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전편





이러면 안되는데...?



왜, 왜 후붕이가 벌써 돌아왔지?



왜 내가 데리러 가려 했던 후희를 데리고 돌아왔지?



후붕이는 후희가 맡겨진 곳을 알리가 없는데,



어떻게 데려왔지?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지금 당장은 후붕이에게 변명을 해야했다.



다른 남자들과 약속이 생긴게 아닌 한 집 밖으로 나간 적이 별로 없었으니,



변명이라도 해봐야했다.



"갑자기 아빠가 부르셔서 말이야. 잠깐 아빠 회사좀 다녀올게."



"...알겠어. 다녀와."



후붕이는 나를 순순히 보내주었다.



하지만, 나를 보내며 덧붙인 말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돌아오면 잠깐 얘기좀 할 수 있을까?"



"피곤해서 괜찮을지 모르겠어."



답변을 회피했다.



도저히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후붕이가 무슨 말을 해올지,



어떤 걸 요구해올지 도저히 마주볼 수가 없었다.



불안해서 미칠 것 같았으나, 그래도 착한 후붕이라면 나를 배려해주리라 생각했다.



"피해도 상관 없는데, 더 이상 말로 하지 않을거야."



하지만, 후붕이는 배려해주지 않았다.



깜짝 놀라 후붕이에게로 몸을 돌렸다.



후붕이는 한눈에 보기에도 잔뜩 화가난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후붕이와 살았던 6년의 생활동안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었다.



항상 한 발짝식 양보하고, 물러서던 후붕이였기에 당연히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는데,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후붕이에게는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증오가 깃들어 있었다.



항상 애정만이 깃들었던 후붕이의 눈동자에 아빠께서 엄마에게 보내시던,



엄마가 내게 보내셨던 증오의 감정이 깃들었다.



"아, 알겠어. 피곤해도 시간 한 번 내볼게."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다른 사람도 아닌 후붕이가,



언제라도 돌아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던 후붕이가,



엄마를 싫어하던 아빠처럼, 나를 싫어하던 엄마처럼,



증오가 담긴 눈동자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 이후부터는 정확한 기억이 없다.



택시를 타고 어딘가로 갔다는 것은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부터는 기억이 없다.



후붕이가 나를 미워한다는 사실이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다른 어떤 것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아빠 회사의 사옥에 와 있었다.



당연히 위안 따위는 없었다.



아빠는 또 돈이 부족해서 왔냐며 현금이 든 봉투를 신경질적으로 집어 던지시고는 사옥에서 쫓아냈다.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무서웠다.



그렇다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좀 아니었다.



지금 여기서 또 다른 남자를 찾아가 안긴다면,



안그래도 후붕이와의 관계가 박살났는데 정말 끝장이 나버릴 것이다.



방법이, 방법이 필요했다.



후붕이에게 미움받지 않을 방법이 필요했다.



후붕이가 더 이상 나를 증오하지 않을 방법이 필요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해야 후붕이가 나를 버리지 않을까?



후희는 이미 후붕이가 선수를 쳤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뭐가 있을까?



어떻게 하면 후붕이가 원래대로 돌아와서 다시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을 고민하며 여기 저리 돌아다니다보니, 벌써 저녁이 되었다.



지금쯤이면 후희가 잠이 들었을 시간이었다.



조심스럽게 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후붕이가 부엌에 앉아 있었다.



보통 후희 재운다고 같이 잠을 자던 후붕이였는데, 오늘은 깨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다른 남자랑 놀다왔어? 장인어른 핑계 대고?"



"아니야, 정말로 아니야. 아빠 회사 갔다 왔어."



후붕이는 의심을 해왔다.



섭섭했다.



가정 경제를 위해 아빠에게 소박 맞아 가면서 돈을 얻어왔는데, 왜 다른 사람이랑 놀다 왔다는 의심을 할까?



지금까지는 진짜로 다른 남자랑 놀다 와도 알아서 아빠 회사에 무슨 일이 있었겠거니 하고 반응 했었는데.



이유야 알고 있었다.



아빠에게 내쫓기고 사랑을 찾아 다른 남자를 찾아가지 않았던 이유가 그것이었으니,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단지, 받아들이기 싫을 뿐이었다.



평소의 후붕이는 그러지 않았으니까,



나를 항상 이해해주고 배려해줬으니까,



후붕이가 나를 사랑한다면 오늘도 그렇게 생각해줄 것이라 믿었다.



