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001. 


씨발 옆집에 라미아가 이사왔다.


아니 정확히는 주웠다. 주은 지는 한 일주일 정도 되는데 어따 얘기할 데도 없고 그냥 여기다 글 쓴다 ㅅㅂ.


가방끈이 짧아서 썰을 잘 못 풀 수도 있으니 양해 바란다.


나는 큰엄마네 원룸 건물에 얹혀살고 있는 재수생이다.


가끔 집에서 공부하면 집중이 안 된다는 사람들 있잖아.


그래서 공부방 가니, 독서실 가니 지랄들 하고.


그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나다.


공부한단 명목으로 나와 사는데 마침 큰엄마가 원룸 건물주라 거기 원룸 하나 빌려서 살고 있다.


돈도 아낄 겸 관리비는 안 내는 대신에 건물 청소나 에어컨 고장 같은 잡무는 내가 하고.


가끔 큰엄마가 세입자들 챙겨준답시고 비닐봉투에 뭐 담아서 문고리에다가 걸어 두라는데 시발 그거 할때마다 귀찮아 죽겠다.


아무튼 얼마 전에 건물 청소할 겸 새벽에 밖에 나왔다가 라미아 주웠다.


최근에 비가 많이 왔잖냐. 아무리 장마철이라고는 하지만 산이고 강이고 온통 물바다인데 여기도 뭐 다를 바 없지.


또 분리수거장 개판 됐겠다 싶어서 빗자루 대충 들고 터덜터덜 걸어갔는데 1층에 왠 쓰래기 더미가 아니고 라미아가 누워 있는겨.


내가 진짜 술에 취해 진상부리는 세입자들은 봤어도 라미아가 비도 오는 날에 쳐 누워 있는 꼴은 본 적이 없다.


아니. 없었다. ㅆㅂ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으면 원룸 청소하다가 라미아를 줍겠냐? 이건 분명 내가 전생에 흥부라서 제비다리 물어재낀 구렁이 때려죽인 거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아무튼 조심조심 다가가서 흔들어 깨웠지. 왜, 요즘같이 흉흉한 시대에 불미스러운 일이라도 생기면 나만 손해잖냐.


수험도 봐야 하는데 귀찮은 일에 걸리긴 싫었다.


근데 시발 안 일어나는겨.


아니 나중에는 목이 달랑달랑하게 흔들어 깨워도 안 일어나데? 그러다가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거 딱 떠올리고 좆됐다 싶었지.


뱀들은 날씨 추워지면 좆된다매. 변온동물이라매. 그 사실이 내 머릿속을 싹 훑고 지나갔다.


그때 모른척하고 길가에 버려뒀어야 했는데 ㅆㅂ


아무튼 그때 보니까 라미아 얼굴색도 푸르딩딩하고 피부도 차가운게 이 비바람에 그대로 밖에 두면 그대로 얼어 뒤질 것 같은 거야.


아무리 여름이래도 새벽이라 해도 안 떴고 비 존나게 오지, 바람 존나게 불지. 반팔입고 밖에 나오니 춥다 싶더라.


그래서, 뭐 어쩌겠어. 무작정 원룸 안으로 끌고들어갔다. 


마침 이번에 또 원룸이 온라인수업때문에 학생들이 많이 빠져서 빈 방이 많았다. 여름방학 시즌이기도 했고.


그렇다고 내가 아무데나 쑤셔넣을 수는 없으니까 내 원룸까지 와서 옆방에다가 쑤셔넣었다.


다른 방은 몰라도 옆방은 비어 있다는 거 확실히 알고 있었거든. 비번도 큰엄마가 부동산 오면 알려주라고 해서 알고 있었고.


대충 물에 흠뻑 젖은 라미아 바닥에 떤져 두고 보일러부터 땠다. 지금이야 괜찮지만 그때는 정말 뒤지는 거 아닌가 전전긍긍했다. 누가 봐도 곧 뒤질 것 같이 생겼었고.


얼른 내 방 들어가서 수건 가져오고 겨울이불 꽁쳐둔 거 보따리 째로 꺼내서 다시 라미아 눕혀둔 방으로 들어갔다.


라미아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바닥에 널부러져 있더라.


나는 곧 뒤질까봐 걱정해서 수건으로 젖은 하반신 닦아주고 두꺼운 이불부터 덮어줬지.


보일러도 트니까 한 5분 지나니 금새 뜨거워졌다.


그 이후로 라미아도 혈색이 좀 돌아오는 것 같고 할딱할딱하던 숨소리도 정상으로 돌아오데? 그제서야 나도 마음 좀 놓고 큰엄마한테 전화부터 걸었다.


아무리 그래도 건물주가 큰엄마인데 보고는 해야 할 것 아니냐 ㅅㅂ


건물 앞에 라미아가 쓰러져 있어서 일단 대려와서 온도 좀 높이고 있다고 말씀 드렸지.


큰엄마는 새벽에 전화했는데도 내용 들으니 잘했다네. 사실 그때 좀 뿌듯했다. 생명 하나 살린 것 같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눈 뜰 때까지 좀 기다리다가 이따 다시 전화하라고 그러더라.


난 그렇게 한여름에 후덥지근한 방 안에서 라미아가 눈 뜨길 기다렸다.


한 2시간 쯤 지나니까 눈 뜨더라.


뱀 눈이 그렇게 또랑또랑한지 처음 알았다.


