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승리했다. 


서로의 존망을 걸고서 치른 마왕군과의 전쟁에서.


10년. 길다고 생각하면 길기도 하고 짧다고 생각하면 짧기도 한 시간이지만.


그 시간이 막바지에 다다를 즘.


용사, 마법사, 기사, 궁수, 성녀로 이루어진 인류의 희망, 즉 용사 파티가 마왕을 죽음으로 몰아넣음으로써 전쟁이 끝이 났다.


단.


용사 레오의 희생과 같이.



"레오! 레오! 제발 정신차려봐!"


마법사 리나가 쓰러진 용사의 곁에서 외쳤다.


쓰러진 용사 레오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레오의 팔과 다리는 한 짝씩 사라졌고, 사라진 신체의 표면에 존재하는 검은 기운은 마치 기생하듯 그의 몸을 천천히 갉아먹고 있었다.


리나는 용사를 보고있던 고개를 돌려 성녀 아리엘을 쳐다보았다.


"아리엘! 얼른 레오, 레오를 치료해 줘!"


리나의 말을 들은 아리엘이 천천히 레오의 곁에 다가가 중얼거린다.


"여신이여. 당신을 믿는 신자가 간절히 비나이니, 이 자에게 부디 치유의 빛을."


아리엘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주위에서 생겨난 청록색 빛이 용사에게로 향한다.


치유의 빛은 자연스럽게 용사의 상처를 향해 다가갔고 서서히 용사의 몸을- 


리나가 용사의 몸을 보고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상처가 낫질 않아...?"


치유의 빛은 용사를 치유해주질 않았다.


리나가 아리엘을 보고 말한다.


"아리엘!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왜 치유를 썼는데도 레오가 낫질 않는거야!"


하지만 아리엘은 리나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아리엘 역시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은 표정을 지었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검은 기운은 용사의 몸 안을 더욱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렇게 용사를 제외한 파티 전원이 침음을 삼켜 용사가 검은 기운에 잡아먹히는 것을 그저 지켜만 볼 수 없을 때.


"하하하하하하!"


어디선가 환희에 가득 찬 웃음소리가 들렸다.


자리에 있던 모두는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봤고, 그 근원지에는 머리만 남은 마왕이 즐겁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주 좋은 결말이야...! 마왕과 싸우다 죽은 용사라는 건 말이지...하하하!"


기사 지크가 마왕을 향해 소리친다.


"마왕! 지금 용사의 상태가 이런 것은 니가 한 짓인가!"


"그래. 지금 용사가 저런 것은 나 때문이지."


마왕의 말을 들은 파티는 각자의 무기를 들어 마왕을 향해 겨눈다.


마왕은 잠깐 진정해보라는 듯이 파티를 향해 말한다.


"어이. 난 이미 죽었으니 무기를 겨눠도 소용없다고."


궁수 카인이 화살의 촉을 마왕의 머리에 조준한 채로 눈을 가늘게 뜬다.


"어차피 마왕, 너만 사라지면 레오도 다시 낫지 않겠어?"


"아니. 그럴리 없다. 내가 용사에게 한 짓은 저주라서 말이지."


"저주 말인가요?"


아리엘이 마왕의 말에 재차 물었다.


"그래. 저주. 이 저주는 시전자의 목숨을 담보로 바쳐 상대방의 목숨을 천천히 갉아먹는 저주!"


마왕의 말은 들은 모두는 다시 쓰러져있는 용사를 바라봤다.


어느덧 팔과 다리를 넘어 몸의 중심부쪽으로 검은 기운이 퍼져있었다.


"그럼 마왕, 이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있는건가."


지크가 마왕을 향해 물었다.


마왕은 지크의 물음에 히죽거리며 답한다.


"당연히 없다. 난 그저 너희들이 절망에 빠진 모습을 보고 싶어 말을 건 것 뿐- 으읍..!"


마왕의 머리가 바닥에서 올라온 불길에 휩싸였다.


리나는 마왕을 향해 겨눴던 지팡이를 내려놓는다.


"저런 들을 가치도 없는 말. 귀 기울일 필요 없어."


그녀는 용사에게 다가가 그의 볼을 살살 어루만졌다.


"레오..."


리나의 눈에 눈물이 천천히 고인다.



"우리 이 전쟁이 끝나면 같이 결혼하기로 맹세했잖아... 근데 왜..."


눈물은 리나의 뺨을 타고 레오의 얼굴에 떨어졌다.


투욱...! 투욱...!


