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드래곤.


이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들중 하나이자,

이성적인 대화가 가능한 생명체중에선 가장 강력하고 완벽에 가까운 종족.


수백년을 사는 엘프를 고작으로 만드는 수천년이란 수명,

움직이는 것만으로 태산을 뒤엎고 폭풍 속에서도 유유히 비행하는 강인한 육체,

숨쉬는 것만으로 온갖 법칙을 거스르는 기적을 일으키는 마법,

감히 인간은 범접할수조차 없는 무한한 지식까지.


어린 드래곤 하나도 작은 왕국의 모든 기사들이 죽을 각오로 싸워야만 간신히 상대가 가능하며,

성체로 이루어진 작은 무리가 움직이면 대륙의 모든 강대국들이 모두 힘을 합치지않는 이상 상대조차 불가능하다.


그야말로 신에 가장 가까운 존재들.


허나...


"어이 초록 난쟁이들! 네들이 말한 백금화 가져왔으니 이제 나도 황금금고에 저금해줘!"


"나,나도 저금할래! 난 쟤보다 더 좋은 금고 내놔!"


"잠,잠깐만 맡겨놔도 금화가 복사가 된다니! 마치 연금술같군!"


"고블린 보험 A는 싸고 조건도 간단하지만 보험금이 고작 20골드, 고블린 보험 B는 값도 꽤 나가고 조건도 최소 골절이나 중상은 입어야 하지만, 보험금 금액이 상당히 매력적인데.... 스읍, 어느걸 선택하면 좋지...."


"그러니까, 너희 인간들이 경쟁을 하는데, 만약 우리가 보물을 준 인간들이 이기면 보물이 배가 되서 온다는 거지?"


"예, 대신 경쟁에서 진다면 보물의 일부를 잃을수도.."


"하. 필멸자들의 싸움에 내 귀한 보물들을 잃는다니 이딴거 절대 안ㅎ.."


"뭐야 화룡, 설마 쫄? 난 이미 투자금에 4배를 벌었는데 이걸 안한다고? 역시 붉은 비늘 난 놈들은 전부 빡대가리들뿐이군."


"야 그 주식이란거 다 내놔. 시발 수룡 넌 오늘 뒤졌다, 투자금이란거 전부 잃게 해주마."


우리 은행에게 있어선 그저 순진한 고객님일 뿐이다.


.

.


첫번째 인생은 야근하다 죽었으니 두번째 인생만큼은 좀 편하게 살고 싶었다.


허나 2번째 삶의 난 평민 고아,

그것도 아동인권이 바닥을 기는 중세시대 세계의 고아였다.


"뭐하냐 꼬맹이! 얼른 칼날 갈지 못해!"

"텐트는 언제 칠거냐! 우릴 얼려죽일 셈이냐?"

"빨래는 언제 할거야! 이 게으른 애새끼 같으니라고!"


덕분에 10살이란 나이에 모험가 아저씨들 하인으로 일하거나 온갖 잡일들을 하며 몸을 굴렸고, 이 나이에 허리디스크와 관절염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까지 왔다.


'이 일도 때려쳐야지. 이번 생은 꼭 편하게 살거야. 반드시 편하게 살거라고!'


하지만 나 같은 고아가 할수 있는 일이란 육체노동과 허드렛일이 전부였고, 결국 다시 막노동을 뛰어야하나 고민하던 순간,


"자네 그거 들었나? 산맥에 사는 늙은 용이 곧 죽는다나봐."


"곧은 무슨, 그것들 입장에서 곧은 수십년이라고."


"아무튼 그런 소문이 있는데, 듣자하니 그 용의 둥지에 보물이 산더미라더군. 금으로 된 산이 수십개나 있다나 봐."


술집에서 늙은 용에 소문을 들었다.


'어차피 곧 죽을 용이라면... 금덩이 하나쯤은 그냥 주지 않을까?'


수년간의 막노동 끝에 드디어 뇌가 맛이 가기라도 한 걸까.

그때의 난 저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했고,

어차피 이대로면 막노동하다 뒤질 팔자니 믿져야 본전으로 산맥으로 향했다.


그동안 모은 돈을 탈탈 털어 산맥을 지나는 마차에 얻어타고, 중간에 내려 며칠동안 산을 오르고 또 오른 끝에...