애가 비에 젖었다가 말라서 그런지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었어도 날 보고 경계하는게 이게 뭔 일인가 싶더라.


라미아도 금새 뭔 일인지 상황 파악이 된 건지 날 경계하기는 했지만 잠자코 가만히 있었고.


씨바 한 5초간 침묵의 아이컨택하다가 나는 멀쩡한 수건 하나 던져주고 비 맞았으니까 대충 샤워하고 나가라고 하고 그 방 나왔지. 난 옆 방에 사니까 혹시 문제 있으면 불르라고 하고.


라미아 혼자 빈 원룸에 남겨두고 나왔는데 시발 한숨부터 나오더라.


아침부터 왠 개고생이야. 아 그리고 이 참에 니들한테 라미아에 대해 한 가지 알려줄게 있다.


라미아는 존나게 무겁다. ㅅㅂ 그 뱀꼬리 때문에 몸 길이도 존나게 긴데 무게도 존나게 나간다.


내가 이렇게 몸 중노동 한 건 고3때 인생 배우겠다며 택배 상하차 알바 갔을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상하차도 하루 하고 추노하기는 했는데 라미아 업고 계단 오르는데 이것도 추노가 간절하더라.


아무튼 난 내 방 들어가서 대충 이불깔고 누워 있었지. 새벽부터 몸 움직여서 그런지 삭신이 찌뿌둥하고 근육이 팔딱팔딱하니 활어회 된 느낌이더라.


그러게 대충 1시간 좀 안되게 누워 있는데 누가 내 방 문을 두드리는겨.


피곤해서 막 잠이 들까 말까 하는데 노크소리에 인상 잔뜩 찌푸린 채로 문을 열었다. 여니까 아까 건져 놓았던 라미아가 방문 앞에 서 있더라.


그게 씨바 이년과 나의 악연이 시작되는 일인지는 몰랐지.





002. 


애가 샤워하고 나왔는지 몸은 보송보송한데 옷은 아까 젖었던 옷 그대로라 대충 말라 있었다.


그때 얘 멀쩡한 얼굴 처음 봤는데 라미아도 상반신은 사람이랑 똑같이 생겼대. 와꾸는 내가 알던 괜찮은 여자애들이랑 다를 바 없었다.


라미아라는 거 들어만 봤지 실재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아무튼 난 깼으면 대충 정리해서 돌아가라고 했다. 당장 위험해 보여서 빈 방으로 끌고 들어오기는 했지만 이년도 원래 집으로 돌아가야 할거 아니냐.


근데 ㅅㅂ 이년이 내 앞에서 쭈뼛쭈뼛하며 곤란한 표정을 짓대?


그리곤 하는 말이 며칠만 더 묵어도 되냐는 말이었다.


세상에 애미시발. 나는 이게 무슨 물에서 건져 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란 소리여서 화낼 뻔한거 간신히 참고 여기는 원룸 건물이지 호텔이나 여인숙이 아니라고 사람 말로 친절히 설명해줬다.


그런데 이색기가 사람 말은 알아 쳐먹질 못하는지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나한테 사정사정하더라.


시발 뱀년은 몰라도 나는 사람인지라 내가 구해놓은 생명이 이렇게 사정하는데 외면하기도 좀 그렇고 ㅅㅂ 내 마음대로 내까기도 좀 그렇고.


그래서 큰엄마한테 다시 전화했다.


아무튼 건물은 큰엄마꺼잖아.


내 예상은 큰엄마가 뭔 개소리나며 라미아를 내쫓는 거였다. 씨바 전화 걸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지. 솔직히 귀찮잖아.


내 알량한 대가리 속의 샤랄라한 생각과는 다르게 큰엄마 입에서 나온 소리는 내 예상과는 정 반대였다.


거 시발 일주일 정도는 괜찮으니까 마음대로 하라던데?


건물이 큰엄마 거라서 나도 얹혀사는 주제에 욕할 수도 없고 ㅅㅂ; 존나게 떨떠름했지만 알겠다고 했지.


아무래도 존나게 부자인 사람들은 우리같은 서민들하곤 뇌구조가 다른 것 같다.


큰엄마도 건물주라 그런지 원룸 한두개 나가는 것 정도는 돈 문제가 크게 심하지도 않고, 방도 마침 남아돌아서 마음대로 하라는 것 같았다.


근데 사실 시발 내 머릿속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답 안 나와서 억지로 합리화한게 저 답이다. 아무래도 큰엄마는 몬무스 빠순이가 아닌가 싶었다. 그도 아니면 선민사상이던지.


나는 전화를 끊고 내 방 문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날 기다리고 있는 라미아한테 말했지. 일주일 정도는 괜찮다고.


그러니까 이 시발 뱀순이가 존나게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하는거야. 나는 괜시리 머쓱해서 나한테 고맙다고 하지 말라 했다.


그래도 뱀순이가 계속 고맙다고 하는데 나라고 마음이 굽어지지 않겠냐. 실상 구제는 큰엄마가 해 준 거지만 나도 괜히 기분이 좋데.


그리고 라미아가 입은 옷이 젖었다 말라서 피부에 살짝 달라붙어 있는데 씨발...


뭐 그건 중요한게 아니고, 나는 방 밖으로 나가서 옆방 비번을 알려 줬지. 그때 안 건데 라미아가 꼬리로 옆방 문 안 닫히게 지탱하고 있더라. 그때 기분 묘했다.


아무튼 이게 라미아가 옆방에 살게 된 경위의 시작이다.





