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탕???"

수저 놓는 소리와 공사판 아재들의 한껏 들뜬 목소리와 함께 진하게 우러난 고깃국의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드씨, 거 쭈뼛거리지말고 자리 잡아야지"

평소에도 잘 챙겨주던 김씨 아저씨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녀를 옆자리에 앉히고 수저를 건내주었다.

"아저씨 이거 뭐야??"

"뭐긴, 갈비탕이지"

무언가에서 나온 뼛조각이 붙은 고기를 넣고 끓인 국이라니, 첫인상이 썩 좋지않았던건지 선뜻 수저를 들기 겁내하는 눈치였다.

"거참, 오늘따라 왜 그래. 어디 아파??"

"그게.....아저씨 이거 무슨 고기야??"

그녀의 물음에 김씨는 순간 재밌는 생각이 번뜩 스쳐갔다.

"아.....이건....전에 미장하던 박씨 갈비야"

땅이 꺼질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김씨는 침울한 표정을 지었고 그 모습을 본 드라큐리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뒷걸음질 쳤다.

"미....미쳤어, 어떻게 박씨 아저씰"

잔뜩 겁먹은 그녀를 보자 그만할까 싶기도 했지만 간만에 장난 좀 치는 보람이 있겠다 싶었는지 김씨는 흐느끼며 혼신의 연기를 시작했다.


"이씨...아니 박씨가.....병원비가 없어서 그만....죽었어.....근데 장례비도 없어가지고 시체도 병원에 기부한다는거 우리가 갖고 온겨....."

"아니, 모시고 왔으면 제대로 장사를 지내드려야지 왜 잡아먹어!!"

"세상이 드럽고 역해서 이 땅에 못묻어주겠어서 그려, 우리끼리 이렇게 박씨를 나눠먹고 영원히 잊지않을라그러는거니까, 어여 앉아"


"나.....나는....시....싫어"


"안먹으면, 박씨가 슬퍼할텐데???"

"내.....내 몫까지 알아서 챙겨줘 그...그그그그리고 내가 죽으면 양지 바른 곳에 묻어줘. 난 그....국이 되긴 싫어"


"하아.....아깝네, 살이 야들야들한게 국거리로 딱인데"


김씨가 위아래로 슬쩍슬쩍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자, 그녀는 쏜살같이 줄행랑 쳤다.

"김씨, 저 가시나 뭔 일이요??"

"아 별거 아닝께 냅둬, 박씨 이거 한그릇 더먹을려??"

"어유, 주면 감사하쥬"

박씨는 방금전까지 자신의 고기가 들어간 국으로 소개되었던 갈비탕을 건내받은 후 맛깔나게 갈비 한대를 뜯어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