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징조입니다. 양파는 모든 반찬의 기본."



"자. 시작하도록 하죠. <준비>를..."



"..."



"응? 계장님?"



"...밖에선 그냥 지수라고 불러라."



"그럴순 없습니다. 설령 밖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역삼동 주민센터>의 일원이니깐요."



"...좀더 친근하게 불러달란 말이다."



"호오? 이거 보기 드문 광경이군요?"



"시끄럽다. 대장은 너무 역할놀이에 충실해."



"후훗...우리는 모두 다가오는 멸망 아래 가면을 쓴채 춤추고 연기하는 배우..."



"그 가면이 좀 늘어난다 해도 전 기꺼이 쓰겠습니다."



"대장..."



"그러니깐 그걸 왜 저녁장보는 지금에도 하냐 이말이다!"



"<먹는다>는것은 삶의 근원...만찬의 준비를 하는 지금이야말로 인간의 본성에 가까워질때."



"그러니깐 일일이 모든 회화를 그럴듯하게 안해도..."



"하...됐다. 뭔가 전부 바보 같아졌어."



"계장님은 원래 바보니까요."



"이익?!"



"자 담도록 하죠 이 <양파>들을..."



"..."



"대장? 그러면서 은근슬쩍 가지 빼는거 다봤다? 다시 넣는게 좋을거야."



"칫...역겨운 암흑의 과실..."



"아니 30대 후반이나 되서 반찬투정하는 대장이야말로 암흑기 아냐?"



"그 물컹물컹한 식감이 싫습니다. 몸에 좋다고 먹으라니...그런 <상식>따위 동양에서나 통하는 겁니다!"



"...서양인인 에이미도 잘만 먹던데?"



"에이미는 첫번째 날개...그정도 고난따위 손쉽게 넘어설겁니다."



"아니 대장은 날개가 여섯짝이나 달렸으면서 그것도 못먹어?!"



"이 여섯의 날개는 멸망으로부터 세상을 감쌀 날개...저를 위해 쓰는것이 아닙니다."



"가지 못먹는거에 일일이 핑계도 많아?"



"칫 들켰나."



"처음부터 속지도 않았거든?"



"맛있게 튀겨줄테니깐 가져와."



"...튀김?"



"응. 무침은 싫어하는거 같으니깐."



"후후후...그것 참 기대되는군요. 새로운 조화...새로운 변화...앞으로 어떤 변혁을 가져올지..."



"꼭 그렇게 중얼중얼 거리면서 가야해?"



"..."



"정말 애 돌보는거 같다니깐...멸망이고...육익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