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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5대 기업에 드는 얀순이 집안의 저택엔 고용인이 많았다. 경호원부터 시작하여, 중세 시대의 메이드처럼 모든 수발을 드는 여인들, 요리사, 청소부, 정원 관리인, 조련사, 경비원 등


적어도 이들의 저택 안에서는 날아가는 새도 손짓하면 떨어트릴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다.


언론의 자유도는 낮았고, 설령 제보가 넘어가더라도 이들의 힘은 그것을 묵살하고 제보자를 처리하기에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제한된 공간 안에서 이들은 왕이었다.


그런 얀순이의 저택에서 엄마와 아빠 모두가 고용인으로 일하던 얀붕이의 가족은 받을 월급에서 일부를 까는 대신 저택 끝 방에서 지낼 수 있었다.


사실 저택 끝 방이라고 해봤자 창고 수준에 불과했으나 세 가족에게는 서로의 몸을 기댈 수만 있다면 충분했다.


얀순이의 가족들이 지나다니지 않는 시간에 시끄럽지 않은 선에서 함께 산책도 하였고, 1년에 몇 번 나오는 휴가에는 아끼고 아낀 돈으로 고깃집에서 얀붕이의 밀린 생일을 축하하기도 하며 소박하지만 행복한 날을 이어갔다.


불행은 갑자기 찾아왔다.


불행의 시발점은 얀순이의 아비의 눈에 얀붕이가 띄었을 때부터다.


얀순이의 가족들에게 고용인은 돈 주고 부리는 노예에 불과했다. 선과 악, 자아 정체성이 확립되기도 전부터 이런 가족들의 행동을 보고 자란 얀순이에게 따뜻함을 바라는 것은 무리였다.


물론,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었다.


밝고, 붙임성이 좋아 어른들 사이에서 마스코트 역할을 하던 얀붕이는 얀순이를 보고 떨면서도 밝은 태도를 유지했다.


"안녕하세요! 아가씨께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얀붕이라고 합니다."


얀순이도 흥미가 돋았다. 자신에게 이렇게 대하는 사람은 같은 정제계의 자식이거나 어른을 제외하면 없었다. 물론 아직 얀붕이가 어려 제대로 위치를 파악하지 못 했음이지만 말이다.


나이, 종교, 성별, 가치관, 인종 따위는 얀순이에게 예를 갖추지 않을 이유가 되지 못 했다. 모두가 차기의 회장님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깍듯이 대했다.


"응, 잘 부탁해"


얀순이의 부모는 하류층 벌레 따위와 귀한 딸이 노는 것을 탐탁치 않아 했으나 사람을 부리는 것도 슬슬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 묵인했다.


항상 받던 후계자 공부나 예법 대신 매일 일과가 끝나는 오후 7시에 찾아오는 얀붕이와의 만남을 조금씩 더 즐기게 되었다.


자신과는 다른 세계에 사는 얀붕이의 얘기를 들어보며 웃기도 했고, 아주 가끔이지만 몰래 눈물을 훔치는 날도 있었다.


미슐랭 3스타 쉐프 출신의 휘황찬란한 음식이나 수억원을 호가하는 옷과 사치품 따위보다는 얀붕이의 웃음이 더 가치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있잖아! 경호원 김아저씨가 뛰어가다가 발을 헛디뎌서 넘어지는데 바지가 막 쫙! 얼마나 웃겼는지 몰라!"

"푸흐, 그게 뭐야."


농담보다는 손과 발을 이리저리 과장되게 흔들며 얀순이를 웃기려고 온 힘을 다 하는 얀붕이를 보는 게 더 재밌다는 걸 알까?


얀순이는 턱을 괴고 얀붕이가 하는 말을 들으며 적당히 맞장구를 치며 들었다.


"아가씨, 이만 들어가셔야 합니다."

"아... 알았어."


그와 함께하는 1시간이 너무나도 짧게 느껴졌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자신에게 90도 숙여 인사하는 얀붕이를 뒤로 하고 부모님이 계시는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방에선 지독한 시가 연기가 빠져나왔다. 얀순이는 인상을 찌푸렸다.


