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30살을 바라보는 제가 요식업계 이곳저곳에서 일해보면서 느낀것을 정리한 글입니다.
우선 일했던곳들 이야기를 하기 이전에 저의 인생이야기를 좀 적어보려 합니다.

저는 음식을 먹는것도 좋아했지만 남에게 만들어주는 것에도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요식업계의 길로 들기로 마음먹었고, 고등학교때 자격증을 따기 시작했으며

대학교는 조리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취사병을 할 생각도 있었지만 군대는 면제받아서 안갔네요 (무릎수술이력 때문)
자격증은 한식,양식,제과,제빵 그리고 민간자격증이지만 바리스타까지 보유하고 있습니다.

요리를 업으로 삼자고는 생각했지만 어떤 요리를 할지는 딱히 정하지 못했었어요.
그래서 일해보면서 내가 하고싶은걸 찾아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처음 일했던 곳은 애슐리였습니다, 핫파트에서 근무했고, 뷔페식으로 운영되는 그곳에서 고2때 처음 음식을 팔았죠.
세팅된 음식들이 비워지면 조리해서 채우는 역할이었고, 뒷주방에서 재료들의 밑준비를 돕기도 했습니다.

2개월정도 방학동안에 근무했던거였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실수도 많이 했습니다. 혼나기도 했어요.
사회라는곳의 분위기를 조금은 느낄수 있었고, 제가 일하고 싶었던 그 모습이 조금은 보였습니다.


그 다음 일해본곳은 대학 근처의 한 베이커리였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려면 방학중에 실습을 해야했는데,
대학동기가 같이 실습하자고 꼬시길래 쫓아갔죠, 저까지 세명이서요.
지방에서 나름 잘나간다고 하던 중소기업 베이커리 였는데, 빵들이 제법 맛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배울것도 많아보였고 제과,제빵 자격증도 있었으니 열심히 해봐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일하면서 느껴보니 힘든 점들이 많았습니다.
베이커리의 특성상 새벽부터 출근해야했기에 새벽 5시에는 일어나야했습니다.
저는 오븐에서 빵팬에 준비된 빵들을 굽고 꺼내서 정리하는 역할이었는데,
오븐이 종류도 많았지만 대형 오븐 4,5대가 한쪽 벽을 다 채우고있고
그 오븐들을 전부 제가 빵판을 넣고 빼고 빵을 정리해야했기 때문에
몸도 당연히 힘들었지만 계속 오븐들 앞에 서있으니 매일 땀이 정말 팬티속까지 다 젖을정도로 났습니다.
여름 방학즈음이었어서, 실내가 40도가 넘어가서 탈수증상이 오기도 했었네요.
작업량이 많아서 잔업도 꽤 자주했기 때문에 실습기간만 채우고 그만두었습니다.
실습생이라는 입장때문에 돈도 제대로 못받았네요, 주6일 근무였지만 월급이 50만원이던걸로 기억합니다.

같이오자고 꼬셨던 친구는 실습기간도 못채우고 도망갔었구요 ㅎ..
베이커리에서는 힘들었던 기억이 많았네요, 작업이 많아서 기대 한 만큼 많은걸 배우지는 못했습니다.


대학졸업 후에는 장애인복지관에서 급식조리사를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상주시설이 아니라서 직원식사를 포함해 점심1끼만 제공하면 되는 곳이었습니다.
근무시간이 짧아서 돈은 별로 안됐었지만, 제가 스스로 요리실력을 키우기에는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식단과 식재발주관리는 영양사님이 해주셔서 저는 식단표대로 음식을 만들기만 하면 됐습니다.

밥 + 국 + 김치를 포함한 3찬 + 간식으로 구성된 식단이었고
저는 전반적인 재료밑준비와 대형솥을 이용한 반찬조리를 하는 담당이었습니다.
주방의 구성원이 조리사로 있는 저와, 조리원 아주머니 1명, 공익요원 1명으로 이루어져서 주방장의 역할도 해야했습니다.
대량조리도 처음이었고, 만들어 본 적이 없던 메뉴들도 있었지만 인터넷에서 레시피도 뒤적이고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도 고민해보면서 충실하게 지냈습니다.

하지만 예상외의 문제가 생기더군요.
이 곳은 노인복지관과의 연계로 어르신분들이 소정의 임금을 받고 주기적으로 설거지를 도우러 오셨습니다.
할머님이 세분, 할아버님이 한분 총 4명이 로테이션으로 하루에 두분씩 오셨는데요,
문제는 위의 할아버님의 성격이었습니다.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옛날사람의 성격, 이기적인 성향등으로 다른 곳에서도 문제를 일으키고 오신분이라더군요.

그래도 어르신이니 존중하며 지내려했지만, 다른 어르신분들과의 다툼이 잦았고,
본인만의 편의를 위해 '일찍와서 일찍가겠다'라는 발언(일찍오면 일거리가 없지만), 사소한일로 복지관 직원을 불러내는 등
이분과의 트러블이 심해져 복지관에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복지관의 입장은 노인복지 프로그램의 특성상 본인이 스스로 그만둔다고 하기전에는 어떻게 해줄수 없다는 입장.
저는 제 할일을 하면서도 이 어르신을 강제로 부담할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에는 1년정도 근무하고 그만두었네요.
나름 이용객분들께 감사와 칭찬을 많이 받으면서 일했었던 곳이기에 떠날때에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코로나가 퍼졌습니다. 2년정도 간간히 알바를 하거나 집에 틀어박혀서 지냈고요.

