어서 

친절에는 호의로 답하는 훈훈한 모습



즉시파탄


'이건 마도학자의 축제라구!'

'너희 인간들은 (도움을 준다면 받겠지만 그 후엔) 구석으로 꺼지라구!'


여기가 에즈라와 스파토데아 갈등의 핵심이다.


'역사적으로 마도학자만의 스포츠 대회는 이것 하나 뿐이었는데

그마저도 인류와의 공존을 주장하는 조직이 이어받은 후로 역사가 끊겼다.

인간을 위한 스포츠 대회는 많은데 왜 여기까지 숟가락 얹으려고 하냐?'



아니, 스포츠는 관심 없고 나 없으면 너 뒤질 수도 있다고

그동안 나는 겸사겸사 너 연구하면서 실적 좀 쌓고,

니 일은 방해 안 하니까 윈윈이지?

(스파토데아 귀에 들리는 음해 버전)


인간 새끼가 또 마도학자를 물건 취급하려고 드네?

날 써서 본인 명성 올리려는 수작 아님?


걱정 마, 아무것도 안 할게. 

그냥 보기만 할게,

아 보기만 한다고ㅋㅋ

(음?해)


이게 아직도 날 연구 대상으로만 보네.

마도학자도 사람 취급 좀 해주면 안 되냐?


너만 오케이 하면 수많은 사람들을 도울 기회를 인데

이걸 기분 나쁘다고 발로 차?

(의역 포함)


개같은데 

전부 맞말이라 반박할 수가 없어서

더 개같은 상황



그럼에도 결국 거절하긴 하지만



정작 사막까지 가면서도 후회하던 스파토데아는

에즈라가 단어 선택은 좀 그래도 내용물은 참한 암컷이라는 말에 혹해서


스토킹하다가 들킨 에즈라에게 4과를 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인류 역사상 최초로 울루루 스타디움에 들어가는 인간이라는 명예까지 준다



그 후로는 울루루 대회 부활을 위해

마도학자(만) 모으고,


서류 신청에 에즈라의 도움도 받으며 호의를 쌓는다



심지어 스파토데아가 원하는 스케쥴에도 맞춰 일정을 조정해주는 등

에즈라는 여러모로 슈퍼맨 역할을 하며


실제로 스파토데아는 이를 인정한다



다만, 

둘 사이에서 다시 골이 생기는데 


이건 에즈라의 (악의 없는) 선빵으로 시작한다.


참고로 스타디움 내부를 건드린다는 생각에 대해

스파토데아는

자연유산인 스타디움의 내부는 그대로 유지하면 된다는 측이다.


안전상의 문제는 없으며, 


설령 생기더라도 마도학자라면 

즉석에서 자력으로 해결 가능한 수준이기에


인간이 들어올 일 없을 울루루 스타디움에

굳이 사람을 들여보내고, 자연유산을 망칠 이유가 있는가? 


심지어 안전성을 이유로 토를 다는 건

울루루 대회가 

인간과 마도학자의 공존을 추구하는 

성 파블로프 재단에게 넘어간 후

폐지하기 전에 걷던 길이며

당연히 스파토데아는 이를 좋게 보지 않았고


이번 대회는 마도학자만을 위했던 과거 방식을 

되살리겠다고 대놓고 말했다.



따라서

1. 자연유산 유지

2. 마도학자의 안전에는 문제 없음

3. 인간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던 전통 유지

4. 과거 울루루 대회 폐지 수순을 밟기 싫은 마음

5. 애초에 인간을 포함하지 않는 대회인 걸로 다들 이해한 것 아니었나? 왜 갑자기 급발진??


같은 복잡한 생각과 마음을




대충 '좆같은 인간놈아'에 해당하는 말로 축약한다



당연히 인간인 자신을 초대했다는 점에서

인간에 대한 편견이 바뀌었을 거라고 지레짐작하던 에즈라는 당황하고


에즈라는 예외 취급을 해줬을 뿐

인간 전체에 대한 편견이 바뀌거나 없어진 게 아니라는 스파토데아의 말.



("넌 예외야...")



본인은 평?범한 인간이니까 예외 취급 받아선 안된다,

일반인을 들여보냈으면 다른 인간들도 괜찮은 거 아니냐고 반론.



여기서 스파토데아가 

인간을 향해 쌓아왔던 불만이 폭발하는데,


이미 인간의 방식에 맞춰서 진행하는 대회는 많은데

유일한 울루루 대회와 그 전통까지 무시하면서 

마도학자가 아닌 인간에게 맞춰야 하는가? 



대놓고 마도학자는 '이끌어져야'하고

인간이 마도학자를 제어해야다는 문구를

공표하는 조직을 따라서?


'우리 도움 안 받으면 못 하잖음

내내 인간한테 도움 받던 건 잊어먹고 

이제와서 뭐라는 거임?'