얀순이의 아빠가 골프채를 이리저리 살피며 시가를 물고 있었고, 앞에는 여섯 정도의 아저씨들이 땅에 머리를 박고 뒷짐을 지고 있었다. 얼굴 쪽으로 피가 쏠려 빨개져야 정상임에도 모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


"요즘 그 놈과 너무 친하게 지내는 것 같더구나."


골프채를 휘둘러 가장 앞에 있던 남자의 종아리를 때렸다. 끔찍한 소리가 나며 비명을 지르는 남자를 뒤에 서있던 검은 양복의 두 남자가 일으켜 세웠다.


이어지는 폭력


제대로 서있는 사람이 없을 지경에 이르러서야 피가 잔뜩 묻은 골프채를 바닥에 집어던졌다. 뒤에 기립하고 있던 남자들이 일제히 다가와 여섯 남자를 치우고 자리를 정리하는 데에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방에 아무도 남지 않자 시가를 눌러 끄고는 얀순이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우리는 이 나라에서 귀족이다. 네가 어린 마음에 하층민 따위와 어올리는 것을 묵인해줬지만, 요즘은 선을 넘은 것 같더구나. 혹시 그것에게 연심이라도 품은 것이라면."


자리에서 일어나 벽 뒤에 걸려있던 수렵 총을 매만진다.


"아비된 역활으로서 직접 알려줄 테니 알아서 하거라."


얀순이는 그저 알겠다는 대답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울먹이며 방을 나왔다.


이 대화 이후로 부모님의 대한 압박이 점점 심해졌고 얀순이는 한탄할 곳도, 의지할 곳도 잃었다.


점점 쌓여가는 분노와 외로움, 괴로움, 애정 갈구, 짜증. 남은 것은 얀붕이 뿐이었다. 이 둘에겐 불행하게도 아직 어른들의 거센 압박에 대처할 만큼 얀순이는 성숙하지 못 했다.


점점 심해져가는 스트레스를 역으로 자신이 지켜야할 얀붕이에게 풀기 시작했다. 속에서는 이 모순된 행동에 끝없는 의문이 들었지만 얀순이는 너무 어렸다.


얀붕이는 갑자기 급변한 태도에 당황하면서도 웃음을 유지하였다.


뭐든지 처음이 가장 어렵다고 하였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잃지 말라고 하였다.


얀순이가 그것을 알아차리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얀순이의 부모는 얀붕이까지 같이 중학교에 입학시켰다. 얀순이의 수발을 들라는 간단한 이유였다.


점점 괴롭힘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얀붕이의 힘듦도 비례하여 증가했지만 던져주듯 나오는 월급은 힘들던 가족의 삶에 보탬이 되었기에 차마 부모님에게 말할 수도 없었다.


말해봤자 부모님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기에 괜한 걱정을 끼치는 것이 싫었다. 얀순이 아가씨가 잘 대해주신다며 웃는 것이 전부였다.


작은 사회의 시작이라는 중학교, 그것도 정재계의 자식들로만 구성된 중세의 아카데미 같은 곳에서 얀붕이의 처지는 정해져있었다.


말을 놓으라던 얀순이의 발언은 한참 전에 철회되어 깍듯이 존댓말만 사용했고 온갖 심부름을 시켜가며 얀붕이를 대했다.


처음엔 부드럽고 따뜻하던 마음은 점점 변질되고 어두워져 예민해졌고, 작은 일에도 쉽게 화를 내며 히스테리를 부렸다. 더 폭력적으로 바뀌었으며 폭언을 일삼았다.


얀붕이의 마음은 점점 공허해졌다. 밝고 쾌활하던 성격은 괴롭힘이 계속되면서 변해갔다.


"하아, 쓸모없는 새끼, 이거 하나 제대로 못 해? 이래서 거지새끼들은"

"...죄송합니다"


처음엔 얀붕이를 향해 욕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던 얀순이었으나 반복할 수록 마음의 짐은 닳았고, 이내 전부 지워졌다.


