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편지가 왔다.


아마 나에게 온 편지는 아닌것 같았다.


2020년은 편지를 주고받지 않아도 충분한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초등학생 아니면 중학생 이후로 편지를 받아 읽는건 오랜만 이었다.


원래 살던 도시를 떠나 낡고 후미진 시골 아파트에 생활을 적응하기엔 어려움이 있었고.


빌어먹을 놈의 시골은 집에 틀어박혀 게임을 주구장창하거나 티비를 틀어 시간을 때우는 일 말고는 할것도 없었기에.


잘못 온 듯한 편지를 충동적으로 읽게되었다.


편지의 내용은 사랑? 아니 그보단 숭배에 가까울 정도의 수신자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연애 편지였다


—사랑하는 나의 —께.


매섭게 쏟아지던 가을 비도 지나가고 쌀쌀해져가는 중에 소녀 높다란 하늘을 보며 —께 편지 한통을 써 올립니다.


상투적이고 고루한 안부인사로 시작해 수신자에 대한 잔걱정과 본인의 사랑을 여과없이 써내려간 편지는 모르는 사람인 내가 보더라도 절절한 애정을 느낄수가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 인지 편지의 수신인의 이름은 흐려져 읽을수 없었고 편지의 마지막에는 주소와 함께 답장을 보내주시길— 이라고 쓰여있었다.


편지와 함께 사진이 하나 동봉되어 있었는데, 아름다운 소녀가 환하게 웃고있는 사진이었다. 아마 편지를 쓴 당사자의 사진 이겠지


그렇게 첫번째 편지를 받고 나서 며칠뒤


한 통의 편지가 또 우편함에 들어있었다.


이번에도 별다른 내용은 없었고 예쁜 손글씨와 안부인사 근황이 적힌 편지에 자신의 사진 한장을 겹쳐 보낸 편지 였다


맨 처음 첫 번째 편지는 잘못보냈으려니 생각했지만 아마 이 편지를 보낸사람은 수신자가 다른걸 모르는 모양이었다


수신자가 다르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왠지 모르게 그녀의 연심을 가지고 노는듯한 마음이 들었지만 편지의 내용이나 사진에 있는 그녀의 외모가 내 이상형이라는 것과 마치 유사연애를 즐기고 있는듯한 기분에


나는.


그녀의 편지를 1년동안이나 구독하고 있는 구독자가 되었다.


****


1년동안이나 편지를 받으며


편지를 받는 시간은 즐거웠지만 오랜 솔로생활을 청산하고 내게도 여친이 생기게 되었다.


'이 생활도 끝내야 하겠지'


1년동안 받은 편지가 든 상자를 바라보며 나는 어떠한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하나하나 편지나 사진을 다시한번 보면서 추억어 젖어들었지만, 나에겐 그녀의 연심을 그녀의 사랑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에게서 가로챈 죄가 있기에.


난 전에 살던 사람을 수소문해 편지나 사진을 돌려주고 그녀에게도 사죄의 편지를 보낼 생각이었다


그래서 주인집 할머니에게 찾아갔지만,


" 총각이전에 살던 사람이 있냐구? 그런 오래된 아파트에 누가 살겠누... 나가 거기살다 여로 이사오고 5년째 비어있었어~"


충격적인 답변만이 돌아올 뿐


그렇다면 그녀는 누구에게 편지를 보내려 한것일까 주소지를 착각했다면 1년이나 편지를 보낼리가...


오랜 고민끝에 나는 편지 한 통을 써 그녀에게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물어보고 싶은것과 말하고 싶은것이 뒤죽박죽이 되어 두서없이 쓰여진 편지를 곱게 접어 보냈고


며칠뒤


나는 또 다시 그녀에게서 온 편지를 한 통 받게 되었다.


그 곳엔 한장의 혼인신고서, 답장을 해줘서 고맙다는 말과 더 이상 바람을 피지 말라는 말과 내 여친과 나에 대한 신상이나 협박, 내 사진 여러개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내가 출근하는 사진도.


