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구석에 앉은 세명의 노파가 서로 떠들었다.


『그게 아니지, 저쪽 실이 꼬였잖아! 실타래를 어떻게 감는거야!』


『내가 감는게 문제가 아니라 쟤가 실을 너무 굵직굵직하게 만들어내니까 그렇지! 뭔 실 두깨가 내 팔뚝만 해!』


『영웅의 서사인데 응당 짧고 굵직해야지! 자, 얼른 잘라버리렴.』


『어휴~! 실이 굵어서 그런가 잘라내는 것도 한 세월이네!』


그들이 서로 실랑이를 벌일 때즈음, 한 청년이 그들 앞에 모습을 들어내며 인사하였다


"혹시... 당신들이 운명을 관장하는 모이라이입니까?"


『음? 그래, 네 말이 맞다 필멸자야.』


『리테의 아이야 어찌하여 운명의 세 여인을 찾는 것이더냐?』


『점성술을 알려줄까? 아니면 예언 능력을 줄까? 장난이다, 테베시스야. 우리는 이미 니가 왜 왔는지를 다 안단다.』


각기 다른 입을 빌려 나오는 말들이였지만, 마치 한 사람이 대답하듯 이어지는 것이 마냥 신기할 따름이였다.


"네, 그러면 다름이 아니고, 제 신탁에 문제가 생긴것 같아서요."


『흐음? 네놈에게 내려진 신탁이라고 하면, 델포이 신탁을 말하는 것이더냐?』


『리테의 아이야, 델포이의 신탁이 틀렸다는 것이냐?』


델포이 신탁은 예언의 신 아폴론이 주관하는 신탁이다.


즉, 델포이 신탁을 부정하는 것은 다름 아닌 주신 아폴론의 신성을 부정하는 것. 그 의미를 알았기에 청년은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아뇨! 전혀 그럴가요! ... 아니 그치만 신탁이 너무 이상해서요, 제가 여동생이랑 사랑에 빠진다뇨? 그 금수와도 같은 애랑요?"


『운명은 절대적인 것이야, 어리석은 필멸자여.』


『테베시스야, 네가 아무리 발버둥치더라도 운명은 절대로 바꿀수 없는 것이다.』


"하! 제가 그러면 여동생과 정말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는 거에요? 차라리 소와 사랑에 빠져 괴물을 잉태한다 하시죠?"


『... 리테의 아이야, 유감스럽지만 그것은 '너'의 운명은 아니구나.』


『테베시스야, 너가 그런 취향인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참고했을텐데 아쉽게됐구나.』


여신들의 반응에 어이가 없어진 청년의 언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었다.


"정말로 바꿀 방법이 하나도 없어요? 에우리디케도 살려낼 뻔 했잖아요 그럼 그것들은 다 뭔데요?"


『오르페우스는 끝내 에우리디케를 살려내지 못했지. 그것이 그의 운명이자 최후란다.』


『천하의 헤라클레스도 이겨내지 못한 것이 운명이다.』


"헤라클레스요?!"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아내의 의심 때문에 중독되고 끝내 제단에 불타 죽었지. 필멸자여, 운명이란 이리도 허무한 것이란다』


"와... 그거 살벌하네요. 천하의 영웅인데 그리 죽어도 돼요?"


『물론 헤라클레스는 DLC가 따로 있지만...』

"... DLC요?"


『네놈은 몰라도 되는 일이다. 자, 이제 알았으면 그만 돌아가거라!』


청년을 돌려보내려는 여신들을 진정시키며 청년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더 물었다.


"잠시만요! 딱 한가지만 더요! 그러면... 신들의 운명은 어떻게 돼요?"


『... 역사 속에서 잊혀지는게 당연지사지. 후대의 인류는 신의 은총을 잊어버린 배응망덕한 것들이니까.』


『제우스의 명성마저 타르타로스에 처박혔지. 아 지금도 별반 다를게 없나.』


『... 하지만 역시 제일 심각한 피해를 입은건.』


『역시 그분이신가...』


"그분이요? 누군데요?"


『주신 헤스티아.』


"네?! 처녀신 중 가장 자애로우신 분이 왜요? 후대의 인류가 그녀를 욕할 이유가 뭐가 있어요!"


『으윽... 파란끈, 바스트모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