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순이


얀진이


1화: https://arca.live/b/yandere/22125679


2화: https://arca.live/b/yandere/22163248?target=all&keyword=%EB%A7%89%EB%91%A5&p=1


3화: https://arca.live/b/yandere/22276089


플롯따위 필요없다. 그저, 쥬지가 시키는 대로 써나갈 뿐


***


"저와 사귀어 주세요.."



당황스러웠다.


그도 그럴게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사람은, 스트리머계의 여왕이라 불리는 사람.


그녀와 사귈 수만 있다면, 대다수의 남자들이 무엇이든 바치려드는 그런 여성이다.


그런 그녀가 모든걸 내려놓겠다는 각오로, 내게 마음을 부딪혀 오다니.


평범한 나로써는, 그걸 쉽게 납득하기가 힘들었다.



"..어째서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얀진님 같이 대단한 분께서, 무슨 이유로 절 좋아하시는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내 질문에, 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사실은, 저도 잘 몰라요."


"네?"



어떻게 확신도 없는데 이런 짓을 벌인단 말인가.


나는 그녀의 대담하면서도 이해 할 수 없는 행위에, 반쯤 경악했다.



"이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이유를 말 해보려니, 막막하기만 해요. 하지만.."



얀진님의 손이 스스로의 가슴팍에 올라갔다. 입고있던 목티를 꽉 쥔 그녀가, 불규칙적인 호흡을 내뱉으며 날 바라본다.



"얀붕씨를 볼 때마다, 제 가슴이 자꾸만 두근거려요. 이상하게 얀붕씨의 모습을 처음 영상에서 봤을 때부터. 얀붕씨의 모습이 머리속에서 떠나지를 않았어요.."



그녀의 말은 점차 빨라져갔다. 가슴속에 있는 감정, 응어리가 된 마음을 전부 뱉어내겠다는 듯이. 쉽게 풀어서 설명 할 수 없으니까, 자신의 모든걸 내보이겠다는 것처럼.



"그래서 그때부터, 아니.. 애초에 얀붕씨께서 방송에 매일같이 와주셨을 때부터, 당신이란 사람이 신경쓰였어요. 매일마다 방송을 보러 와줬는지 확인하고, 와있으면 오늘도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겠다며 기뻐하고. 오지 않는 날에는 무슨 일이라도 생긴게 아닐까, 걱정하면서 평소보다 늦게 방종하고. 매일같이.. 아니, 매 시간. 매 분마다, 당신이란 사람을 떠올리고 있어요."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 그녀는, 손에 쥐고있던 목티를 뜯길 정도로 강하게 쥐며. 내게 물었다.




"얀붕씨. 이런 저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는 걸까요? 제가 당신을 사랑하는게.. 맞나요?"


"........"



나도 연애 경험이 없기에, 그녀의 그게 사랑이 맞다고 확신 시켜줄 수는 없었다.


그러나 현재의 그녀는, 과거의 나와 비슷했다.


내가 얀순이를 깊게 짝사랑 하던 시절. 그때의 내 심정이 딱 저랬다.


틈만 나면 얀순이를 떠올리고, 그녀를 볼 때마다 가슴이 미칠듯이 뛰어대고. 학교를 쉬는 날엔 무슨 일이 있는게 아닐까, 하루종일 걱정했다.


그리고 나는, 이 감정이 사랑이 맞다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맞는거.. 같아요.. 저도 한 때 짝사랑 했던 여성을, 그런식으로 바라봤으니까.."



자신한테 고백하는 여성에게, 다른 여성의 이야기를 꺼내다니.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고 병신이라며 욕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의 질문에, 가볍게 대답하기는 싫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를 들어서라도, 그녀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해주고 싶었다.


그 감정이, 얼마나 애절하고 괴로운건지.


나는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군요.. 지금 제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얀붕씨의 말대로 사랑이 맞다면. 이제는 아까보다도 더, 당당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목티를 쥐고있던 손이, 내 가슴팍에 살며시 올려졌다. 얀진님은 내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처럼 젖은 눈동자. 그러나 불안해하던 전과는 달리, 거기서는 확고한 의지가 느껴졌다.



