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읽으시는 분과 처음 읽으시는 분께는 위의 음악을.
천천히 읽으시거나,
다시 한 번 더 읽으시거나,
남자 쪽에 더 감정이입 하실 분들은 이 음악을 추천해드려요.
글이 조금 다르게 보이실 거에요.
https://arca.live/b/yandere/8317345 1
https://arca.live/b/yandere/8367376 2
https://arca.live/b/yandere/8700195 3
예전과 다르게 큰 키와 다부진 몸매.
통통했던 그 시절과 다르게 차갑고 날카로워 보이는 얼굴.
모든 것이 달라진 내 첫사랑이 내 앞에 있다.
"예전의, 오빠."
그런 오빠를 바라보며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나에게만 상냥했고
나에게만 양보하고
나에게만 친절하고
눈만 감아도 그때의 유순함이 떠오르며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던 이 사람.
"지금의 난 네가 그리워하던 그때의 내가 아니야."
알아.
그걸 왜 몰라.
외형도,
성격도,
말투도 다 변한 거 알아.
하지만 그래도 오빠는 오빤데.
다 변해도 원래 그 사람 그대로 일 텐데.
"나, 오빠랑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면 다 포기 할 수 있어."
내 진심.
순간의 유혹에 못 이겨 나를 위해주고 보듬어주던 사람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체,
피해를 주게 된 사람에 대한 미안함에 사무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왜 그랬을까.
왜 가고 나서야.
가고 한참을 지나서야 깨닫는 걸까.
이 사람만큼 나에게
상냥하고
양보하고
친절한 사람은 어딜 가도 없었는데.
"안 돼."
그런 오빠에게 다가가려고 애를 쓰고
매달리려고 해도 안 된다고 말하는 이 사람.
그래. 내가 이기적이지.
내가 했던 행동들을 생각하면 그러면 안 되는 것이 맞는데.
양심이 있다면 그러면 안 되는데.
내가 나쁜 인간이지.
"하긴, 내가 너무 이기적이지? 바람 펴놓고 다시 만나자고 하는 그런 나쁜 여자라…"
"아니. 그런 게 아니야."
전에 카페에서 봤을 때처럼 당당하고 차가운 그때의 모습이 아닌,
나와 사귀었을 때처럼 환하게 웃어주며 입을 여는 내 첫사랑.
"네가 잘못한 게 아니라 내가 잘못했고,
무엇보다 지금의 네가 날 그리워하는 건
지금도 날 사랑해서가 아니라 예전의 죄책감 때문이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오빠를 매도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비교한 나인데.
그것도 모자라서 오빠를 내버려두고 다른 사람과 같이 있었던 나인데…
왜 오빠가 잘못했다고 하는 거야?
그리고 난 죄책감 때문에 오빠를 보고 싶어 했던 것이 아니야.
"무슨 소리야? 오빠가 뭘 잘못해?"
후
한숨을 내쉬고 내 눈을 보며 그때 그 시절과 똑같이 웃는 오빠의 얼굴이 보였어.
"연화와 헤어지고
너와 헤어지고,
그 둘과 헤어지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오로지 화밖에 안 났어.
망할 것들. 어떻게 사귀는 사람이 있는데 그럴 수 있는지.
야비하고 치사하고 더럽고 이기적이라서 구역질 난다고."
커피잔을 만지작하며 울음을 참기 위해서일까.
입술을 깨물며 입을 여는 오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지나서
이 나이를 먹으니까 말이야…
시간이, 지나니까
연화에 대한 화는 없어지고 아무렇지 않아.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내가 아무리 노력했어도
올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그런데..."
후
떨리는 한숨을 내쉬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오빠의 눈이 보였어.
"근데, 널 생각 하면 너무나, 미안해…
네가 얼마나…
나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으면... 외롭고 힘들었으면 그런 행동을 했을까."
무슨 소리야.
그런 말 하지 마.
차라리 욕해주면 좋겠어.
욕먹어도 할 말 없는 여자인데.
왜 이렇게 상냥한 건데.
다른 사람이라며.
이전의 그때 그 시절 오빠 아니라면서 왜 그때처럼 상냥한 건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렇더라고.
내가 너한테 한 행동들이…
연화가, 나한테 했던 행동과 똑같았어.
나를 더 좋아해 주니까
그것이 감사한 줄도 모르고 아꼈어야 했는데도 불구하고
무시하고, 이용하고, 무신경하고, 그저 가지고만 놀았던 것 같아.
