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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 끝이 가늘게 떨리며 창공의 색을 띈 푸른색 기운으로 불타오른다.



오러소드-



"해...해냈다!!!"



나는 흥분으로 땀범벅이 된 손으로 검을 쥔채 소리질렀다.



난 판타지 세상으로 전생했다.



그리고 전생한지 17년이 되던 해에


나는 소드마스터가 되었다.


암 판타지 소설이라면 소드마스터지.



"정말 힘들었어..."



중세와 근세 그 어딘가의 보기좋은 부분만 가져온


이 나사빠진 세상에 다시 태어나서 얼마나 힘들었는가!



...사실 그나마도 공작가의 장손으로 태어나 


이렇게 하루종일 검을 수련할 수 있었던거지만


그래도 온갖 문명의 혜택 속에 살던 현대인으로선


중세와 근세 그 어딘가에 속하는 세상은 너무나도 밍밍했다.



가장 자극적이고 우아한 취미는 사교회에서 시낭송을 하거나 다과를 즐기는 것이며


남자다운 거친 취미는 사냥과 마상시합이었다.

(이는 고위 귀족의 특권이며 영지내에서 무허가 사냥은 왕국법으로 금지 되었다.)



아 그런데 이 세계 마나와 마법이 실존하더라고.


원래 세상의 과학처럼 너무나도 당연하게 존재하는 학문으로 취급받았다.


그래서 나는 흥분했다.


마법이 살아 숨쉬는 세계관이면...그거 있겠지?



소-드-마-스-터!!!!



중2때 탐독한 소설 속에서 얼마나 동경하였는가


케케묵은 책방의 곰팡내를 맡으며 가게주인 아저씨가 쫓아낼때까지 읽어대던 90년대의 찬란한 판타지 소설들...


그리고 그 소설 속에서 언제나 나오는 그 이름.


입안에서 굴릴 수록 피가 끓어오르는 그 이름.



드디어 나는 소드마스터가 되었다.



"설마 오러 소드의 개념이 없는 세상이라니..."



놀랍게도 마법은 존재하지만


마나를 통해 몸을 강화하고 검을 강화시키는 개념이 부재한 세계관이었다.


굳이 비슷한 방법은 마법사의 <신체 강화> 와 <마나 칼날>을 기사에게 인챈트 해주는 방법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세계 최초의 소드마스터가 되고자 하였고


왕가의 일원이지만 왕위 세습 구도에선 독립된 공작인 아버지의 후원아래 결실을 맺게 된것이다.



"...그러면 이제 가볼까?"



나는 연무장 구석에 놔두었던 고급종이로 쓰여진 편지를 집었다. 



[아카데미 입학 추천서]



아 판타지에서 귀족 아카데미는 못 참지.







<나의 로맨스 아카데미아>라는 소설을 아는가?


여성향 로맨스 판타지를 표방했지만 모험과 경쟁 그리고 성장의 초점을 맞춘 다소 왕도적인 구성으로


남성독자와 여성독자의 비율이 4:6비율로 유지되어


입소문을 통해 로판 입문 소설로 추천되던 작품이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추천받아 앞의 30화 밖에 읽지 못했지만...



그 소설 속에 난 빙의 했다.



문제는 악역 백작가의 장손이라는 점이다.


초반부터 등장하여 언제나 가난한 남작가의 여식인 여주인공의 외모를 희롱하며 남주들을 위기에 몰아넣고


댓글창을 ' 저 판남충 새끼 죽어라 ', ' 씹게이새끼 ' ,  ' 분명 꼬추도 3센...(검열) ' 등등 남녀 독자 모두에게 쌍욕과 하차선언을 하게 만든


그 전설의 악역 백작가의 망나니 첫째.



그게 바로 나다.



"휴우..."


일단 한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나의 소중이는 3cm가 아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3cm가 절대 아니다.



하여튼 나는 빙의된 시점인 12살 생일부터


소설속에서 처참하게 파멸된 운명을 피하고자


현대의 지식을 총 동원하여 여러 사업을 구상했지만


이미 마법이라는 치트키 설정으로 존재하거나 대체 필요성이 없는것이 대부분이었고


사업 준비 명목으로 가문의 재산을 축 내던 나에게 가주님의 따가운 눈총이 쏠리던 찰나



나는 개발해낸 것이다.


콘돔을!



......왜? 뭐? 왜?


피임 중요해. 



특히 로판 세계관이라서 이 나라 귀족새끼들 문란한거 보면 진짜 중요하다니깐?


그리고 여성향 로판이라 그...배설기관을 생식기관으로 쓰시는 분들도 많아서...



아 시발 아무튼 나의 듀X스 사업은 날개 돋힌듯 번영하였다.


애초에 피임이라는 개념이 희박한 세계관이었고


다른 특수 섬유를 제작하다 우연히 얻어걸린 성공이었지만 



나는 이로써 당당한 백작가의 후계자로 인정받아


아카데미 입학식으로 향하는 것이다.



크큭...여주인공인 레티시아 옆에 빌붙어서 기연을 쪽쪽 빨아먹어주지...


물론 악역이 아닌 엑스트라로서...


원작지식은 없지만...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 않아 입학식 내내 손으로 입을 가렸다.



흠칫



"...아 미안합니다. 오늘 가문의 경사가 있어서."


"...그렇군요. 축하드립니다."



옆에 앉은 남학생이 히죽거리는 날 보고 기겁하길래


급히 변명했다. 



좀 자제해야겠어...혹시 여주한테 비호감으로 찍히면 난 피폐 파멸 엔딩이다.


다행히 왼쪽에서 날 쳐다보던 남학생은 이내 앞에서 축사를 읊는 학장을 응시했다.



오른쪽에 앉은 놈은 아까부터 검만 만지작 거리는데 미친놈인가?






"...스승님."


전생에서 마왕군의 4천왕 중 하나인 <파멸의 바르바토스>에게 나를 지키며 미소짓던 스승님.


주름이 자글자글한 눈으로 나에게 나아가라 하시던 은인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나는 어느날 홀연히 신의 계시를 받은 성녀 레티시아의 이름아래 모인 용사 파티의 일원이었지만


<부패의 마르베스>와의 싸움에서 패배하여 사망했다.


하지만 눈을 떠보니 아카데미의 입학식장이었다.


나는 되살아난 것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점은...


황금백작과 마검공이 옆자리와 옆옆자리에 있다는 점이다.



망나니 짓을 일삼다 성녀 레티시아에게 감화되어 용사파티의 자금줄을 맡았던 황금백작 알베르토 르베리안.


자신을 최초의 소드마스터라 칭하며 마검(본인은 끝까지 소드오러라 칭했다.) 을 휘두르던 마검공 막시밀리안 발라르.



<부패의 마르베스>와 싸움 속에서 장렬하게 사망한 두 동료의 이름을 읊조리며 다짐했다.


이번에야말로 모두를 살리겠다고...




그러니 일단...



'레티시아님부터 만나야겠다.'


'여주부터 얼굴도장 찍어야겠지?'


'연무장은 어디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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