(선의로 주는 도움인 줄로만 알고 감사하면서 받았는데)

'그걸 빌미로 대회 방식에 참견하려는 악질인 줄은 몰랐다.

꺼져 병신아'



'좆됐다'



이후 

에즈라에게 스포츠계에서 프로로 활약하는 마도학자를 보여주는 데저트 플란넬  


인간의 방식대로 짜여진 

스포츠계에서 활약하기 위해


마도학자들은 목숨을 갉아가며 도핑하는 것으로

인간 방식의 스포츠에 맞출 수 밖에 없지만



'선수님 개인의 선택이었고,

사회적 문제라고 보지는 않고 있습니다' 

라는 데저트 플란넬의 설명을 듣고


에즈라는 인간 방식에만 맞춰진 스포츠계가 

마도학자에게 어떻게 보일지 이해한다.



어린 나이에 인간 방식에 맞춰진 복싱 세계에서 활약하는 스파토데아가

어떤 경험을 하고 있을지도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고


그런 제약과 위험 없이

마음껏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마도학자만의 대회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지도.



반대로 스파토데아 입장에선

본인이 겪은 차별과 편견, 그리고 본인 성질을 못 이겨서

도움을 주던 사람을 쳐내는 게 틀렸다는 것도 깨닫고


그 결과 본인이 등신이라 다 망했다는 말에

친구도 딱히 부정하진 않는다.


대신 이제 등신인 거 알았으면 시간 있으니까 고치라는 말을 듣고

화해를 결심한 후,


대충 에즈라의 요구에 맞춰 

스타디움이 개조되고

편견이 깨진 듯한 모습을 보인다.



스토리의 클라이막스도 

이 갈등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데,


편협했던 과거의 발언이 되살아나


악의적 선동으로 인해

현재를 짓누르는 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스파토데아는 모두의 앞에서 

과거의 자신을 반성하고



잘 알지 못하는 남이기만 했기에, 

쌓이기만 하고 해소되지 않던 편견이


스스로 특별하지 않다고 말하는 한 명의 인간 친구 덕분에 

바뀌었음을 밝힌다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인간과 마도학자 모두가 

순수하게 스포츠를 즐기기를 바란다



다음 챕터에선

격한 감정을 참지 못해 꺼져가는 울루와

넘어지는 스파토데아,


이에 울루루 대회를 진심으로 원해야

타오르는 성화가 붙어 전달하는 에즈라와


이에 다시 불이 붙는 스파토데아의 성화 







그렇게 화합의 정신으로 이뤄진 스포츠 대회는



이에 감명 받은 인간과 마도학자의 손으로 함께 지켜지게 되었으며,


경기장에는 상징이 남겨지게 된다


영원토록 불변할 스포츠 정신의 상징이.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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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좋았다.


1.2버전까지 스토리에서 볼 수 있던 인간의 마도학자 차별과

1.3과 1.4버전에서 볼 수 있던 마도학자의 인간 차별을 더해

어린 나이에 인간 사회에서 줄곧 차별을 겪어 

인간 혐오가 생긴 마도학자라는 캐릭터를 짠 건 좋다.


게임 출시 이후로 줄곧 다뤄온 

차별과 갈등, 편견에 대한 해답으로

편견을 깨뜨리는 친구와

올림픽 정신을 동원한다는 것도 좋았다.

이게 열혈물이지ㅋㅋ 



'이론상으로는'.



그런데 실행 과정에서 묘하게 엉성한 구석이 많아서

아래 중 하나라도 크게 거슬리면

과몰입 방지턱이 된다.

(떠오르는 대로만 적은 거라 무작위로 몇 개만 적음.

곰곰히 생각할수록 더 이상해지는 것들은 제외)



1. 울루와 플래미 (현 스파토데아)의 관계는 

마치 에피소드 하나가 빠진 것처럼

언급만 나오고 깊게 다뤄지지 않아서

정확한 관계는 뇌피셜로 채워야한다.


울루 -> 플래미에 관한 감정은 그래도 

어린 나이에 섣부른 말싸움 후 

영영 절친를 잃은 후회로 대충 짐작이라도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스파토데아/플래미 -> 울루의 감정은

절친이라고 하기엔 따로 나온 에피소드가 없어서

공감할 건덕지가 없다.

그냥 '예전에 친했음, 지금도 친함' 이라는 설정 외에 

둘이 뭘 하면서 사이가 좋았고, 과거 어떻게 지냈는지 등

애정이 드러나는 장면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았을 듯



2. 스포츠계에서 인간에게 차별 당해 편견이 생긴 스파토데아.

그런데 정작 스토리 내에선 

인간에게 차별 당하는 모습이 한 번도 안 나오고 

하다못해 뜬소문 하나 언급조차 안 된.