{호오. 이렇게 가까이 오는 인간은 처음이구나.}


드래곤을 만났다.


{내 이름은 기가마토 마뉘아벨 알레루즈아. 너희 인간들한텐 아마 검은 날개나 벨의 드래곤으로 더 유명하겠지.}


"벨의 드래곤...? ...잠만, 설마 그 제국을 세운..!"


{아아, 그래, 그랬었지. 젊었을적에 벨이라는 인간아이와 같이 나라를 세웠었는데.... 끌끌, 그때가 참 좋았어.}


산맥에 사는 늙은 용은 내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존재였다.

대륙에서 가장 큰 나라인 제국의 건국자라니.

이 정도면 드래곤 사이에서도 거물 중의 거물.


처음엔 괘씸하다거나 건방지다며 죽는건 아닌가 걱정했지만, 한때 인간과 같이 해서일까, 아니면 너무 늙어서일까 그저 날 흥미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


{그래서 여긴 어쩐 일이냐? 멀리서 마법으로 염탐하는 인간들은 몇몇 있었지만 너처럼 직접 찾아온 당돌한 녀석은 처음이구나.}


{하하하! 황금을 나눠달라니! 당돌한게 마음에 드는군! 간만에 찾아온 손님이니 내 특별히 조금 나누어주마!}


그녀는 그리 말하며 내 몸짓만한 금덩이를 던져주었다.


"...너무 쉽게 주시는거 아닌가요?"


{죽을때 같이 죽는것도 아닌데 뭘. 황금과 보물들은 용의 유일한 삶의 낙이자 유흥이지만, 동시에 끔찍한 저주지.}


"저주라니... 이해가 잘..."


{한번 생각해보거라. 평생 잠과 금화를 세는 일만 반복하는 삶을. 우리 드래곤들은 황금 앞에서 정신을 못차리는 본성 때문에 젊은 시절을 허비하고, 삶의 끝자락에선 멍청한 젊은 시절을 후회하며 잠만 자지.}


{이 나이쯤 되면 이딴 보물을 구경하는 것도 지긋지긋해. 눈이 부시고, 밟으면 따갑고, 자꾸 인간이나 고블린 같은 것들이 꼬이기나 하고. 하지만 그렇다고 버릴수도 없지. 이 늙은 몸뚱이에 남은건 이 쓸모없는 보물들뿐이니까. 아무것도 없기에 더더욱 집착하고 억지로 좋아한다며 의미를 부여하지.}


{아아, 저주받은 나의 둥지여. 이럴줄 알았다면 벨 그 아이에게 금맥이 아니라 아름다운 꽃밭을 소개해달라고 할걸. 난 너희 필멸자들이 진심으로 부럽구나. 우리 용들은 이 산더미 같은 보물에도 만족을 못느끼고 공허함과 허무감 속에서 생을 마감하는데, 너희 인간들은 이 작은 보석덩어리(그녀는 작다고 했으나, 그 보석은 크기가 나와 엇비슷한 초대형 다이아였다)만으로 평생을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다가지 않느냐.}


{이럴줄 알았으면 짝이라도 만날걸. 벨 그 아이가 웬 수컷인간에 헤벌쭉할땐 정말 이해가 안됐는데 지금은 그 아이가 부럽구나. 나도 배우자가 있었다면 이렇게 외롭진... 아아, 그렇지도 않겠군. 어차피 새끼를 배면 날 떠날테고, 나도 새끼도 서로에게서 떨어질테니.}


"예? 어째서요?"


{드래곤은 절대 무리를 짓지 않는단다. 짝을 찾아 번식을 할때, 만티코어 무리 같은 강한 적이 나타났을때를 제외하곤 결코 서로를 찾지 않으며, 언제나 서로 멀리 살지. 마치 모든걸 가졌으니 외로워지기라도 하라고 창조주가 시키기라도 한것처럼 말이다. 새끼도 알을 깨자마자 독립을 하니 효도 따윈 꿈도 못꿔.}


어느새부턴가 그녀는 내게 신세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천지를 뒤흔드는 막강한 힘을 가졌지만 천적이 없으니 쓸 곳이 없다,

오래 살아서 지혜는 많으나 무리를 이뤄 문명을 가지진 않으니 실상은 인간보다 못하다,

동족끼린 독립하여 각자 살고, 이종족과 어울리기엔 수명, 가진 힘등 그 차이가 너무 크고, 혼자 살기엔 즐길 유흥거리가 없다...