나를 사랑하는 후붕이라면 분명히 그렇게 믿어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온 후붕이의 반응은 의심이었다.



어제와 같이 차갑게 반응했고, 이제는 증오까지 깃들어 있었다.



나를 학대하고 이렇게 사랑을 갈구하게 만든 사람들 처럼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우리 부모님처럼 나를 미워하고 있었다.



나를 사랑해주던 후붕이가 다른 사람도 아닌 나를 미워하고 있었다.



"...됐어. 당신은 항상 그렇게 핑계를 댔으니까 오늘도 어디서 놀다 왔겠지."



"정말이야, 아빠한테 돈도 얻어왔어."



아빠에게 받은 돈까지 꺼내보였다.



하지만, 후붕이의 표정은 더욱 썩어들어갈 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아, 후순아? 너 애까지 있는 엄만데 이제 몸까지 판거야?"



"아니야, 아니라니까! 정말로 아빠 회사에 갔다가 아빠가 오해해서 돈 주고 내 쫓은거야!"



후붕이의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여전히 표정을 구긴 채, 고개만 주억거릴 뿐이었다.



"그래, 그럼 그런걸로 하자."



"왜, 왜 안 믿어 주는거야? 지금까지는 잘 믿어 줬잖아?"



"...네가 지금까지 얼마나 속여 먹었는지 알기는 해?"



대답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아빠 회사 핑계를 대고 다른 남자와 놀아났던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회사 동료 핑계를 대고 초대남을 데려와 잠든 후붕이 옆에서,



잠이 든 척 하는 후붕이 옆에서 네토플을 즐겼던 것도 사실이니까.



"그, 그래도 난 네 배우자잖아? 어떻게 네가 날 안 믿어줘?"



"...날 배우자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구나. 항상 어디 나갈때 보면 다른 남자 끼고 있길래 집지키는 개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 줄 알았지."



"그럴리가 없잖아! 넌 네 남편이야. 유일하게 내게 사랑을 주는 배우자란 말이야."



후붕이는 이제 구겨졌던 표정이 풀렸다.



내 마음을 알아줬나 싶었지만, 사랑 대신 허탈함만 남아있었다.



"아는 사람이 그랬어? 매번 나하고의 잠자리는 가족끼리 왜이러냐며 거부하고, 딴 남자랑 놀더니, 내가 당신 취향에 맞춰주니까 나랑 좀 놀다가 재미 없다고 걷어찼으면서 그랬어?"



"아냐, 후붕아 난..."



"넌 날 사랑하긴 했니?"



후붕이가 물어왔다.



후붕이에게 사랑받길 원했다.



격렬하게 원해지길 바랬고, 소극적이고 상냥한 후붕이가 적극적이고 다소 거칠게 원해주길 바랬다.



이건 사랑이 아닐까?



"후붕아, 난 널 원했어. 네가 날 다소 거칠더라도 강하게 원해주길 바랬어."



후붕이도 알고 있을 터였다.



내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부모님이 어떤 짓을 했었는지 알고 있을 터였다.



"부모님은 한번도 날 사랑해주지 않았으니까, 관심을 가져주는게 사랑이라고만 생각했어."



"그걸 왜 이제서야 알려주는거야?"



"...뭐?"



"왜 이제와서 학대당했던 얘기를 알려주냐고. 한번 붙잡아보겠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거야?"



내가 말을 안했던가?



후붕이에게 내 과거를 한번도 말한적이 없었나?



후붕이가 그냥 곁에 붙어있으니까,



무슨 짓을 해도 옆에 붙어있으니까 내 과거를 알면서도 붙어있는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나?



"이제와서 그런 소리를 해봤자 늦었어."



"아냐, 널 붙잡으려는 게 아니라..."



"너, 부모님한테 사랑 받아 본 적이 없다면서. 그럼 최소한 후희한테는, 네 딸 후희한테는 장모님이나 장인어른처럼 대하면 안되는거 아니야?"



그런건 생각해보지 않았다.



지금까지 후희는 후붕이를 내 곁에 묶어둘 수단으로만 생각했지,



내 자식이라는 느낌이 없었다.



누군가의 격렬한 사랑을 받아들여 그 결과로 나타난 산물이긴 했으나,



그 사람도 후희를 가졌다는 말을 했을때, 아무렇지 않게 버렸으니까.