이 점 때문에 꾸준히 인간혐오발언을 뱉는 스파토데아가 

그냥 막돼먹은 차별주의자처럼 보일 수 있다.

심지어 유일한 피해자가 진심으로 돕는 것만 원하는 에즈라라서 더.


굳이 에즈라의 잘못을 따지자면 

학자 캐릭터 특유의 배려 부족한 말투,

환자 겸 연구 대상의 거부를 무시한 스토킹, 

인간 선수/관중의 존재를 멋대로 고려하고 진행하려던

헛다리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


셋 다 오덕통념상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잘못인 데에 반해

스파토데아는 전부 명백한 편견과 혐오를 포함한 반응을 보인다.

(괜히 에즈라의 차?별 스택과 

스파토데아의 차별 스택으로 나눈 게 아니다.)

보는 입장에선 '그정둔가?' 하는 생각에 오히려 에즈라를 두둔하고

스파토데아를 안 좋은 눈으로 보게 된 듯.



3. 인간 스포츠계에서 활약하기 위해 고통 받는 마도학자.

여기서 자진해서 도핑 받는 마도학자 편에 공감 못하고 


'그 정도로 심하다면 굳이? 다른 직종 가도 되지 않나?

아니면 그냥 마도학자 본인이 결과 감수하고 가는 거 아님?'

'그냥 마도학자끼리 따로 단체 세워서 구분 지어도 되지 않나? 

남자/여자 나누듯이 체급 나눠서?'


같은 생각이 떠올라 거슬리기 시작하면

이야기 전체가 작위적으로 느껴지면서 몰입에 방해 됨



4. 열정적이고 어린 스파토데아 특성상

일단 감정적으로 내지른 후 나중에 후회하는 건 

캐릭터적으로는 적절하지만...


그래도 편견을 후회하고 참회하는 방식이 

너무 실용적이지 않나?


편견과 성질을 못 이겨서 친구에게 화를 낸 게 후회되는 게 아니라

도움을 주던 친구가 없어지니 

울루루 대회 진행이 막히게 되어 후회되는 것처럼 보이고


'자연유산을 건드리고 싶지 않다는 뉘앙스도 풍겼지만 이제 상관 없어,

라플라스는 도움줬으니까 착해! 나 이제 편견 없어!'

식의 소드마스터 야마토 진행이 보이는 이유는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지나치게 페이스가 빨라지고 

생략이 많아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비슷하게 '어린 나이에 제 성질을 못 이겨 내질렀다가 후회하는' 캐릭터면서도

이런 문제는 없던 캐릭터가 이미 기존에 있는데,

바로 1.3버전 때 샤르지아 선생과 싸웠던 칸지라다


자연사하고 싶은 틀딱들은 버리고 우리끼리 살러 도망치자는 칸지라,

이를 거절하는 샤르지아 선생의 말싸움인데,

 











침착하게 설명하던 샤르지아를 뿌리치고

홧김에 막말을 하며 떠나가는 칸지라의 장면이지만,


1. 칸지라의 감정적인 말 중간중간 여린 속내를 객관적으로 설명해 상황을 환기시켜주는 글,

2. 기존에 이미 쌓았던 칸지라와 샤르지아 사이의 서사,

3. 말은 험악하고 날카로워도 결국에는 애정을 기반으로 한 아이의 투정임을 밝힘


이라는 요소 등이 더해져 

'어린 나이에 불안하면 충분히 이럴 수 있지'하고

넘기기 수월해진다.



그런데 에즈라와 스파토데아의 말싸움에선 반대로


1. 서로 상처 받을 말만 나누고 속내는 나오지 않음

2. 에즈라의 도움을 받은 스파토데아가 고마웠던 것 외에 충분히 쌓이지 않은 서사

3. 종족 차별로 인한 불신과 개인적인 고집을 기반으로 싸움


이라는 측면 때문에

'어리면 그럴 수도 있긴 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진심인가? 인간 도움 받아서 고마워할 때는 언제고 염치가 없네? '

'또 혐오 발언하네, 그래서 대체 왜 그러는 건데?' 정도의 짜증도 들 수 있다.


심지어 스파토데아의 속내가 밝혀지는 장면은 

둘의 싸움 직후도 아니고


에즈라가 없어진 뒤 일을 망친 결과, 그 후회와 뒤섞여서 

에즈라의 소중함이 과연 인간 친구로서의 소중함인가,

아니면 유능한 도우미로써의 소중함인가 하고 희석되는 측면이 있다



5. 매코워


개인적으로 매코워라는 

악질 파파라치 캐릭터가

악역으로 나온 건 좋았다.


