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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기는 여동생 얀데레 – 4

 

 

 

전편 주소 : https://arca.live/b/yandere/7315145?mode=best&p=13

 

 

두 남자가 편의점 외부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굳이 이런 자리가 아니라 찻집에서 이야기해 주셔도 되는데요.”

정장을 입은 사내가 말했다.

 


“아니요, 나 같은 거지꼴로 그런 곳에 가면 쫓겨나고 말 겁니다.”

대답한 남자의 행색은 그야말로 초라했다.

 


옷차림이나 행색으로 흘긋 봐서는 꼭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삼십 대의 인부처럼 보였다.

남자는 부랑자와 같은 낡아빠진 작업복을 입고 있었을 뿐 아니라, 잘 보면 몸에 불편한 곳이 있어 보였다.

 


남자의 한쪽 눈은 마치 백내장이 온 사람의 그것과 같았고, 실제로도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또, 그는 오른손에 손가락이 네 개뿐이었다.

 


그러나 자세히 본다면 그가 생각보다 젊으며, 행색과 불편해 보이는 몸을 제외하면 의외로 미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 뭐가 궁금하셔서 나 같은 사람과 이야기를 하시려는 지 모르겠지만,”

 


남자는 피우고 있던 담뱃불을 끄며 말했다.

 


“이놈의 담배를 사다 주신 김에 그냥 가면 실례겠지요?”

 


“별말씀을요, 술도 한잔하시겠습니까?”

 

 


그렇게 초라한 행색의 사내는 막걸리에 봉지 과자와 담배를 안주 삼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저는 내년이면 스물일곱인 얀붕이라고 합니다. 족히 삼십 대 중반은 넘어 보이지요?”

 


“아니요, 처음에는 저보다 형님이신 줄 알았는데, 잘 보니 그러실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오, 다들 베테랑 일용직이나 거지로 보시던데, 선생님은 다르신가 봅니다.”

자신을 얀붕이라 소개한 남자는 자신의 진짜 나이를 알아보는 사람을 오랜만에 본 듯했다.

 


“아 뭐… 사람들을 대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요, 직업병 같은 겁니다.”

 


“저런”

병째로 막걸리를 들이켠 얀붕이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무튼, 저는 일주일 전까지 원양어선에서 일하던 사람인데, 일주일 전을 마지막으로 더는 배에 안 타게 되었습니다.”

 


“실례지만, 손이나 눈도 그렇게 다치신 건가요?”

양복의 사내가 우물쭈물 물었다.

 


“하하, 이 손이라면 원양어선에서 다친 건 맞지만, 이것 때문에 일을 그만둔다는 건 아닙니다.

눈은 바닷물에 비친 햇빛이며 조명을 너무 오래 봐서 그런지 한쪽이 계속 침침해 오더군요. 그러더니 이제는 완전히 보이지를 않는 꼴입니다.”

 


“그럼…?”

 


“빚이 있었지요, 꼭 갚아야 할… 엄밀히 말하자면 내 빚은 아니지만, 이놈의 이자가 얼마나 세던지, 그야말로 7년을 꼬박 원양어선에서 일만 하지 않고는 갚을 수가 없더군요.”

 


“7년이요?”

양복을 입은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예”

얀붕이는 연차를 되새기는 중인지 눈을 찌푸리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스물이 되고 나서 얼마 안 있어 배에 탔으니, 거의 7년이지요.”

 


“그전까지는 배다른 동생과 둘이서 살았습니다.”

얀붕이는 다시금 불을 붙인 담배를 물고 빨아대었다.

 

 


“동생분은 여동생이신가요?”

 

 


“킥, 선생님께서도 우리 이쁜 동생이 궁금하신가 보구만~ 그래요. 이쁜 여동생입니다. 근데 원체 남자들 고백을 다 차버리던 아이라 꼬셔도 안 넘어올 겁니다.”

 


여동생이라는 말을 들은 사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거참, 농담입니다. 그렇게 무서운 표정 하셔도 이미 주신 담배 포장 다 뜯었어요.”

 

 


“예, 헌데 여동생분과 계속 살지 않으시고 왜 배에 타신 겁니까?”

 

 


“그 애 앞으로 빚이 있었습니다.”

 


“빚이라면 아까 말씀하신 그…?”

 


얀붕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담배를 한 모금 빨고 대화를 이어갔다.

 


“빚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 열아홉 살의 12월이었습니다.

