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는 박사에게 저녁식사를 차려주고 싶다며 오늘 시간을 내달라고 하였다.

그동안 그녀에게 받은 도움도 많았으니 박사는 기꺼이 초대에 응했고, 약속한 시간이 되자 슈의 방으로 찾아갔다.


슈가 식사를 차려줄 때면 항상 그랬듯이 그녀의 밥상은 이번에도 진수성찬이었다.

달짝지근한 양념을 발라 구워낸 장어구이부터 푹 고아내서 부드러운 닭고기, 계란물을 입혀 노릇하게 부친 새우와 통째로 쪄낸 구수한 자라찜까지 전부 군침이 도는 음식들이었다.


반색하며 음식들을 훑어보던 박사는 무언가 묘함을 느꼈다.

분명 음식들은 진수성찬이었지만 슈가 가끔씩 차려주던 식사와는 차이가 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박사는 상대의 호의를 이상하게 해석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진수성찬에 반색하며 맛있게 식사를 하였고, 슈는 그를 지켜보며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만족스러운 식사가 끝난 뒤 박사는 슈가 입가심으로 건네준 차를 마셨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차를 마시며 슈와 간단한 잡담을 나눌 때였다.


슈가 갑작스레 꼬리로 박사의 허리를 부드럽게 휘감았다.

그녀는 박사의 곁에 몸을 가까이 붙이며 식사는 만족스러웠냐고 물었다.

박사는 당연히 그랬다고 대답하려다가 문득 몸의 미묘한 변화를 느꼈다.


아주 작고 희미한 불덩이가 속에서 은근하게 타오르는 듯한 느낌.

그 감각은 몸 전체로 조금씩 번져나가며 내부를 달구는 중이었다.

몸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의아해 하던 박사는 입가에 불어오는 숨결을 느꼈다.

어느새 박사의 품 안으로 파고든 슈가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슈는 또 한번 물어왔다. 식사는 만족스러웠냐고.

반달로 휘어진 그 눈동자에 평소의 그녀답지 않은 요망함이 담겨 있었다.

그녀의 달뜬 숨이 열기를 띠고 있었고, 강아지처럼 부벼오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뺨과 턱을 간지럽혔다.


박사는 슈의 어깨 너머로 그녀의 침대에 베개가 두 개 놓인 것을 발견하였다.

그제야 박사는 깨달았다. 슈가 자신에게 음식을 먹인 것은, 그녀 또한 음식을 먹기 위해서였단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