자신의 한 쪽 같던 얀붕이를 점점 감정의 쓰레기통, 함부로 대해도 되는 것이라 생각하며 자기 합리화를 하기 시작했다.


하층민에 불과한 얀붕이를 자신과 집안이 거둬준 것이니까 말이다. 어차피 얀붕이는 자신의 곁을 떠나지 못 한다.


얀붕이가 살짝만 다쳐도 걱정을 하던 마음은 크게 다치던, 병에 걸리던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못 한다며 구박했다.


얀붕이는 자신이 감정을 가져봤자 고통스럽기만 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감정을 죽였고 최대한 기계적으로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괜찮다고 속으로 외칠 수록 점점 깊어져만 가는 상처의 골은 나아질 기미가 없이 안에서 썩어갔다.


처음엔 자신이 부족해서 얀순이 아가씨가 이렇게 변했으리라 생각했다.


최대한 아가씨게 맞추려고 노력했다. 허약해서 보기 싫다고 하면 운동을 하며 몸을 길렀고, 멍청하다면 밤을 새가며 공부했다. 무언가 요구하기도 전에 미리 준비해두기도 했었다.


아가씨가 예전의 반 만큼이라도 자신을 대해주셨으면 싶었던 마음이었다.


얀붕이는 자신이 노력한다면 아가씨께서 바뀔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어릴 때의 얀순이를 잊지 못 하고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아이들이 전부 보는 칠판 앞에서 얀붕이가 밤새워 작성한 수행 평가지를 그대로 찢어 얼굴에 집어던졌다. 날카로운 종이에 뺨을 베었다.


익숙한 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종이를 주으려 몸을 숙인 얀붕이를 발로 밀었다.


교탁에서 굴러 얀붕이의 머리에서 피가 흘렀다. 몇몇은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려 외면했고 나머지는 얀붕이를 비웃으며 얀순이의 행동에 동조했다.


머리를 부여잡고 멍하니 앉아있는 얀붕이를 한 번 밟고는 같이 어울리는 패거리와 반을 나섰다. 이동 수업으로 불이 꺼지고, 문이 닫힐 때까지 얀붕이는 그 자리에 그대로 엎드려있었다.


얀붕이의 노력에 무관하게도 괴롭힘은 점점 더 심해져만 갔다. 같이 노는 패거리의 아이들까지 얀붕이를 함부로 대했으나 얀순이는 피식거리며 오히려 동조했다.


얀붕이를 깔아뭉개고 괴롭힐 수록 얀붕이가 자신의 발 밑 아래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 비틀렸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고치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 영원히 도망가지 못 할 것을 심어주기라도 하듯 더욱 더 심하게 대했다.


책상과 사물함은 온갖 낙서와 쓰레기들로 가득 찼다.


급식실 구석에서 조용히 밥을 먹고 있으면 실수로 부딪히는 척을 하며 머리에 식판을 엎질렀다.


공허한 눈으로 고개를 들자 저 멀리서 얀순이가 킥킥 웃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얀붕이는 입을 다물고 젖은 옷을 빨기 위해 화장실로 가 물을 틀었다.


다행히 오늘은 화장실까지 따라와 걸레를 손으로 빨라고 시키지는 않았다.


얀붕이의 흐느낌은 거센 물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


썩은 우유를 와이셔츠에 던져 터트리고, 사람 취급을 받지 못 했으며, 가방을 주워오라며 2층 높이의 나무에 걸어놔 타다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음에도 얀붕이는 쫓임 당하지 않는 한 얀순이의 곁을 지켰다.


얀순이는 이런 얀붕이를 볼 수록 자신의 행동이 옳다고 느꼈다.


더욱 더 얀붕이에게 자신의 위치를 자각시켜 자신의 곁에서 떠나지 못 하게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어느 새 탄탄한 근육이 자리잡은 몸을 보고는 어떤 년에게 꼬리를 치려고 이랬냐며 신경질 적으로 옷을 벗기고 손톱으로 긁고 때렸다.


