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주인, 몬붕이가 일하러 간 사이 여느 날과 다름없이 집안일을 하고 있는 쇼거스는 주인이 돌아올 때 덮칠수 있도록 미리 베개로 변신해놓고 저격수마냥 미동 없이 기다리고 있었어.


안 그래도 평소에 보이던 실없지만 따스한 미소로 맞아주는 게 아니라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어두운 얼굴로 쇼거스를 찾지도 않고 힘없이 방에 들어와 잠만 청하는 몬붕이었던지라


평소 장난기 많은 쇼거스라도 주인의 근심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서

그녀가 가장 자신있는 분야인 격렬한 야스로 주인을 기쁘게 해주고자 다짐하고 있었어.


하지만 돌아온 주인은 얼굴이 근심이 가득한 것을 넘어서 지독한 절망에 빠진 표정이었어.


이렇게 낙담한 주인은 처음 보는 쇼거스인지라 속으로 적잖게 당황했지만 그래도 오늘 밤은 실컷 순애야스를 하기로 마음을 먹은 쇼거스는 당장이라도 주인에게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꾹 참았어.


하지만 그 인내심도 주인이 베개로 변한 자신에게 얼굴을 묻으며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자 바로 끊어졌어.


베개로 변해서 숨어든 자기를 혼낼지도 모른다는 생각 따위보단 당장 주인의 상태가 무엇보다도 걱정되어 변신을 풀고


"괘, 괜찮으세요 주인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하고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지.


주인은 평소와 다름없게 애써 웃으며 눈에 먼지가 들어갔다고 괜찮다고 말했지만

괴짜 짓을 자주 벌이더라도 사실 누구보다도 충성심이 강한 쇼거스 종이 아니랄까봐 그녀는 어떻게든 주인의 근심을 덜어내기로 마음을 먹었어.


그녀는 주인이 잠에 들 때까지 머리를 쓰다듬으며 코코낸내하게 만든 다음 몰래 주인의 지갑으로 변신을 했지.

그 사실을 모르는 주인은 지갑을 들고 다음날 밖으로 향했어.


하지만 주인의 목적지는 주인이 항상 다니는 회사가 아니라 병원이었어.

의아하게 생각한 쇼거스는 혹시라도 주인이 큰 병에 걸린 건 아닌가 노심초사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건 아니었어.


큰 병에 걸린 건 다름아닌 주인이 아니라 주인의 누나였던 거지.


어렸을 때부터 폐가 좋지 않았던 몬붕이의 누나는 얼마 전, 가슴이 아파 병원에서 진찰을 받았는데

폐에 악성 종양이 발견됐고 이를 치료하기에는 종양이 너무 커졌다는 소식을 들었어.


이미 마음을 다잡았는지 그녀는 헬쑥해진 얼굴로 몬붕이에게 말했어.


''몬붕아... 나는 괜찮아. 정말 괜찮으니까... 그 동안 먹고 싶은 것도 잔뜩 먹었고, 하고 싶은 것도 원 없이 해봤으니까... 더 이상 나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아도... 돼."


몬붕이가 자신의 병원비와 수술비, 약값을 부담하느라 얼마나 큰 빚과 짊을 지고 있는지 알고 있는 그녀였기에

자신의 하나뿐인 동생에게 더 이상 부담을 지워 주기 싫었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누나마저... 누나마저 가 버리면 나는 어떡하라고!!!!"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아버지를 사고로 일찍 여의게 된 몬붕이에게 남은 하나뿐인 혈육이라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그녀를 낫게 할 준비가 된 몬붕이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는 설득이었지.


한창 누나의 병상 앞에서 오열하던 몬붕이는 사왔던 죽과 음료를 두곤 쇼거스에게 이 얼굴을 들키지 않으리라 생각했는지

화장실에서 한동안 세수를 하며 얼굴을 다듬더니

쇼거스의 눈에는 애써 짓는것처럼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병원을 나섰어.


주인보다 앞서 저택으로 돌아와 주인을 맞이한 쇼거스는

평소에 주인에게 쳤던 짖궂은 장난은 일절 안 치고 성심을 다해 주인을 보살폈어.


주인은 의아하게 여겼지만 자신도 모르게 쇼거스의 정성 어린 보살핌에 조금이나마 마음의 평온을 얻었지.


주인이 잠든 새 방에 돌아온 쇼거스는 밤새 고민 또 고민을 했어.

다름 아닌 자신이 아주 작은 세포로 변화해서 주인의 누나의 병을 치료할 계획을 세운 거지.

다만, 그렇게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니었어.


자신의 세포를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고 어떤 물건도 만들 수 있으며 어디에도 침투할 수 있는 쇼거스였지만

사람의 몸 속에서 악성 세포를 조작하는 경험은 한 번도 없었던 지라 섣불리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무엇보다 한 번 실수해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두 번은 없었지.


의외로 박식한 교육을 받아 머리가 비상한 쇼거스였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주인의 근심을 없애기로 한 쇼거스는 한동안 미친 듯이 의학 지식 습득에 매진하기 시작했어.


