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려서 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반성 많이 하고 있으니까...반성, 히끅! 반성하고 있으니까 원래대로 되돌려 주세요..."
머리를 감싸고 울먹이며 마구 중얼거렸다.
평소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던 말투.
원래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
작아진 몸은 웅크리기 편했다. 마치 그러기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세계의 동화나 전설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꽤 흔한 이야기다.
장난기 가득한 주인공이 초자연적인 존재를 놀렸다가 벌을 받게 되는 전개.
"야. 너 TS 됐다면서?"
일주일 전. 같은 학과 친구에게 건넸던 말이 문제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남자였던 나는, 하루아침에 학대받는 여자애가 되고 말았다.
순식간에 몸의 성별이 바뀌는 TS 현상은 개인의 정체성에 큰 손상을 가한다.
빼어난 미모의 여자, 혹은 남자가 되었다 한들, 주변인들에게는 낯선 사람일 뿐이다.
그런 TS 현상을 장난스럽게 다뤘다.
"미친. 태현이 이제 거의 도내 최고 미소녀네? 여자 이름은 정했어?"
여러 잠재력과 폐해를 동시에 가진 TS 현상.
하지만 아직 그 원인이나 기작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혹자는 신의 기적, 또는 형벌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옷도 다 사야겠네. 아니다. 평소에 여장하고 다니는 애들이나 TS된다던데. 원래 게이새끼였으면 그냥 잘 된 거 아닌가."
......
나는 정말로 벌을 받아버린 걸까.
이곳에 갇힌 지도 벌써 일주일 째다.
강의를 듣다가 잠들었고, 일어나 보니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주변은 강의실이 아니었다.
텅 빈 창고 같은 공간에 커다란 거울이 놓여 있었고, 덕분에 나는 눈을 뜨자마자 변한 몸을 확인할 수 있었다.
키는 대충 30센티미터가 넘게 줄었고, 머리는 길게 자라 허리춤에 닿는다. 손아귀와 팔에 힘이 빠져나간 게 여실히 느껴진다.
말랑하고 연약한 여자의 살갗.
"아, 아."
그래. 목소리까지 힘없고 가녀리게, 높게 바뀌었었지.
함부로 말을 내뱉은 대가로, 원래의 목소리를 잃고 말았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남자로서의 몸과 오래된 습관, 말투와 생각까지도.
나는 서서히 잃어 가고 있다.
퍼억!
눈앞이 번쩍하며 절로 비명이 터져나온다.
자그마한 여자의 몸이 된 나를, 무감정한 구둣발이 후려찼다.
"흐으, 으으윽. 흐윽..."
최대한 불쌍한 목소리로 흐느끼며 시선을 들자, 굳은 표정의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처음에는 욕을 하고, 저항하고, 꼬집고 깨물며 버둥거렸던 바로 그 남자다.
지난 일주일 간 불합리한 폭력을 가하며 내게 여자다움을 강요했던 남자.
모든 저항이 소용 없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나는 순순히 그의 명령에 따랐다.
순종적인 여성이 될 것.
이유 없는 폭력에 저항하지 말 것.
최대한 괴로워하며 학대자를 즐겁게 할 것. 괴로움은 주로 정서적인 쪽을 선호한다.
"제가 잘못한 게 뭔지. 말씀해 주세요..."
평소라면 절대 쓰지 않을 애교 섞인 말투로 용서를 구한다.
이 정도라면 갈비뼈는 부러지지 않고 넘어갈 것이다.
퍼억!
"아악! 잘못했어요. 잘못해써요. 제발, 제발 그만! 그만해주세요!"
마치 타오르는 불길처럼 통증이 온몸을 휘감는다.
그때마다 나는 필사적으로 용서를 구한다.
이 짓을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기 위한 연기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상대방의 동정을 구걸하는 것인지.
이제는 알 수 없게 되었다.
"흐윽...잘못해써요...제가. 히끅. 다 잘모해어요..."
나는 언제까지 용서를 구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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