이미 외톨이었던 얀붕이의 나쁜 소문들을 지어내어 퍼트렸고 다들 그것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얀순이의 눈에 들기 위해 얀붕이를 괴롭혔다.


복도를 걷다가 공이 날라오기도 했고, 물감 섞인 팔레트를 옷에 던져 묻혔다.


얀붕이 앞에서 다른 남자와 입을 맞추기도 하고 성희롱을 일삼으며 얀붕이를 놀리기도 했다.


얀순이는 방관하며 망가져가는 얀붕이를 보는 걸 즐겼다. 자신이 얼마나 망가졌는 지도 모른 채로 그의 파멸을 구경했다.


오히려 그녀의 주변 친구들이 광인 같은 얀순이에게 질려 슬금슬금 피하기 시작했고, 얀붕이에게 했던 것만큼의 역풍이 불어 얀순이를 덮쳤다.


오직 위세와 그녀의 위치만을 보던 패거리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떨어져 나가 얀순이를 고립시키는 데에 동조했고 얀붕이를 측은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늘었다.


얀순이의 히스테리는 나날이 심해져갔으며 온갖 물건을 집어던져 얀붕이의 얼굴과 몸에는 멍이 사라지는 날이 없었다. 팔과 어깨는 손톱 자국이 항상 나 있었고 가끔은 이빨 자국의 흉터까지 있었다.


얀붕이는 묵묵히 얀순이의 곁을 지켰다.


*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올라갔을 때 얀순이의 곁에는 얀붕이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그래도 무시할 수는 없는 집안이니 하이애나 같은 것들은 있었다.


얀순이의 주변에서 비위를 맞추며 떡고물이라도 기대했으나 정녕 미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성격을 보고는 등을 돌렸다.


얀순이는 이런 자신의 처지를 아는 지, 모르는 지 얀붕이의 대한 마음이 커질 수록 비틀리고 비틀려 잘못된 방향으로만 풀어나갔다.


그녀의 마음 속에서 얀붕이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평소와 같은 날이었다. 얀순이의 일방적인 폭력을 받아주고 있던 얀붕이는 부모님이 사고를 당해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하필 그 날은 얀순이의 생일이었다. 제대로 된 친구라곤 얀붕이 밖에 없던 얀순이는 얀붕이가 떠나려 한다는 점에서만 집착하고 망상하여 허락하지 않았다.


"꺄아아아악! 안 돼, 안 돼, 안 돼!!"

"아가씨. 한 번만 부탁드립니다. 제발"


피해망상과 집착에 휩쓸린 얀순이는 자신의 '생일'날에 얀붕이가 자신에게서 '떠난'다는 점에서 과도할 정도의 반응을 보이며 거부했다. 때리고 때려도 얀붕이가 뜻을 굽히지 않자 얀순이는 평생을 후회할 행동을 하게 된다.


어릴 적, 아직 순수했던 둘이 주고 받았던 열쇠고리. 5cm 정도의 조그마한 곰인형을 소중히 간직하던 얀순이었으나 망상에 휩싸여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었음을 원망했다.


"하아... 하아... 이거 다 먹어. 그러면 보내줄 게"


솜이 튀어나올 정도로 곰인형을 찢은 얀순이가 바닥에 던지고는 신발로 짓밟았다. 한 번만으로는 부족한지 발을 눌러가며 바닥에 비볐다.


곰인형을 주워 억지로 삼키는 얀붕이의 마음에서 얀순이란 존재는 지워졌다. 어릴 적의 행복했던 기억은 더 이상 없었다. 오직 증오의 대상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꾸역꾸역 곰인형을 전부 삼켰다. 의외로 무덤덤했다.


자신을 향해 비명을 지르는 얀순이와 덤덤이 눈을 마주쳤다. 더 이상 괴롭지 않았다.


이미 옛날부터 예상이라도 한 듯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


부모님의 소식을 듣고 그대로 사라진 얀붕이의 행방은 아직도 찾지 못 했다. 부모는 얀순이의 부탁을 들은 채조차 하지 않았으며 정신병원에 감금하다시피 보내 치료를 시켰다.