자신의 분신을 몇 번이고 나눠서 각 개체마다 의학 서적들을 정독하는 방식은

들어오는 데이터가 방대한지라 머리가 아파 그녀의 생애에서도 몇 번 사용하지 않았던 행동이었지.


하지만 그녀의 집착은 광기가 느껴질 정도였어.

정신이 어질어질할 정도의 격통을 느껴가면서도 그녀는 틈날 때마다, 업무 후의 휴식시간, 그리고 밤 새 내내 서적을 파헤쳤어.

곧 자신이 그녀의 몸 속에서 벌일 사투에서 아주 자그마한 변수라도 제거하기 위해서였지.


머리가 비상한 사람들도 몇 십 년은 지나야 습득할 고등의 의학 지식을 불과 몇 주만에 습득한 그녀는

주인에게 하루의 휴가를 요청하곤 그의 누나가 있는 병원으로 향했지.


몇 주 전에 주인의 주머니 속에서 봤을 때보다도 훨씬 야위고 수척해진 모습으로 누워 있는 그녀의 누나를 지켜보던 쇼거스는

작게 숨을 고르더니 아주 자그마한 형태의 실가닥 몇 개로 분할해서 그녀의 기도를 타고 속으로 들어갔지.


기관지 속으로 들어가기를 잠시, 그녀의 우상엽기관지 옆에 자리잡은 검은 조직은 비록 크기는 작지만 생각보다 넓은 범위에 전이되어 있었어.

마치 비장한 임무에 들어가기 전에 다짐을 하듯이 한숨을 내뱉은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렇지만 조심스럽게 그녀의 폐에 손을 댔고

그렇게 짧고도 긴 쇼거스와 누나, 둘과 암세포 간의 사투가 시작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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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쇼거스의 극진한 편의를 받으며 컨디션이 좋아져 개운하게 아침을 맞이한 몬붕이는

누나의 상태를 보러 갈 생각에 마음까지 편치는 않았어.


이전에 진행했던 수술도 작은 규모는 아니었는데 그보다도 더 큰 수술을 앞둔 누나를 볼 때마다 그의 가슴은 미어지는 듯 했지.


병원에 가기 위해 옷을 갈아 입으며 준비하는 몬붕이에게 쇼거스가 평소보다 훨씬 밝은 얼굴로 미소지으며 다가왔어.


"음~~ 주인님, 오늘은 평소보다 더 젠틀한 이 옷은 어떠신가요~??"

"좋긴 한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어서..."

"그냥 뭐... 오늘 주인님께 좋은 일이 생길것 같은 이 만능 메이드의 촉? 이라고 할까요~~"


요새 자신에게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며 장난기가 없어진 쇼거스도 좋았지만 이런 모습의 발랄한 쇼거스도 내심 그리웠던 몬붕이는 가볍게 웃으며 옷을 받아들었어.


옷을 다 갈아입고 외투를 입는 중, 갑자기 휴대폰에 누나의 전담의사의 번호가 들어왔어.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노심초사한 몬붕이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아들었지.


"여보세요...?"

"몬붕씨, 지금 당장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 무슨 일이신데 그러세요..."


몬붕이는 세상에 대한 원망과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의사에게 쥐어짜듯이 말했지만, 의사에게서 들려온 대답은 그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어.


"......기적.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다급하게 몬택 스마트호출을 불러 병원까지 한 달음에 달려온 몬붕이는 그녀의 병실 문을 걷어차듯이 열고 뛰어 들어갔어.

그의 눈 앞에 보이는 건-------------------


"어, 몬붕아.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왔네? 아, 니가 줬던 이 포도주스 맛있는데 먹어 볼래?"


눈가가 쏙 들어갈 정도로 앙상하게 마른 그녀의 누나가 아닌 예전에 자신을 자상하게 챙겨 주던, 그가 꿈에서도 그리던 그 모습의 누나였어.


비록 완전히 컨디션을 회복한 게 아니라 다소 야윈 모습은 그대로였지만, 누가 보더라도 심각한 병에 걸린 환자로 보이지는 않았지.


떨리는 손으로 누나의 손을 잡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몬붕이의 곁에서 의사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어.


"저희로써는 정말 기적이라고 말할 수밖엔 없는 것 같습니다. 하룻 밤 사이에 폐의 상당 부분에 전이되어 있던 종양이 전부 없어지는 건... 의학계에서도 전례가 없던 일이라서... 정말 신의 기적이라고 밖에는..."



하지만 두뇌회전이 생각보다 빠른 몬붕이는 이 일이 단순한 기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분명 자신과 누나의 사정을 알고 있는 말도 안 되는 능력을 가진 누군가가 베푼 선물이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그 선물을 베풀 만큼의 강대한 능력을 가진 이가 자신의 주변에 누가 있는지까지 생각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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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 밝은 얼굴로 돌아온 몬붕이를 만족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던 쇼거스는 이내 등을 돌리고 이불을 널며 몬붕이에게 말했어.


