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저녁 먹고 잠깐 얘기 좀 하자고 해서 앉음. 카발란 DS 한병 깠음. 이하 대화체로 표시함. (경어 생략)


본인 (이하 술붕): 왜 얘기하자고 했는지 짐작가시냐?

아버지 (이하 술붕부): 술때문에 그러나?

술붕: 맞다. 내가 사실 그동안 참았는데 더 참다가 속 터질거 같아서 얘기하자고 한 거다. 일단 이거부터 보시라. 

술붕부: (다 보고) 내가 이만큼 가져갔다고? 


술붕: 이만큼 가져간게 맞다. 왜 술은 내가 사고 생색은 아버지가 내는지 이해가 안 된다. 

술붕부: 가족끼리 니꺼 내꺼가 어디 있나? 생색이라니 그런 말 하지 마라. 다 생각이 있어서 갖다준거다. 마시지도 않고 자리만 차지하는거 필요한 사람 준 건데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가 안 된다. 

술붕: 가족끼리 니꺼내꺼 없으면 아버지 벤츠 내가 몰고 골프채도 내가 써도 되는 거 아닌가? 왜 내가 내돈주고 산게 아버지꺼랑 동급이 되는지? 좋은 소리 듣고 싶으시면 아버지 돈으로 하는 게 맞다. 

술붕부: 너랑 내가 같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여기는 내 집이다. 집주인인 내가 집에 있는 물건 내 맘대로 처분하는게 꼬우면 나가라. 


술붕: 이미 나가있지 않나? 올해 초에 아버지가 고모네 신당에 술 갖다준다고 할때도 나는 많아봐야 두세병 정도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 좀이 열 병이나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내가 같이 고르자고 하지 않았는지? 내가 없을 때 노려서 그렇게 뭉탱이로 갖다준거는 다분히 고의적으로밖에 안 보인다. 그리고 지난주 일요일에 멋대로 들고 간 술은 내가 토요일에 입고되는거 기다려서 산 건데 24시간도 안 돼서 남한테 갖다준거는 진짜 심했다고 생각한다. 그게 얼마짜린지 알기는 하는가? 31만 5천원이다. 

술붕부: 한병에 31만 5천원이라고? 마시지도 않고 또 모셔둘 술 그 돈 주고 사는게 맞나? 사람이 저축해서 집을 살 생각을 해야지 쓸데없는 술 같은거나 사고 말이야 어! 


술붕모: 왜 이렇게 시끄럽나? 

술붕: 아버지가 술 가져간거 얘기중이었다. 이게 아버지가 가져간거니까 한번 봐라. 

술붕모: 이게 전부 가져간거라고? 무슨 술을 이렇게 많이 가져갔나? 

술붕부: ......


술붕: 이게 부자지간이 아니라 남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으면 벌써 절도죄로 은팔찌 찼을 일이다. 갖다준 술들이 얼마치인지 알긴 하는가? 아무리 낮게 잡아도 100~120만원이다. 조니워커는 면세점용이고 로얄살루트는 오래된 거라 지금은 구하지도 못한다. 

술붕부: 내가 니 엿먹어봐라 싶어서 고의로 빼돌렸겠나? 다 니 복 지으라고 갖다준거다 임마!


술붕: 자꾸 논점을 흐리지 마라. 내 논점은 아버지가 내돈주고 산 내 술을 당신 마음대로 신당이랑 지인들에게 갖다준 거지 복이 아니다. 복을 짓고 싶으면 아버지가 아버지 돈으로 술 사서 신당에 갖다놓으면 된다. 

술붕부: 니 함부로 조상신 신령님들 모독하는거 아니다. 그러다 부정타 임마! 

술붕: 그렇다면 나는 아버지가 술을 함부로 가져가서 내가 입은 피해를 복구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법대로 할 수밖에 없다. 경찰 부르겠다. 


술붕부: 이놈이 드디어 미쳤나? 그래 어디 한번 불러봐라! 경찰도 이야기 들으면 내 편 들어줄꺼다! 빨리 불러라! (전화기 집어던짐)

(이때 카발란이랑 전화기 부딪혀서 좀 흘렀음 따흐흑...)

술붕모: 둘 다 진정해라. 술붕이 아빠부터 먼저 얘기해봐라. 진짜 술붕이 술 당신 마음대로 OO네 신당이랑 당신 친구한테 갖다줬나? 

술붕부: ......

술붕모: 빨리 얘기해라. 시간 없다. 


술붕부: ....맞다. 

술붕모: 왜 그랬나? 당신이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술붕부: 술붕이가 마시지도 않고 집에 쌓아만 놓길래 눈엣가시라 좋은 일 하는 셈 치고 나눠줬다.

술붕모: 그렇다고 남의 물건을 함부로 나눠주나? 그럼 술붕이가 당신 듣지도 않는 LP판 나눠줘도 상관없는거 아닌가? 


술붕부: 당신이 이러니까 술붕이가 지멋대로인 거다. 애가 기어오르면 혼낼 생각을 해야지 왜 그런 걸 옹호하나? 

술붕모: 조용히 해라. 이번 일은 당신이 잘못한 게 맞다. 당신이 멋대로 술붕이 물건 손 댔다가 난리난 게 한두번인가? 

술붕부: ......

술붕모: 술붕이 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술붕: 나는 아버지가 신당에 갖다놓은 술 다시 가져오고 새로 채워놓는게 제일 합당하다고 본다. 지인들한테 갖다준거는 이미 따서 마셨을지도 모르고 도로 가져오기도 뭐하니 다시 현물로 사줬으면 한다. 


술붕모: 술붕이 아빠 당신은 어떡할꺼냐?

술붕부: 거 이미 갖다준 거 그냥 없었던 셈 치고 치우자. 가족사이에 뭘 그렇게 빡빡하게 구나? 그리고 조상신이랑 신령님들한테 바친 술 함부로 가져오는거 아니다. 부정타고 싶나? 

술붕모: 자꾸 논점 흐리지 마라. 당신이 멋대로 가져간 술붕이 술이랑 똑같은 거 당신이 사서 채워놓고 술붕이꺼는 가져와라. 친구들한테 멋대로 나눠준거는 당신 시간날때 술붕이랑 저 앞에 주류점 손잡고 가서 똑같은거 사주고. 가족끼리라도 물건 구분은 좀 해라. 

술붕부: ...알았다.


술붕모: 그리고 술붕이 너도 대화로 하면 될 일이지 무슨 경찰을 부른다고 그러나? 잘못했다 그래라. 

술붕: 말이 좀 심했다. 사과한다. 

술붕모: 술붕이 아빠는 질질 끌지 말고 빨리 해결하고 치워라. 또 같은 문제로 집안 뒤집어지면 그때는 나도 가만히 안 있는다.


결론: 어쨌든 술붕이 술 다 돌려받게 됐음. 어머님 남바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