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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중학교때,


소위 말하는 '왕따'였다.


관리 라곤 전혀 하지 않는.


친구도 없고.


늘 도서관에서 책이나 읽으며.


남들과 어울리려 하지도 않는.


몸 관리도 하지 않을 때.


몸무게는 갈수록 늘어만 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른 '왕따' 아이들 처럼 직접적인 괴롭힘은 받지 않았다.


난 그들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고, 그들 또한 음침한 분위기의 어두운 여자애를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딱히 슬펐던 적은 없었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고, 나는 외동딸이었기에 늘 혼자였고,


그만큼 혼자가 나에겐 참 편했다.


친구가 없어도 상관없었다.


책들이 내 친구이자, 스승이자, 멘토가 되어주었다.


그렇게 평범하게 지내던 와중,


딱 한번.


유치원 이후 거의 처음으로, 나는 혼자라는 외로움을 느꼈다.



"짝을 짓고 싶은 친구랑, 두 명씩 짝을 지어 이쪽으로 두 줄로 서세요~!"



현장체험학습.


당연히, 그 누구도 자신과 짝을 하려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친한 친구들을 찾아가 짝을 이뤘고, 나에겐 당연히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자신은 그저, 웅성거리며 움직이는 아이들 사이에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중학생의 나이에, 현장체험학습의 설렘은 너무도 컸던 걸까?


그동안 조 짜기에서 혼자 남은 적은 많았지만, 그때만큼 외롭고 비참했던 적은 없었다.


그렇게 고개를 숙이며 우두커니 서있기만 할때.



"후진아, 후진이 맞지?"



네가 다가왔다.



"아직 짝 못 지었지? 나랑 짝 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그런데, 나랑 짝 하자."



너는 그렇게 말하고 억지로 내 손을 붙잡았다.


내가 알겠다고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왜?"



"......"



"빨리 가자, 우리 밖에 안 남았네."



너의 짝을 지을만한 아이가 아무도 없다는 말에 대해선 당연히 알고 있었다.


반의 반장이자, 학교의 인기남.


곱상하게 생긴, 아이돌 상의 외모와, 작은 키.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운동 신경.


남자아이들에겐 학교의 축구왕, 학교에서 제일 잘생긴 애 중 하나. 꼭 친해지고 싶은 아이.


여자아이들에겐 학교의 아이돌, 학교에서 제일 잘생긴 애 중 하나. 꼭 친해지고 싶은 아이. 꼭 이어지고 싶은 아이.


시들어 가던 새싹에겐 햇빛이 찾아왔다.



그것도 아주 쨍한, 한 여름의 뜨거운 해가.






***






"안녕? 옆에 같이 앉아서 먹어도 돼?"



"무슨 책 읽어?"



"같이 짝 할래?"



"어제 그거 봤어?"





알고 있다.


너의 호의는 나 뿐이 아닌, 네가 만나는 모든 아이들에게 베푸는 것이란걸.


그래서 네가 인기가 많은 거겠지. 나와는 달리 모두에게 친절하고, 순수하며, 상냥하니까.


그래서 내가 인기가 없는 거겠지. 너와는 달리 모두에게 잊혀지고, 음침하며, 어두우니까.


그래서 내가 노력을 했던 거겠지. 너에게 사랑을 받고, 호의를 받고, 더 친해지고 싶었으니까.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라면, 아마 이때가 아닐까 싶었다.


머리를 정리했다. 너에게 좋은 머리 향기를 맡게 해주고 싶어서.


눈을 가리던 앞머리를 자르고, 시도 때도 없이 빗었다.


피부를 관리했다. 너에게 뽀얗고 예쁜 피부만 보여주고 싶어서.


자기 전엔 꼭 피부에 좋은 걸 여럿 바르고, 피부에 좋다는 음식을 먹었다.


운동을 했다. 너와 함께 어울리고 싶어서. 네가 좋아하는 축구를 같이 하고 싶어서.


