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얀순이와 얀붕이는 같은 빌라에 살고 있는 소꿉친구 관계임. 


그런데 얀순이는 오랜지병을 앓아서 몸이 허약함. 얼굴은 살짝 마르고 창백해서 오히려 보호욕구를 자극해 참 고왔음. 얀순이는 오늘 내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종종 쓰러지기도 하고, 그것 때문에 며칠 학교에 못나오는 날도 허다함.


얀붕이는 이웃이기에 이런 얀순이 곁을 오랫동안 지켜줬음. 얀순이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첫째로 얀붕이한테 연락할 정도로. 


얀붕이는 얀순이가 쓰러지면 제일 빨리 도착해 얀순이를 엎고 병원에 가고, 회복하는 동안은 하루도 빠짐없이 병문안을 가줬음. 병원보다는 집에서 주로 회복기간을 가졌는데 얀붕이가 하도 찾아오니 얀순이 어머니는 얀붕이한테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줄 정도였음.


 아무리 예쁜 얼굴이라도 자주 학교를 빠지다보니 얀순이에겐 제대로 된 친구라 할 것이 얀붕이밖에 없었음. 학교 끝난 후에도, 밥 먹을 때도, 약 먹을 때도, 종종 산책할 때도 둘밖에 없었으니까.


때문에 얀순이는 얀붕이한테 많이 의지했고, 얀붕이는 그걸 또 묵묵히 받아줬음. 몸이 아프다는걸 뻔히 알기도 하고, 오랫동안 보살피다보니 자기 의무처럼 여겨졌던 거지.


그런데 얀순이의 의지가 점점 집착이 되기 시작했음. 얀붕이가 병문안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니 미칠 정도로 쓸쓸해진거야. 자기 주위에는 얀붕이 뿐이니 얀붕이가 가고 나니 모든 게 허무하게 느껴졌어.


얀붕이가 없는 시간이면 얀순이는 얀붕이가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갔는지, 자기가 귀찮아진 것은 아닌지 피해망상을 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얀붕이가 당장이라도 여기로 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미친듯이 들었어.


그래서 때로는 일부로 한밤 중에 숨을 헐떡거리며 얀붕이한테 전화했어. 지금 와주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고, 너무 불안하다고. 그러면 얀붕이는 자다 깨서 바로 얀순이를 찾아왔어.


처음엔 한밤 중의 소란에 구급차도 부르고 얀순이네 온 가족이 난리를 쳤었지만, 사단이 계속되니 가족들고 그러려니 하고 넘겼어. 얀붕이만 전화가 걸려오면 부리나케 달려갔지.


얀순이는 한밤 중에 찾아온 얀붕이를 한껏 껴안았어. 얀붕이는 그러면 괜찮냐고 연거푸 물어보며 얀순이 등이나 토닥여줬어. 얀순이는 얀붕이 품에서 부들부들 떨다가 진정하곤 잠에 들었어. 얀붕이는 그제야 집에 갈 수 있었지.


얀순이는 계속 오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는 애원으로 얀붕이를 불러냈어. 한밤 중이든, 얀붕이가 친구랑 놀고 있든, 밥을 먹고 있든 말이야. 얀붕이는 그러면 하던 일을 멈추고 얀순이네로 가야했고, 이런 생활은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어.


얀붕이만 오면 얀순이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어. 얀붕이 입장에선 죽을 것 같다는 사람 찾아가니 아주 건강한 모습이었던 거지. 그래서 어느 날 얀붕이는 처음으로 얀순이에게 짜증을 냈어.


얀순이는 짜증내는 얀붕이를 보고 충격 받았어. 흔들리는 동공으로 정색한 얀붕이의 표정을 보다가 이내 숨을 헐떡이고 온몸을 떨기 시작했지. 얀붕이는 놀라서 얀순이에게 가까이 갔어.


얀순이는 무어라 중얼거리면서 몸을 웅크리고 울고 있었어. 


미안해 나 버리지 마. 나 너 없으면 죽어.. 진짜 죽을 지도 몰라.. 내가 잘못했어. 나를 두고 가지마...


얀붕이는 얀순이를 안아주면서 안 그러겠다고 말하는 수밖에 없었어. 부들부들 떨면서 우는 얀순이는 상태가 정말 나빠 보였으니까.


얀순이는 눈물에 젖은 얼굴을 올려 얀붕이를 보며 말했어


정말 안 버릴꺼지?


얀붕이는 안타까운 마음에 그렇다고 얘기했지. 얀순이는 그제야 진정하고 마음을 추스렸지.


진정된 얀순이는 얀붕이에게 물었어.


어떻게 하면 네가 계속 내 옆에 있어줄까?


얀붕이는 바보 같은 소리하지  말라고 하며 웃음을 지었어. 얀순이는 이어서 말했지.


그래도 애인 사이가 된다면 좀 더 있어주려 하지 않을까?


그 말에 얀붕이는 그건 좀 곤란하다고 말했어. 병약한 사람을 하도 오래 봐온 탓에 건강한 사람이 좋았거든. 때문에 얀붕이 이상형도 학교에 있는 무용 준비하는 선배같은 사람이었어. 얀붕이가 그렇게 솔직하게 말하지 얀순이의 낯빛이 더욱 더 창백해졌어.


얀순이의 눈은 방향을 잃고 허공에 멈칫해 있었지. 표정은 한껏 경직된 채였어. 다시 막 잠들었던 불안감이 깨어나 얀순이의 머릿 속을 휘저었어.


쓰다보니 끝이없네 

끝이 이상해서 미안합니다