{심지어 겁 없는 몬스터들이 둥지에 몰래 들어오기까지.. 아, 마침 저기 고블린 한마리가 또 들어오는군. 에잉, 쯧쯧. 귀찮은 날벌레들같으니라고.}


황금... 허무함... 유흥... 고블린...?


'그래, 그거다!'


그리고 그 얘기를 들은 난, 한가지 아이디어가 번쩍 떠올랐다.


.

.


만약, 드래곤들이 서로 교류한다면 어떨까.

그들이 무리를 짓고 그룹이란걸 이룬다면 어떨까.


하나하나가 걸어다니는 재앙이자 홀로 사는게 본능이 녀석들이라 불가능할것 같지만,


"금이, 복사가 된다고?"


드래곤의 본능과 황금을 이용하니 쉽게 됐다.



"말도 안된다."


"케륵, 진짜다! 우리 은행 거짓말 안한다!"


"거짓말. 어떻게 돈을 맡기기만 했는데 더 준다는 거지?"


"그건 우리에 대한 믿음의 보답! 예금에 대한 이자라는 것이다!"


"이,이자...? 그럼 진짜로... 돈이 복사가 된다고...?"


오늘만 벌써 14번째.

새로운 고객님(드래곤)께서 큰 충격에 빠진 표정을 짓는다.



[안전하게 보관해드립니다, 그린뱅크.]


검은 날개와 고블린들과 함께 은행을 차렸다.


정확힌 금고 대여와 온갖 잡일을 하는 거래소에 더 가깝지만, 아무튼 차렸고 대박을 쳤다.


"야, 보물을 맡기면 안전하게 지켜주는 곳이 생겼대."


"아, 나도 들었다. 근데 그거 인간이랑 고블린이 한다며? 그 기생충들 어떻게 믿어?"


"근데 검은 날개님께서 보장을 하셨다ㄱ.."


"쉬불 어디야 당장 말해."


평생 홀로 사는 드래곤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검은 날개의 이름을 쓰니 금새 관심을 보였고,



"나도 그린뱅크에 금고를 샀다. 아아, 요즘은 금고 하나씩 사는게 상.식. 이잖아?"


"우습구나, 우스워. 진짜 부유한 자라면 스페셜 금고를 사야지. 노멀은 기본중의 기본이라고."


"다들 회원증 등급부터 올린 다음에 말해줄래? 실버 미만은 수준 떨어져서 말 섞기가 싫다."


등급별로 나뉘어진 금고, 회원제등이 그들의 물질욕, 과시욕등을 크게 자극했다.


거기다 이자나 여러 서비스들은 몇달 주기지만 그들은 몇년조차 찰나의 순간인 존재들.



"여기, 고객 돈. 이건 이자 20골드다. 받아라!"


"잠깐 낮잠 잔 사이에 20골드? 진짜 복사 됐잖아!?"


"잠깐 아니다! 9개월이다!"


이들에겐 진짜 눈 깜짝할 사이에 돈이 불어나는 것이니 더 환장할수밖에.



"...그러니까, 비늘을 뜯으면 지불한 금액에 3배를 준다고? "


"케륵! 뜯지마라! 보험은 사고를 대비하는 거지 일으키는게 아니다!"


"흠... 이 인간들이 성공하면 나한테도 이득이 온다니... 참 신기하군..."


특히 요즘엔 보험 판매와 지인들의 협조를 통해 얻은 주식들이 큰 인기다.



"비늘만 조금 뜯겨도 지불액의 200골드... 이거 완전 거저먹기잖아?"


"날개부상은 지불액의 4배를 준대! 재산을 단번에 4배로 불릴수 있다고오!!!"


"근데 자해랑 싸움을 걸다가 다친건 예외라는데... 쓰읍, 속여도 바로 티 날텐데 어떡하냐."


"망할 금강불괴 몸뚱아리...."


보험의 경우 찰과상도 나기 힘든 드래곤이기에 사실상 이득만 있고,


"...시발!!!"


"떨어졌네."