003.


애미 그래서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이런 게 아니다.


씨발 졸라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좃또 이런 게 아니라고.


니들이 원룸 자취방 옆방에 라미아가 사는 기분을 아냐?


시발 사람새끼가 사는 것도 좃같은데 성인 여자 몸무게 2배짜리 라미아가 사는 느낌을 아냐고


가끔 원룸에 좀 심하게 살찐 뒤룩뒤룩 돼공새끼들이 들어온다.


걔네들이 들어오건 말건 솔직히 내 알 바 아니지. 솔직히 아무 문제 없이 조용히만 지내면 돼공이든 멸공이든 정공이든 면제든 내 알 바 아니다.


아니 근데 꼭 대가리 위에서 쿵쿵대는 새끼들이 있어 ㅅㅂ


층간소음 때문에 살인 일어나는 게 개소리가 아니다. 겪어 본 게이라면 알겠지만 이게 ㄹㅇ 사람 미치게한다.


가뜩이나 원룸이라 벽도 ㄹㅇ 얇아서 tv소리 크게 들어놓으면 옆방에서 들릴 정돈데


시발 100kg에 육박하는 거구새끼들이 움직이면 그게 소리가 나겠냐 안나겠냐?


진짜 내가 이게 좃같에서 방까지 옮겼거든?


근데 이제는 옆방에 사는 라미아가 슥슥 기어다니는 소리까지 들린다.


야 니들 뱀이 기어다니는 소리 들어본 적 있냐


이게 존나 섬뜩하다. 이게 무슨 사람 소리도 아니고 동물 소리도 아닌 것 같은데 ㄹㅇ 뭔가 섬뜩한 구석이 있어.


가뜩 자다가 밤에 스윽- 스윽- 하는 소리나면 엠창 심장쫄려서 뒤질 것 같다.


거 시바 옛날에 조상님들이 밤에 휘파람 불면 뱀 쳐 튀나온다고 그런 말 하지 않았냐? 내가 시발 옆방에 사는 라미아가 방문 똑똑 두드릴까 무서워서 밤중에 휘파람도 부를 수가 없다.


옆방에 사는 내가 이 정돈데  아랫집 사는 누군가에게 이 빈약한 원룸의 관리자로써 죄송함을 표한다. 죄송합니다 누군진 몰라도 라미아 아랫집 사시는 분. 혹시 정 못 견디겠다 싶으면 관리자 번호로 연락 주세요. 방 옮겨드릴 테니까.


더군다나 라미아년 몸집이 커서 그런지 자꾸 이것저것 뭔가 쿵쿵 친다.


원룸이라 안 그래도 쪼끄만데 앵간한 성인 남성보다 더 긴 라미아가 편히 발 붙일 공간이 어디 있겠냐.


아 이 녀석들 다리 없지 ㅅㅂ.


아무튼 꼬리로 원룸 벽 치는 게 느껴진다.


겜하다가 벽에서 쿠웅 하는 진동 느껴지면 십중팔구 라미아년이 꼬리로 벽 친 거다.


이런저런 것들까지 합쳐서 라미아년이 옆집에 살게 된 뒤부터 불편한게 한 두 개가 아니다 ㅅㅂ


라미아가 옆방에 얹혀살게 된 지 이틀쯤 지난 날이었나?


오후 3시쯤에 평소같이 공부하고 있는데 내 방 문이 다시 똑똑 두들겨졌다.


오늘은 배달 안 시켰는데 뭔일인가 하고 문 열어봤더니 시발 또 라미아년이야 ㅅㅂ


좌우지간 뭔 일이냐고 물어봤지. 그러나까 라미아가 수줍은 표정으로 지네 집을 가리키더라. 에어컨이 안 나온데.


아니 뱀이라 변온동물 아니냐고, 살짝 더운 게 지네들 특성에 맞는 거 아니냐고. 시발 내 머리가 휘까락 했지만 어쨋든 단기간의 입주민이고 하니 들어 줬지.


암튼 그렇게 해서 이틀인가? 삼일인가? 만에 다시 라미아네 방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들어가니까 방 안에 생활용품 몇 가지가 보이데? 옷이나 침구류나 세면도구같은거. 하지만 거창한 건 없었다. 딱 필요한 것들만 있었음.


그때쯤 소음에 슬슬 열이 뻗치던 터라 방 안에 벽이 부셔지진 않았나 곁눈질로 슬쩍 봤다. 아니 ㄹㅇ 꼬리로 후려치면 원룸 벽 부셔질 것 같다니까?


슬쩍 보니 원룸에 문제는 없었고 문제였던 에어컨을 확인했지.


라미아가 했던 말대로 리모컨을 꾹꾹 눌러도 애가 아무런 반응도 없더라.


설치한지 좀 되기는 했어도 다른 방에선 이런 문제 없었고, 에어컨도 내가 보기엔 문제 없었다. 근데 시발 리모컨을 아무리 눌러 봐도 얘가 작동을 안 하는겨.


그래서 리모컨에 빠때리 바꿔 봤냐고 라미아한테 물어 봤지.


아니랜다.


ㅅㅂ 나는 투덜거리면서 내 방에 다시 들어가 내 방 리모컨에 들어있던 건전지 빼서 가져왔다. 그리고 그걸 라미아년 방의 리모컨에다가 집어넣었고.


그리고 나서 꾹 누르니까 뙇 하고 켜지대?


