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https://arca.live/b/yandere/20412235?p=3

보고 꼴려서 썼음

스토리를 조금 바꿨어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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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과 엘프인 애인의 관계가 언젠가 끝날 것을.


그는 비록 용사였지만 인간이기에 수명은 유한할 뿐 더러


그가 다 시들어 사그라질 때쯤에 그녀는 비로소 만개할 것을. 


아무 배경도 실력도 없는 용사였지만 그녀는 지지해 주었다는 것을.


그는 간절히 바랐다.


이 평화롭고도 기분 좋은 일상이 영원하기를.


그러나 현실은 늘 그렇듯이 용사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는 최근 마왕 토벌을 했다.


마왕의 세력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전에 토벌했던 마왕과 비교하자면


상당히 쉬우면서 인명피해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가 간과했던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새로 생긴 무리이다 보니 격파는 쉽게 했지만


마왕은 절대 만만하지 않았다.


그는 마왕의 핵을 파괴하고 나서도 방심하면 안됬었다.


그러나 그는 방심하였고, 그 결과로 그의 죽음이 예정되었다.




마왕은 리치였다.


불사 자들의 왕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상당히 강했는데


그는 죽어가면서 온 힘을 다해 용사를 저주했고


용사는 6개월 뒤에 죽는 저주에 걸렸다.


게다가 그 저주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이 저주에 걸린 자는 6개월 뒤에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자와 죽을 것이다.'




용사는 절망했다.


자신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게 될지도 몰랐고


자신에게 마음을 열게 된 지 채  몇 년도 지나지 않은 애인을 남기고 간다는 것이


너무나도 미안했고 두려웠고 무서웠다.




그녀는 엘프다.


평생 한 사람만을 바라보며 자신의 순결을 준 사람한테 모든 것을 바친다.


용사는 그런 그녀를 남기고 갈 수 없었다.


아니, 그녀를 죽일 수 없었다.




그는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가?


아니, 아마 그가 호감을 가진 모든 사람을 제외하고서야 그는 자기의 마음속에서 1순위일 것이다.


아마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것은 그녀일 것이다.




.


.


.


용사는 자신의 저주를 해제할 방법을 찾아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데 5개월 하고도 2주의 시간을 써버렸다.


많은 신전에, 많은 교회에, 많은 성당에 가보았지만


그의 저주를 해제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의 저주는 그가 죽음으로서 해제된다.


즉, 저주를 해제하는 사람은 그와 같이 죽을 것이고,


한 나라의 왕도 아닌 그저 이름 조금 날린 용사를 위해


불사 자들의 왕이 건 저주를 풀 수 있는 고위 성직자를 희생시킬 수는 없었다.




그렇게 그는 아무 소득도 얻지 못 한 체 그녀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고


그는 마을에 도착하고 나서도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마을을 정처 없이 떠돌아다녔다.




그렇게 그의 죽음이 7일 남았을 때, 그는 비로소 결심하게 되었다.


그렇게 그는 자기의 집으로 가서 그녀를 보았다.


그렇게 그는 그녀에게 이별 선고를 하고


그렇게 그는 그녀의 마음을 찣어 뭉갰다.


그렇게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그녀는 살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여태까지 자신이 도왔고, 자신을 도와주었던 동료와의 관계도 모두 정리했다.


그리고 공주에게는 진실을 말하고 그녀를 도와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모자란다.


아무리 자신이 싫어도 좋아하는 감정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악역으로 남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 그녀는 자신에게 미련을 가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여행의 막바지에 감정 반전 스크롤을 샀다.


상당히 편리한 물건이었는데


감정 전체를 반전시킬 수도 있고


특정한 감정만을 반전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강한 마법에는 큰 대가가 따른다.


그가 구매한 스크롤은 그 스크롤을 발동시킨 자는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기억을 잃는다는 것이 대가였다.


그렇기에 그는 그녀를 사랑한다는 일기를 썼고


그녀에게 향하는 사랑 편지만 100장을 넘게 썼다.




그는 그녀에 관한 기억의 80%를 잊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를 완전히 증오하고 미워하게 되었다.




그는 일기는 자신이 보관하고


편지는 자신이 죽고 1주일 뒤에 발송되도록 예약했었다.




그녀가 절대로 쫓아오지 못할 변방에 있는 커다란 산에 들어가 


자그마한 오두막을 짓고 조용히 죽을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그녀의 행복과 안녕을 빌며


신에게 기도하고 참회하며 그녀에게 사과했다.




그날 당일 아침.


그는 조용히 침대에 누워 자신의 영혼이 부서지는 것을 느끼며


죽었다.


.


.


.


그는 죽어야 했다.


정확히는 영혼까지 모두 파괴되어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했다.


그러나 그의 영혼은 강직하고 고결했다.


부정한 불사 자들의 왕의 저주는


그의 영혼까지 불사를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매우 괴로웠다.


차라리 죽어 없어졌으면 좋았을 것을...




그는 영혼이 되었다.


지박령, 부유령 따위의 영혼이 아닌


미약한 빛을 발하는 성령이 되었다.




그가 비록 마지막에 모든 동료를 버리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까지 버렸다고는 하지만


그는 영웅이었다.




그는 금세 기운을 차리고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그녀를 보러 갔다.


그리고 그가 본 것은


.


.


.








그녀가 자살하려 하고 있었다.


아니, 사실 자살하려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녀는 그와 그녀가 같이 살았던 집에 있었는데


스크롤을 사용한 술 자인 그가 죽자


그가 반전시켰던 감정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녀는 편지를 보았고, 사건의 진상을 알았으며,


용사를 죽이러 다녔던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평생을 약속한 사람이 이렇게 허무하게 간 것에 분노했고


그렇게 그의 흔적을 쫓아간 곳에서 그가 죽어있던 것에 무너졌다.


그녀는 모든 것을 놓치게 되었고


이제는 그녀의 생명마저 놓치려 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도 않은 체


괴로운 기억을 억누르기 위해 술에 의존한 채로


벽에 기대앉아 그와의 추억을 회상하고 있었다.


늦봄에 핀 작약처럼 싱그러웠던 그녀는


이제 겨울이 와서 다 시들어버려 떨어진 꽃 같았다.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다고 하였건만


그녀는 채 하루도 피지 못 한 체 


자신으로 인해 꺾이고 말았다.




그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렇게 허무하게 간 자신이 원통했고


자신에게 저주를 건 리치를 원망했고


그녀와 자신을 갈라버린 세상을 탓했다.




그는 그녀에게 


사죄를 하고 싶었다.


위로하고 싶었다.


사랑하고 싶었다.




그렇게 그는 비록 영혼이 되었지만


이렇게 소리쳤다.




"신이시여! 제발…. 제발…! 당신이…. 저를…. 보고 있다면…. 그녀를 살려주세요…. 그녀를 살리게 해주세요…. 흐흑…. 흑...






신은 그의 말을 들어준 것일까,


그의 몸이 그녀에게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목소리가,


그다음에는 온기가,


그다음에는 쓰다듬는 손길이,


그리고 몇 초도 채 안 되어 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그렇게 그리고 바라던 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처음에 자신이 환상을 보는 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궁수였지만 태생이 엘프였기에 정령과 접촉을 했었고


그녀는 그가 곧 성령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그를 본 그녀는 멍하니 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자신의 차원 가방에서 영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은으로 된 줄을 꺼내 그를 붙잡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