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배리에이션은 수월우지만 수월우가 아닌 이어폰이라고 할 수 있다.


패키지 상자부터 대놓고 십덕 일러스트 박힌 꼴이 어딜 봐도 수월우인데 무슨 개소리냐고 하겠지만 실제 성향은 깨발랄한 표지 일러스트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소리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이야기하고 일단 패키지 상자는 예쁘다. 일반적인 직육면체 패키징과 달리 정육면체형을 차용하고 있는 부분이 독특하다.





패키지 구성은 나름대로 충실하게 채워 넣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유닛에 다 때려박고 나머지에서 원가 절감을 하는 차이파이 특성상 중상급기 이상 라인에서 볼 수 있는 마감의 고급스러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이어팁 상자나 필터 스티커가 들어 있는 부분은 빡빡해서 손상 없이 꺼내는 게 쉽지 않았다.


기본 케이블은 케이스에 들어 있는데 기본 팁, 기본 케이블 모두 쓸 예정이 없어서 그대로 봉인했다.





필터를 스티커로 제공하는 점이 개인적으로 짜치는 부분이었다. 필터 안 붙이고 사용해도 무방한 모양이지만 찜찜함을 덜기 위해 붙였다.


1DD 2BA 2EST 드라이버로 다중 듀서가 들어가서인지 유닛 크기가 크고 묵직한 편이다.


노즐도 커서 기본 팁 외의 이어팁을 사용할 예정이라면 미리 확인해 봐야 할 것이다.





코레어 알루미늄 팁에 나중에 도착한 용세 커케를 장착한 모습. 완성하고 나니 사이티드가 그럴싸해졌다. 실물로 보면 상당히 예쁘다.


코레어 팁이 대구경 노즐에 안 들어간다느니 하던데 금속 부분까지 노즐에 끼우는 건 원래 아닌 것 같고 금속 부분 전까지는 잘 들어간다.


묵직한 크기에 비해 착용감은 귀에 착 맞춰져 좋은 편이다. 다만 노즐 크기 때문인지 무게 때문인지 오래 착용하면 약간 불편함이 느껴졌다.





패키지 상자 뒷면에 나와 있는 주파수 응답 그래프.


전체적으로 저음이 강조되어 있고 중저~중고음까지가 억제된 하만 타겟을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수월우 이어폰들과 차별점을 보인다.


청음 환경은 PC + Fiio K11 + 코레어 알루미늄 팁 + Foobar 비트퍼펙트 모드를 사용했으며, 각 대역별로 살펴보자면


 - 저음: 다른 수월우 이어폰들과 달리 저음역대가 강조되어 있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전반적으로 안정감이 느껴진다. 풍부한 양감으로 음 전체에 어두운 톤을 입혀 준다. 역으로 말하자면 경쾌한 느낌은 잘 들지 않는다.

 - 중저음: 저음역대에 비해 살짝 억제된 느낌이다. 저음과 소리의 명료함을 동시에 잡기 위해 중저음역대를 깎아내는 전형적인 하만 타겟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드럼의 타격감이 아주 맛있게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이전까지 메인으로 쓰던 이어폰이 N5005인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 중음: 저음역대와 함께 배리에이션과 다른 수월우 이어폰의 차이점이 드러나는 대역이다. 배리에이션에서 여보컬은 더 이상 주인공이 아니다. 오히려 보컬이 뒤로 한 발짝 빠지면서 다른 악기들에 주연을 넘겨 주고 넓은 공간감을 연출하는 쪽에 가깝다. 중음역대를 보충하기 위해 알루팁을 사용했지만 다른 악기들과 맞춰지는 정도가 한계인 것 같다.

 - 중고음: 부각된 저음과 억제된 중고음의 조합으로 소리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고 있다. 시원하게 뻗는 느낌은 아니지만 이게 EST 드라이버의 맛인지 샤랄라한 별가루 같은 아주 예쁜 중고음이 난다.

 - 고음: 소리의 전체적인 해상력을 주는 대역인데 해상력은 극한까지 챙기면서도 치찰음이나 피로도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매끄러운 튜닝이 인상적이다. 높은 해상력과 공간감으로 인해 노래에 따라서는 소리가 어우러지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논다는 느낌도 들곤 한다. 물론 어떤 의미로는 그것조차 맛있다.




총평하자면, 배리에이션은 모델명의 뜻처럼 다양함을 테마로 하는 이어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보컬을 위시한 수월우 타겟에서 벗어나 좀 더 대중적인 소리를 내는, 좀 더 올라운드 성향의 이어폰을 수월우의 방식으로 빚어낸 것 같다.


배리에이션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을 한 가지만 꼽자면 역시 높은 해상력이다. 하만 타겟의 V자 튜닝 그래프를 따르지만 막상 들었을 때 생각보다는 펀 사운드가 아닌데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모든 악기가 골고루 조화로운 플랫한 사운드냐면 그것도 아닌 것이, 모든 악기가 뚜렷하고 서로가 주인공이 되려고 선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듯한 독특한 소리를 들려 준다. 다른 리뷰에서 봤던 표현을 빌리자면 어느 악기에 신경을 집중하는지(보컬을 포함해서)에 따라 주인공이 바뀌고 같은 노래도 또 다르게 다가오는 것이 배리에이션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


 - 힙스터 기질이 있다.

 - 십덕 여보컬도 듣긴 하지만 그 외에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마구잡이로 듣는다.

 - 극한의 해상력으로 중음역대의 섬세함을 느끼고 싶다(볼륨 크게 틀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