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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재워둔지 3일째 되는날 조리를 시작함


이렇게 됨. 확실히 고기나 야채가 와인을 먹은게 느껴짐





와인과 건더기를 골라낸뒤






우선 고기만 노릇노릇하게 구워줄거임.

와인에 당이 많으니 기존 고기굽는방식으로 하면

많이 타게될거같아서 기름 살짝 두르고 저온에 구움






고기를 다 구우면 구운 팬에 야채도 볶아줌

육식맨은 고기양도 좀 적었고 고기굽던거랑 같이 볶던데

나는 양도 많고 그럼 야채를 잘 못볶을거같아서

팬만 같은거쓰고 고기를 건져내고 볶음


그리고 이때 토마토 페이스트 같이 볶아 넣어야됨

난 까먹고 안넣어서 나중에 페이스트만 따로 볶아넣었음


후.. 너넨 이런거 까먹지마라






야채 다 볶이면 고기와 와인 다 걸러놓은것 까지 합쳐서

한소끔 끓여줌.

이때 적당량의 치킨스톡과 소금으로 간을 해줘야 하는데

오븐에서 2~3시간 더 익힐 요리라

국물이 거의 없어질걸 상정하고 간해야됨

저때 간 딱맞게 맞추면 요리 다나오면 소태된다






위에걸 끓이는동안엔 팬에선 다른작업을 해줌.

우선 버터에 베이컨을 튀기다시피 조리함

나는 베이컨 좋아해서 많이넣었고 크기조절도 귀찮아서

손으로 찢었는데 또 이게 상남자 감성이 있네






베이컨이 어느정도 쪼그라들면서 바삭해질라거든

샬롯과 양송이를 넣으라는데 개뿔

후기도 들쭉날쭉한 쿠팡 태국산 샬롯 1키로를

만원씩이나 주고살만큼 흑우쉐기는 아니라서

그냥 양파를 쓰기로 했다.

그리고 고구마는 있어서 넣었다.

샬롯이 많이 세련된 단맛이라든데 양파만으론

모자랄거같은 단맛을 채워줄 느낌이기도 했고.






그리고 익는시간 다른 양송이는 좀 뒤에넣음.

오븐에 2시간넘게 더 들어갈거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오래 볶으면 더 무를거같앴어.






그리고 육식맨은 그냥 국물에다가 밀가루를 바로 풀던데

나는 버터로 루를 볶아서 넣었음.

이편이 밀가루가 직접 마이야르되서 그 풍미도 깊어지고

들어간 밀가루가 풀리지 않아 떡지는 현상도 예방 가능함.

사진은 밀가루 풀리고 바로 찍었지만 브라운 루 까지 볶았음.






끓이던 부르기뇽에 루를 풀어 살짝 걸죽해진 모습.






그 위에 따로 볶은걸 엎친 모습.

이제 이상태로 뚜껑덮고 오븐에 들어감.

나는 2시간 반을 조리했다.





당연한거지만 나는 놀랍게도 국물이 거의 다 쫄았다.

위에 반짝이는건 베이컨과 그것을 볶은 버터의 기름임.

조금만 덜 기름지게 할걸 그랬나? 싶긴 하다.

하지만 진짜 비주얼 자체는 너무 이쁘게 나왔다

그 정말 유럽의 마망이 한소끔 끓여주는 스튜의 비주얼.

이제 한덩이 건져보자.








추석에 들어온 사태가 있는김에 했는 요리라서

사용한 부위가 사태다.

그런데도 엄청 부드럽게 찢어진다.

입으로 베어물면 결대로 뚝뚝 끊어지면서

쉽게 먹을 수 있다.

그리고 고구마가 와인향을 먹었는데 그 특유의 단맛이랑

어울려서 미쳤음. 양송이도 존나 맛있고 그냥 들어간

재료 하나하나의 전투력이 미쳐날뛰고 있음


여태 해본 고기요리가 꽤 되는데 보통은 달고 짠느낌으로

임팩트를 주는경우가 많았음.

근데 얘는 양념하는 재료가

와인, 소금, 치킨스톡, 기타 향신료인 수준이라

강렬하게 자극적인 요소가 없음

그런데 그점이 크게 작용해서 자극적이지 않은데

굉장이 향긋한 고기요리가 완성이 된 느낌이야.


브루고뉴 와인은 그냥 시음했을때

좋은 중남미커피에서 나는 깔끔하면서 달큰한 맛과

밸런스있고 가볍고 세련된 바디로 지나가면서

다먹으면 혀 안쪽 목에서 느껴지는 청사과 혹은 청포도라고

느껴지는 새침한 산미가 가볍게 올라왔어.

그런데 놀랍게도 이 복잡한 맛이

하나도 날아가지 않고 고기에 그대로 배어들었다.

솔직히 그다지 미식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한식 갈비찜의 압승일것 같아. 그 간장의 엄청난 감칠맛과

입에 쩍쩍 붙는 단맛의 조화는 만만한게 아니거든

근데 이건 위에서 말했는 그 섬세한 향들이

고기에 그대로 배어든게 굉장히 놀라웠고

음식에서 향을 즐기는사람이라면 인생에 한번쯤

제대로된 브루고뉴 와인으로 만들어

먹어봄직한 메뉴라는 생각이 든다.


만드는 과정 너무 재밌었고 결과물 또한 너무 만족했다.


젓가락으로 부드럽게 고기찢는 영상도

하나 올려놓고싶은데 영상은 또 왜 안올라가냐.

그러므로 이만 글 줄임 ㅂㅂ

긴글 봐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