자신의 볼에 느껴진 감촉때문일까. 용사의 눈이 서서히 떠지기 시작한다.


"으윽..."


"레오!"


레오의 신음소리에 파티 전원이 레오에게 달려든다.


"어이 용사! 정신이 드나?"


"레오. 괜찮아?"


"용사님..."


천천히 뜨여진 용사의 눈에 처음 모습이 비친 것은 리나였다.


"...리나?"


"어..! 응, 맞아... 레오...! 몸은 괜찮아...?"


레오는 고개를 내려 자신의 몸 상태를 보았다. 어느덧 몸의 70퍼 센트가량이 사라진 모습.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검은 기운은 레오의 목 부근까지 올라와 레오를 먹어치우고 있었다.


"아악...!"


레오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아무리 강인하고 용맹한 용사라도 자신의 몸이 검은 기운에게 대부분이 먹힌 상태라는 것을 보고 아무렇지 않기는 힘들 것이다.


"레오!"


리나는 그저 몸부림치는 레오를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단 사실이 고통스러웠다.


리나의 뒤에 있던 아리엘이 레오의 앞으로 다가와 속삭인다.


"여신이여. 당신을 믿는 신자가 간절히 비나이니, 이 자에게 부디 안정을."


아리엘의 말이 끝나자, 레오의 몸부림이 점차 안정되었다.


"용사님. 이건 고통을 진정시키는 기도에요. 상처 회복에는 전혀 효과가 없고, 그저 고통만 줄일 뿐..."


레오는 점차 줄어드는 고통 속에서 생각했다. 자신은 이제 얼마 못 가 죽을 것이라고.


레오가 살짝 고통스러운 표정을 한 채 진지한 눈으로 리나를 바라본다.


"리나... 잠시 할 말이 있어..."


"할 말...?"


리나는 레오의 말 한 토시라도 놓치지 않으려 그의 곁으로 바짝 다가섰다.


레오는 숨을 한번 깊게 쉰 뒤 입을 열었다.


"리나... 나 있지, 아마 곧 죽어... 마왕을 죽이고 같이 결혼하자는 말 못 지킬거 같아..."


리나가 못 믿겠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뭔소리야...? 레오. 내가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테니까! 제발 포기하지 말아줘... 레오...부탁이야..."


"리나. 너도 알잖아. 지금 내 모습을 보면."


리나가 다시금 전체적으로 용사를 바라본다.


용사에게는 더이상 상반신과 하반신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았고, 그 모습은 마치 아까 전의 마왕의 머리만 남은 모습과도 같았다.


레오가 리나를 향해 다시 입을 연다.


"리나... 나 정말로 너를 사랑-"


레오의 말이 도중에 멈췄다. 말할 수 있는 입이 사라졌기 때문에.


"레오..! 흐읍..."


레오의 눈은 순간 입이 사라진 것에 당황했지만 곧이어 눈웃음을 지어준다.


"레오...! 안돼! 제발 죽지마! 너 없이 나는 어떻게..."


곧이어 레오는 끝까지 파티 모두에게 눈웃음을 지어준 채로 사라졌다.


눈웃음 사이로 삐져나오는 눈물을 보면 분명 죽기 싫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그녀를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용사가 사라진 장소에 오직 리나의 울음소리만이 가득찼다.



*



리나의 울음이 멈추기 시작할 즘, 기사 지크가 궁수 카인에게 물었다.


"이제 정말로 끝이 난건가?"


"분명 끝이 났음에도 끝이 안난 기분이야."


성녀 아리엘 또한 그들에게 다가가 대화에 동참한다.


"그러니까요. 절대로 이렇게 끝이 나버리면 안되는데."


울음이 멈춘 리나가 이들에게 다가갔다.


"리나... 부축해드릴까요?"


아리엘이 리나에게 물었다.


"아니... 괜찮아..."


리나는 힘이 빠진 목소리로 답했다.


콰아아앙!


리나가 방금까지 있던 자리에 어마어마한 빛의 기둥이 내려앉았다.


"뭐야!?"


모두가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했다.


빛의 기둥은 점차 자신의 부피를 줄여나갔고, 서서히 기둥 안에서는 어떤 존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윽고 기둥 안의 존재가 명확해지고, 모두는 그 존재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당신들이 마왕을 쓰러뜨리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파티이군요."


가만히 있기만 해도 흐르는 기품. 옷이라곤 얇은 흰색 천 하나 걸친 모습이지만 천박하고 요염하다기는 보다 오히려 신성함이 더 돋보이는 존재. 격이 다른 존재.


그 존재는 여신이였다.


