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들은 충격적이거나 놀라운 일을 겪었을 때 '예상을 넘어섰다', '예상 밖의 일이다' 라고들 말하곤 한다.

하지만 정말 상상을 초월한, 정상적인 인간의 생각이라면 절대 생각할 수 없는 일을 마주쳤을 때,

인간은 자신이 느낄 수 있는 최대한의 공포를 느끼게 된다.




*



‘까똑’


“응?”

누구지?

오늘도 늦게 일어나 텅 빈 집에서 아침을 먹으며 평소와 같은 방학을 지내길 바라던 내게 카톡은 그리 반가운 존재는 아니었다.


‘야’


‘?’


‘오랜만이다’


하지만 그게 내 부랄친구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김얀붕. 비록 작년에 이사를 가서 요즘 많이 못 보긴 했지만, 그래도 작년까지는 주변 친구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정도로 붙어 다녔었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혼자 살던 얀붕이와 부모님이 하루가 멀다 하고 출장을 가 거의 혼자 살던 나는 금세 눈이 맞아 단짝 친구가 되었었다. 하루는 얀붕이 집에, 하루는 내 집에 와서 게임도 하고,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했던 게 엊그제같던데...아무튼.


‘뭐야ㅋㅋ 웬일이냐? 요즘 연락도 뜸해서 여친생긴줄’


‘여친은 개뿔이 ㅋㅋㅋ 연락 안한지 그렇게 오래됐나?’


‘그렇지. 최근에 연락했던게 3달 전이네


연락좀 해 새꺄’


라는 소소한 말들을 주고받으며 한창 반가울 그때,


‘나 동생이 부른다 잠만’


이라는 말과 함께 얀붕이가 갑자기 자리를 비웠다. 그런데...동생?

얘가 동생이 있었나?


‘ㅈㅅ 잠깐 점심 메뉴좀 정하느라’


‘ㄴㄴ ㄱㅊ 근데 너 동생있었어?’


‘뭔 개소리임’


그러고 보니 프사가...여친인 줄 알았는데 동생이었구나.

사진으로 본 얀붕이의 동생은 이상하면서, 예뻤다. 약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한 표정? 특히 눈. 눈에 초점이 없어보였다.


순간 무언가 불편한 생각이 내 머릿속을 꿰뚫고 지나갔다. 내가 걔네 집에서 먹고, 자고, 씻고 다 했는데 여동생을 한번도 못 봤다고?


‘내가 널 알고 지낸지가 얼만데. 여동생 한번도 못봄’


‘?’


무슨 소리냐는 듯이 물음표 하나를 보내는 얀붕이. 그럴 수록 내 의구심과 불편함은 커져만 갔다.


‘장난 그만치고 ㅋㅋ 여친 예쁘시네 부럽다’


‘뭐래 동생이라고;


근데 예쁘긴 하지?


이런 동생이 있다니 정말 행복함


뭐든지 다 해주고’


..확실히 뭔가 이상했다.


‘?’


‘뭔 물음표야 착하다니까 ㅋㅋ’


‘아니 좀 뭔가 이상해서’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병시나


사실 나 학교도 그만두려고


동생이 나는 집에서 살면서 집안일만 하래


돈이나 그런건 자기가 벌어다준다고


ㅈㄴ착함 진짜’


이건 빼박이지.


‘야 정신차려’


‘? 뭔솔’


‘너 지금 이상해’


‘뭐가’


‘너 지금 제정신 아닌거같음’


‘아 ㅈㄹㄴ; 동생이 부른다 가봐야함’


이젠 님 까지 붙이네?


‘잠깐만’


‘뭐 또’


이대로 보내면 뭔가 ㅈ될거같다는 생각에 급하게 불러세웠다


‘너 진짜 동생 맞아?’


‘이새끼가? 적당히 좀 해’


‘동생 이름 뭐야’


얀순. 왜?’


얀붕 얀순...이름 상으로는 문제 없어보이는데…


순간 동생이라는 여자의 성이 눈에 들어왔고, 그 순간 이상함을 느꼈던 모든 것들이 맞물려 돌아가며 내 머릿속에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야야 성이 다르잖아 미친놈아 당장 거기서 나와’


‘성?’