"멍청한 적룡. 그러니 음식 파는 인간들에게 투자했어야지. 먹이를 파는 인간들은 절대 안실패... 아악!!! 1골드나 떨어졌잖아!!!"


"아싸 2골드 상승!"


주식도 이들에게 나름 스릴 넘치는 놀이가 되어 인기중이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드래곤들을 위한 유일한 은행으로 큰 인기를 끄는중.


"뽀스, 뽀스!"


다만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뽀스! 이거 진짜 은행 맞는 거냐? 고블린들은 인간 마을 가본 적 없지만, 왠지 이상하다! 모험가들한테 주워들은 내용이랑 다르다!"


"맞다! 우리 은행 그것도 없다! 중요한 종이 쪼가리! 서류라는 것도 없다!"


"...야, 은행이 어떤 곳이야?"


"흠, 금화가 많은 곳?"


"여긴 어떠냐?"


"황금이랑 드래곤들 투성이다! 보석이랑 귀금속도 진짜 많... 앗!"


"그래, 그러니 이곳은 은행이야. 가장 은행다운 은행."


"뽀스 천재다!"


법적으로 인정 받은 은행이 아니란 것.


애초에 은행도 아니다. 

그냥 적당히 은행같이 꾸민... 금고대여소? 

그래도 불법은 아니니 문제는 없다.


사람이 산사태를 일으키는걸 막는 법은 있어도,

산이 산사태를 일으키는걸 막는 법은 없지 않은가.


인간이 드래곤한테 접근하는걸 막는 법은 있어도,

드래곤이 인간한테 접근하는걸 막는 법은 없다.


"인간! 당장 은행 문 열어! 오늘도 적룡들과 내기.. 아니, 주식히가로 했다고!"


그리고 지금은 드래곤들이 먼저 찾는 중이다. 그것도 영업시작 4시간 전부터.


{너한테 투자하길 정말 잘했어, 벨과 제국을 세우던 때 이후로 이렇게 흥미진진한 적은 처음이구나!}


자, 그럼 오늘도 은행을 열어보자.


.

.


"전하, 제작년부터 인간과 드래곤의 접촉 횟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는 무려 14번이나 용들이 인간 마을로 내려왔더군요."


"작년까진 얼마나 됐지?"


"지난 수년간 평균 3회 이하, 그마저도 대부분 우연이나 사고로 인한 접촉. 사실상 없다고 볼수 있죠. 근데 이번 접촉은 전부 의도된 것이라고 하더군요."


"큰일이군... 용들이 움직이다니... 그들이 뭘 요구했지? 금? 보석? 처녀?"


"보고에 의하면 은행이 어딨는지 물어봤다고 합니다."


"...뭐?"


"그 밖에도 주식을 사고 싶다거나, 특정 상단을 찾아 보석을 주며 경쟁자들을 학살하라고 명령하거나, 간혹가다 자길 때려달라는 보고도..."


"시발 이 뭐 병신같은 소리란 말인가?"


"병신같지만 사실입니다...."


한편, 갑작스런 드래곤들의 움직임에 주변 왕국들은 큰 혼란과 당혹감에 빠졌다.


.

.


기가마토 마뉘아벨 알레루즈아.


그녀는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가끔씩 수명이 얼마 안 남은 드래곤들이 남은 생을 엘프로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더군. 엘프들과 같은 둥지에서 살며 아이도 가진대.'


'수상할 정도로 털을 좋아하는 놈들이 수인으로 사는 경우도 흔하지.'


'수명이 얼마 안 남은 드래곤은, 폴리모프 능력으로 이종족들과 어울리다 생을 마감한다..."


비록 다른 종족들을 벌레 취급하는 드래곤들이지만, 무료함에 미치기 직전이거나 다른 종족들에게 관심이 많은 드래곤들이 종종 쓰는 방법.


그녀는 오랜만에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하였다.


인간 여성 치고는 상당히 큰 키에 엘프에 가까운 완벽한 몸매, 허리까지 오는 은발과 그녀가 용이라는걸 나타내는 꼬리와 뿔, 그리고...


"흠, 인간들은 어째서 이런 거추장스런 지방을 달고 다니는 건지 원. 젖이 안 나는 드래곤은 이해 못할 영역인 건가."


머리와 엇비슷한 크기에 거유까지.


아름다운 미녀로 변신한 알레루즈아.