내가 이년을 돌아보니까 이년의 와꾸도 화사하게 펴지대?


애미시발 이리 좋아하는데 여기다가 욕을 할 수도 없고 관리자 부르기 전에 리모컨 건전지라도 바꿔보는게 그리 어렵더냐 ㅅㅂ


아니 집 앞에 편의점 멀지도 않은데 거서 AAA건전지 2개 사다 오는게 그리 어렵냐고.


티없이 해맑은 모습에 나는 슬슬 성질이 뻗치는 것을 느꼈지만 꾸욱 참고 이거 건전지 그대로 넣어서 쓰라고 했다.


집 안에 AAA건전지 여분이 있기도 했고, 이거 얼마나 한다고 다시 뺏어서 니 돈 주고 사라고 하기에도 그렇잖아.


아무튼 그렇게 일 하나 해결하고 난 다시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라미아도 고마운지 인사성은 밝데. 고맙다고 꼬박꼬박 고개 숙이며 인사하더라. 하긴, 나라도 건전지 수명 다 닳은거 모르고 관리자 부르면 졸라 뻘쭘하긴 하겠다.


아무리 라미아라고 해도 상반신은 사람이랑 똑같이 생겼는데 와꾸로 눈이 가다가도 뒤에 꼬리 따라오는거 보면 흠칫하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게 후다닥 라미아의 방을 나왔다.


결론적으로 보면 이번 일은 오래 방을 비워 놔서 에어컨 건전지 수명이 다 닳아서 그런 거였다.


시발 생각해보면 그때 그렇게 내가 호의를 보여주는 게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뱀순이가 그때부터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이상야릇한게 이상한 상상을 하고 있었던게 틀림없다. 뱀 같은 년.






004.


예상했겠지만 그날 일은 에어컨 리모컨 건전지를 가는 걸로 끝나지 않았다.


내가 아까 밤에 라미아 튀어나올까봐 무서워서 휘파람도 못 불겠다고 그랬지?


근데 그게 이 날 밤에 진짜 일어났다.


라미아가 진짜로 오밤중에 내 방 문을 두드렸다고.


애미시발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척추가 곤두서고 피부에 소름이 3파장 밀물썰물로 개지랄을 한다.


아무튼 그렇게 라미아 방의 에어컨 건전지를 갈아주고 나서 저녁에 잠에 들었다.


어찌됐건 나는 원룸 청소같은것도 하고 있어서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난다. 대충 6시쯤 일어나서 씻고 원룸 청소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의도치않게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데 라미아가 내 꿀같은 수면패턴을 방해했다.


그날 밤에도 스윽- 슥- 하는 뱀 기어가는 소리에 선잠으로 몸을 뒤척이고 있을 때, 내 원룸 방 문이 쿵쿵하고 울렸다.


그때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냐 어휴 시발.


시계를 보니까 자정이 지난 2시지, 밤에는 뱀 기어가는 소리 들리지. 게다가 문 두들기는 소리에 존나 놀라서 딱 눈 뜨니깐 아무 소리도 안들리고 잠잠한 거였다.


그러다가 한 삼초 뒤에 우리 방 문이 똑똑 하고 울리는데


우라질 시발 그때 용솟음쳤던 내 척추 생각하면 이번생에 출 팝핀 댄스는 한번에 몰아서 다 췄구나 하고 생각한다. 시발 가족들한테 그 꼬라지 들켰으면 뒤질 때까지 놀림거리로 우려먹었을텐데. 혼자 살아서 존나게 다행이다.


아무튼 난 펄떡펄떡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조심스레 원룸의 방 문을 열었다.


존나 강도인가 도둑인가 존나게 긴장해서 곁눈질로 우리 집 안에 쓸만한 무기가 있나 보고 있었던 걸 숨기지 않겠다. 개쫄렸다고.


원룸 문을 한 5cm 정도 살짝 여는데


살짝 열려진 틈 사이로 어느새 익숙해진 라미아년의 얼굴이 보이는거. 나는 그때서야 안심하고 무기로 가려던 손을 내려놓았다.


아무튼 얼굴도 확인했지, 라미아가 이상하긴 하지만 라미아년이 이상한 건 아니니까 안심된다 싶어 문을 열어 줬다.


오밤중에 봐서 그런진 몰라도 얘의 얼굴색도 평소랑 좀 다르고 좀 뭔가 야시꾸리한게 이상하게 보이는데 시발.


계속 문 밖에 두고 이야기하기에도 뭐해서 들어오라고 했다.


자던 거 깨웠으니까 당연히 원룸 안은 내 취침 모드로 들어와 있었고, 대충 이불 한쪽으로 밀어 치운 담에 라미아년 앉혀서 왜불렀냐고 취조했다.


아니 그리고보니까 라미아년 다리도 없는데 어케 앉았지?


그랬더니 라미아가 시발 떠뜸떠뜸 썰을 풀기 시작하는데. 이 내용이 또 골때린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지금 가출했다는 거다.


시방 이게 뭔 말이여 방구여. 나는 존나 이해가 안가서 되물었는데 시발 다 큰 라미아가 집에서 가출했다는 내용뿐이다.


아무튼 지금 가출을 하는 바람에 가족들한테도 손 못 벌리고 친구도 없어서 어디 도와줄 사람도 없고


여름이라 밖에서 어떻게 노숙하면 버티겠지 하고 나왔는데 막상 나오고 나니 장마가 시작됐다는 거다.