그래서 후붕이가 떠나고 나니 사람 정신을 긁어놓는 후희를 아빠 회사의 보육시설에 던져버렸다.



"내게 뻐꾸기 짓을 한 건 상관 없어. 어차피 난 네가 좋아서 결혼했었으니까."



"후붕아."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네 딸을 그런 곳에 던져버릴 생각을 한거야?"



다시는 찾으러 갈 생각이 없긴 했어도 그 곳은 아이들을 잘 보살펴 주는 보육기관이었다.



후순건설 사내의 평가도 좋았다.



그곳이라면 생활력이 없는 나보다 훨씬 잘 보살펴 줄 것이라 떠넘기듯이 맡겼었는데...



"후희가 그곳에 있는 한달 동안 훨씬 가벼워졌어. 병원가서 검사해보니까 영양실조라더라."



"그, 그럴리가 없는데? 거기 애들 잘 봐준다고..."



"임원진들 사생아나 봐주는 기관에서 애들을 잘 봐준다고?"



후붕이는 스마트폰을 들이밀었다.



그곳엔 이곳 저곳 멍이 든 후희의 모습이,



제대로 먹지 못해 비쩍 말라버린 후희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네가 후희를 맡긴 곳은 이런 곳이야. 이런 곳에 네 딸을 맡길 생각을 했어?"



"몰랐어. 이런 곳일줄 몰랐어. 사내 평가는 정말 좋았단 말이야. 그래서 맡겼는데..."



후붕이의 허망한 표정은 풀어질줄 몰랐다.



더 깊은 한숨만 뱉어낼 뿐 평소의 후붕이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런 무지한 부분들을 솔직하게 밝히면 지금까지는 후붕이가 감싸줬었다.



이렇게 생활력이 없어서야 어떻게 하냐고,



이래서야 엄마노릇 제대로 할 수 있겠냐고 했었다.



그래도 그때는 웃고있었다.



그렇게 웃으면서 나를 감싸줬었는데,



후붕이가 있으니 괜찮다고 받아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었는데,



더는 그러지 않았다.



"넌 네 딸에게도 사랑을 주지 않는구나."



"난 생활력이 없잖아? 그래서 후희를 맡아서 키워줄 기관이 필요했어. 내 나름대로 충분히..."



"그랬으면 좀 더 나은 기관들을 찾느라고 동분서주 했겠지."



"아냐! 난 후희를 사랑해줬어. 후희에게 맛있는 밥을 먹여주려고 노력했다고. 그런데 후희는 후붕이 너만 찾더라? 그래서..."



"그래서 다시는 찾아서 데려오지 않아도 되는 보육시설에 맡겼다고? 여섯 살 짜리 딸이 아빠 찾는데 어르고 달래서 데리고 있지는 못할 망정 칭얼대는 꼴이 보기싫어서 내던졌다는거야?"



"응. 그랬어. 후희는 내가 사랑을 준 만큼 돌려주지 않았으니까."



후붕이는 이제 웃기 시작했다.



평소와 조금 다르긴 했지만, 나를 향해 분명히 웃어주고 있었다.



조금씩 내가 알던 후붕이로 돌아오고 있는 듯 했다.



"그게... 그게 딸에게 할 소리야? 애가 다 큰 것도 아니고 이제 막 여섯살이 된 아이에게 할 소리냐고!"



"아무리 딸이라도 오냐오냐 해주면 버릇없이 커. 해준만큼 후희도 내게 해주는게 있어야지."



"아직 크고 있는 아이야. 그런건 나중에 학교 가서 해도 늦지 않잖아. 하다 못해 스무살까지는 후희를 지지해주고 지켜줘야지 벌써부터 무언가 돌려주길 바란다고?"



"우리 부모님은 그랬어. 자기 성에 차지 않으면 날 때리고 그랬어."



"그럼 그게 당연하다는거야?"



후붕이가 다시 열을 받았다.



이번엔 방금 전과 달리 증오가 서린 것이 아니라 정말 못볼걸 봤다는 듯이 혐오가 깃들었다.



"아니...겠지?"



답변을 제대로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후붕이는 표정을 더욱 구길 뿐, 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를 통해 누군가를 보고 있는 것 마냥 표정을 찌푸린 채, 한참동안 나를 노려봤다.