그녀는 거울 앞에서 자신의 나체를 살펴보며 중얼거렸다.


"이제 나한테 남은 수명은 약 100년 이하... 인간과 엇비슷한 목숨. 이참에 남은 삶을 이 모습으로 살아볼까."


남은 삶은 모험가로 위장한채 여행을 다니며 살아볼까.

아니면 젊었을적 벨과 함께 건국한 제국이라도 둘러볼까.

그것도 아니면, 한참 늦었지만 남은 생을 함께 할 배우자라도 찾아볼까.


"이제 알을 낳는건 안되지만 인간이나 엘프의 아이라면... 그래, 그 꼬마에 아이를.. ...잠만. 내가 무슨 생각을...."


알레루즈아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자신의 뺨을 찰싹였다.


"미쳤어, 미쳤어 알레루즈! 나이값도 못하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지만, 그 아이와 이 짧은 삶을 같이 보낸다면... 분명 즐거울거 같은데..."


기가마토 마뉘아벨 알레루즈아.


그녀는 5000년 인생 처음으로 가슴이 설레이는 감각을 느꼈다.



큥-! 큥-!


거미줄 쳐져 있던 처녀뷰지또한 왠지 모를 달아오름을 느꼈다.


.

.


'진짜 금더미 줄수 있다니까? 그러니까 네 식당 주식 좀 줘라.'


"그 미친 새끼... 이걸 진짜로 주네...."


골목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톰.


그는 최근 친구의 이 식당의 주식을 달라는 이상한 부탁에 종이에 대충 사인을 휘갈겨서 주었다.


기업은 커녕 하루먹고 살기 힘든 식당에 주식이라니, 드디어 맛이 갔나 했는데...


"너가 톰이냐? 내 특별히 네 놈에게 투자란걸 해주마. 그러니, 적룡놈들이 투자한 저 식당을! 반드시 불태워라! 반드시!!"


어젯밤 왠 푸른 청발이 아름다운 미녀가 찾아와 보석이 가득한 상자를 던지곤 저 말 한마디만 남긴채 사라졌다.


"이 미친놈, 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다니는 거야..."


뒷골목에 작은 식당주 톰.

그가 제국 제일의 고기요리 프렌차이즈 회장이 되는건 그리 멀지 않은 이야기며,

청룡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사귀어달라고 빌기까지도 얼마 남지 않았다.


.

.


"시발..."


주제도 모르고 드래곤의 둥지를 계속 호시탐탐 노리다가 결국 붙잡힌 모험가.


그는 지난 날들을 후회하는 중이었다.


"그 용이 날 못잡아서 그런게 아니라 귀찮아서 안잡는 거였는데... 이 멍청한 놈, 결국 이렇게 잡혀버렸구나..."


"흐흐흐, 칼을 쓰는 인간이여. 지금부터 넌 내가 시키는 일에 협조를 해줘야 할 것이다!"


"아...."


대체 뭘 시킨다는 걸까.


제 발로 입 안으로 다이빙하라고 시키기라도 할려나.

아니면 고문? 아아, 제발 고통 없이 죽여줬으면..


"짐의 엉덩이를 때려다오! 멍이 들때까지 아주 세게!"


"....에?"


"흐흐흐, 보험 계약서에 멍은 분명 4000골드라고 했지? 나도 이제 황금 금고에 갈수 있다!"


"저,저기..."


"뭐하고 있느냐? 일부러 때리기 편하게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해줬건만. 자, 인간의 육체가 상처를 만들기 좀 더 쉽다. 그러니 얼른 때리거라!"


꼬리와 비늘을 완전히 감추고 뿔만을 남긴 완벽한 폴리모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새하얀 슬랜더 미녀가 된 백룡은, 아기처럼 뽀얀 뾰족 궁둥이를 내밀며 때려주길 재촉했다.



이때까지 모험가와 백룡은 몰랐다.

엉덩이를 맞은 백룡이 생애 첫 시오후키를 해버린단 사실을.

둘이 일주일도 안되어 SM플까지 하게 된다는 사실을.

훗날 백룡이 M성향에 눈을 뜨고 스팽킹 없인 못사는 자발적 암컷노예가 될거라는 사실을.

모험가가 백룡의 피를 강제로 마시고 영원히 백룡의 주인님으로 살게 될거란 사실을.

