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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가 단 세 번 부활할 기회를 얻었다면, 무엇을 하겠느냐?"

  매일 반복되는 세상, 나의 삶이 돌이킬 수 없게 바뀌는 질문이었다. 


  "네?"

  "단 세 번 부활할 기회를 주겠다. 무엇을 하겠느냐고 물었다."

  "아뇨, 잠깐만, 여기 어떻게 들어온거야?"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그는 집 안에서 입는 츄리닝을 입고 있는 나와 대비되었다. 나보다 좀 더 큰 키, 그리고 벌어진 어깨와 근육은 나에게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잠시 멈칫하더니 그는 입을 열었다.

  "천사와 악마는 알고 있겠지?"

  나는 대답하지 않고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천사와 악마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다. 모두 천계인이지. 어디에 취직하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천계공무원을 예로 들어볼까? 천사는 행정이나 복지 쪽으로 공무를 수행한다. 어디에 누구를 태어나게 할지, 선한 인물에게 베풀 행운을 전달하거나, 높은 직위의 사람은 행운을 결정하지. 악마는 교정직 공무원 같은 것이다. 죄인을 벌하고 가두지. 둘 다 같은 것이지만 하는 업무에 따라 유니폼을 달리 입는 것과 같다. 저승사자도 목숨을 수확하는 공무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민영 기업에서도 그런 일을 하곤 하지. 갑자기 이유를 알 수 없게 죽은 사람은 공무원의 실수거나 민영 기업의 비리나 실적제 때문에 미리 수확된 목숨인 경우라고 설명하겠다. 더 질문 있는가?"

  "아니 그렇다 치더라도 여기 왜 온거죠?"

  "나도 천계인이다."

  "뭐, 저승사자에요?"

  "아니, 그냥 '높으신 분'의 자제다. 내가 여기서 너에게 부활 능력을 주는 사고를 치더라도 어느 정도 덮어지는 수준의 집안이지. 그래서 그 장난을 좀 치러 왔다."

  그의 말을 믿는 얼간이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부활한다고 말로 해도 어떻게 믿어요? 죽으면 그만인데."

  "집에 칼 있나?"

  "뭐요?"

  "그걸로 누군가를 찔러봐. 살려보겠다."

  "이 씨발 미친새끼 아냐?"

  나는 그를 곧장 내쫓았다. 괜시리 기분이 더러웠다. 주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듣는 소리가 저런 것이라니, 잠이 덜 깬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이불을 덮었다.

  눈이 점점 감길 때가 되자, 엄청난 고통과 함께 칼이 내 배를 갈랐다. 아파서 소리도 나오지 않을 때 시야에 내가 내쫓은 '자칭 악마'가 나타났다.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그를 쳐다보자 실실 쪼개는 그의 표정이 보였다.

  "고통을 없애보겠다."

  그러자 서서히 배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없어졌다. 나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어떻게 했죠?"

  "이런, 피가 너무 많이 튀었군. 배도 돌려놓겠다."

  내 배를 쳐다보자 서서히 갈라진 부분이 봉합되었고, 말끔하게 흉터도 없이 상처가 아물었다.

  "내가 그랬잖는가. 천계인이면서도 천계의 '높으신 분'의 자제라고."


  "네가 보기에는 영락없이 악마 취급이겠군. 이런 계약을 맺자고 하다니."

  "계약은 보통 악마가 하지 천사가 안하잖아요."

  "물론이지. 천사는 행정과 복지직 공무원 같은 것이니까."

  "자 그렇다 치고, 그럼, 뭘 하면 되죠?"

  "보통 계약서와 같다. 그냥 서명해."

  나는 악마의 계약서에 서명했다. 내 영혼을 넘기는 대신 악마의 권능으로 단 세 차례 부활할 수 있게 되었다. 사고로 죽었다면, 원래 몸으로 돌아감과 동시에 부활하고, 병으로 죽었다면, 병이 치유됨과 동시에 부활한다. 그렇지만 나는 의문이 생겼다.

  "내가 부활을 세 차례까지 하면 죽어서 영혼이 나올 때까지는 오래 걸리는데, 왜 이런 능력을 줬죠?"

  "솔직히, 나는 영혼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악마 계약법에 따라 쓴 것일 뿐이니까. 나는 네가 그 부활 능력을 어떻게 쓰는지가 보고 싶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희로애락을 감상하고 싶을 뿐이다."

  "역시 '높으신 분'의 자제네요. 악취미군요."

  악마는 크게 웃었다.

  그 날 이후로도 나는 똑같이 살았다. 사회에 나가서 맡은 역할을 수행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 매일매일을 그 돈으로 생활을 영위하고, 주말에는 쉰다. 하지만 점점 남들이 가지지 않은 부활의 능력을 가지고서 단 한 번의 죽음으로 필멸에 이르게 될 그들과 같은 삶을 산다는 것이 싫어졌다. 예수도 한 번 부활했는데, 나는 세 차례나 그 기회가 있다. 나는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사이비 종교 교주가 되려 한다.

