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https://arca.live/b/monmusu/22052445




"그러니까 이 밧줄은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니까요! 도망치려고 몰래 칼을 숨겨 봤자 소용없다 이겁니다!"



화려한 언변술만큼 뛰어난 정보력을 이용해 방문판매로 억대 연봉을 달성하고, 자신의 회사까지 차려 최연소 CEO가 된 인남. 


방문판매의 전설, 김몬붕.


그러나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가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방구석 백수였던 인남, 김몬'분'이 우리의 주인공이다.


김몬붕에게 크게 감명을 받은 몬분이는 초청 강의, 자서전 등등 김몬붕과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 찾아가 그의 성공 비결을 모조리 습득했고, 모든 판매 이론을 섭렵했다.


그러나 이론과 실전은 별개인 법. 최고의 방문판매원이 되겠다는 큰 꿈을 안고 준비했던 몬분이는 몇 번의 실패를 맛본 끝에야 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고, 마침내 연수를 끝내고 정식 판매원이 되었다.



정식 판매원이 된 후 상대하는 첫 고객인 만큼 더욱 철저하게 준비한 몬분이. 이 밧줄이야말로 그녀에게 딱 맞는 상품일 것이다!


"어떤가요! 딱 찾고 계시던 물건이죠?"


"참 나... 그딴거 말고 다른건 없어요?"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어...? 몇 달 전에 납치 실패하신 걸로 아는데..."


"됐고 다른 물건이나 꺼내보시라니까요? 가져온 게 그것밖에 없어요?!"


"히익..."



정보 조사가 미숙했나? 아니면 말실수라도 했나? 몬분이의 첫 실전은 실패로 끝나는 듯 하다.


하지만 최고의 판매원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상황에 대비해 둬야 하는 법. 마음 속으로 기합을 넣은 뒤, 이럴 때를 대비해 가져온 두 번째 상품을 소개한다.


"그... 그렇다면 이건 어떠신가요! 이게 수술용 마취제 성분을 이용해서 만든 제품인데, 이렇게 수건에 조금만 적셔도 효과 확실하거든요! 그냥 한방에!"


"줘 봐요."


"에...? 아! 네!"


"흠..."


다행히도 이번에는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 이용해야 고객의 마음을 굳힐 수 있는 법이지.


"이 제품이 사실 실험적으로 소량만 한정 출시된 제품이라 어디 가서 쉽게 구하실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저희가 특별히..."


"살게요."


"네? 아! 네! 감사합니다!"



성공이다!

그동안 했던 노력들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이번엔 고객의 니즈에 딱 들어맞는 상품을 추천한 것 같다.


이제 일회성 거래로 끝나지 않도록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할 차례다.



"또 좋은 상품이 있으면 고객님께 가장 먼저..."


"다른 건 없어요?"


"네?"


"다른 물건 없냐구요. 밧줄이랑 마취제 말고."



납치용 마취제가 마음에 들었던 건가? 김몬붕도 처음엔 실패했다던데, 몬분이에게도 의외로 재능이란 게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 아뇨! 많죠! 이건 이제 완벽하게 비명을 차단하는..."


"러브젤 같은건 없어요?"




아뿔싸! 납치 관련 물품들이 주 관심 상품일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은 좋았지만, 그 이후를 생각하지 못했다.

납치를 성공한 뒤에 필요한 것들도 있는 법인데...


그러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인 법. 이 경험 또한 최고의 판매원이 되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죄송합니다. 그런 물품들은 미처 준비하지 못했네요... 다음에 새로운 상품들과 함께..."


"급해서 그런데 그냥 개인적으로 갖고 다니는 것도 없어요? 파는 거 아니라도 사 드릴 수 있는데."


"네..."



아니, 러브젤을 갖고 다니는 사람이 어딨어?

아무튼 다음엔 러브젤도 꼭 가져와야겠다.



"그럼 딜도는요? 그런 것도 없어요? 갖고 다니는 거라도?"


"아... 그것도..."



뭐야, 나 딜도 갖고 다니게 생겼나?


몬분이의 생각보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은 훨씬 다양한 모양이다. 러브젤, 딜도... 음, 다음엔 콘돔이나 착정용 영양제같은 것들도 가져와 봐야겠네.



"아니, 방문판매원이면서 없는 게 왜 그렇게 많아요?"


"죄송합니다... 사실 실전은 처음이라..."


"그럼 콘돔같은 것도 없어요?"


"네... 죄송합..."


"갖고 다니는 것도 없다구요? 부인이나 여자친구 없어요?"


"네..."



처음이라 미숙했던 것도 맞지만, 이렇게까지 화낼 일인가 이게?

아무래도 진상 손님인 것 같다. 손님이 짜증을 내자 자기도 모르게 학창시절이 떠올라 주눅이 들어 버린 몬분이.




"그럼 호신용구 그런 것도 안 팔아요?"


"네... 그것도..."


"개인적으로 갖고 다니는 것도?"


"네에..."







"호신용품이 없다고?"


"네...... 에...?"


씨익-


"...고객님?"


"ㅋㅋ 딱 대 씹련아"


"안돼요! 저... 저 임자 있어요! 이거 ntr이라구요!"


"방금 니 입으로 부인이나 여자친구 없다며? 너 진짜 븅신이냐?"



"아"




마취제와 밧줄의 성능은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