둘 사이에 자식이 수십명이 넘을 거란 사실을.


.

.


"....심심하구나...."


드래곤중에서도 가장 많은 금을 가진 골드드래곤.


금화를 세는 것이 유일한 낙인 그는, 최근 끔찍한 무료함에 빠져버렸다.


'케륵! 장기예금으로 맡긴 돈은 2년동안 찾을수 없다! 이를 어길시 맡긴 금액의 30%를 가져간다! 대신 이자 많다! 돈이 복사가 아니라 뻥튀기 된다! 벌써 4명이나 했다! 한자리 남았다!'


은행에 새로 생긴 장기예금이란 예금방식.

아직 시험중이라서 한정된 인원에게만 하기로 하였고, 그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재산을 전재산을 맡겼다.


"역시, 전재산을 맡긴건 미친짓이었나..."


허나 그 바람에 둥지가 텅 비니 미칠것만 같았다.


보물이 눈에 안보이니 자꾸 시간이 느리게 가고,

잠을 잘려고 해도 자신의 보물 생각나 잘수가 없다.


"쯧... 역시 조금은 남겨놓을걸... 안되겠다, 산책이라도 해야지."


어차피 2년은 드래곤에게 있어 아주 잠깐의 불과한 시간.

그녀는 오랜만에 산책이나 하며 마음을 진정시키기로 했다.



"이 모습으로 돌아다니면 눈에 띄니 적당한 모습으로 바꿔야겠군."


골드드래곤을 자신의 몸을 폴리모프시켰다.


목까지 오는 황금빛 단발과 예술가가 조각해놓은 것만 같은 완벽한 외모와 비율, 몸매.


허나 대충 한 탓에 뿔과 날개, 꼬리와 비늘 일부가 남았고,

180cm에 가까운 상당히 큰 장신에다 몸에서 희미하지만 황금빛 기운을 뿜고 있었다.


"가끔은 이러는 것도 나쁘지 않군."


용의 신체가 달린 나체의 여인이 숲을 돌아다니는 모습.


어떤 사람은 여인의 나체에 홀리거나,

신이 지상에 강림했다고 생각하거나,

왠지 모를 압도감에 자리를 피하겠지만,


몰캉


"아, 죄송합니다. 제가 앞이 안보여서 그만."


"감히 인간 주제에 이 몸의 육신에 부딫히다니!"


장님은 그녀가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그녀의 가슴에 코를 받았다.



그녀는 몰랐다. 훗날 자신이 이 남자에게 빠져들거란 사실을.



"네 놈은 어찌 이 커다란 숲에서 혼자 사는 것이냐? 그것도 이딴 초라한 오두막에서."

"전 태어났을때부터 지병 때문에 장님이었어요. 그것 때문에 마을에서 저주받았다고 구박 받았고, 부모님과 숲 속에 들어가 살게 됐어요. 뭐, 지금은 저 혼자지만."

"흥, 흔해빠진 외톨이군."

"그럼 골디씨도 외톨이 아닌가요?"

"무엄하다! 난 친구가 아주 많다!"

"이름 대봐요."

"...."

"제가 첫친구 해드릴까요?"

"...특별히 허락해주마."


어쩌다 맹인과 친구가 되어 같이 지내게 된단걸,



"근데, 골디씨는 여잔가요 남잔가요?"

"하? 보면 모르나! 나는 여자다!"

"전 앞이 안보인다니까요? 여자이신거 같긴 한데, 목소리도 좀 허스키하셔서 좀 헷갈리네요."

"그렇다면 손을 만져봐라. 이런 부드러운 손을 가진 이 몸이 어찌 남자겠느냐?"

"...울퉁불퉁하고 딱딱한게 남자 손 같은데요?"

"크윽, 그건 비늘 때문이다! 여길 만져봐라!"

"어라? 이건 뭔가요? 하하, 촉감이 꼭 꼭 물주머니 같아서 재밌네요."

"후후, 짐의 가슴이 어떠.. 꺅! 거길 만지면!"

"어? 뭔가 오돌토돌한게 있어서 벌레인줄 알고 뜯으려 했는데... 저기 괜찮나요? 어, 발밑이 축축한데...  물주머니에서 물이 새나? 제가 막아드릴게요."