같이 살던 집으로 편지가 왔는데, 동생 녀석은 학교에 가 있어서 우편함에 있던 독촉장을 내가 가지고 올 수 있었지요.”

 


“내 동생이 어린 나이에 빚을 진 것이 아니라, 동생을 버린 부모들이 어마어마한 빚을 지고는 둘이서 나란히 동반 자살을 했다지 뭡니까.”

 


“…”

 


“처음에는 액수를 보고 거짓말인 줄 알았습니다. 정부 지원도 있었고, 둘이서 먹고살 돈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만, 있는 돈으로 막기에는 너무 큰 금액이었으니까요.”

 


슬슬 겨울이 되어서 그런지 얀붕이의 이야기만큼이나 바람이 스산했다.

이야기를 듣던 정장의 사내도 몸을 덥힐 심산으로 함께 사 온 커피를 홀짝였다.

 


“그뿐만 아니었어요. 금융권이 어디 금융권이었는지, 납입 기한을 지키지 않으면 말도 안 되는 연이율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납입 기한이 언제까지였습니까?”

 


“연말까지였습니다. 어차피 있는 돈으로 메꾸기에도 턱없이 모자랐고, 그렇다고 안 갚을 수도 없으니 독촉장을 들고 사채업자들에게 가서 무릎부터 꿇었습니다.”

 


“그래서요?”

 


“내 동생은 아무것도 모른다. 빚은 상속이 됐는데, 상속 포기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내가 갚겠다고, 납입 기한을 조금 더 늘려줄 수 없겠느냐고 말했지요.”

 


얀붕이는 불 꺼진 담배를 연신 만지작대었다.

 


“열아홉 겨울이면 아직 아이지 않습니까. 사채업자들도 피도 눈물도 없는 것은 아니었는지, 5년만 원양어선에 타고 오면 원금과 이자를 모두 탕감해준다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작자들이 수작을 부려서 2년을 더 했지만.”

 


 

“…”

 


 

“그렇게 일주일 전까지 배에 있다가 전부 청산하고 내린 겁니다. 근데…”

담담하게 이야기하던 얀붕이의 표정이 돌연 울적해졌다.

 

 


“예?”

 


 

“동생에게 그렇게 나온다고 말을 못 했습니다. 가족이 오빠뿐이라서… 오빠 없이는 못 산다며 붙어있던 아이라… 정직하게 말하고 나올 수가 없었어요.”


얀붕이가 마시던 막걸리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얀붕이는 병의 바닥을 긁어 비우고 입에 몽땅 털어 넣고는 계속 이야기했다.

 


“그래서 ‘나는 너 부양 못 하겠다’고 편지를 남기고 나왔습니다.

자기 앞으로 된 빚 갚는다고 배 타러 간다고 나가면, 앞날이 창창한 그 애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따라 나오겠다고 할 수도 있고…”

 


 

“이쁜 아이니까 어떻게든 자기가 갚겠다고, 술 따르는 꼴이라도 보이면…”

얀붕이가 말을 끝맺지 못하고 몸서리쳤다.

 


차디찬 겨울 바닷바람도 견디던 얀붕이가 동생 이야기에 몸서리치는 모습을 보자 정장의 사내는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졌다.

 

 


“그래서 그 뒤에 여동생분 행방은 모르시구요?”

사내가 얀붕이에게 물었다. 

 


 

“예, 모아둔 돈은 두고 나왔으니 잘 아껴서 썼을 겁니다.

7년이나 지났으니 지금은 대학교에 들어갔을 텐데… 나 같은 놈 잊어버리고 잘 살았으면 좋겠네, 아니면…”

 


 

“아니면, 차라리 미워하고 있음 좋겠네. 괜히 마음고생 하지 말고.”

얀붕이는 처음으로 술 없이 과자를 하나 집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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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누락 없고… 녹화는 잘 떴냐?”

어딘가의 사무실에서 정장의 사내가 직원에게 말했다.

 

 

“예, 용량이 좀 세긴 한데 의뢰인이 편집 없이 달라고 했다면서요.”

 

“그래. 절대 편집하지 말고, 원본 고대로 넘겨드려라.”

 

“예”

 

 

정장을 입은 사내는 흥신소 사무실에서 의뢰인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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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에 얀붕이랑 얀순이 만날 듯


연중 마려움 ㅠ

내가 읽어도 별루 재미 없지만 봐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