몇 년이 지나고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가 된 얀순이는 하루하루를 죄책감에 시달리며 보냈다. 그에게 했던 모든 것들을 떠올릴 수록 당장이라도 목을 메달아 혀를 자르고 싶었다.


핸드폰을 열어 보냈던 문자를 열었다. 얀붕이를 향한 배려 따위는 눈을 뜨고 봐도 보이지 않았다.


찢어지는 마음을 뒤로 하고 수천 통의 문자를 전부 외울 정도로 읽고 또 읽은 얀순이는 얼른 기업을 물려받아 얀붕이를 찾을 생각밖에 하지 못했다.


초라한 모습으로 가면 그가 받아주지 않으리라 생각해 기업을 물려받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그를 만난다면 할 말을 매시간 매분 매초마다 생각했다.


몇 년이 더 지나고 얀순이가 회장이 되었을 때 얀순이는 돈을 풀어 얀붕이에 대한 행방을 찾았다. 얀순이의 요청으로 오직 전화번호와 집 주소만 알아냈다.


설마 그가 자신을 두고 다른 여자를 만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얀순이의 기대였다.


얀순이는 터질 듯한 심장을 뒤로하고 얀붕이에게 보내려고 생각해둔 수만 줄의 사과를 줄이고 줄여서 보냈다. 얀붕이가 사과를 받아주고 다시 곁에 서기만을 바라며.


답장이 있기 전까지는 죽을 만큼 괴로웠다.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 읽었는 지 확인하고 싶었으나 만약 그가 싫어할까 봐 두려워 참았다.


얀붕이에게 만나자는 답장이 왔을 때는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것만 같았다. 공허하고 뚫려있던 마음이 가득 채워져 넘쳐 흘렀다.


꼭 혼자 오라는 얀붕이의 문자에 따라 적힌 주소로 향했다. 나온 곳은 20층 높이의 아파트였다.


이런 초라한 곳에 산다는 게 마땅찮았던 얀순이는 당장이라도 서울의 전망 좋은 주택을 하나 살 생각을 하며 그를 기다렸으나 목에서 전해지는 찌릿한 느낌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


묶인 얀순이의 시야에 가장 먼저 잡힌 것은 오랫동안 상상해 온 얀붕이였다. 자신의 팔과 다리가 묶여있다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리움과 미안함, 고마움, 자괴감 등 온갖 감정이 뒤섞여 얀순이를 뒤덮었다.


"보고 싶었어"


미안해와 사랑해를 고장난 라디오처럼 반복해서 뱉던 얀순이는 얀붕이의 이어지는 말에 몸을 부르르 떨며 가볍게 절정했다.


그렇게나 듣기만을 고대하던 목소리가 자신을 혐오하지도 않고 보고 싶었다는 황홀한 단어를 건내줬으니 말이다.


얀순이의 머리에서 그와 함께 할 미래가 그려지고 있었다. 그러나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여인에 의해 산산이 조각났다.


"아, 미안. 소개해줄 게. 내가 사랑하는 아내야. 결혼한 지는 3년 됐어."

"그쪽이 말로만 듣던 얀순이이신가요? 반가워요, 얀붕이의 아내 되는 사람이네요."


얀순이는 대체 무슨 말을 하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독한 악몽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얀붕이는 자신의 것인데? 저 여자는 누구지? 아, 얀붕이가 화가 나서 나를 놀릴 속셈이구나.


"얀붕아, 장난은 그만해줘. 우리 서로 만나길 원했잖아. 응?"


억지로 하하 웃는 얀순이를 바라보며 비릿하게 웃고는 아내의 옷을 천천히 벗겼다.


"얀붕아? 얀붕아!"


모든 겉옷을 벗기자 풍만한 가슴을 둘러싸고 있는 브래지어가 드러났다. 천천히, 소중한 것을 다루듯 얀붕이가 후크를 풀자 탐스러운 과실 같은 가슴이 튕겨져 나왔다. 예쁜 물방울 모양의 가슴과 분홍빛의 유두가 출렁였다.