"아니다! 거기다 손가락 넣지마! 안돼! 그건 내 뷰ㅈ... 흐앙!"


그 남자의 의해 생애 첫 절정을 유두로 하게 된단걸,



"흥! 이 몸이 인간 따위에 음식을 먹을리가 없지 않느냐! 스튜? 내가 겨우 그딴걸..."

"...뭐, 나름 괜찮군. 아주 못먹을정돈 아니야. ...흠흠, 한그릇 더 주겠나?"


인간의 요리, 특히 맹인의 스튜에 푹 빠지게 된단걸,



"헤으으응...."

"골디씨는 제 침대가 진짜 좋으신가봐요?"

"깃털로 만든 침대... 생각보다 좋구나... 온통 돌로 된 내 둥지는 쓰레기였어..."


인간의 푹신한 침대에 빠지게 된단걸,



"저건 초록이니라. 저건 빨강. 저건 하늘색."

"하하, 그렇게 말해도 전 모른다니까요."

"흥, 재미없다."

"근데 왜 항상 저랑 산책하시는 건가요?"

"...흥, 무,묻지 마라."


보물을 세는 것보다 남자와의 산책을 즐길게 된단걸,



"케륵! 고객, 지금 돈을 찾으면 이자 없다! 오히려 30% 뜯는다! 네 재산 내가 꿀꺽꿀꺽!"

"시끄럽다 고블린! 그깟 금덩이보다 그 이의 목숨이 훨씬 소중해! 다 가져가도 상관없으니, 딱 2골드만 다오!"

"그치만, 이제 딱 사흘 남았다! 사흘만 기다리면 이자 65억골드! 네가 고객중에서 제일 부자된ㄷ.."

"그 이의 약값만 있으면 전부를 잃어도 상관 없어! 모가지 부러뜨리기 전에 당장 내놓으라고!!"


생명이 위급한 남자 때문에 자신의 보물까지 포기한단걸,



"이제 좀 괜찮느냐? 어떠느냐? 이제 앞도 보이느냐? 후우, 다행이구나... 넌 참으로 무엄한 인간이다... 감히 한낱 미물주제에 날 이리 미치게 만들다니... 드래곤이 황금을 우습게 여기고 침대와 스튜 따위를 좋아하게 만들다니... 네 죄가 아주 무겁다."

"자, 내 피를 마셔라. 이제 건강한 몸이니 용의 피를 버틸수있을거다. 다 마셨느냐? 좋다, 넌 이제 불로의 삶을 얻었다. 앞으론 내 곁에서 매일 스튜를 만들어 먹이고 숲 속을 산책하며, 그리고... 그리고... 날, 사랑하거라...."


남자와 평생을 함께할거란걸,



"저 꽃은 무슨 색이냐."

"초록색."

"잘했다. 그럼 저 꽃은?"

"노란색, 맞나요?"

"후후, 배움이 빠르구나. 그럼 저 나무의 색은 뭐라 부르느냐?"

"으음... 갈색?"


"잘 맞췄다, 그럼 여긴 무슨 색이냐?"

"거긴... 분홍."

"정답이다. 상으로 분홍 안에 넣게 해주마."

"상이 아니라 본인이 하고 싶은거 아닌가요?"

"시,시끄럽다! 애태우지 말고 얼른 박기나 해라!"


순애야스 야외플을 즐기게 된단걸.


.

.


"꼬리 좀 더 주물러보거거라. 근육이 많이 뭉쳤느니라."


"네, 알겠습니다."


수룡 레비아탄.


그녀는 현재 바닷가에 사는 젊은 어부를 자신의 남편으로 삼아 신혼생활중이다.


그 이유는 새로 나온 부부금고 때문.


"케르륵, 새 상품 부부금고! 얜 돈 복사 아니다! 돈 나눔이다! 기존 금고보다 이자율 4배 이상 높다!"


"4배?"

"은행이 미쳐돌아간다!"

"다들 저리 꺼져 저건 내 꺼야!!!"


이자율이 자그마치 기존 금고에 4배.



"케륵! 이 금고는 부부만 사용가능! 배우자 데려와라!"


"쳇."

"좋다 말았네."

"에휴...."


허나 부부들만 사용 가능하단 규칙은 다른 종족이면 몰라도, 연인이란 관계를 가지지 않는 드래곤들에겐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


덕분에 다들 금고를 쓰지 못하고 입맛을 다셨다.