다시 직장구하기가 어렵더군요. 제가 외진동네에 살아서 더욱 체감이 심했습니다.

백신접종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던 여름 즈음 다행히 지역 리조트에서 주방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걸 보고 지원했습니다.

나름 업계에서 유명세가 있는 회사였고, 제 스스로도 오랜만에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일하게 된 곳은 리조트내의 양식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주요 판매메뉴는 파스타,화덕피자, 예약제로 운영되는 야외바베큐로 이루어져 있었구요.

당시 한창 코로나였기에 식사 손님은 많지 않았습니다. 주말엔 야외바베큐가 좀 나가는 정도.

덕분에 일을 배우기가 수월했습니다. 직장선배가 저를 하루종일 1:1로 붙어다니면서 가르쳐주셨지요.

자격증도 있었고, 주방일도 경험이 있었기에 다들 저를 좋게 봐주셨나봐요.

아르바이트로 지나갈 생각이었지만 면접제의를 받았습니다.

복지관에서 일했던게 경력으로 인정받았고, 경력직으로 입사했습니다.

한동안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여긴 오래다닐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기기도 했구요.

물론 완전히 적응하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같이 일하던 대리님의 요구수준이 높은것도 있었습니다만, 화덕피자를 배워야 했습니다.

이 업장에서는 도우부터 만들어서 손으로 도우를 펴고, 모양을 잡은 뒤, 소스를 바르고, 토핑을 얹고,
피자를 삽으로 퍼서 화덕에 넣고 돌려가며 굽기까지.

말그대로 화덕피자의 모든 과정을 할 줄 알아야했습니다.

배우는 과정에서 실수도 많이 했고, 많이 혼나기도 했네요,속상해서 울기도 했지만 

그와 반대로 제 기술이 늘어가는걸 느끼면서 스스로 많이 뿌듯했어요.

3,4달 정도 지나자 사원급의 제가 할일은 전부 숙달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곤 계속 행복하게 직장생활을 이어갈줄 알았습니다만.. 인생이 잘풀리지는 않더군요.


코로나의 전반적인 상황이 완화되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손님수가 폭증했고,

저와 직장동료들이 주52시간을 턱걸이하면서 근무해도 일이 힘에 부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다른 업장에서 도와주러 오시기도 했습니다만, 절대적인 인력부족이 있었어요.

구인공고를 냈으니 기다려달라는 것이 회사의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업계의 고질적인 구인난으로 인해 초봄에 냈던 구인공고는 여름 성수기를 지나, 추석까지도 잠잠했습니다.
동시에 업무량은 폭증한 손님의 수, 회사의 레스토랑 메뉴 변경 등으로 부담이 늘어가기만 했죠.

그동안의 저는 과도한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모두 버틸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또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2년도 채 버티지 못했네요. 쉬고 싶었어요. 우울증 증상도 있었던것 같고요.


이렇게까지 근무를 하고 보니.. 이제는 조리사로서는 직장생활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의감이 몰려왔어요. 나의 자격증들과 대학생활, 경력들은 의미가 없어지겠구나. 하고요.

이게 저의 현상황이네요. 지금은 집에서 요양하고 있습니다. 또 일을 구해야겠습니다만...

제가 그렇게 좋아하던 요리로는 일자리를 구할것 같지가 않아요.

치를 떨던 정도의 업무량에선 벗어나고 싶어요. 주말에는 못쉬는 워라밸수준에서도 그렇고....

차라리 공장을 가더라도 토,일요일 정도는 쉬고싶다는게 제 생각이네요.

당분간 쉬면서 스스로 생각을 많이 해봐야겠습니다.


혹시나 주방에서 일하는걸 목표로 하신다면 꼭 미리 알려드리고 싶은게 있습니다.

1. 요식업계는 대체적으로 업무량이 과하다는 점, 고질적인 구인난이 있다는 점.


2. 업계의 특성상 주말에는 못쉰다는 점.
(주말에 쉬는 회사의 구내식당 정도가 예외라고 할수 있겠네요.)


3. 성격이 안맞는 사람이 있어도 말을 섞으며 일 할 수 밖에 없다는 점.

(불, 칼등의 위험요소를 신경쓰며 과도한 업무량을 소화. 그와중에 인간 관계까지 신경쓴다는건 정말 힘들었습니다.)


4. 위의 단점들을 감수한다해도 적은 박봉.

(기본적으로 연장근무를 해서 월급을 늘려야 합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쓰고 싶었던 내용이네요.

제가 글을 많이 써본적이 없어서 보기 불편하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댓글로 궁금하신걸 적어주신다면 틈틈히 제가 아는 선에선 답변 드리겠습니다.

못난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만들었던 음식사진들도 두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