움츠러들었다.



엄마와 아빠처럼 나를 보는 후붕이의 시선이 너무 무서웠다.



무서워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럴 때 항상 후붕이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안아줬었는데,



오늘은 후붕이가 나를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난 말이야. 너 같은 엄마 밑에서 자랐다? 그땐 정말 하루하루가 지옥같았어. 매일같이 긴장해야했고, 엄마가 숙제로 내준 학습지의 한 문제라도 틀리면 두들겨 맞았지."



"그랬구나..."



"한번 말했던것 같은데, 기억 안나? 이런 일이 있어서 우리 딸에겐 이런 기억 만들어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었는데..."



머리를 열심히 굴려봤지만, 남아있지 않았다.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은 내가 아무리 후붕이를 차갑게 대해도 후붕이는 따스했었다는 것, 그정도의 느낌밖에 남지 않았다.



후붕이와의 추억도 단편적인 것 밖에 남지 않았다.



후붕이가 나를 밀어낼 때마다 떠오르는 단편적인 기억들 말고는 남아있지 않았다.



대부분 채우고 있는 기억들은 후붕이 이외의 남자들에게 안겨 얻었던 쾌락,



후붕이 몰래, 후붕이 앞에서, 후붕이에게 촬영을 시키며, 후붕이를 묶어놓고 탐했던 쾌락,



후붕이가 채워주지 못했던, 후붕이를 밀어내게 만들었던, 다른 남자들이 내게 보내는 욕망,



그런 것들이, 배덕감에서 오는 쾌락과 나를 채워주던 다른 남자들의 욕망이,



다른 남자들은 누구도 채워주지 않았고, 내가 밀어내도 후붕이가 다가올 수 있었던, 후붕이만이 보내왔던 사랑을 대신해 자리잡고 있었다.



파편처럼 갈라진 후붕이의 사랑 대신, 끈적한 욕망과 추악한 쾌락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기억 못하는 구나. 후희 가졌다고 찾아왔을때, 결혼하자고 말했을 때 했었던 대답인데, 넌 그냥 흘려보냈구나."



"아니야, 그럴리 없어. 네 소중한 사랑을 어떻게 내버렸겠어."



"그럼 왜 시원하게 말을 못하는거야?"



다시 말 문이 막혀버렸다.



머릿속을 아무리 뒤져봐도 후붕이가 내게 주었던 사랑의 흔적들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를 향해 쏟아지던 다른 남자들의 격렬한 욕망은 아주 쉽게 떠올랐지만,



나를 지탱해 주었던 후붕이의 사랑은, 격렬하지 않지만 누구보다 따뜻했던 후붕이의 사랑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후순아, 난 널 정말 사랑했었어."



"아니야, 그런 말 하지마. 후붕이 너는 날 좋아하잖아? 사랑하잖아? 그래서 결혼까지..."



"널 위해 모든 걸 접고 바쳤어. 얀순이에게로 향하던 애정도 접고 오로지 너만을 바라보고 살았어."



"괜찮아, 이제부터, 이제부터 내가 잘 할게. 네가 줬던 만큼 내가 줄테니까..."



"그런데 넌 내게 한번도 제대로 돌려주지 않았어. 언제든지 붙잡을 수 있는 기둥 정도로만 날 대했어. 다른 남자에게 차이고 돌아오면 언제나 받아줄 수 있는 호구 처럼 날 대했어."



"아니야, 그러지 않았어! 넌 내 남자친구였고, 남편이잖아. 내가 왜 그러겠어. 널 놓고 왜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품었겠..."



"처음엔 네가 어떤 행동을 해도 받아들였어. 그래도 후순이 네 마음은 내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뭘 해도 받아들였다? 근데, 그런데 말이야, 후순아."



후붕이는 잠시 말을 멈췄다.



후붕이의 눈동자는 이제 슬픔에 잠겨있었다.



격렬하게 끓어오르는 분노도 아니었고, 엄마나 아빠처럼 혐오의 감정도 아니었다.



외로움과 슬픔만이 가득했다.



"너는, 너는 한번도 나를 돌아봐주지 않더라. 곁눈질로 힐끗 살피긴 했어도, 한번도 돌아봐주지 않더라."



물기어린 후붕이의 목소리는 그동안 그가 받아왔던 외로움이 느껴졌다.