"얀붕씨, 저는 당신이라는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해요. 이 마음을 더는 숨길래야, 숨길 수가 없을 정도로. 다른걸 다 잃더라도, 당신만큼은 갖고싶을 정도로 사랑해요. 그러니까 얀붕씨.. 이런 저와, 사귀어 주시겠어요..?"



가슴이 저려왔다.


그녀의 진심이 담긴 고백과, 애절한 눈빛에. 머릿속이 점점 흐릿해져 간다.


티비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든, 아리따운 외모. 코 안을 가득 채우는 매혹적인 체취. 거기다가 남성의 음심을 자극하는 풍만한 몸매까지.


이미 사랑하는 여성을 포기한 내게 있어서, 그녀의 고백은 너무나도 치명적이게 다가왔다.



"정말 저로 괜찮으신 건가요..? 지금은 술에 취해서, 홧김에 말씀하시는 걸지도 몰라요"



내 마지막 방어를,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뚫으려 한다.



"애초에 얀붕씨께 고백하려고 마신 술인걸요. 이 모든게,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제 본심이예요."


"..그렇군요."



나는 얀진님의 진지한 눈빛을 마주보며, 생각에 잠겼다.


화면 너머로지만, 매일같이 봐오던 여성이였다.


얀순이로 인해 보는 눈이 높아진 그가, 홀린듯이 바라봤던 스트리머다.


얀순이를 제외한다면, 가장 대화를 많이 나눈 여성중 한 명일 것이다.


얀순이 다음으로 익숙한 여성. 과거의 나와도 같은 그녀라면..



"..저로 괜찮으시다면, 앞으로 잘부탁드릴게요."



우리는 잘 어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말씀은.. 사귀어 주신다는 건가요?"


"네.. 얀진님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저지만, 어울릴 수 있는 남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요."


"아..!"



얀진님의 입꼬리가 점차 위로 치솟는다. 그녀가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내 손을 조심스레 쓰다듬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살면서, 얀진님 같이 아름다운 여성분과 사귀게 될줄은 몰랐어요."



내 말에,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저, 저도! 얀붕씨처럼 멋진 남성분과 사귈줄은 몰랐어요."



우리는 서로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나는 이 모든걸 지켜보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걸, 뒤늦게 떠올렸다.



"얀진님, 슬슬 시청자 분들께도.."


"사귀는 사이인데, 존댓말 쓸거예요..?"



얀진님이 서운하다는 듯, 입꼬리를 내렸다.


그 모습이 마치 산책을 못가게 된 강아지처럼 보여, 내게는 무척이나 귀엽게 느껴졌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고는 목을 가다듬었다. 그러고나서 자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얀진아, 슬슬 시청자 분들께도 전부 말씀 드려야지."


"그, 그래. 얀붕아."



막상 들으니 쑥스러웠던 걸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렇게 속으로 각오를 다진 나는, 얀진이와 함께 채팅창을 흝어보기 시작했다.



큐피트의화살: 꺄아아아아아아아아! [얀진♥️얀붕 D+1] 불만 있는 사람들은 다 나와요! 바깥으로 모실테니.


얀진님의노예: 와.. 만화에서나 볼법한 고백을, 현실에서 다 보네..


얀진님의고향: 여기 매니저님, 권력남용이 너무 심한거 아님?? 추방당한 사람이 몇 명이여..


얀진님의행복: 여캠 그만두는건 아쉽긴 한데, 방송을 그만두는건 아니라 다행인 듯. 이제 얀진님 방송 아니면, 몸이 만족을 못함.


얀진갤러리: ㅋㅋㅋㅋㅋㅋ 유니콘 새2끼들이 겁나 발악하네. 남친 있으면서 모솔인척 연기하는 여캠러 보다, 이런식으로 대놓고 밝히는게 훨씬 보기 좋음.