패닉에 빠진나는...


- 띵동


현관문의 벨소리 였다.


- 띵동, 띵동


벨이 두번울리고


"안에 있는거 다 알고있사옵니다 서방님."


-띵동 띵동 띵동 띵, 띵동 띵동


"3"


"2"


"1"


- 띡 띡 띡 또리릭~


현관의 도어락이 풀리며 현관이 열렸다.


가을의 싸늘한 공기가 방안을 가득히 매우고 사진에 봤던 아름다운 얼굴에 미소가 만연한채로의 그 소녀가 보였다.


그 소녀는 방안으로 다소곳하게 들어와 무릎을 꿇고있는 내게로 다가왔다.


"역시 서방님을 이런 시궁창에 둘순 없사옵니다.

그러니 바퀴벌레같은 년이 꼬이는것 아니겠습니까?"


나는 머리속이 온통 하얘져 아무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답"

"예? 대체..."


-짜악—!


무어라 말을 이으려 했지만 내 오른쪽 뺨에서 느껴지는 불같은 통증에 더 말을 이을수 없었다


내 오른뺨을 후려친걸로 모자라 왼뺨을 세게 치곤 그녀는 말을 이었다


"대답을 해달라고 했사옵니다 서방님...변명이 아니오라... 편지에 대한 대답을. 소녀에게."

"그건..."


나는 무어라 대답을 할수 없었다 그녀에 대해 아는 것 이라곤 편지에서 본 얇팍한 내용뿐, 그녀에 대한 애정이라곤 유명인을 바라보는 팬심과 같은 것 이었기에,


난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에선 미소가. 어떠한 감정이 사라지고 표정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누구라도 좆됐다 라는걸 알수있게,


'씨발 어떡하지'


"저어, 저어기 죄송합니다... 누구에게 편지를 보내려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됐사옵니다 이런 시궁창에서 정상적인 대답이 나올리가 없지요 그러니 연심을 품을 상대를 착각하고 바퀴벌레년에게 연심을 품는것 아니겠습니까?"


거절의 말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품에서 나온 스턴건에 나는 정신을 잃고 혼절했다.


"이걸로 영원히 함께...이옵니다...후훗..."


그녀의 품은 따뜻하고 좋은 향기가 났다.

아 씨발.


+


며칠전 친구의 소개를 통해 —를 알게되었다.


그는 어수룩해 보였으나 잘생긴얼굴, 예쁜 목소리, 아담한 체격, 배려깊고 사려깊은성격 등등 — 나는 첫눈에 그에게 반했다.


몇개월간의 대쉬끝에 나는 그 성과를 보게 되었다.


그가 먼저 나에게 고백을 한것이다.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것 같았으나 억지로 쿨한척 그의 고백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는 나에게 무언가 숨기는것이 있는것 같은 느낌이들었다 그는 모든걸 다 나에게 공유했지만 유독 그의 자취방에는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왜 집에 단 한번도 초대를 안하지? 집에 뭔가 숨기는게 있는건가 난 다 이해해줄수 있는데, 어떤변태적인것이라도 포용할수있는데...


혹시


바람을...피우는건가?


그래서 그 몰래 그를 만날때 도청기를 붙혀 놓았다.


오늘로 그 실체가 밝혀지는것이다 떨림과 두근두근이 멈추지 않아 곤란했다.


그런데


"역시 서방님을 이런 시궁창에 둘순 없사옵니다.

그러니 바퀴벌레같은 년이 꼬이는것 아니겠습니까?"

"..."

"됐사옵니다 이런 시궁창에서 정상적인 대답이 나올리가 없지요 그러니 연심을 품을 상대를 착각하고 바퀴벌레년에게 연심을 품는것 아니겠습니까?

애초부터 부부는 한몸인데 떨어져있는것이 이상한 일 이었사옵니다."

-파지직!

"끅...끅..."


"이런 씨발 개같은 년이 누구 남친을 건들어?

딱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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