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의령에서 '우 순경 사건'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고 

참혹한 사건을 쉬쉬하거나 잊지 않고 기억하고 극복하려는 취지로 위령비 건립했다길래 가봤음

자그마한 다리를 넘으니까 아직 공사 후 콘이 다 안 치워진 위령비가 보이는데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은 느낌...

위령비 뒤에는 그날의 기막히고 전세계적으로도 순위권 안에 들만한 

참혹한 테러 경위가 담담하게 해설되어 있었고 희생자들의 실명이 공개가 되어 있었어

비를 한 바퀴 돌고 나서 절을 두번 한 다음에


'그날 갑자기 찾아온 미친 변고에 의해 혼령이 되어 얼마나 원통하셨습니까

그 때 세상에 나지도 않은 제가 오늘 이 자리에 묵념하고자 왔습니다

편히 쉬시라는 말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것조차도 주제넘은 말이겠죠

헤아릴 수 없이 슬프고 참혹한, 악마의 장난같던 그 날의 사건을 다만

세상에 남은 우리들은 이제서야 마주하기를 마음 먹고 작은 비를 올렸습니다

부디 우시려거든 여기에서 목놓아 우시고

그 다할 길 없는 마음 다른 곳으로 떠돌지 마시고 여기서 내려놓아주시옵소서

그리고 가끔 찾아오는 산 저희들의 알량한 조의와 위로의 표현들에 부디 추호라도 편안해지소서

꽃 하나도 못 들고 초라히 와서 죄송합니다

아무쪼록 명복을 빌고 그 세상에서는 편하게 지내시길 빕니다'


뭐 준비도 안했는데 눈 감으니까 갑자기 이렇게 되뇌고 있더라 ㄷㄷ

눈을 떴을 땐 콧망울이 시큰해졌었음


억울하게 희생되신 분들이 진짜 이걸로라도 조금이나마 달래지실 수 있었음

하는 마음으로 황망히 차를 타고 위령비 공원을 빠져 나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