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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붕이와 서큐버스 소녀는

어릴 때부터 소꿉친구였어.


소녀는 어머니가 없었어.

아버지를 어머니가 과하게 착정한 끝에

결국 아버지는 발기부전이 되었고

어머니와 합의 이혼을 했거든.


몬붕이도 어머니가 없었어.

병에 걸려서 일찍 돌아가셨었거든.



소녀는 어릴 때부터 몬붕이에게 잔소리를 했어.


"야, 운동해, 운동! 남자는 임마, 힘이 최고야! 나는 근육이 빵빵한 남자가 좋더라고."


아버지가 어떤 모습이 되었는지 쭉 지켜봐온 소녀는 몬붕이에게 틈만 나면 운동을 권유했고


"아 싫어... 집에서도 그런 잔소리 해대는데 너까지 그러지 마..."


아내를 잃은 슬픔으로 헬창이 되어버린 아버지와, 소꿉친구에게 스테레오 잔소리로 스트레스를 받는 몬붕이는 운동에 대해 혐오감마저 가지게 되었어.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방구석에서 쇠질만 하는 것을 참다참다 못해

몬붕이는 다른 마을로 놀러갔어.

내친 김에, 재혼전문센터나 찾아가서 아버지 새 신부감 찾으면 저렇게 운동에 집착하는 걸 좀 그만할까 해서.



센터에 찾아가기 전에, 카페에 들러 커피를 하나 시켰어.

그리고 몬붕이는 알아차렸어. 그냥 짜증나서 휙 뛰쳐나온거라서

지갑을 안 들고 나왔다는 걸.


어버버하는 몬붕이 옆에서

한 아가씨가 다가와서 대신 결제를 해 줬어.


"커피 사드릴 테니까, 같이 드실래요?"


그렇게 말하면서.


몬붕이는 감사를 표하고, 같이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했어.

그냥 이것저것 사소한 얘기를 꺼내는 몬붕이와

그걸 웃으며 들어주는 아가씨를 보면서


몬붕이는 모성애를 느꼈어.

아, 이게 어머니가 있다는 감각이구나. 테에엥 마망.


소꿉친구도 잔소리 뿐이고

다른 여자는 내게 말도 잘 안 거는데

이렇게 내게 부드럽게 대해주는 여자가 있다니.



"시간 남으면, 같이 놀래요? 저 내일까지 한가한데."


아가씨가 그리 말하니까

몬붕이도 거절을 못 했지.


노래방에도 놀러 가고

영화도 같이 보고


밤엔 모텔도 같이 갔어.


그리고 몬붕이는 엄청 당황했어.


아가씨의 등에, 검은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했고

뿔도 자라기 시작했거든.


"속여서 미안해요. 저, 사실 서큐버스에요. 사람들이 서큐버스에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싫으면 나가셔도 돼요. 단지... 너무 외로워서..."


애처롭게 미소짓는 아가씨에게

몬붕이는 웃으며 말했어.


"괜찮아요. 제 소꿉친구도 서큐버스인데요, 뭐. 정말 괜찮아요."


그리고, 둘은 그날 밤 서로 사귀기로 했지.



다음 날, 몬붕이는 아가씨와 함께 모텔을 나왔어.


"자기, 헤어지기 좀 아쉬운데... 내가 차로 태워줄까?"


그새, 존댓말에서 애교 넘치는 반말로 바뀐 아가씨에게, 몬붕이는 활짝 웃으며 얘기했지.


"나야 고맙지! 고마워, 자기!"


볼에 입을 맞추고, 차를 끌고, 몬붕이의 집 쪽으로 아가씨가 운전하면서

둘은 즐겁게 웃으며, 마치 몇 달 사귄 연인들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다가


몬붕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렸어.



"그러니까 그때, .... 자기, 왜 그래?"


"잠깐만. 여기 있어."


조수석에서 내린 몬붕이는

급하게 카페로 들어갔어.


어제 여자친구가 된 아가씨는 급하게 뒤를 쫓았고


카페에는 몬붕이의 소꿉친구가

몬붕이의 아버지와 딸기 요거트 스무디 톨 사이즈에 빨대 두개를 꽂고 나눠 마시고 있었어.



"... 이게 뭐 하는 거야?"


뒤에 따라온 여자친구를 미처 신경 쓰지도 못 한 채로

몬붕이는 아버지와 소꿉친구에게 물었어.


소꿉친구는 순간 표정이 확 사나워지고 있었고

아버지는 소꿉친구를 말리며 말했어.


"몬붕아, 미안하다. 내가, 내가 같이 하자고 했단다. 미안해. 나도 모르게, 미안하다..."


눈치를 보면 분명 소꿉친구가 먼저 아버지를 유혹했겠지.

하지만, 아버지는 끝까지 자기 잘못이라며 소꿉친구를 감쌌고

무엇보다, 아버지도 좋으니까 응했겠지.


"하..."


긴 한숨을 내쉬며, 몬붕이는 주저앉을 뻔 했어.

내가 소꿉친구를 엄마라고 불러야 해? 하... 이러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소꿉친구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어.


"너는 왜 내 엄마랑 같이 있어?"



소재 제공 및 과거글 모음 : https://arca.live/b/monmusu/6732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