"기회다!"


딱 한명만 빼고.



수룡 레비아탄.


그녀는 드래곤답게 금에 대한 욕심이 많았으나, 바다에선 제대로 된 금덩이를 구하기 힘들었고, 덕분에 가지고 있는 금은 대부분 난파선의 금화들뿐.


'부부금고만 있으면, 단기간에 금복사가 가능해! 나도 다른 드래곤들처럼 황금둥지를 만들수 있다고!'


그녀는 어떻게든 부부금고를 사기로 했다.


때마침 자신이 사는 바다 앞에 적당한 인간도 있었다.


"저,정말, 저희 부모님의 병을 고칠수 있는 겁니까?"


"그럼, 너만 협조해준다면 내 특별히 영약을 나누어주마. 그거라면 너의 늙은 부모도 병을 이기고 건강해질것이다."


"하겠습니다! 시키시는건 뭐든 하겠습니다!"


늙고 병든 부모 때문에 고생하던 인간과의 계약 결혼.


덕분에 지금은 부부금고를 손에 넣고, 가짜 신혼생활을 하며 부자가 될 자신을 기대하는 중이다.


"흐흐흐흐, 4년만 있어도 내 몸뚱아리만한 금이 쌓이겠지. 인간이여, 그때까지 가짜 남편노릇 잘하거라."


"네, 은인이시여! 시키는건 뭐든 하겠습니다!"


'흐흐흐, 이 인간 볼수록 마음에 드는군. 말도 고분고분 잘 듣고 여자처럼 곱상하게 생긴 것이 꼴에 어부라고 잔근육도 좀 있고. 거기다 집안일도 잘하가까지.이 남자를 남편삼길 참 잘했어.'


허리까지 오는 바다와 같은 청발과 푸른 눈동자.

바다에서 살기에 거추장스런 옷은 전혀 걸치지 않은, 폭발적인 볼륨의 가슴과 나체가 훤히 드러난 상태의 상반신.

허나 폴리모프가 서툴러 하반신은 꼬리의 형태를 그대로 띄어 마치 인어와 같은 모습을 한 레비아탄.


이때까지만 해도 레비아탄은 몰랐다.


이 가짜 신혼생활이 진짜 신혼생활이 될거란 사실도,

낮져밤이 어부한테 침대 위에서 완벽히 패배할거란 사실도,

자신이 육아금고 최초 이용자가 될거란 사실도.


아직까진 전혀 몰랐다.


.

.


"전하, 큰일입니다."


"설마 또 드래곤들이 은행을 찾는 건가?"


"아니요, 그 문제는 이미 끝났습니다. 은행은 제국 사람들만 사용 가능하단 말에 순순히 떠나더군요."


"그럼 뭐가 문제지?"


"드래곤들이 사람을 납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쯧... 옛날처럼 처녀와 아이들을 납치해 잡아먹을려는 건가. 이 끔찍한 족속들!"


"그, 저... 이번엔 남자들도 납치합니다."


"...뭐?"


"납치해도 잡아먹지 않고, 청혼을 한다더군요. 거절하면 순순히 돌려보내주고요."


"....에? 어째서...?"


"저희도 그게 이상하다 느껴 물어보니, 부부란 상호간에 동의가 있어야만 된다나 뭐라나... 아무튼, 이 일 때문에 드래곤과 부부의 연을 맺는 사람이 생겨나는 중인데, 제국법엔 드래곤과의 혼인에 대한 법이 없어 난처한 상황입니다."


"...."


"그리고 최근 원탁 산맥에서 드래곤들끼리 모여 소개팅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고 마탑주가 연락을 보냈습니다. 드래곤은 수컷이 많지 않다보니 가끔 인간이나 엘프가 섞여서 소개팅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이 놈의 용가리들이 단체로 약이라도 빨았나...."


한편,  주변 왕국들은 더 큰 혼란과 당혹감에 빠졌다.


.

.


대충 돈이라면 환장하는 드래곤과 이들을 상대로 금융사업을 하며 떼돈 버는 주인공 보고 싶다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순진한 용들의 개그 에피소드들이 보고 싶다


장붕이들이 대충 알아서 맛있게 잘 좀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