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늦은 시간, 사람 한 명 없는 바에 하얀 와이셔츠에 검은 조끼를 걸친 데몬이 들어와. 


"어서오세요"

데몬은 바텐더의 얼굴을 확인하고, 어제의 그 바텐더라는 것을 알고는 살짝 웃으며 테이블에 앉았어.


"어떤 걸로 드릴까요?"

"그쪽이요"

"저는 안 파는데요"

"그쪽이 제일 맛있을 것 같은데"


능청스럽게 추파를 던지는 데몬. 하지만 이 바텐더는 여기서 일 한 지 이미 반 년이나 됐어. 이런 짓궂은 손님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응할 수 있었지.


"제가 왜 맛있을 것 같은데요?"

"입술은 달콤할 것 같고 덮치면 짜릿할 것 같아서요"


데몬은 '어디 이것도 받아쳐 봐' 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텐더를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었어.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바텐더는 술을 섞기 시작했어. 그의 입가에는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가벼운 미소가 남아 있었지.


"자, 달콤하고 짜릿한 녀석으로 드렸습니다. 이걸로 참아주세요"

"호오..."

데몬은 살짝 놀랐어. 사실, 이 정도로 잘 받아칠 줄은 몰랐거든. 게다가 바텐더가 만들어 준 술은 은은한 녹색과 분홍 빛이 돌아 엄청 예쁘고 맛있어 보였어.


데몬은 술을 한 모금 마셨어.

"...맛있네. 이 술, 이름이 뭐에요?"

"라는 술입니다"

"음... 달고 맛있긴 한데. 맛에 비해 독한 술이네요"

"뭐... 알라우네니까요."


그렇게 말하고, 바텐더는 어깨를 으쓱였어.

"세상에 달콤하기만 한 건 없죠. 뭐, 인생이 다 그런 거잖아요"

"하하... 그렇네요"


데몬은 다시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어.

"그런데 처음부터 이렇게 쌘 술을 주다니... 제가 빨리 취했으면 좋겠어요?"

"술 잘 하실 것 같은데요"


어떻게 알았지? 


"맞췄나 보네요. 하하... 이 일을 하다보니 어느 정도 보이더라구요. 손님은 왠지 잘 안 취하실 것 같았어요"


다시 한 모금.

"혹시 다른 손님들이 작업 걸어도 이렇게 술을 만들어 주시나요?"

"음... 그때그때 다르겠죠?"

"흥..."


데몬은 싱글싱글 웃고 있는 바텐더가 살짝 얄미웠어. 남은 술을 입에 털어넣고 다음 술을 시켰지.

"엄청 독한 걸로 한 잔 더 주세요"


바텐더는 다시 술을 섞었어. 섞은 술을 잔에 담고, 약간의 기술로 층을 만든 다음, 그 위에 불을 붙였어. 그 술은 붉은 빛이 강하게 돌며 활활 타오르는, 딱 봐도 엄청 독해보이는 술이였어.

"이라는 술입니다"


불이 꺼지자, 데몬은 잔에 담긴 술의 절반 정도를 한 번에 넘겼어. 목이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았지.

"콜록콜록... 으으... 엄청 독하네요"

"하하... 천천히 드세요"

"아뇨, 이건 그만 먹을게요"


그렇게 말하고, 데몬은 잠시 생각에 잠겼어.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데몬이 입을 열었지.

"혹시 퇴근 시간이 언제에요?"

"이제 삼십 분 후면 교대네요... 그건 왜요?

"아, 아니에요. 그것보다 저 그거 마셔보고 싶어요. "

"네. 만들어드릴게요"


다시 술이 흐르고 흔들리는 소리가 지나간 뒤, 데몬 앞에는 분홍빛 연기가 은은하게 감도는 예쁜 술 한 잔이 놓였어.


"이건 되게 부드럽네요"

"네. 하지만 이것도 꽤 독한 술이에요. 부드러운 맛에 가려져서 잘 느껴지진 않지만요.

"이거 한 잔 더 살게요. 그쪽도 마셔요."

"네? 저는 괜찮아요. 아직 일하는 중이기도 하고요."

"어차피 이제 20분 정도밖에 안 남았잖아요. 혼자 마시기 심심해서 그래요. 그냥 마셔요"


데몬의 계속되는 권유에, 바텐더는 졌다는 듯 술을 한 잔 더 만들고, 의자를 끌어와 앉았어. 그리고 한 모금 마셨지.

달콤하고, 부드럽고, 독했어.

한동안 둘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술을 홀짝였어. 그 정적은 다음 바텐더가 교대를 위해 가게로 들어올 때까지 계속됐지.


"전 이제 가볼게요"

인수인계를 마친 바텐더가 데몬에게 말했어.


"잠시만요. 마지막으로 제가 처음에 시켰던 거 한 잔만 더 줘요. 달콤하고, 짜릿하고, 독한 거"

"아, 그건 이 친구가 만들어 드릴 거에요. 이 분한테..."


그때, 데몬이 바텐더의 손목을 콱 잡았어.

"여기 있는데요?"

"네?"

"여기 있잖아. 내가 처음에 시켰던 거.

달콤하고 짜릿한 거"


"아"


"...네? 자, 잠시만요! 손님...? 손님!"




바 근처에 있는 작은 러브 호텔. 그 안에 있는 방 한 곳에는 눈물을 글썽이며 알몸으로 침대 위에 흐트러져 있는 바텐더와, 그 옆에 걸터앉아 호텔 로비에서 사 온 와인을 홀짝이며 미소짓고 있는 데몬이 있었어.


"너, 너무해요... 저 처음이었는데..."

바텐더는 허리가 너무 아파 움직일 수가 없었어. 그도 그럴 게, 데몬이 그를 밤새도록, 마치 세상의 모든 체위를 시험해보듯 셀 수도 없을 만큼 쥐어짰으니까.

...대부분 여성상위였지만.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는 바텐더를 본 데몬은, 피식 웃고는 그의 옆에 누워, 뺨에 살짝 입을 맞췄어.


그리고는 씨익 웃으며 말했지.

"뭐, 인생이 다 그런 거잖아"


--------------------------------








너무 길게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