‘그래 씨발롬아 보톡받아 너 어디야’


급하게 나갈 채비를 하며 보톡을 걸었고, 곧 얀붕이가 전화를 받았다.


“야 너 이름 뭐야”


“나? 얀붕”


“성까지 새끼야!”


다급함을 넘어 절박함까지 느껴지는 내 목소리에 얀붕이도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김얀붕..”


“동생은!”


“서얀순…”


그때, 전화기 건너편에서 어떤 여자가 ‘오빠~’하며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그와 동시에 얀붕이가 뭔가를 깨달은 듯한 탄성이 들렸다.


“너 어디야!”


“ 내 이름 김얀붕..서얀순...김얀붕...서얀순…


야 살ㄹ-”


거기까지였다.


얀붕이의 말을 끝까지 다 듣지 못한 채 보이스톡은 끝났고, 난 우두커니 서서 보이스톡이 끊긴 대화창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누구시죠?’


대화창에 그녀인 듯한 챗이 올라온 것은.


‘얀붕이 부랄친구다 씨발련아 너 뭐야 어디야’


‘저요?


전…


얀붕 오빠의 동생인 사람이고,


연인이 될 사람이고,


아내가 될 사람이요♡’


미친년이다. 이건 제대로 미친년이야.


‘그나저나..찾아오시게요?


죄송하지만..얀붕 오빠는 저만 아는 곳에 있답니다♡’


‘너 딱기다려 신고하고 찾아간다’


‘어머, 신고라뇨? 신고하셔도 괜찮을까요?’


‘당근빳다 괜찮지 썅년아 기다리고 있어’


‘신고하시면 잡혀가는건 저 하나뿐만이 아닐텐데요?’


그 순간, 신발을 신던 내 몸이 얼어붙었다.


‘뭐라고?


너 설마..


봤구나?’


‘당연하죠~시계 속에, 옷장 속에, 노트북 캠으로 우리 얀붕오빠를 훔쳐본게..


바로 당신, 얀희누나 아니에요?’


...이렇게 되면 본심을 숨길 필요도 없겠지.

어쩐지 이상했다. 분명히 잘 숨겼다고 생각한 카메라들이 하나둘씩 없어지더니, 다음에 다시 카메라를 설치하러 몰래 집에 찾아갔을 때는 마치 야반도주라도 한 듯이 텅 비어있었다.

그때는 좀 더 꼼꼼하게 행동하지 못한 나를 자책했지만,

이게 모두 저 썅년의 짓이었구나.


‘오냐 얀붕이 내놔 시발련아 얀붕이는’

내꺼야내꺼야내꺼야내꺼야내꺼야내꺼야내꺼야내꺼야내꺼야내꺼야내꺼야내꺼야내꺼야내꺼야내꺼야내꺼야내꺼야내꺼야내꺼야내꺼야내꺼야내꺼야내꺼야내꺼야내꺼야내꺼야내꺼야내꺼야


‘후후, 아무리 그래봤자 지금 얀붕 오빠와 함께 있는건 저라고요?


이렇게♡’


라며 얀순이 보낸 사진에는


얀순이 기절해있는 얀붕의 입을 탐하고 있었다.

눈은 먹이를 뺏기지 않겠다는 맹수처럼 핸드폰 카메라를 바라보고.


‘뭐, 찾아올 수 있으면 찾아와 보시던가요


그런다고 해도 얀붕오빠는 변하지 않겠지만♡’


-김얀붕 님이 채팅방을 나가셨습니다-


….얀붕아, 기다려.

꼭 찾으러 갈게.

찾으러 가서, 데려온 다음, 다시 내껄로 만들어올거야.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으로,


널 다시 찾아올테니,


조금만 기다려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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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까지라고 해서 하나 더써봄

분명히 단편 생각하고 썼는데 2800자가 넘어가는 마술

얀붕이들이 좋아하는 야스소설은 내가 아직 부족해서 못쓰겠다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