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얀순이는 OO대 심리학과 1학년.

얀순이가 좋아하는 얀붕이와는 중학교 때부터 알게 되어 약 6년 가까이 알고 지낸 가까운 사이였어.

우연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얀붕이도 OO대에 붙어서 부모님끼리도 이야기가 오갔는지 부모님의 도움으로 같은 원룸 주택에서 자취하는 상태.

신중한 성격이라 마음을 숨기고 살아온 얀순이에겐 일생일대의 찬스나 다름없었지.


하지만, 그 날이 오고 말았어.

얀붕이가 같은 과인 순애에게 고백을 한 거야.

순애는 고백을 바로 받아주진 않았지만 얀붕이가 그렇게 싫진 않은 눈치였지.

이대로 가다간 얀붕이가 순애에게 넘어가는 건 시간문제처럼 보였어.


그 날이 방아쇠가 되어 얀순이는 얀붕이를 되찾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어.

그리고 멋진 생각이 얀순이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지.


'그래, 최면으로 얀붕이의 마음을 나에게 돌리는거야'


하지만 최면은 마법이나 초능력과는 달라서, 꽤 치밀한 계획이 필요했어.

얀순이는 열심히 계획을 세웠지.


1주일 후, 얀순이는 얀붕이와 약속을 잡았어.


"어쩐 일로 보자고 한 거야?"

1주일 사이에 순애가 고백을 받아줘서 막 커플이 된 얀붕이는 다른 여자를 자기 방에 들이는 게 썩 내키지는 않았던 것 같아.

하지만 6년지기 친구한텐 통하지 않았지.


"여자친구 사귄 김에 여자로써 조언 좀 해주러 왔지 ㅎ"

물론 아니었어. 오히려 얀순이의 6년동안 숨겨왔던 마음이 폭발하는 걸 억지로 참고 있었지. 


"치킨 사왔으니까 먹으면서 얘기하자"

"그래 일단 들어와서 좀 앉아"


그 후로는 순조로웠어. 미리 수면제가 섞인 맥주를 얀붕이에게 건네고 20분도 채 안돼서 얀붕이는 골아떨어졌어.

얀붕이를 침대에 옮기고, 얀순이의 계획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지.


"얀붕아?"

"..."

"지금부터 내가 널 깨울 거야. 그래도 지금은 너무 편안한 상태. 너는 잠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아. 

하지만 괜찮아. 완전히 일어날 필요는 없어. 너의 의식은 반 정도만 깨어나면 돼."

"..."


최면은 상대가 싫어하는 행동은 시킬 수 없는 기술. 

상대가 최면 내용을 자기 의지로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얀순이는 얀붕이에게 선택지를 주는 척 하면서 점점 최면 상태로 이끌어 갔지.


"내 말이 어렴풋이 들릴 거야. 마치 물 속에서 바깥의 소리를 듣는 것처럼. 하지만 너는 이 말이 들려.

들리는 건 내 말뿐이니까 너는 무의식적으로 내 말을 듣게 돼."

"..."


천천히, 그리고 천천히. 얀붕이는 얀순이의 유도를 따라가기 시작했어.


"문뜩 너는 궁금해졌어. '이 목소리는 뭘까?' 하고. 어떻게 알았냐고? 나는 네 마음의 목소리니까. 알 수 있어. 

네 마음의 목소리니까, 내가 하는 말은 네 생각이야."

"..."

"요즘 너는 순애와 사귀게 되어서 매우 행복해. 하지만 너는 알고 있어. 너는 순애에게는 과분한 남자라는 걸. 

순애와 사귀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선 불안함이 자리잡고 있지."

"..."


얀순이는 먼저 '순애'라는 키워드를 이용해서 얀붕이의 심층 심리 속에 암시를 걸기 시작했어. 

순애는 지금 얀붕이가 가장 행복을 느끼는 키워드였거든.


"네가 순애를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네 마음 속 불안함은 점점 확실해져 갈거야. 

나는 네 마음의 목소리. 네 마음이 하는 이야기니까, 당연하겠지?"

"..."

"너에게 어울리는 여자는 누굴까? 너는 알고 있어. 불안을 품지 않을 정도로 가까운 사람. 널 알아주고 챙겨주는 사람. 

너의 머리속에는 한 사람이 떠오를거야."

"..."


얀순이는 굳이 자기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어. 지금은 얀붕이가 '순애'와 '불안'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도록.


"자 너는 다시 한 번 자기가 편안한 상태라는 걸 떠올려. 지금까지 느꼈던 불안은 사라지고 없어. 너무나 편안해. 

다시 잠에 빠질 것 같아. "

"..."

"내가 셋을 세면 너는 다시 깊은 잠에 빠지게 돼.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했던 말은 네 마음의 이야기. 

네 무의식 속에 남아 기억하게 돼. 무의식에 남아 있는 기억이니까, 잊혀지지 않아."

"..."

"자 그럼 센다...3...2..1... 잘 자 ♡"




몰입할 수 있도록 얀붕이와 관련된 설정은 최대한 줄이면서 썼어요

최면 하면 너무 마법이나 초능력 같은 이미지가 있어서... 이런 정통 최면 얀데레도 한 번 써봤네요 

약간 순한 감이 없지 않지만 재밌게 봐주셨으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