그렇게 목적지를 잃고 존나게 돌아다니다가 하필 우리 원룸 앞에서 쓰러져버린거고.


씨발 이렇게 힘들었던 사정을 존나 감정을 꾹 참아가면서 말하는게 보이는데 ㅅㅂ.


하반신에 뱀 꼬리가 달려있기는 하지만 와꾸는 내가알던 여자애들이랑 다를 바가 없고 좀 뜯어보면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 ㅅㅂ


아무튼 보다 보니까 내 뇌가 노망이 들었나 이런 시덥잖은 소리에 공감이나 해주고 앉았다는 소리다.


하여간 이렇게 자기 썰을 풀면서 속앓이 하는데 가만히 듣는 나도 괜히 마음이 아파져서, 씨발 니들도 들어봐라 공감 안되나. 쓰다보니 빡치네?


더군다나 씨발 뱀 눈깔에서 닭똥같은 눈물을 똑똑 떨어뜨리기 시작하는데 이게 또 씨발 남자새끼가 여자 우는 것 보고 개무시하면 그게 또 사람새끼가 아니고 개새끼인지라.


진정하고 방에서 좀만 기다리라고했지.


그리고 원룸 앞 편의점으로 존나게 뛰어갔다.


존나게 뛰어가서 소주하고 맥주 샀다. 안주도 쪼끔 사고.


라미아가 술을 먹나 안먹나 몰라도 시발 상반신은 사람인데 먹어도 괜찮겠지 뭐. 그리고 쓸모없는 재수생의 경험 상 이런 얘기는 술까면서 들어주는게 로켓단의 인지상정이지.


아무튼 원룸에 술이랑 안주 사들고 들어가니까 라미아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라.


알고 보니까 돈도 없어서 요 며칠 간 먹은게 제데로 없었단다. ㅅㅂ, 어쩐지 잘먹드라.


아무튼 오밤중에 짜끄만한 술판을 벌여서 너 잡수 나 잡수 하는데 이 라미아가 말하는게 또 불쌍한겨.


물론 재수생인 내인생에 누굴 불쌍해할 염려가 있겠냐 싶겠냐마는, 사람도 이렇게 힘든데 라미아라고 힘든게 없겠냐?


듣고 보니 가족이랑 싸워서 가출했다는데 다 큰 성인여자보고 미성년자처럼 어르고 달래서 다시 들여보낼수도 없고. 난 이때까지만 해도 라미아년의 나이를 몰랐다.


지 인생, 아니 뱀생에 힘들었던 점을 구구절절 쏟아내기 시작하더니 똥글똥글한 눈물이 또 흘러내리는 겨.


뱀이 이렇게 감수성이 풍부해서 쓰나. 이제와서 적자면 생긴것만 뱀순이지 대가리속에 든 건 일반 여자랑 별로 다를 바 없었다. ㅅㅂ 그렇다고 내가 여자를 만나봤다는 건 아니고 딱 보면 알잖아.


그렇게 술이 밥처럼 꿀떡꿀떡 넘어가는데 내가 봐도 좀 과하지 않나 싶다가도 말릴 수가 없는겨.


라미아가 나보다 술 더 잘 마셨다.


아무튼 난 내일도 원룸 관리해야 하니까 적당히 끝내고 라미아년 술 마시는 거나 보면서 이야기나 들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미리 얘기하지만 니네들이 기대하는 그런 이상 야시꾸리한 일은 없었다.


그런 이상한 일은 안 일어났고, 아무튼 계속 적는다. 라미아가 나한테 기어오기 시작했다.


표정은 취기 올라서 살짝 붉어지고 그때 라미아가 기어다니는 스윽- 슥- 소리 눈앞에서 들어봤는데 기분 묘했다.


아무튼 이년이 술에 취해선지 나한테 앵기는데 그때 든 생각이 일단 살고 봐야지였다.


내 분신이 불끈불끈한게 아니라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아무 일 없이 오늘밤을 넘기는게 그때부터 제 1순위 목표가 됐다.


나같은 엠생 재수생이 라미아까지 건들였다간 인생 좃된다 시발.


그리고 선조들의 오랜 격언을 인터넷 생활로 잘 알고 있었다.


좃을 좃대로 놀리면 좃되는 거다.


다행히 나한테 기어오던 라미아도 내 어깨에 기대더니 사르르 잠들어 버렸고 니네들이 기대하던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근데 와 씨발 상반신에는 사람이랑 똑같은 여자애가 기대서 잠들어 있고 하반신에는 뱀 꼬리가 내 다리를 칭칭 감는게 ㅅㅂ 잡아먹히는거 아닌가 하고 존나 쫄렸었다. 인싸들 기분이 이런건가 싶고 인싸들은 이런 기분 느끼고 살았구나 해서 존나 부러웠다.


아무튼 라미아한테 이불 대충 덮어 주고 그날 밤은 그렇게 선잠으로 보냈다. 


혹시 내가 잠든 사이에 라미아가 이상한 해꼬지 할지도 모르잖아.


평소처럼 6시에 비몽사몽하게 일어나서 보니 라미아는 널부러진 채로 아직도 내 옆에서 자고 있었고, 나는 방 대충 정리하고 원룸 건물 청소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한 20분쯤 청소하고 다시 내 자취방에 돌아가 보니 라미아는 벌써 자기 방으로 돌아가고 없더라.


인생 헛헛한 꿈을 꾼 것 같았다.