과거에 시시한 이유로 생긴 개인적 원한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삼류 악당이 됐다는 점이라거나,


사회적 편견과 악의를 조장하는 가짜 뉴스의 근원은

개인의 작은 편견이나 무신경한 발언 같은 것이라는 점,  



이를 극복하는 과정은 결국 솔직한 진심으로 마주하고,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나아가는 것이라는 점, 


스파토데아가 결국 편협했던 자신과 당시의 발언을 인정하고 나아가는 것과

데저트 플란넬이 멋모르고 퍼트린 흑역사 사진이 있는 잡지를 

기를 쓰고 모조리 회수하여 과거와 마주한 이후에야

마침내 매코워와의 관계가 청산된다는 점이 대비되는 등


좋은 점이 많았다.



'이론상으로' 



실제로는 흑역사 사진이 매코워가 시치미를 떼기만 하면

해결될 문제였다는 점에서 허술하다.

(딱히 거짓말도 못하는 성격도 아닌데?

사진에 매코워 음성이 들렸다는 식의 빼박 증거 한 줄만 추가하지)


이미 몇 번이고 데저트 플란넬을 엿먹이는 데에 성공했는데도

악연을 질질 이어가던 악플러 매코워가

데저트 플란넬이 비현실적이게 정말 모든 잡지를 전부 회수해 태웠더라도 

여전히 떡락한 평판과 멀쩡히 남아있는 사람들의 기억은 냅두고 

만족할 것 같지가 않다...


데저트 플란넬과 매코워 관계는 대놓고 개그니까 

허술함도 매력으로 치고 넘어가더라도,


마지막 클라이막스 부분은 

해피 엔딩을 위해서라면 허술할 수 밖에 없었음.


인터넷이 널리 퍼진 오늘날 모르는 사람이 적겠지만,

언론과 대중의 진정한 공포는 

정작 한 사람이 진심으로 과거와 마주하고 사과하더라도 

그것만으론 순순히 해결되진 않는다는 점이다 

설령 취지가 아무리 선하고 올곧다 하더라도

스파토데아가 본인이 혐오 발언을 뱉었다고 걸 인정한 순간부터 

분위기가 곱창났어야 정상이지.


그 자리에서 마도학자 멸시 발언이 튀어나오지 않으면 양반이고

'현재 상황을 모면하려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한다',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같은 말로 

본심이 담긴 말을 왜곡하고 폄하하는 건 일도 아니다.


이후로 평생 동안 뭘하든 줄곧 꼬리표와 안티가 따라붙어서

뭐만 하면 '그 때 혐오 발언했던 사람'으로 몰려

착한 짓 하면 가증스러운 위선자로 욕먹고

나쁜 짓 하면 본색이 드러난 더러운 거짓말쟁이로 몰리는 게 

인터넷 속 상식 아닌가?


물론 상큼한 열혈 스포츠 이벤트에서

감동적인 평화와 화합의 엔딩이

그렇게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음울할 필요는 없다고는 생각함.


근데 그랬으면 애초에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짜던가.


1.1버전 스토리에서 기존의 누명이 벗겨진 이유에는

과거 언론을 부려먹으며 공격했던 아이버슨이 

이번에는 언론에게 물린 새로운 특종이 되어 널리 퍼졌다는 측면도 있었는데,

이번 버전에선 그냥 스파토데아의 "사실을 이렇습니다" 한 마디에

모두가 납득한다는 게 작위적이게 느껴졌다.



차라리 거대 괴수를 두들겨 패서 죽인 

스파토데아의 파이어펀치가 무서워서 

다들 닥쳤다고 하면 인정.


나중 평판이야 뭐 어차피 폭풍우에 휩쓸려 사라질 평판인데

뭐 어떰? ㅋㅋㅋ



아무튼 요약하자면


반 년 넘게 꾸준히 다뤘던 인간-마도학자 갈등을

1.3에서 살짝만 나왔던 해결법(샤르지아 선생의 개인적 헌신)을 넘어선,

좀 더 큰 스케일의, 현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인 해결법을

내세우는 취지 자체는 좋게 보았다.


그러나 개쩌는 음악, 높은 퀄리티의 이미지/애니메이션과는 반대로

페이스 문제인지, 길이 문제인지 모를

스토리적, 캐릭터 설명적으로 엉성한 부분이 발목을 잡아서

결과적으로는 사람들의 혹평을 받는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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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아쉬움 담긴 이 긴 글이랑은 별개로

난 마지막 장면에 감동하면서 봤음.


인게임 내내 혐오와 편견으로 가득했던 

두 종족 사이에서 최초로 이뤄진 화합의 장을 보면서,

혐오의 시대라고 불리는 오늘날의 현실 속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올림픽 정신의 취지와 

그 숭고함을 되새길 수 있었음

(실제로 그 취지가 이뤄지고 있는지는 차치하고.)


그러니까 같은 맥락에서

마도학자와 인간, 음과 양, 

여자와 남자 사이의 숭고한 화합도

반드시 이뤄져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