"당신들은 세계를 지켜신 자들이니. 각자 이루고 싶은 소원 하나씩을 들어드리겠습니다."


그 모습을 본 기사 지크가 넋이 나간채로 중얼거린다.


"마왕을 쓰러뜨린 자는 소원을 빌 수 있다던 소문이 사실이었다니."


"나 또한 그 소문이 왕가가 마왕군 섬멸을 위해 퍼트린 소문인 줄 알았는데."


궁수 카인도 지크의 말에 동참했다.


지크와 카인은 서로 여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리나는 그저 멍한 표정을, 아리엘은 여신을 보며 미소를 띠었다.


이런 그들의 모습이 지속되자, 시종일관 지속되었던 여신의 미소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여신이 그들에게 재촉한다.


"흐음! 잡담은 그만하고, 얼른 소원을 비시죠."


여신은 속으로 생각했다. 소원이라는 세계의 규칙만 없더라면 이런 귀찮은 일 절대 하지 않았을 텐데라고.


아리엘이 모두를 바라보며 말한다.


"저, 소원은 지크부터 순서대로 비는 것이 어떨까요?"


아리엘의 말대로라면 순서는 지크, 카인, 리나, 아리엘.


"그래. 난 지금껏 바라던 것이 있으니, 나 먼저 말하겠다."


지크는 아리엘의 의견에 찬성했고 다시 말을 잇는다.


"여신이여, 나는 세계에서 아인에 대한 차별이 사라졌으면 하네. 지금은 세상을 떠난 나의 스승을 위해."


지크의 스승은 분명 출중한 무예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오직 수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라가 그를 배척했다.


그럼에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고 지크를 포함한 제자들에게 자신의 무예를 전달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가까이서 본 지크는 아인의 차별을 없애기로 다짐했다.


지크는 몹시 후련하다는 듯 안심한 표정을 지은채로 말한다.


"이 전쟁이 끝나고 왕에게 아인에 차별에 대해 어떻게 부탁해 볼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확실한 기회가 찾아오다니 다행이군."


여신은 지크의 말을 듣고서 몇초간 눈을 감더니 다시 눈을 뜬다.


"방금 사람들 속에 남아있던 아인에 대한 차별을 완화시켰습니다."


"고맙소, 여신이여."


지크가 고개를 숙여 여신에게 감사를 표했다.


다음 순서는 카인이다.


"저의 소원은 엘프들의 왕이 되는 것입니다."


궁수 카인. 그는 엘프이다. 그리고 엘프의 나라에서 추방된 자이기도 하다.


추방된 이유는 다른 나라에서 노예가 된 옐프들을 구해야한다는 말 한번 꺼낸 죄로.


보수적인 엘프의 나라는 다른 나라에서 노예가 된 엘프를 구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배척한다.


자신들의 나라에서 벗어났다고.


카인은 이런 자기 안주만 하며 사는 엘프의 왕가가 맘에 안들었다.


자신이 일어나서 나라를 바꿔야했다.


카인의 말은 들은 여신이 다시 몇초간 눈을 감고 뜨며 카인을 본다.


"소원을 들어드렸습니다. 당신께서 나라로 돌아가시면 엘프들이 당신을 왕으로 맞이해 줄 겁니다."


"고맙습니다. 여신이여."


역시나 진부하군요. 권력, 종족의 편의. 언제나 올 때마다 이런 소원들이 주를 이루니.


여신은 반복되는 루틴과도 같은 이 일에 지루함을 느꼈다.


이제 나머지 인원은 두명.


여신은 다음 순서인 리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 얼른 소원을 비시죠."


"......"


리나가 아무 대답 없이 멍한 표정을 지은 채 그저 여신을 바라본다.


그 모습에 여신은 순간 짜증이 올라왔다.


"소원이 없으시다면, 다음 사람 먼저 하겠습니다."


"아, 잠시만요."


아리엘이 여신의 말을 저지하며 리나를 보고 말한다.


"리나. 얼른 소원을 비셔야죠. 안그럼 이 기회가 사라진다고요."


"......알겠어."


리나는 아리엘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여신에게 묻는다.


"여신님. 나 궁금한 게 있는데."


"네. 그게 무엇이죠."


"혹시... 소원으로 죽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어...?"


여신이 리나의 질문에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역시 이런 질문이 왜 안나오나 싶었더군요. 분명 죽은 용사를 살려달란 소원을 빌겠죠.


여신은 한숨을 쉬며 리나에게 답한다.


"답해주는 것이 소원인가요."


