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태어났을 때부터 천재적인 두뇌를 갖고 태어난 얀순이.


다른 아이들보다도 발달이 빨랐던 그녀는 생후 4개월만에 기어다니기 시작했고 3개월 뒤에는 첫 걸음을 떼는 기적까지 선보였지.


그렇게 우월한 재능을 타고난 그녀가 관심이 갖기 시작한 건 다름 아닌 컴퓨터였어.


생후 1년도 안된 아기가 컴퓨터를 마음에 들어하며 그 근처에 맴돌며 이것저것 만질 정도로 얀순이의 컴퓨터 사랑은 각별했지. 돌잔치 때는 다른 건 거들떠도 안보고 컴퓨터 마우스를 바로 집을 정도였으니까.


아무튼 얀순이는 성장하면서 끝까지 컴퓨터에 모든 관심을 쏟았고, 끝내 그녀가 처음으로 배운 언어가 평범한 언어가 아닌 프로그래밍 언어였다는 결과까지 만들었지.


그러다보니 얀순이의 부모님은 얀순이를 걱정하게 되었지.


그럴 수 밖에 없는게 그들이 들은 '아빠', '엄마' 소리가 얀순이의 입에서 나온 게 아닌 컴퓨터 스피커가 만들어낸 기계음이었으니까.


그래도 딸이 컴퓨터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떨어뜨릴 수 없었으니 그녀의 부모님은 얀순이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게끔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


그 결과, 얀순이는 고작 3살에 혼자서 컴퓨터 조립을 하였고 5살 만에 모든 프로그래밍 언어를 외웠으며, 7살에는 모든 프로그래밍 대회를 휩쓸어서 이름을 알렸어.


심지어 12살 때에는 독자적인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들어내는 업적을 세워 세계를 놀라게 할 정도로 자신의 천재성을 널리 알렸지. 


아직 터무니 없이 어린데도 말이야.


아무튼 전성기도 아닌데 이 정도였으니,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모두 그녀에 대해 이런 평가를 내렸어.


[전성기의 얀순이가 뚫지 못하는 보안 프로그램은 없을 것이며 그녀가 만들어낸 프로그램을 뚫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다.] 라고.


비상한 두뇌,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천부적인 능력, 다소 여위었어도 확연히 드러나는 아름다운 외모까지.


이렇게 모든 걸 두루두루 갖춘 얀순이였지만 신은 공평하다는 듯이 그녀에게도 단 하나의 약점이 있었어.


바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제로였다는 점이지.


컴퓨터에만 몰두한 나머지, 제대로된 대화를 나눠본 적 없었던 얀순이는 소통에 필요한 단말기가 없으면 벙어리나 다름 없는 수준이었지.


범접할 수 없는 능력은 가졌는데 정작 최소한 소통 능력이 없었던 얀순이는 당연히 밖에 나가는 걸 부담스럽게 여겼고, 결국 집에서 틀어박혀 프로그래밍만하며 쓸쓸하게 살아야만 했어.


그런데 이런 얀순이에게도 부모님을 제외한 친한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바로 옆집에 사는 오빠, 얀붕이였지.


존재가 자체가 특별했던 얀순이와는 다르게 평범하디 평범한 얀붕이, 그저 요리에 관심있어 요리 학원 다니는 학생이야.


친하기 쉬운 옆집이기도 하고 서로 외로운 맞벌이 외동 집안이다보니 얀붕이는 항상 얀순이를 동생처럼 여기며 돌봐주었지.


요리 학원에서 배운 요리들로 얀순이의 식사를 챙겨주기도 하고, 얀순이가 힘들어하는 날에는 곁에서 위로해주거나 마사지해주며 그녀를 도와주었어.


이렇게 지극정성을 다하다보니 당연히 얀순이도 얀붕이를 좋아할 수 밖에 없었지, 애초에 그녀와 친한 남성이라고는 얀붕이 빼고는 없으니 당연한 거지만. 아무튼 얀순이와 얀붕이는 친남매보다도 더 각별한 사이로 지내고 있었어.


그렇게 어느덧 대학생 나이가 다 되어가는 얀순이, 그녀는 평소처럼 메시지로 건네받은 프로그래밍 외주를 끝마치고 어느 단말기를 꺼내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실행했어.


그 프로그램은 해킹 프로그램으로, 어떤 보안 시스템이든지 아무도 모르게 뚫고 간섭할 수 있었지.