얀진님의노예: 나도 하꼬 여캠러 찾아서, 매일같이 찾아가야겠다. 잘해주다 보면, 이런식으로 커플 되는거 아닐까.


얀진님의하인: ㅋㅋㅋㅋㅋㅋㅋㅋ 어림 없지! 얀진님은 완전 특이케이스고. 실제 여캠러들은 정성보다 돈을 더 밝히죠.


얀진님의발바닥: 돈만 빨리고 내버려진다에 한 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큐피트의화살: 앞으로 두 분이서 합방하실텐데, 얼마나 깨알이 쏟아질지. 벌써부터 기대돼요!


얀진님의노예: 나도 말 놔줘요!! 나도 하루도 빠짐없이 얀진님 방송 봤단 말이야!


얀진님의하인: 노예님 오신 날보다, 얀붕님 오신 날이 2배는 더 많아요..


큐피트의화살: 저건 커플의 특권이라구요!


얀진님의노예: 오늘부터 머리 금색으로 물들이고, 태닝하러 간다. 얀진님 N..



[얀진님의노예님께서 벙어리가 되셨습니다. 30초간 지속됩니다.]



큐피트의화살: 추방 안한걸, 감사히 여기세요.



채팅창을 본 나와 얀진이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다수가 반대라며 욕을 할줄 알았는데, 의외로 응원해주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다들, 제가 밉지 않으세요?"



얀진이의 질문에, 시청자들이 대답했다.



얀진님의하인: 솔직히 얀진님 방송 어느정도 본 사람들은, 다 이해할거 같은데요.. 얀진님 방송을 보는게, 예뻐서 보는것도 있는데. 얀붕님이랑 대화 할 때마다,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구는게 귀여워서 보는 것도 있어요. 이번에 사귀는 것도, 그냥 올게 왔다는 느낌.


큐피트의화살: 올~ 하인님. 얀잘알이셨네요. 제가 얀진님 좋아하고 응원하는 것도, 그게 이유였는뎅.


얀진님의노예: 밉긴 왜 미워요. 제가 나중에 뺏으면..



[얀진님의노예님께서 벙어리가 되셨습니다. 1분간 지속됩니다.]


큐피트의화살: 태닝 하는김에, 가마솥에도 넣어드릴까요?



응원하는 이들은 대부분 위 의견에 찬성했다. 얀진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던 감정을, 시청자들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사랑에 빠진 소녀와도 같은 감성.


얀진이처럼 아름다운 여성이 그런 순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는게. 방송의 매력에 알게모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던거 같다.



"다들.. 진짜 너무 고마워요."


"이해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대다수의 인원들이 내게 잘해주라고. 울리면 죽여버리겠다고 말한 탓에, 등에서 식은 땀이 그치질 않았다.


얀진이는 겁에 질린 나를 보며, 해맑게 웃었다.



"푸흡.. 앞으로 싸우거나 하면, 시청자들한테 다 일러바쳐야겠다.


"안 싸우도록, 조심해야겠네.."


"응, 조심해 줘. 나, 너랑은 절대 싸우고 싶지 않아. 그리고.."



얀진이가 부끄러워 하며 말을 이었다.



"설령 싸운다 해도, 내가 널 싫어 할리는 없을 거야.."


"얀진아.."



감동했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수줍어 하던 얀진이가 몸을 내쪽으로 기울이기 시작했다. 얼굴이 가까워질수록 눈을 살며시 감는 그녀. 나는 그런 그녀의 의도가 무엇인지 곧장 알아차렸고.



♥️



곧바로 그녀의 용기에 보답했다. 내 첫 키스는 알코올 냄새가 풍기면서도, 그곳에 향기로운 체취가 섞여서 나는. 신비로운 키스였다.



그리고 이후. 그 모습을 본 시청자 모두가, 질투와 축복의 의미로 폭주했다.



***



얀진이와의 방송을 무사히 끝마쳤다.


나는 얀순이가 했던 도네이션이 신경 쓰여, 핸드폰을 돌려받자마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얀순이: 할 말 있어. 방송 끝나면, 우리 집으로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