숨이 넘어갈 만큼 달렸고, 하루도 빠짐없이 근력 운동을 했다.


무단한 노력 덕일까.


방학이 끝나고, 졸업을 할 당시엔 너와 나란히 서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나 자신이 성장하게 되었다.


새롭게 태어나고 나서, 너를 찾아갔다.


졸업식에도 여전히, 너는 아이들 틈에 둘러쌓여 있었다.


당당한 발걸음으로 너에게 다가갔다.


아이들이 나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한다.


나는 은근히 그런 시선을 즐기며, 너의 앞에 섰다.


날 새로 봐줄까?


이제 나에게 호의가 생길까?


오랜만에 나를 보게 된 너의 반응은, 나를 당황케 하기 충분했다.



"오, 김후진! 마침 잘왔다! 이리와, 나랑 같이 사진 찍자!"



놀라지 않았고,


당황하지 않았다.


태도가 바뀌지 않았고,


평소처럼 대해 주었다.


그제서야, 바보 같은 나는 깨닫게 되었다.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


너는, 날 다르게 보지 않았다.


내가 윤기 나는 머리칼을 가지든,


새하얀 피부를 가지든.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를 가지든.


너는 그냥 나를 나로 보았다.


김후진.


멍한 표정으로 너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고마워, 후붕아. 너는 내 외형을 봐주지 않았구나.


고마워, 후붕아. 너는 나를 다른 아이들과 다름없이 대해주었구나.


고마워, 후붕아. 너는 나라는 존재를 그 자체로 알아주었구나.


그리고, 미안해 후붕아.


난 널 도저히 포기 못할 거 같아.



말라가고 시들었던 새싹이 태양을 만나 다시 살아났다.


새싹이 햇빛을 받고 무럭무럭 자라나, 성장 한 후 피운 꽃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해바라기였다.









****








"허, 억! 허억!"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잠에서 깨어난다.


돼지우리 보다 더 더러운 방의 난장판이 눈에 들어온다.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들었다.


카톡을 확인해보았다.


메세지 옆의 1은 사라지지 않았다.


문자메세지를 확인해보았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전화번호를 누르고, 연결음을 들었다.



-뚜르르르르르......



-뚜르르르르르......



-연결이 되지 않아,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삐 소리 후.....



받지 않았다.


후붕의 집 앞에서 대략 6시간 동안 기다려 보았지만, 후붕이는 나오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며, 온갖 생각이 들었다.



'후붕이가 날 영영 봐주지 않으면 어쩌지?'



'왜, 왜 아무런 연락도 받지 않지? 후붕이는 지금 집에 있는게 맞나?'



'지, 집에 있는게 맞으면, 왜 연락은? 서, 설마.'



'아니야. 아니야.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저, 정신차려. 그런 끔찍한 일은 일어나선 안돼.'



집으로 돌아와, 침대로 들어가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었다.


휴대폰을 다시 확인 해 보았지만, 아무런 알림도 뜨지 않았다.


베게로 얼굴을 가리고, 소리 없이 흐느꼈다.



"으, 으흑. 으으으.... 미, 미안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어 후붕아....."



"나, 나 버리지 말아줘. 나 버리지 말아줘....."



"나 너 없으면 안돼. 나 너 없이 못살아....."



"너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거야. 아, 아니! 죽으면 안돼. 죽지마 후붕아...."



"으흑, 으으으. 으아, 으아..... 으아아...... 아아....."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한 번만, 한 번만 용서해줘...."



"다, 다신 안 그럴게.... 으흐, 다신 안 그럴게....."



"제발, 제발 돌아와줘. 응, 돌아와줘....."



"흐, 흐에. 헤..... 후진이가. 후진이가 잘못했어요...."



"후붕아, 후붕아, 후붕아, 후붕아, 후붕아......"







어저 내일이야 그릴 줄을 모르던가



있으랴 하더먼 가랴만은 제 구태여



보내고 그리는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







"우웁, 우웨에에엑!"