이렇게 행동하는 것들이 더 오래가는 사랑이 될 거라고 나 혼자 착각하면서."
아니야.
아니라고.
제발
욕하라고.
"왜 바보같이 당한 대로 했을까?
그게 얼마나 아픈지,
그게 얼마나 슬픈지,
알면서도 왜 그랬을까?
한 번만,
정말로, 딱 한 번만이라도 처지 바꿔서 생각해봤으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아픔이 될지 생각해봤어야 했는데.
네가 얼마나 아플지 생각해봤어야 했던 것인데…
그런 생각을 하나도 못했어. 오로지 나만 생각하느라.
더 야비하고
더 치사하고,
더 더럽고,
더 이기적이고,
더 역겨운 것은 나였는데…"
아니야.
아니라고.
아니라고 멍청이야.
네가 잘못한 게 아니라 내가 잘못했다고.
"훌쩍. 아, 니야. 아니라고… 내가 더 잘못했단 말이야. 이제 두 번 다시는 안 그럴 테니까. 다시…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울며불며 아니라고,
부르르 떨던 그 손으로 싫다고 말하는 내 손을 잡으면서 오빠는 말한다.
"말했잖니. 지금 넌 그리움에 그러는 거야. 사랑이 아니라 죄책감이라고.
그러니까, 오빠 얼굴 보고 오빠가 지금부터 하는 말 새겨들어."
또르르
유난히 기다란 줄기의 눈물길을 만들며 상냥하게 웃는 얼굴로 말을 하는 하나뿐인 내 첫사랑 오빠.
"시간이 지나고 나면 오빠가 한 말에 대해서 다 알 게 될 거야.
그러니 지금 당장은 많이 힘들어도 참아야 해.
아무리 힘들어도 나 때문에 너 자신을 망가뜨리지 말고
네 할 일 하면서 책도 읽고 자기계발도 하고
바깥에 나가서 사람도 많이 만나고.
나에 대한 기억, 추억 다 꾹꾹 눌러 담으면서 무시하며 꾹 참고 가야 해.
네 인생을 위해서.
네가 행복하기 위해서.
내가 느껴 봤던 것들이고 네가 불행해지길 바라지 않으니까.
헤어지게 된 경위가 어떻게 되었든 너에 대한 감사가 남아 있으니까.
좋아했으니까 하는 말이야."
도리도리
난 정신이 나간 인간처럼 연신 고개를 저으면서 입을 열었다.
"크흑… 싫어, 싫, 다고. 다시, 만나고 싶단 말이야…
이런 말 해줄 정도면 오빠도 날 좋아하잖아. 아직도 좋아하잖아.
사랑한단 말이야..."
"안돼. 그래도 안 돼.
오빠, 말대로… 할, 수… 있, 지? 그, 렇지?"
왜 그렇게 끝까지 상냥한 건데.
차라리 저번처럼 차가우면 조금이나마…
제발, 상냥하게 대해주지 말란 말이야.
미련을 버리라면서 왜 미련이 남게 하는 건데.
"싫어... 싫, 다고..."
"그래. 착하다.
우리 연이.
우리 예쁜 연이...
꼭, 그래야 해.
꼭, 그래야만 해.
네 삶은 네 것이야.
날 위해 힘들어 할 필요 하나도 없어.
넌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죄책감 따위 가지지 않아도 돼.
넌 할 일을 다 했어.
네가 미안해할 필요 하나도 없다고."
'오빠한텐, 우리 연이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
뭐냐고. 맞잖아.
그때처럼 애 취급하면서 상냥하게 했던 오빠 그대로면서
왜 달라졌다고 밀어내느냐고.
왜.
왜.
도대체 왜…
"오빠 먼저 일어날게. 오빠가 한 말. 잘 생각해."
"쿠흑. 훌쩍. 싫어..."
자리에서 일어나 내 옆으로 다가와
부르르 떨리는 손으로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지금 이 마지막까지도 웃는 얼굴로.
나보다 더 화나고, 더 분했을 이 사람이
웃는 얼굴로 마지막 이별을 고한다.
"잘해주지 못하고 아픔만 준…
그런, 첫사랑이라 너무나 미안해…
꼭, 행, 복, 하렴…"
그때 그 시절.
나를 보듬어 주고 따뜻하게 감싸주던 내 첫사랑은
멀리.
저 멀리.
나를 혼자 내버려두고 걸어갔다.
영원히.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