다른 남자들의 관심을 받느라, 다른 남자들에게도 사랑을 받아내느라 누구보다 순수했던 후붕이의 사랑이 방치되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욕망과 구분되는 순수한 후붕이의 사랑이, 그래서 더 특별한 후붕이의 사랑을 내가 밀어내고 있었다는 게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난 모든걸 바쳤어. 그런데 넌 그걸 아무렇지 않게 던져버리더라고."



아니야, 후붕아.



난 그저 네게 격렬하게 사랑받고 싶었어.



다른 남자들이 내게 그러는 것 처럼 열정적인 사랑을 받고 싶었어.



지금은 그게 사랑이 아닌 일시적인 욕망일 뿐이라는 걸 알지만, 그때는 내가 어려서 몰랐어.



그래서 널 밀어냈었던 것 같아.



네 소중한 사랑을 아무렇지 않게 집어 던졌던 것 같아.



누구보다 소중한 너를 다른 남자들에게 시간을 쓰느라 내던졌었나봐.



다른 남자들과 같지 않아서 더 소중하고 특별했던 너를,



다른 남자들과 같이 사랑해 달라고 망가트리고,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나봐.



"미안해, 미안해 후붕아. 지금까지, 지금까지 밀어내서 미안해."



혼자 있을때는 말했었지만, 후붕이에게는 전해지지 않았던 사과를 전했다.



후붕이가 받아들여주길 바라면서,



후붕이라면 받아줄 것이라 생각하면서,



후붕이라면 날 절대 밀어내지 않을것이라 믿으면서 사과를 전했다.



"미안, 후순아."



아냐,



아니야.



그런 대답을 바라지 않았어.



사과를 해야할 것은 난데 왜 네가 사과를 하는거야?



그러지 말아줘.



제발 나를 밀어내지 말아줘.



이제부터라도 잘 할게.



네토플이니 뭐니 네가 싫어하는 것은 일절 하지 않을게.



네가 좋아하는 것은 뭐든 들어줄게.



후희도 제대로 기르고, 주부로써 생활력도 제대로 키울게.



날 위해서가 아니라 널 위한 삶을 살테니까,



그러니까, 후붕아.



날 밀어내지 말아줘.



"네 취향 받아줄 여력도 없고, 아무런 책임감도 없는 네게 후희를 맡겨둘 수도 없어."



아니야, 그러지 마.



이젠 내가 받아주면 되잖아.



네가 주는 격렬하지 않지만 열정적인 사랑을 받아주면 되는 거잖아.



제대로 엄마가 될게.



지금까지 보였던 무책임한 모습 다 버리고 제대로된 주부이자 엄마가 될테니까.



"더 이상 너에게 마음이 가질 않아. 널 사랑하기는 커녕 오히려 밉기만 해. 그래도 배우자고 아내니까 네가 마음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한 달의 시간을 주려고 했거든?"



그러지마.



난 정리 못해.



제대로 기억은 안나지만 네가 해줬던게 얼만데 정리할 수 있겠어.



네가 날 위해 투자한 시간이 얼만데 한달만에 정리할 수 있겠어.



후희가 클때까지 만, 하다 못해 후희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만이라도, 내게 시간을 줄 수 없겠니?



지난 과거를 청산하고 네 배우자가 될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없겠어?



조금만 시간을 주면 널 위한 사람이 될테니까,



후붕이만의 후순이가 될 테니까 제발 내게 시간을 주면 안되겠니?



"이제 지쳤어. 후희를 나 처럼 키우고 싶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 네 곁에 붙어있는 것도 힘들어."



안돼.



그러지마.



왜 평소처럼 사과를 받아주지 않는거야?



내가 미안하다고 했잖아?



지금까지는 잘 받아줘 놓고서 왜 오늘은 안받아주는 거야?



내가 너에게 사랑을 주겠다는데 왜 닫아버린 거야?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자, 결혼생활. 이만큼 했으면 충분히 했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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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너무 늦었어요. 일일 연재를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번에 듣는 강의 두개가 과제가 정말 많다보니 과제에 끌려다니느라 글을 쓸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제가 백신을 맞아야해서 연재가 될 수 있을지 불투명 합니다.


내일 백신을 맞고도 상태가 괜찮다면 다음편을 써서 가져오겠습니다. 다시 한 번 연재가 늦어져 죄송합니다.


후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