"흐흥~♬ 표정을 보아하니 제 말대로 좋은 일이 생기신 것 같네요, 주인님. 그럼 오늘 저녁은 어떤 걸ㄹ.... 꺅?!"


쇼거스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어. 몬붕이가 그녀의 등 뒤에서 그녀를 있는 힘껏 껴안았기 때문이지.


"......고마워. 정말 고마워. 이 은혜를 어떻게, 어떻게 갚아야 할지..."

"......알고 계셨군요."

"이런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는 존재가 내 주변에 너 말곤 없으니까."

"아핫, 이럴 줄 알았으면 수술날 의사로 변장한 다음에 하는 거였는데..."


쇼거스는 장난스레 대꾸하면서도 흔치 않던 주인의 진심 어린 포옹에 얼굴이 귀까지 빨개진 상태였어.


"나는 이 일을 이대로 넘길 생각은 없어, 너도 알잖아 내 성격? 나는 빚을 지면 그걸 갚아줘야 직성이 풀려. 그것도 이렇게 평생을 걸쳐서라도 다 갚지 못할 정도의 은혜면 더더욱."

"...그건, 제가 주인님의 곁에 있겠다는 마음만으로는 받아들이실 수 없는 건가요?"

"당연한 소릴."










"그렇다면...... 제가 바라는 것 하나만... 딱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나요?"


평소 성욕이 굉장히 왕성했던 쇼거스였기에 격렬한 야스를 바랄 것이라 짐작했던 몬붕은 그녀가 해준 것에 비하면 고작 며칠 정도 미라가 되는 것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리라 생각했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가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어.


"아직 주인님의 마음의 짊은 다 안 풀렸다고 저는 생각돼요. 그녀의 병이 낫기는 했지만 그동안 지불했던 병원비나 약값 등의 부담되는 지출은 그대로 있으니까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

"주인님의 마음의 짐이 풀릴 때까지... 제가 다 받아드릴 테니까... 저에게 응석을 부려 주셨으면 해요오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얼굴을 가리며 쇼거스가 대답했어.


마음 같아선 자신이 근래 습득한 지식과 능력으로 주인의 부담을 대신 처리하고 싶었지만, 그걸 절대 허락할 주인이 아니며 


더군다나 자신에게는 메이드라는 주어진 본분이 있던지라 금전적인 부분까지 적극적으로 해결해 줄 순 없었지만


주인의 마음의 짐이나마 덜어주고 싶었던 그녀였기에 부탁할 수 있었던 대가였고

몬붕이에게는 그런 그녀가 어느 때보다도 사랑스러워 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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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늘은... 고마웠어. 그, 여러모로..."

"네, 네!! 이 쪽이야말로..."


상대를 잡아먹을 듯한 착정야스에는 도가 텄던 그녀라도 이런 식의 플레이는 한 번도 해본 적 없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당황하며 리드를 하지 못해 미안함을 표하던 그녀였지만 


주인이 평소와 다르게 그녀를 위해 적극적으로 초반 리드를 하며 그녀에 대한 너무나 큰 감사함을 온 몸으로 표현했고, 평소의 사랑을 나눌 때와는 다른 느낌의 애달픔과 쾌감에 그녀도 자연스레 주인의 응석을 모두 받아들였어.


"그리고... 저도 엄청 기분 좋았어요. ......아, 평소에는 기분이 안 좋았다는 게 아니라! 오늘은 유독 좀 다른 느낌, 이라고 해야 할까..."


주인이 자신에게 보내는 끝없는 사랑을 거절하지 않고 다 받아주는 평소와 다른 느낌의 애정표현은 그녀에게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해줬고 앞으로도 종종 이런 플레이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하는 그녀였어.


몬붕이는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크흠, 하고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선 진중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지.

"저기,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는것도 좀 우습지만... 물론 내가 너의 능력만을 보고 이러는건 절대 아니니까 오해는 하지 말고 들어줬으면 좋겠어."


"...??"


"...우리, 지금 이 관계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는건 어떨까, 하고 생각하는데..."

"...!! 그 말씀은..."

"......아.. 이걸 내 입으로 직접 말하려니까 좀 쑥스러운데.. 연습할 땐 잘 됐는데 참... 여러 모로 미안해. 괜찮으면 나랑 결ㅎ"


그의 입술이 쇼거스의 입술에 의해 막혀 전부 말이 이어지지는 않았어.


"좋아요... 좋다구요... 흑... 어떡해..."

울며 그의 고백을 받아들인 쇼거스는 그에게 눈물 고인, 세상 그 무엇보다도 화사한 얼굴로 웃으며 대답했다.

"비록 장난도 많이 치고, 여러 모로 부족한 저이지만...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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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쇼거스가 부탁 하나만 해도 되냐는 거에서 끊었었는데 뭔가 좀 아쉬워서 더 썼음

졸려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