아무튼 그렇게 복도에서 라미아년 한두번 마주치고, 이년이 마주칠때마다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해 주는데 와 이거 시발...


뱀은 요물새끼다.


이게 벌써 일주일 정도 되는데 옆집 사는게 아주 골때린다.


나중에 라미아 관련해서 썰 풀거 더 있으면 돌아와서 풀겠다.






005.


안녕 게이들아. 저번에 글 쓰고 며칠 지났지? 오랜만이다.


별건 아니고 지난번에 그 라미아에 대해서 더 쓸게 생겼다.


사실 지난번에 글 올린 게 반응이 괜찮아서 나도 좀 놀랬다. ㅅㅂ 내가 이리 될 줄 알았냐고.


아무튼 그 글을 쓴 게 약속한 일주일도 지나가고, 해서 이 라미아가 방을 빼겠지 싶어서 글 쓴 거다.


더이상 낯 볼 일 없을거라고 생각했다고.


근데 시발 내 알량하고 얕은 생각은 언제나 쳐 맞아떨어지질 않는다.


라미아가 옆 방을 계약했다.


하, 이게 말하자면 또 긴데. 우리 큰엄마 건물은 원룸인데다 전세와 월세를 둘다 받고 있다.


라미아가 돈도 없을 텐데 당연히 전세자금같은 건 없을 테고, 돌아가겠지 싶었는데 글쎄 내 옆방을 월세로 계약해버린거다.


이제 진짜 이웃집 주민이라고.


이야 씨발 이게 또 골때리는게 내가 잠깐 안본 요 사이 라미아와 우리 큰엄마님이 사이가 좋아지셨다는 거다.


건물 계약한다고 할 때 한번 본 것 같은데 큰엄마가 라미아를 존나 마음에 들어 한다. 존나게.


라미아가 성격이 싹싹하긴 한데, ㅅㅂ 내가 저번에 말했지 큰엄마가 몬무스 좋아하는 것 같다고. 안 그러면 이게 설명이 안 돼.


라미아가 옆방에 계약했다는 것도 큰엄마한테 전화와서 알았고, 그때 전화로 라미아에 대한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쉬지않고 계속 풀어내는데.


아오 진짜 내가 재수하면서 명절때 들었던 잔소리 2회차를 경험하는 것 같았다.


근데 라미아가 돈을 어디서 나서 원룸 계약을 했냐고?


내가 저번에 라미아한테 술 사줬던 편의점 있지? 거기 알바로 들어갔댄다.


아 몰라 나는 얘가 거기 알바로 들어간지도 몰랐어.


어느날 보니까 평소처럼 편의점 갔는데 얘가 거기 알바로 있대?


와 시발 그때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냐. 카운터 밖으로 뱀 꼬리가 살짝 삐져나와 있어.


알바비 들어오면 바로 월세로 낸다고 하더라.


이렇게까지 하는데 내가 뭐 ㅅㅂ 안된다고 할수도 없고 싫다고 할수도 없고.


문제는 집 계약한 이후로 라미아년이 내 방 문을 똑똑 두드린다는 것이다.


무슨 똑또도똑똑 두유워너 빌더 스노우맨도 아니고 대충 밥 시간 되면 우리집 방 문을 똑똑 두들기는게 엘사 찾아간 안나보는 것 같았다.


밥 같이 먹쟤. 심심하다고.


나도 혼자 밥 먹는 것 보다야 같이 밥 먹는게 나으니까 그러자고는 했는데 시발 라미아년이 우리 집 반찬을 탐내고 있는게 아닌가 의심스럽다.


밥 먹을 때면 가구 많은 내 방보다 텅텅 빈 라미아년의 방으로 반찬 싸들고 가서 먹는데 그때마다 라마이년의 미소가 행복해 보이는게 눈에 보인다.


씨발 눈 마주치면 웃기나 하고 뱀 같은 게, 우리 큰엄마가 해 준 반찬이 입에 들어가 있는데 그게 그렇게도 맛있더냐? 먹고 싶었다면 말을 하지 굳이 같이 밥 먹자고 나를 불러낼거 까지야 있었냐고.


물론 반찬만 달라고 하면 염치가 없어서 나까지 불러서 밥이라도 같이 먹는 거겠지마는.


ㅅㅂ 밥 먹으면서 나랑 눈 마주칠 때마다 보이는 라미아의 행복한 얼굴이 머릿속에서 사리지지 않는다.


내가 그 꼴 보기 싫어서 대충 먹고 치우고 가려고 하면 또 그때 얘가 붙잡는데 아주 내가 애완동물을 키워도 그렇게는 안 쳐다보겠다.


아무튼 라미아가 옆집에 이사 온 뒤로 기존과는 조금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근데 내가 이 얘기만 할려고 글을 쓰는 건 아니고.


옆집 사는 라미아는 모르는 얘긴데 원룸 앞에서 내가 모르는 라미아가 지나가는 걸 또 발견했다.


같은 라미아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옆집 사는 애랑 모습이 거의 똑같이 생겼다.


형제자매라고 해도 믿을만 하다.


혹시 이거에 대해 아는 사람 있으면 댓글로 좀 알려 줘라. 얘네 원래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냐?


아무튼 특이한 일 있으면 나중에 또 적겠다.


이상.





006.


큰일났다. 옆집에 라미아가 두 마리로 늘었다.


니들 내가 저번에 동네에서 돌아다니는 또 다른 라미아 얘기 했던 거 기억나냐?