"하...하하, 꿈이야. 응, 꿈이야"


의자와 달라붙게 묶어 놔서 얀순이는 고개를 돌리지도 못 했다. 눈을 감으려 해도 들리는 신음에 상상되는 장면이 더욱 괴로워 뜰 수밖에 없었다.


"사랑해 여보. 난 당신뿐이야"


여보? 그게 무슨 소리야 얀붕아. 그건 내게만 부를 수 있는 호칭이잖아.


자신만을 위해 움직이던 손이 다른 년 몸의 위에서 움직였다. 넓직한 골반부터 천천히 11자 복근을 타고 올라가 부드러운 가슴을 쥐어잡았다. 한 손으로도 잡히지 않는 크기 때문에 손가락 사이로 살이 푸딩처럼 튀어나왔다.


두 손으로 부드럽게 가슴을 살살 매만졌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오돌한 유두를 끼고 나사 돌리듯 천천히 돌리자 조그맣던 유두가 점차 솟아올랐다.


솟아오른 유두, 손가락을 오므려 살살 괴롭히자 야릇한 신음을 흘렸다. 얀붕이는 그런 아내의 반응을 즐기며 살살 돌렸다가 오므리기도 하며 애무했다.


얀순이를 스윽 바라보고는 아내에게 눈을 돌렸다. 아내는 얀순이에겐 비웃음을, 얀붕이에겐 사랑을, 둘 모두가 받아들인다면 각기 상반될 의미를 포함한 웃음을 던지고는 얀붕이의 머리를 끌어 안았다.


단단하고 넓은 얀붕이의 가슴에 아내의 보드라우면서 풍만한 가슴이 닿아 눌렸다.


천천히 입을 섞기 시작하는 둘의 물소리가 얀순이의 귀에는 죽음 직전의 비명소리로 들려왔다.


"츄읍, 쯔읍, 쭙, 퍄하"


서로 혀를 섞고 문을 두드리 듯 톡톡 치며 사랑을 확인했다. 침이 차 더는 못할 것 같으면 둘이 번갈아 가며 체액을 삼켰고 한참이 지나 입술이 조금 부르틀 정도가 되자 입을 뗐다.


질척한 둘의 관계를 나타내듯 거미줄처럼 얽힌 침의 실이 이어졌다.


약지로 실을 끊고 손가락을 한 번 핥은 아내가 눈웃음을 치며 침대에 누웠다. 여자가 보기에도 아름다운 육체가 드러났으나 얀순이에겐 괴물년의 시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멍하니 입을 벌리고 바라보던 얀순이는 이어지는 얀붕이의 행동에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악! 넣지마! 죽여버릴 거야! 내가 책임지고 둘 다 갈갈이 찢어 바다에 뿌려버릴 거라고! 넣지마!"


자신이 상상속에서만 봤던 얀붕이의 자지가 아내의 엉덩이를 툭툭 두드리며 단단히 서있었다. 얀순이의 반응을 기대했는지 더욱 성이 나 단단히 일어났다.


아내의 엉덩이 골에 자지를 비비며 얀순이를 놀리 듯 끊임없이 움직였다. 아내는 애달픈 소리를 내며 자지를 구걸했다. 얀순이가 악을 쓰며 소리를 지르자


"좆까"

"하아앙! 으응! 하읏! 아앙!"


아내가 양손으로 벌린 보지는 애액으로 축축이 젖어 전희가 필요 없었다. 손가락으로 몇 번 적당히 풀어졌는지 확인한 얀붕이는 그대로 삽입했다. 부드러운 질벽이 얀붕이의 자지를 물었다 풀었다하며 정액을 요구했다.


저런 년에게 절대 지지 않는 다는 우월감 마저 느껴졌다. 살아있는 생물처럼 사방에서 조여왔다.


아내가 엉덩이를 음란하게 흔들며 외설적인 말을 뱉었다. 그에 호응하듯 얀붕이는 아내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두 손으로 소리나게 때리며 속도를 높혔다.


철퍽-! 철퍽-! 파앙-! 파앙-!