"아니, 이건 질문."


"일단 죽은자를 소원으로 살리는 것은 가능합니다."


리나는 여신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소원을 빈다.


"그럼 얼른 죽었던 용사, 레오를 살려줘."


"네. 알겠습니다."


리나가 물에 잠긴듯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정말... 레오를 다시 볼 수 있는거야...?"

"다행이네요. 리나. 용사님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아리엘이 리나의 옆으로 이동해 위로해주었다.


여신이 아까 전 처럼 눈을 감고 뜨더니, 여신의 밑으로 용사의 사라졌던 몸이 복구되기 시작한다.


원래의 몸으로 복구된 용사는 서서히 눈을 뜨며 주위를 둘러본다.


"...어?"


"레오!"


리나가 주위를 둘러보던 레오에게 달려들었다.


"리나?! 뭐야, 난 이미 죽었을텐데..."


레오는 달려들었던 리나를 보며 당황했다.


리나가 세차게 고개를 젓는다.


"내가 여신님에게 레오를 살려달라고 소원을 빌었어! 레오는 이제 살아있다구!"


"어? 그게 사실이야?"


"맞다니까! 아, 맞다 그리고!"


리나가 하던 말을 도중에 멈추고 손을 들어 레오의 이마를 때린다.


"악!"


"어떻게 나를 혼자 남겨두고 갈려고 해?"


"그건 어쩔수가-"


리나가 레오의 말을 끊는다.


"그래도! 같이 결혼하기로 했는데 그렇게 빨리 포기하면 안되지!"


"리나..."


레오는 리나의 진심을 듣고 가슴이 미어졌다.


"내가 미안했어. 리나."


"알면은 됐어."


리나가 레오에게 새침하게 답했다.


레오는 그런 리나의 모습에 괜히 기분이 좋으면서도 미안했다.


"어이, 용사. 다행이구만. 이런 아내를 두어서."


"아, 지크. 놀리지 말라고!"


"뭐, 어떤가. 사실이 아닌가."


지크의 반박에 레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런 수줍어하는 모습을 본 리나는 레오를 골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리나가 레오에게 고개를 내밀며 짓궂은 미소를 짓는다.


"왜, 아무 말도 못해? 레오?"


"그게..."


"나같은 아내를 둔게 부끄러?"


레오는 리나의 놀림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한다.


"...안 부끄러."


"히히히."


리나가 레오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아리엘은 이들의 모습을 보며 짓는 미소와 함께 입을 연다.


"정말 다행이네요. 전부 예상한대로라서."


"응? 무슨 소리야? 예상한 대로라니?"


리나가 아리엘의 말에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리나의 물음에 이어지는 아리엘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리나. 사실 저 말이죠. 용사님을 사랑한답니다."


"어, 아리엘?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거야?"


"그리고 또 있죠. 저는 마왕의 저주에 대해서 예전부터 쭈욱 알고 있었어요."


아리엘은 이들의 당황에도 개의치않고 말을 잇는다.


"대성당 지하에 존재하는 기밀 보관소에는 생각보단 재밌는 정보들이 많더군요. 전 용사세대의 이야기부터 그 이야기 안에 담긴 마왕의 저주까지."


아리엘이 인위적으로 놀랐다는 표정을 짓는다.


"심지어는 여신의 소원에 대한 증거도!"


마치 연극과도 같이 설명하는 아리엘의 처음보는 일면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입을 뗄 수가 없었다.


"저는 마왕의 저주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이를 해주하는 방법은 못찾았답니다. 그래도 열심히 용사님을 위하여 해주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저는 소원의 존재를 알자마자 바로 포기했답니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보여드릴게요. 리나."


아리엘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여신의 앞까지 당도한다.


그리고 여신을 향해 눈을 감고 경건한 자세로 기도를 드린다.


"여신님. 저에게는 소원이 있습니다."


아리엘은 눈을 뜨며 기도하던 자세를 풀고 손가락으로 용사를 가리켰다.


그 모습에 리나가 불길한 예감을 받는다.


"저 용사님이 제 것이 되게 해주세요."


"아리엘! 너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리나가 아리엘의 어처구니 없는 소원에 아리엘에게 따졌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선한 여신이 이런 말도 안되는 소원을 들어주겠어'하고 여신을 바라봤지만.


여신의 입꼬리는 위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부터 용사 레오는 아리엘 성녀의 소유가 되겠습니다."


"어째서..."


리나는 여신이 설마 이런 소원을 들어줄 주는 몰랐다는 듯 배신감을 느꼈다.