말이 씨가 된다고, 안 좋은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정확히 들어맞아 버렸다.


그렇잖아도 옆집 라미아랑 비슷해서 생겨서 의심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옆집 라미아의 가족이 맞더라.


정확히 말하자면 옆집 뱀순이의 여동생이랜다. 나도 얼마 전에야 소개받았다.


지 언니에 대한 소유욕인지 가족애인지 나를 노려보는 눈빛이. 어우야 눈빛으로 사람 킬하면 멀티킬이 확정이더라.


지 말로는 집 나간 언니를 찾아서 돌아다니다가 만난 건데, 이게 또 과정이 골때린다.


옆집 뱀순이가 얼마 전부터 집 앞 편의점에 알바를 시작했잖냐.


마침 여동생 라미아가 근처 동네를 지나다니다가 재수없게 그 편의점에 들어가 버린거다.


하필 카운터 시프트가 옆집 뱀순이었고.


얼마나 어이없었겠냐. 여동생 입장에서는 집 나간 언니 찾아서 좃빠지게 돌아다녔는데 언니라는 작자는 집도 구하고 알바도 구해서 희희낙락 살고 있으니.


아무튼 그래서 여동생 라미아가 옆집 뱀순이 근무 끝날때까지 기다려서 집까지 쫓아왔댄다.


거 시바 가족사라 내가 끼어들기는 뭐하지만 이제 대충 화해하고 다시 집 들어가서 살면 어떻겠냐고 물어봤는데 죽어도 그건 싫단다.


와 언니를 한심하게 쳐다보는 여동생 뱀순이의 눈빛이 참 공감이 가더라.


그래도 내심 안심이 됐지. 나는 옆집 라미아가 천애고아나 빚쟁이는 아닐까 하는 심각한 상상까지도 했었거든.


덕분에 라미아가 월세 안 내고 튀어도 어떻게든 받아먹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아무튼 옆집 사는 라미아는 죽어도 집 들어가기 싫다고 하고, 여동생 라미아는 이제 적당히 하라면 집 들어오라고 하고 아주 쌍판으로 지랄이 났더라.


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기분이 참 좃같았지만 어쩌겠냐. 집안 사정인데.


아무튼 옆집의 라미아는 계속 우리 옆집에서 살 것 같다.


여동생이 언니의 고집을 못 꺾었댄다.


여동생 뱀순이가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아주 표독스럽고 잔망스러운게 나를 아주 못된 역적이나 한량같은걸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나도 니네 언니땜에 힘들었어 이놈아.


대신에 여동생 라미아가 언니 잘 사나 계속 감시하러 왔다갔다 한다고 하니 그건 니 알아서 하라고 했다.


덕분에 앞으로 보게 될 라미아가 한마리에서 두마리로 늘어날 것 같다.


그건 그렇고 라미아가 다시 집으로 안 돌아가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여동생 반응을 보니 대충 화해는 하는 것 같은데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는 싫은가 보다.


라미아는 몸땡이도 크면서 쪼만한 원룸에서 굳이 살 필요가 있나 싶다.


몸 조금만 움직여도 꼬리가 벽에 닿을텐데 난 얘가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가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제 시간 내서 함 물어봤다.


맥주 한캔 까들고 가서 라미아랑 홀짝였지. 왜 안 돌아가냐고.


이년도 나랑 술마시고 밥 먹는게 익숙해졌을텐데 그 화제 나오니까 몸이 다시 얼어붙더라.


와 그리고 다시 나를 쳐다보는데 이게 뭔가 싶더라.


맥주거품이 눈가에 뭍었나 아무말도 안하고 나만 빤히 쳐다보는데 그때 기분 묘했다.


끝내 안 돌아가는 이유는 대답해 주지도 않고 이년답지 않게 맥주 한캔만 뚝딱 하고 나를 돌려보내는데 내가 뭔가 잘못한게 있는지 싶더라.


아무튼 어젠 기분 싱숭생숭하게 잠들었다.


얘 술 좋아하는데.








007.


좃됐다.


내 인생은 아주 좃됐다.


좃박았다고 할 수 있다.


라미아가 날 그렇게 쳐다볼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나도 그냥 멍청이지. 니들은 알 거 같은데 왜 나한테 말 안 해 줬냐? 나쁜놈들.


애미시발 라미아년이 나 좋아하더라.


저번에 글 올리고 얼마나 지났지? 한 2주일 됐나? 근데 그 사이에 이년이 나한테 고백해왔다.


평소처럼 새벽에 맥주한캔 사가지고 이년 방 문을 두드렸는데 초장부터 분위기가 쎄하더라. 뭔가 일어나도 단단히 일어나겠다 싶었지.


사실 그때까지는 별로 신경 안 써서 평소처럼 술마시고 평소처럼 잡담 나누는데 이년이 평소랑은 다르게 미적미적하더라.


오늘 내가 고른 수입맥주 맛이 별론가 싶어서 조심스럽게 물어봤더니 그거 아니랜다.


하긴, 얘 술 좋아하던데 싫어하는 맥주가 있기는 할까 싶었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서 아무말도 안하고 대충 간 보고 있는데 이년이 대뜸 나한테 고백해왔다.


솔직히... 충격이었다. 난 한낱 재수생일 뿐이고, 내가 가지거나 이뤄 놓은 것 하나 없거든.