  이후 나는 요란한 자살법을 찾아보았다. 약물로 죽거나 안락사 하는 것은 요란하지 못하다. 많은 사람이 구경하지도 못한다. 익사와 분신자살은 과정이 힘들다. 자동차나 열차에 뛰어드는 것은 보는 사람에게 충격을 주니 교주가 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목을 매는 것도 찾아보며 매듭 방법을 찾았지만 이 역시 요란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나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로 했다.

  여기저기 답사를 다니며,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고 충분히 높아 확실히 죽을 수 있을 장소를 물색했다. 사이비 종교 교주가 될 것인데, 남들과의 교류는 무슨 필요가 있으리. 모든 연락을 차단했다. 나는 충분히 높은 랜드마크를 장소로 정했다. 높은 타워, 이곳이라면 충분했고, 나는 결단의 날까지 그 타워의 옥상으로 잠입할 방법을 물색했다.

  그리고 결단의 날이 되었다.


  "거기 청년! 빨리 내려와!"

  "생명은 소중한 거야! 뭐가 힘든지는 몰라도, 세상은 살만해!"

  틀에 박힌 문구를 모여든 경찰이 확성기에 대고 말한다. 이런 썩은 문구들이나 말하는 세상을, 내가 교주가 되어 바꿔놓겠다.

  "빨리 매트 펴!"

  소방관들과 구조원들이 아래에서 대기하며 매트를 편다. 하지만 난 여기 서있기만 할 뿐, 매트가 없는 장소로 뛰어내릴 것이다.

  "청년! 이 말 들려?"

  옥상 입구에서 경찰이 문을 두드리며 열려고 한다.

  "지금, 타워 옥상에서는 한 청년이 서있습니다. 현장 모습 보여드립니다."

  그리고 사람이 공개적으로 죽겠다는 이 멋진 특종을 방송국 헬기는 놓치지 않는다. 헬기 바람이 옷깃을 날리게 한다.

  "오우, 이렇게 공개적으로 해서 뭘 하겠다고?"

  "부활해서 사이비 교주가 될거야."

  악마는 크게 웃었다.

  "사람을 잘 골랐구만."

  심호흡하고, 하나, 둘, 셋, 다이브!


  나는 걱정되었다. 악마가 나를 살리지 않으면 어쩌나. 희로애락을 보러 왔다는데, 내가 뛰어내리는 이 찰나에 모든 걱정이 생긴다. 이미 다 봤지 않았을까? 이 걱정거리를 먹으러 온 것이 아닐까? 마음이 복잡해졌다.

  "어...어! 뛰어내린다! 매트 옮겨!"

  물론 매트가 닿을 리 없는 곳으로 뛰어내렸다. 물로 다이빙하는 사람처럼, 머리가 아래로, 하지만 땅으로 뛰어내렸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아니, 점점 들리지 않는다. 심장박동만이 귀에 울린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에 식은땀이 흐르며 손발이 축축해졌다. 구경꾼들이 눈을 가리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땅이 점점 가까이 온다.

  내가 죽기 전 연락을 끊고 회사를 나오며 모든 사회적 접촉을 끊었다. 인터넷 검색 기록을 보면 온갖 자살에 관한 내용이 있을 것이고, 사이비 종교 교주가 되어서 어떻게 할 지를 적은 수첩도 두세개 있을 것이다. 뛰어내리기 좋은 장소면서 주목 받기도 좋은 장소를 검색하고, 이 타워 옥상에 잠입할 방법까지도 찾은 검색 기록과 수첩도 있을 것이다. 누가 봐도 우울증과 과대망상장애인 정신병자가 뛰어내렸다고 볼 수 밖에.

  "그거 아나? 자살자는 반드시 지옥에 간다. 그리고 나는 이번 기간 동안 지옥에 갈 목숨을 몇 개 수확하지 못했다. 사람이 죽으면 가장 가까운 저승사자에게 알림이 가고, 시간 내에 수확하면 그 실적을 인정받거든. 좀 복잡하지만, 네가 내 옆에서 뛰어내리면, 내 실적이야. 공무원이라면 이런 것은 없겠지. 하지만 나는 민영 기업 저승사자라서. 고맙다, 친구."

  악마가 땅에 닿기 전 나에게 말했다. 나는 새하얗게 질렸다.



  "오늘 낮, 타워에서 한 청년이 투신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청년은 2개월 전부터 사회와의 접촉을 끊었으며, 이후 갖고 있던 정신질환이 악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청년을 품지 못한 사회의 탓일까요. 보도화면 보시겠습니다."

  나는 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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