둘의 침대가 요란히 흔들렸다. 서로의 육체를 탐하는 두 짐승과, 한 짐승이 있는 방에서 야릇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피부와 피부가 부딪히며 일어난 땀이 이리저리 튀었고 자신의 가슴을 쥐어잡으며 신음을 뱉어대는 아내를 보는 얀순이의 눈은 공허함만이 가득했다. 얀붕이의 눈과 비슷했다.


철퍽-! 철퍽-! 파앙-! 파앙-!


"아앙! 엉덩이 세게 때리면! 안 돼앳! 하아앙! 으응! 흐아앙!"

"보지를 이렇게 벌렁이면서 싫다고 하기야?"


과실 같던 엉덩이에 손자국이 빨갛게 남고 침대가 애액으로 잔뜩 젖어갈 때즈음 얀붕이가 사정했다. 그에 맞춰 아내도 절정에 달했고 질에 묻힌 자지에서 들리는 사정 소리가 얀순이의 귀를 파고 들어갔다.


"그거... 나한테만 줘야 하는... 하, 하하하, 하하하하하!"


자지를 빼낸 얀붕이가 엉덩이를 내리치자 다시 절정하며 애액을 뿜었다.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엎드려서 얀붕이 자지 모양대로 벌렁이는 보지에서 정액 섞인 애액이 튀어 얀순이의 얼굴을 타고 흐르자 미친년처럼 웃기 시작했다.


"아직 시작도 안 했어. 기대해도 좋아"


절정의 여운에 잠겨있는 아내를 뒤집어 가슴을 강하게 움켜쥐고는 박아댔다. 아내도 그에 맞춰 열띈 신음을 내며 호응했다.


보지에 다시 한 번 사정한 얀붕이는 아내의 튼실한 복근에 올라타 땀으로 젖은 가슴을 모았다. 아내도 정신을 차리고는 들뜬 신음을 뱉으며 자신의 양 가슴을 두 팔로 움켜잡았다.


아내를 보고 얕게 웃은 얀붕이는 보지와는 다른 부드러움의 감촉을 느끼며 사정했다. 가슴이 정액에 젖어 모았던 가슴을 풀자 늘어지며 끈적한 풀처럼 꿀렁였다.


아내는 그런 정액을 아깝다는 듯 손가락으로 핥아 먹었고 그에 호응하듯 이라마치오까지 순순이 받아주었다. 목젖과 침을 삼키며 목근육을 조절했다. 얀붕이는 마치 명기처럼 움직이는 아내의 이라마치오를 버티지 못하고 얼마 안 가서 사정했다.


한참 동안 보지와 가슴, 엉덩이까지 탐닉하며 아내와의 관계를 즐긴 얀붕이는 자지를 빼냈다. 아내는 절정의 여파에 정신도 차리지 못하고 침대에서 부르르 떨며 보지에 고인 정액을 배출해대고 있었다. 정액이 흐르자 가볍게 절정하며 더욱 뱉어대는 꼴이 우스웠다.


이런 아내도 사랑스러운 지 땀으로 흠뻑 젖은 아름다운 얼굴을 쓰다듬어주고는 일어나 얀순이에게 다가갔다.


얀순이는 고개를 들어 얀붕이를 바라보았다.


얀붕이가 본 얀순이의 눈은 자신의 옛날의 그것과 닮아있었다.


그제야 얀붕이는 웃을 수 있었다.


"네게 일주일 동안 시련을 줄 거야. 내가 겪었던 고통들에 비해 일 할도 되지 않지만 버텨낸다면 가끔 만나줄 수는 있어. 아내도 허락했거든."


얀붕이는 그제야 오래전에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몇 년 전부터 고여있던 눈물이 쏟아져내렸다.


얀순이는 들었던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해, 고마워 따위의 말을 뱉고 있었다.


얀붕이의 손에는 얀순이가 그때 먹였던 곰돌이 인형의 짝이 놓여있었다.


"...그러니까 기대해 씨발련아"


"네가 내게 했듯, 잊지 못 할 기억을 전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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