라미아랑 얼굴 본 지도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고.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꾸준히 관계를 쌓아 나가긴 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존나 멍청하고 둔한게 문제였지만.


얘도 대충 내가 알아차리고 먼저 고백해줄 줄 알았는데 좃또 신경 안 쓰고 거들떠도 안 보니 스스로 답답해서 먼저 고백했댄다.


와 그걸 울면서 울먹울먹 말하는데 남자새끼가 그걸 어떻게 받아냈겠냐. 어버버댔지.


와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버버대고 있는데 라미아는 그상태 그대로 나한테 기어오더라.


존나 표정이 씨발... 나는 여태껏 뭐 했나 싶더라.


라미아가 그동안 집에 안 가겠다고 뻐팅긴거.


맨날 밥 같이 먹자고 나 불러재낀 거.


굳이 이 좁은 원룸에서 계속 살고 있던 거.


그 외 온갖 잡설들이 내 대가리 속을 슉슉 스쳐지나가는데 이게 시발 은하철도 999인가 싶더라.


와 그러는 와중에도 라미아년은 내 위에 올라타서 내 몸을 기어가더니.


그대로 해버렸다.




나도 할려고 한게 아니라고.


굳이 말하자면 난 덮쳐진 거다.


라미아한테.




그날 반항 한 번 못 해보고 꼼짝없이 당했다.


니들 라미아 꼬리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아냐? 성인남성이 기를 쓰고 발악해도 한번 꼬리에 칭칭 말리면 절대 못 빠져나온다.


그렇게 말아 두고 먹잇감 잡듯이 나를 마음대로 요리하는데 와 그때 그건 진짜... 생태계 포식자가 어떤 건지 확실하게 느꼈다.


게다가 뱀은 엄청 오래 교미한다.


옘병. 분명 들어갈때는 새벽이었는데 아침에 나오니까 해가 중천이더라.


몸의 정기가 쫙쫙 빨려서 손끝하나 까딱하기 힘든데 이 뱀은 어찌나 좋아하던지 내 생에 본적 없는 편안함과 만족감을 느끼고 있더라.


라미아 이년이 평소에는 싹싹하고 성실하게 일도 잘해서 라미아치곤 조용하고 참한 녀석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날 라미아의 진짜 밤의 모습을 봐 버렸다.


눈빛부터 달라져서 그 가느다랗고 긴 혓바닥이 날름거리는 것까지. 나는 지금까지 알고 지냈던 옆집 라미아가 맞나 싶었다.


평소에는 나한테 그렇게 예의바르고 순진하게 지냈던 애가 나를 휘감기 시작하고 그동안 감춰놨던 욕망과 갈망을 털어내기라도 하는 건지 그 끝이 보이지가 않았다. 욕망의 항아리가 있다면 라미아 뱃속에 있을 거다.


와 평소에 보여줬던 모습이랑 완전 다른데 그 모습이 진짜 와. 인간여자 나오는 동영상하고는 완전 다른 체위를 시도하는데 진짜 와.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 위에 먼저 올라간더더니, 이 순간을 위해서 얘가 순진한 척을 했나 싶더라.


아무튼, 이 얘기는 여기서 끝내기로 하자. 더 이상 쓸 말도 없으니까.


옆집 사는 라미아랑 나랑은 좀 다른 형태로 나아가기로 했다.


결론짓자면


내가 옆집 뱀순이한테 덮쳐진 그날부터 우리 사귀기로 했다.


선 교미 후 연애라는 묘한 이야기지만 이렇게 된 걸 어쩌겠냐. 이왕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잘해 보려고 한다.


물론 수험 공부는 그대로 진행할 거다. 옆집 뱀순이도 내가 공부한다는 건 잘 알고 있고.


이참에 대학교 학과를 몬무스 쪽으로 가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뱀순이 덕인지 이쪽에 관심도 많아졌고.




아직 될려면 한참 멀었지만 나라면 잘할 수 있을 거 같지 않냐?


이만 줄인다.





008.



진짜 오랜만에 글 쓴다.


수험은 잘 봤다. 학교랑 학과는 정확히 밝힐 수는 없어도 우리 뱀순이랑 관련된 쪽으로 가기로 했다.


뱀순이 부모님이랑도 인사 드렸다.


뱀순이 여동생이랑도 얘기 했다.


원룸은 지난번에 글 쓰고 난 뒤로 얼마 안 있어서 이사했다.


원룸이 라미아가 생활하기에는 너무 좁은 공간이잖아. 이사는 잘 한거 같다. 큰엄마도 많이 도와주셨다.


우리 부모님도 부모님인데 큰엄마가 진짜 좋아하시더라.


뱀순이도 새로 이사한 집 마음에 들어 하고 여러 모로 잘 풀린 것 같다.


물론 그와중에 수험 공부 하는 건 힘들었지만 한번도 아니고 두번째 보는 시험인데 여기서 떨어지면 인생 진짜 좃된다 싶어서 필사적으로 열심히 했다.


니들도 열심히 하면 라미아 여친도 얻을 수 있고 다 할 수 있다.




근데 니들 시발 그건 미리 얘기했어야지.


뱀 가족들은 남성 하나 공유한다고 왜 미리 안 해줬냐? 애에미 씨이발.


동생이랑 같이 얽히는데 씨이발 여기가 무간지옥인가 뭔가.


니들은 라미아 여자친구 만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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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썼다

쓰고나니까 재미없네

나중에 생각나면 또 놀러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