유포되면 사회에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는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얀순이는 오직 개인적인 취미 생활로만 사용했기에 문제는 없었어.


단지 그녀의 취미 생활이 얀붕이 관찰이라는 불순한 것이긴 해도 말이야.


얀순이는 얀붕이가 밖에 나가면 초소형 드론을 띄워 관찰하였고, 그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건물 안에 있는 CCTV를 해킹해서 계속 보곤 했어.


자신은 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까, 이런 식으로 볼 수 밖에 없었던 거야.


아무튼 간에 좋아하는 얀붕이를 지켜보는 걸로 얀순이는 만족감을 느끼며 그 날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었지.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영상을 보며 얀순이는 불쾌한 감정을 얻어야만 했어.


얀붕이가 다니는 요리 학원에서 어떤 여성이 그와 친하게 지내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었으니까.


난생 처음으로 겪어보는 질투와 불안감.


좋아하는 얀붕이와 친하게 지내는 여자가 보기 싫었고 얀붕이가 여성에게 빠져 자신을 잊을까봐 불안해 하고 있었어.


그리고 마음 속 한편에서는 얀붕이와 여성이 아무 관계도 아닐 거라고 희망을 갖고 있기도 했지.


그래서 얀순이는 신경 쓰지말자며 자기 일에 몰두하려고 했으나 방금 전에 본 영상이 눈 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했어.


그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었고, 이는 둘의 사이를 제대로 알 때까지는 지속될 예정이었지.


그만큼 얀붕이를 좋아하고 사랑했던 얀순이는 마침내 큰 결심하게 되었고, 바쁘게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했지.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얀순이에게 초대받은 얀붕이, 평소대로 자신이 만든 요리를 들고 얀순이의 집에 방문해서 그녀의 방으로 향했어.


똑똑!


"얀순아? 들어가도 돼?"


똑똑!


방문의 반대편에서도 노크 소리가 들려오며 들어와도 된다는 허가가 떨어졌지.


"들어간다......아?!"


문을 열고 들어가는 얀붕이는 이내 무언가를 보고 크게 놀라게 되었어.


얀순이의 방 안은 여러 단말기들이 덕지덕지 붙어져 있으며 모든 단말기 화면에는 [사랑해요, 오빠] 라고 띄워져 있었지.


"얀순아, 이건?"


의도한 대로 고백을 하게되서 수줍어하던 얀순이는 그저 고개를 들지못한 채로 얀붕이의 품안으로 껴안겨 들었어.


그 행동에는진심으로 얀붕이를 좋아하는 마음도 있기도 하지만 여지껏 불안해 했던 마음도 있었지.


그래도 계획대로 고백을 했으니 얀순이는 나름대로 만족하며 얀붕이의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었어.


"어... 음......"


그러나.


"얀순아?"


완벽한 계획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크나큰 실수 하나가 끼어 있었지.


그것은 바로 [사랑해요, 오빠]를 프로그래밍 언어로 표현된 점.


그녀가 개발한 프로그래밍 언어로 자동 번역되는 설정을 꺼놓는 걸 얀순이는 까먹은 거야.


그러다보니 에어 프라이어 같은 요리 기계 외에는 기계치였던 얀붕이는 당연히 단말에 띄워진 프로그래밍 언어를 해석할 수 없었고, 곤란해하고 있었지.


"고마워."


그래도 자신을 위해서 얀순이가 무언가 서프라이즈 해준 것 같다고 생각한 얀붕이는 의미를 몰라도 고마움을 표시했고, 얀순이는 그의 대답에 환호하며 행복해 했지, 자신의 고백을 받아주었다고 착각하고 있었으니까.


서로가 서로의 심정을 파악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


그로 인해 벌어진 파국이 시작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


얀붕이와 사귀고 있다고 생각 중인 얀순이, 들뜬 마음으로 일을 후딱 끝내버리고 얀붕이 관찰을 시작했지.


사랑하는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하나도 남김없이 기억에 새기고 싶었던 얀순이는 기쁘게 CCTV 화면을 봤지만.......


"오... 빠...?"


화면에는 사랑하는 연인이 어떤 여성과 키스하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고, 이를 본 얀순이의 마음은 검게 물들어 가는데.......


==================================

이제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얀붕이를 계속 추적하면서 쌓아놓은 재력을 이용해 보안 시스템이 되어있는 문 안에 몰아넣어 감금하고 독차지하려 드는 이런 소설 없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