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약 먹고 여자애로 변해서 도망치면 못 찾아낼 줄 알았어?

나름 새로운 시도였지만,
정말 도망치고 싶었으면 해외로 밀항이라도 했어야지.
물론 그런 걸로 우리 사이가 끊어질 리 없지만.

기껏 도망친 곳이 고작 226km 떨어진 고향 친구 집이라니,
역시 도망칠 생각 따윈 없었구나?
이번에도 그냥 장난 친 거지, 틋붕아?

그럼 그렇지.
우리 사랑을 다시 확인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래도 이런 장난, 다시는 치면 안 돼?
다음부턴 화낼 거야.

어차피 이렇게 가냘퍼진 몸이라면,
이젠 힘에서도 틋붕이가 밀리겠지만 말야.

아카를 어떻게 한 거냐고?
저건 우리 사이에 끼어들려고 했잖아. 신경 쓰지 마.
그런 더러운 건 입에 담는 게 아니야.

아, 저게 너를 덮칠까봐 걱정인 거구나?
안심해. 저런 잠재적 강간미수범은 이따가 확실히 숨을 끊어놓을게. 

아카가 그럴 리 없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틋붕이가 이렇게나 예뻐졌는데,
저게 흑심을 품지 않았을 리가 없잖아?

틋붕아,
전부 네 장난 때문이고,
전부 네가 너무 사랑스럽기 때문이야.

그래도 제발 아카를 살려달라고?

틋붕이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저런 것에게도 자비를 베풀다니.
하긴, 그 마음씨 덕분에 우리가 더 일찍 이어질 수 있었지만.
모처럼 틋붕이가 부탁해준 거니까 이번엔 살려두도록 할게.

그래도 다시는 널 넘보지 못하게 거세는 시켜둘 거야.
마침 네가 쓰고 남겼던 TS약을 가져왔으니, 저거에 쓰면 되겠네.

물론 여자로 바꿔도 여전히 더러운 거니까, 조심해 틋붕아.
만약 저게 또다시 너를 건드리려 하면,
그때야말로 저걸 숨만 붙인 채 팔아버릴 거야.

알겠어? 여자가 됐다는 걸 의식해야 해, 틋붕아.
이제는 남자도 조심해야 한다고.

응?
남자가 아닌 여자가 되었으니, 이제 집착할 이유가 없지 않냐고?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너를 사랑하는 거라고.
내가 틋붕이를 싫어하게 될 리가 없잖아.

아, 나를 싫어하는 틋붕이는 조금 싫겠지만.
그런 건 존재할 수 없잖아? 논외야.

네 몸이 무슨 모습으로 변해도,
난 너를 알아볼 수 있어.
우리는 운명이야, 틋붕아.

...미안해, 그런 표정 짓지 마.
조금이지만 우리 사랑을 의심하는 것처럼 들려서 무서웠겠구나.
그 마음 나도 잘 알아 틋붕아.

내가 아직 틋붕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구나.
사랑에는 이해가 필수인데, 내가 실수했어.

앞으론 조심할 테니, 울음 뚝.
예쁜 얼굴이 퉁퉁 부어버린다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틋붕아.
저거는 조금 이따 약 먹이고 뒷처리 해둘게.

이제 다시 나만 보면 돼.
TS 따위는 우리 사이에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줄게.

우리 아이를 가지는 게 조금 어려워졌지만, 걱정 마.
틋붕이의 정자는 이미 충분히 냉동보관 해뒀으니까.

그리고, iPS 세포라고 알고 있어?
혹시 몰라서 아버지 연구실에 부탁해봤는데, 순조롭게 연구가 진행 중이래.
 
이렇게 된 김에 우리 첫 아이는 틋붕이가 낳는 것도 좋겠다.
그렇지?

괜찮아.
새 몸이 아직 낯설 테니, 내가 이것저것 가르쳐줄게.
그럼 아이를 가지는 것도 무섭지 않을 거야.

모처럼 몸도 달라졌겠다, 다시 이런저런 '처음'을 새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