먹은 게 없어, 노란 위액만이 나온다.


겨우 하룻밤이 지났을 뿐인데, 정신과 신체는 너무 나도 피폐해졌다.


하지만 그 보다 더 걱정 되는건.


그가 다시는 나를 돌아 봐 주지 않을까 였다.



"크흐... 훌쩍. 후붕아....."



바닥에 튄 토사물을 정리하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돌아오는 건 없다.



"후붕아....."



바닥에 놓인 휴대폰을 들어, 알림을 확인한다.


온 연락은 아무것도 없다.



-토독 토독 토독



지금 집 앞으로 찾아갈테니, 조금이라도 대화를 해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돌아오는 답장은 없다.



"후, 후붕아....."



"나, 나 있잖아.... 그때 널 처음 만나고 나서......"



"단 한번도, 단 한번도 널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



"응, 한번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후붕아....."



"미안해. 미안해 후붕아....."



"나, 나같은 쓰레기 한테도. 다시 한번만. 딱 한번만 기회를 더 줄 수 있을까....."



"후, 후붕아. 응. 이제 다시는 그런 짓 안할게."



"너, 너가 원하면 항상 네 곁에만 있을게. 다른 남자들 거들 떠 보지도 않을게....."



"응, 그러니까. 그러니까....."




혼잣말.


상대 없는 혼잣말을 되뇌인 나는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는다.


후붕이를 만나러 가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오래토록 고민해 가며 신경써서 갖춰 입었다.


빗으로 머리를 빗었고, 윤기를 다시 되찾았다.


각종 로션을 발랐고, 피부는 다시 새하얘졌다.


그날 이후, 운동을 게을리 했지만, 여전히 나올데 나오고 들어갈데 들어간 근육질의 몸매는 자신이 봐도 부각되어 보인다.


몸단장을 마치고, 후붕이의 집으로 향한다.


오후 1시. 후붕이가 집에 있다면, 깨있을 가능성이 크다.


후붕이는 항상 일찍 일어나고 했으니까.


응, 그래서 나 까지 후붕이와 함께 등교하기 위해 허겁지겁 일찍 일어나곤 했지.....


후붕이와의 추억을 떠올리니 다시금 눈시울이 붉어진다.


잡념을 뒤로 한 채, 후붕이네 집의 현관문 앞에 섰다.



"흐으으읍, 후우."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난 후, 조심스레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ㅡ



작게 노크한다는 것이, 흥분해서인지 그만 조금 큰 소리로 두드리고 말았다.



-쿵쿵쿵



"후, 후붕아. 나야, 후진이....."



"자,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정말 잠시 만이라도 괜찮으니까....."



잠시간의 침묵 후, 집안에서 터벅터벅. 발소리가 들린다.



'후, 후붕이다! 후붕이다! 후붕이 발소리야!'



후붕이의 발소리를 단번에 직감했다.


작고 여리고, 조용한 발소리.


작은 체구의 후붕이의 발소리가 맞았다.


턱턱, 거리는 무언가가 바닥에 닿는 소리가 후붕이의 발소리와 함께 나긴 했지만.


발소리가 들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덜컹. 중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아, 후붕이다.... 후붕이.....'



'후, 후붕이가, 바로 내 앞에 있어어.....'



'너, 너무 긴장해서, 숨이 잘 안 쉬어지는 것 같아....'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


내가 너무나도 미안한 사람.


그렇기에 너무나도 보고 싶은 사람.


그가 다가온다.


그가 문을 연다.


그가 다시 날 봐줄 수 있다.


다시 만날 수 있다.


다시 만날 수 있어....


극도의 흥분으로 숨이 저절로 거칠게 쉬어진다.










***





많은 사람들이 축구부애들 참교육이랑


세탁 불가능한 히로인들 나락 가는걸 보고 싶어하는 거 같은데,


이 소설은 해피엔딩은 있을 지 언정 세탁기는 돌아가지 않는 소설이니 안심하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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