성녀라 모두의 행복을 빌거나 하는 소원을 말할 줄 알았지만 이런 소원를 빌다니 좀 놀랍군요.


여신은 성녀의 모습에 속으로 감탄했다.


리나는 지팡이를 들어 아리엘에게 향해 마법을 쏠 준비를 했다.


"아리엘...!"


그 모습을 본 아리엘은 그저 입만 열 뿐이었다.


이렇게.


"용사님. 지켜주세요."


레오의 몸은 재빨리 아리엘의 앞으로 이동했다.


리나가 으르렁거리는 표정으로 말한다.


"레오! 얼른 비켜!"


"미안, 리나! 몸이 말을 안들어!"


레오는 아리엘의 앞에 서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용사님? 좀 더 제게 가까이 붙으세요."


아리엘의 말에 따라 레오의 몸이 한발짝 두발 짝 뒤로 이동했다.


"음. 좋아요. 그리고 고개를 돌려 절 바라보세요."


다시 아리엘의 말에 따라 고개가 돌아가자, 아리엘은 레오의 얼굴에.


쪼옥!


키스했다.


"아리엘! 너 진짜로 죽일거야! 이제 더이상은 용서못해!"


"후아... 이게 용사님의 입술... 빠져나오지 못할 거 같아요..."


아리엘은 리나의 말을 무시한 채 그저 용사의 입술에 대한 감상평을 늘어놓았다.


"아리엘. 얼른 이 짓 그만하고, 날 리나에게 보내."


레오는 아리엘의 행동에 표정이 굳는다.


아리엘은 그런 용사에게 단호히 말한다.


"용사님. 굳은 표정 푸세요."


굳었던 레오의 표정이 풀린다.


"흐흐... 재밌네요. 제 말대로 따르는 용사님은."


리나는 레오가 아리엘의 앞을 막아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지금까지 이상했던 점들이 떠올랐다.


소원을 비는 순서도 아리엘이 추천했고, 여신이 내가 소원을 빌지 못하자 다음 순서가 먼저 하려는 것도 아리엘이 막고.


설마?


"아리엘. 너 설마 소원 순서도 다 알고나서 추천한거였어?"


"그럼요."


아리엘은 무슨 당연한 거를 묻냐는 듯 어깨를 들썩였다.


"또 재밌는 사실은 아까 용사님이 마왕의 저주한테 잡아먹힐 때 일부러 치유도 안했답니다."


지크가 아리엘의 말에 놀라 묻는다.


"그럼 아까 그 빛은 무엇인가? 치유의 빛 아닌가?"


"치유의 빛은 맞아요. 하지만 다름아닌 성녀인데 치유의 빛에서 치유가 안되게 하는 정도는 할 수 있죠."


카인 또한 궁금한 점을 아리엘에게 묻는다.


"그럼 왜 용사를 치유해주지 않은거야."


"그거야, 당연히. 용사님이 살아계실 때 여신님이 오시면 리나와 용사님. 둘이 합쳐셔 소원이 2개 잖아요."


그리고 아리엘은 레오와 리나를 번갈아 바라본다.


"질투나기는 하지만. 둘의 사이라면 소원을 분명 마왕의 저주를 없애는데 하나, 그리고 둘의 사이를 축복하는데 하나를 쓰겠죠."


아리엘이 레오를 뒤에서 껴안은 채로 리나를 바라봐 미소를 짓는다.


"그래서 용사님을 죽게 내버려두고 리나의 소원을 용사님의 소생에 유도한 겁니다."


지크와 카인도 각자의 무기를 꺼내든다.


"아리엘. 지금부로 너는 우리의 동료가 아니라 적이야."


아리엘은 리나, 지크, 카인에게 포위되자 소매 춤에서 스크롤 한 장을 꺼낸다.


"여러분이 절 적대할 거란 생각은 미리 해두었습니다. 그에 대한 해결책도 말이죠."


리나가 아리엘의 손에 든 스크롤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 졌다.


"순간이동 스크롤!"


"네. 맞아요. 사용 흔적도 안남는 비싼 스크롤이에요."


리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얼른 막아야 돼!"


리나의 외침을 들은 지크와 카인은 레오와 아리엘을 향해 달렸지만.


"용사님. 제게 가까이 붙으세요. 그럼 여러분 더이상 보지는 말죠."


찌이익!


아리엘이 스크롤을 찢자 레오와 아리엘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레오... 레오... 레오..."


리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허망한 표정을 한 채로 주저앉아 레오의 이름만을 불렀다.


---


소설 링크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